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계속해서 상정하겠습니다. 오늘은 민주당과 자유민주연합의 대표연설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민주당의 대표최고위원이신 박일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지금 우리는 해방과 분단 반세기를 넘어서고 있으며 지구촌 전체가 무한경쟁시대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앞두고 민족사와 세계사의 흐름이 일대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전환점에서 저는 민족의 미래를 준비하는 엄숙한 심정으로 우리 정치의 현주소와 김영삼정권의 국정 전반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저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년 8개월 전 개혁과 변화를 앞세우고 출범한 김영삼정권이 집권 후반기에 접어 들어섰습니다. 우리 국민은 김영삼정권이 내세운 개혁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집권 초기 김영삼 대통령은 표적사정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미흡하나마 금융실명제의 실시, 소수의 정치군인 배제, 통합선거법 실시 등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김영삼정권의 개혁정책은 현저히 약화되었으며 심지어 문민독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초기의 개혁의지는 갈수록 퇴색되고 여론을 무시하는 독선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높은 불신의 벽을 쌓아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원칙 없는 사정의 여파로 공무원은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이로 인해 공무원과 현 정권의 관계는 소원해졌으며 그뿐 아니라 정직하게 일하겠다는 기업인을 포함한 선량한 국민들과 공무원 사이의 언로마저 단절 상태에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지지는 실망과 지탄으로 바뀌었으며 이로 인해 김영삼정권은 지난 6․27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했습니다.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에 대해 겸허한 심정으로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대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지금 또다시 국정 전반에 걸쳐 반개혁의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농어민과 근로자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상류층과 재벌 등 특수계층을 위한 선심성 정책만 남발하고 환경 주택, 특히 교통문제 등 산적한 민생은 외면한 채 오로지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적 결정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각종 경제현안과 대북 쌀지원 문제 등을 둘러싼 정부와 민자당의 대립으로 국민은 정부정책에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이 오늘 민자당에 의해 뒤집히고 이것이 언제 또다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정부의 정책을 믿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거기에다 최근에는 외무부와 통상산업부, 행정부와 사법부의 의견충돌까지 겹쳐 국민들의 불신은 점점 더 깊어 가고만 있습니다. 국민의 소리와 언론의 충고를 무시하는 오만한 자세에도 한 치의 변화가 없습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인사정책은 실패작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며 전직 대통령 4000억 비자금설에 대한 수사는 국민과 언론의 철저한 진상조사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외면한 채 유야무야 종결시켰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과 체포동의안 등은 다수의 힘으로 강행 통과시키면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광주학살의 진상을 밝히라는 국민과 야당의 요구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습니다. 5․18 국회 청문회 위증사건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법이론을 내세워 검찰의 수사를 중단시켰습니다. 저는 김영삼 대통령과 민자당에게 묻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하는 집권 후반기 개혁 청사진의 참모습입니까? 이것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에 대한 겸허한 반성의 결과입니까? 이제 국민들은 김영삼정부와 민자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질책에는 그래도 문민정부에 대한 한 가닥 애정과 미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민심은 ‘선거를 통해 김영삼정권의 반성을 촉구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애정과 미련마저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 정권 가지고는 어렵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것이 오늘날 민심의 현주소입니다. 더 늦기 전에 언로를 트고 국민들의 원성과 언론의 비판을 수용하십시오. 그들의 참된 바램이 무엇이며 역사가 부여한 시대적 소명이 무엇인지 진지한 자세로 되돌아보시고 국민의 동참을 바탕으로 해서 법과 제도에 대한 점진적 개혁을 실천해 주실 것을 이 자리를 통해 바라 마지않습니다. 그리하여 집권 전반기의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고 청사에 부끄러운 이름을 남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습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정치의 근본은 아시다시피 위민입니다. 국민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고 국민의 슬픔을 걱정하는 것이 정치의 정도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하는 사람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의 정치불신을 반영하는 이 같은 세태에 대한 책임이 비단 정부와 여당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야당에도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오랜 세월 정치에 몸담아 온 한 사람으로서 정치권 전체가 자성의 계기로 삼을 것을 나는 이 자리에서 호소해 마지않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 민주당은 지난 91년 온 국민의 기대와 성원을 한 몸에 받으면서 통합 야당의 기치를 높이 올렸으며 14대 총선에서 당당히 제1야당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 후 야당의 불모지로 보여 왔던 경상도와 강원도의 보궐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민정당의 면모를 갖추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난 6․27 지방선거의 압도적 승리로 상당한 수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책임진 수권야당이 됨으로써 꿈에도 그리던 정권교체의 실현에 한 발짝 다가섰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희 민주당을 지지해 준 국민 여러분의 참뜻을 왜곡하여 특정인을 중심으로 한 신당이 창당됨으로써 여러분의 기대와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되는 당의 모습을 보이게 되어 비통한 심정 금할 길이 없습니다. 특정인 한 사람의 뜻에 따라 하루아침에 제1야당이 분열될 수도 있는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생각할 때 그저 참담한 심정이 들 뿐입니다. 저는 먼저 민주당의 대표로서 이러한 분당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과의 약속을 너무도 쉽게 저버리는 소위 정치지도자들의 비도덕적 행동에 경종을 울리면서 민주당의 대표로서 착잡하고 괴로운 심정으로 국민회의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을 밝혀 둡니다. 신당은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분당이라는 도덕적 결함을 지니고 있고 창당의 명분도 아무리 생각해도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적 판단입니다. 무엇보다도 신당은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뜻을 외면한 채 정통야당을 분열시키고 지역할거주의를 심화시킨 책임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민심은 천심이며 하늘의 뜻을 거역하지 않는 자만이 진정한 역사의 승자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정치와 정치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와 인생사의 철칙이기도 합니다. 세월은 가도 역사의 심판은 남습니다. 그 심판은 바로 국민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신당 창당으로 우리 민주당이 허전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4당 중에서는 제일 참신하고 믿을 수 있는 정당인데 세가 약해 앞날이 걱정된다’고 하는 국민들의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께 분명한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민주당에는 원칙과 명분과 도덕성이 있으며 그것을 생명으로 여기는 30명의 국회의원과 수십만의 당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역사와 국민의 뜻에 따라 원칙을 지키고 신의와 지조에 따라 정통야당을 지키고자 하는 정치인들입니다. 이것보다 든든하고 이것보다 더 믿음직한 재산이 또 여러분 어디에 있겠습니까? 다소 허전해 보이는 지금의 빈자리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6개월밖에 남지 않은 15대 총선에서 국민 여러분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 주시고 또 우리 민주당을 키워 주실 것으로 굳게 믿기 때문에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 민주당은 반세기 동안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정통야당의 맥을 지키면서 국민 여러분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 보겠습니다. 양심과 정도를 지키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중산층과 서민대중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개혁적 국민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힘의 정치에는 도덕정치로 실리정치에는 명분 정치로 수구적 지역주의에는 범 탈지역주의로 맞서면서 참된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새 세상을 열어 나가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과 모든 집단에 대해서 문호를 활짝 열겠습니다. 암울했던 지난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다가 지금은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자신의 전문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과 양심적 재야세력 지식인 등 모든 사람에게 아낌없이 문을 활짝 열어 놓겠습니다. 이들과의 적극적인 연대와 통합을 실현하여 반김세력을 총결집시키는 구심점이 되겠으며 망국적인 지역할거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고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실현함으로써 97년 정권교체와 민족통일의 주역이 되겠습니다. 관심과 깊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고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우리 정치권은 이념과 노선보다는 줄서기가 우선이고 정책과 정강보다는 특정 지역, 특정 인물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해 왔습니다. 지금은 철 늦은 보수논쟁을 할 시점도 아니고 혁명적 상황도 아닌데 헌정중단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국민의 전면에 나서는 일련의 사태가 자제되지 않으면 한국정치의 앞날을 위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작금의 제 정파 간의 대응자세를 보면 정치가 아니라 전투를 하고 있으니 이것은 정치의 발전이나 우리가 지향하고 바라는 국민적 통합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을 나는 이 자리에서 정중하게 권해 드립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특정인을 중심으로 하는 구시대적 정치질서에 환멸과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정치권 전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새로운 정치질서의 탄생을 국민은 갈망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이러한 여망은 선거를 통해 실현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내년 총선은 이러한 국민들의 바램이 실현될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존하는 정치권의 모습 그대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경우 또다시 지역연고주의가 판을 치게 되고 영남과 호남 충청 등 3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당 구조가 더욱 더 심화될 것이며 이것은 우리 민족의 통일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재앙입니다. 이것만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극복해야 될 과제입니다. 저는 이러한 망국적인 지역할거 구도의 고착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현실적 차선책으로써 정부 여당을 비롯한 제 정파가 5․18 특별법 제정, WTO 이행조치, 통합의료보험제 등 국정 대개혁의 일환으로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혹은 독일 선거법을 참고로 한 개정안의 논의를 시작할 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의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과 국무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 경제는 WTO 출범 원년을 맞아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농어민들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말을 다할 수가 없습니다. 물밀듯이 밀려들어 오는 수입농산물의 홍수 속에서 농민들의 근심은 날로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겨울에는 가뭄에 시달리고 여름에는 태풍과 장마에 시달리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농촌의 솔직한 실정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추곡수매가를 동결함으로써 농민들의 고통을 한층 더해 주고 있습니다. 어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해안에서는 기름유출사고와 적조현상으로 서해안에서는 대기업의 분별없는 개발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어촌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올해 추곡수매가는 이러한 농촌의 어려운 실정과 인건비, 영농자재비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반드시 12% 이상 인상되어야 하며 수매량은 총 1100만 섬 이상이 되어야 된다는 것을 저는 강력히 주장합니다. 이와 더불어 농민들의 소득감소를 막기 위해 WTO이행에 관한 특별법에 명시된 각종 보조금을 지불하는 직접지불제와 600만 농어민들의 건강한 생활과 복지를 위하여 통합의료보험제도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촉구해 마지않습니다. 우리 민주당은 94년 7월 우리 당이 발의한 농어업재해보상법을 이번 회기 중에 반드시 통과시켜 올여름 수해와 기름유출사고 등 각종 재해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농어민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해 주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농어촌에 못지않습니다. 대기업은 호황의 양지 속에서 날로 성장해 가는 반면 중소기업은 불황의 그늘 속에서 날로 쇠퇴해 가고 있으며 이른바 경기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중소기업은 차츰 그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연년이 가중되는 자금난과 기술난에 최근에는 인력난까지 겹쳐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2만여 개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았습니다. 지방의 어음부도율은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현실입니다. 향후 세계경제는 누가 뭐라고 말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많이 육성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는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중소기업정책이 없습니다. 간간이 내놓은 중소기업지원대책은 있지만 그 대상이 일부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전연 없습니다. 그나마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소위 제도라고 하는…… 중소기업이 하고 있는 협회나 단체가 일괄적으로 계약하던 단체수의계약 제도마저 오늘날 폐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우선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부터 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비율을 대폭 늘리고 진성어음은 100% 의무적으로 할인해 주고 금융기관에 대해 이와 같은 조치를 강력히 지시해 주실 것을 정부당국에 권합니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담보능력도 없고 보증을 서 줄 사람도 없으며 신용보증기관도 한도에 묶여 제대로 활용을 못 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길은 오직 신용대출을 늘리는 길뿐입니다. 여타의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우선 시급한 것이 바로 신용대출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중소기업정책과 일관성 있는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수립하기 위하여 대통령 직속하에 중소기업전담기구를 설치할 것을 본인은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물가가 불안합니다. 서민들의 걱정만 늘어 갑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시내버스 택시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앞을 다투어 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상하수도 지하철 공납금 등등 앞으로도 서민들의 주머니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어려운데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상승률 4.7%를 어느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특히 내년에는 총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성장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근로자의 소득이 올라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부터 씀씀이를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내년도 예산을 크게 늘렸습니다. 일반회계만 보더라도 지난해보다 16%나 늘어났는데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팽창예산으로 볼 것입니다.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물가안정을 부채질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국민 한 사람이 내년 1년 동안 내야 하는 세금도 182만 9000원으로 올해보다 무려 26만 9000원, 17%나 증가하는데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만큼 서민들과 중산층의 생활이 개선될지는 의문입니다. 정부는 하루속히 물가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내년도 예산을 적정수준으로 축소 조정해야 합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한국은행을 독립시켜 통화신용정책을 중립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강조해 마지않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저희 민주당은 관변단체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급하지 않은 경비를 대폭 줄임으로써 정부의 재정지출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예산안심의의 초점을 맞추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고소득층보다는 서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제출한 잘못된 세법을 저희들은 바로 고쳐 나가겠습니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조종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특별교부금제도를 개선하여 지금 막 출범한 지방자치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저희들은 노력하겠습니다. 지방자치는 아시다시피 정부의 통제가 아니라 합리적 정책과 공정한 지원을 통해 정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 무역수지가 그 적자 폭이 1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외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계 5위의 채무국으로 전락했습니다. 80년대 말에 흑자국이던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정부는 전체적인 경제규모에 비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자위하기에는 외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낙관론을 버리고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 주기를 바랍니다. 자동차문제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하여 날로 심해지는 미국과 EU 등 선진 각국의 통상압력에 대하여 보다 더 근본적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통상문제는 우리의 경제주권과 직결됩니다. 한미 간의 자동차협상에서 조세주권이 침해당하듯이 언제 어떠한 형태의 주권침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우리도 하루속히 통상대표부나 무역대표부와 같은 통상협상 전담기구를 설치하여 이러한 상황에 미리 대비해 나가야 합니다. 언제까지 협상대표 자리를 놓고 부처끼리 싸워야만 된단 말입니까? 국회 내에도 가칭 대외통상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정부의 통상협상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국회에서 적극 검토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오사카 APEC 회의를 앞두고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 각국에서는 또다시 시장개방 속도를 지금보다도 더 빨리 하자는 요구가 점차 높아 가고 있는 것으로 본 의원은 알고 있습니다. 민족의 사활이 걸렸던 시장개방 문제에 대하여 UR 협상 굴복에 이어 또다시 이들 선진 각국의 요구에 굴복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혀 둡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과 국무의원 여러분! 김영삼정부가 들어선 이후 2년 8개월 동안 우리 사회에는 수십 건의 우리가 알다시피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서해페리호 침몰사고에서부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이르기까지 참혹한 사고현장에서 1000여 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되었으며 재산피해도 수천억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때의 참상을 다시 한번 되새겨서 공공건물, 대중교통시설, 대형 공사현장 등에 대한 철저한 안전진단을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실시하여 국민들의 불안감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종합적인 재난구조대책을 재정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건축물을 비롯한 각종 공사에 대한 인허가와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의 정신자세와 시공업자들의 비뚤어진 양심을 고치지 않는 한 이러한 사고는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최근 중견 건설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8월 말 현재 전국에 15만 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있으며 1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여기에 묶여 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가 아무리 많아도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따라서 장기임대주택을 늘려 실수요자인 서민들에게 집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주택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돈을 풀어 부도난 건설업체를 도와주는 응급대책보다는 주택분양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부도 발생을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 보다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어서 충고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전국의 여성과 학부모 여러분! 여성은 남성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절반입니다. 특히 여성의 사회ㆍ경제적 기여도는 남성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권리는 법률과 제도에 의해 명시되고 있을 뿐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공평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적습니다. 저는 정부가 여성부를 신설해서 일정 비율의 일자리를 여성에게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여성고용할당제를 조속히 실시하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성고용평등법 가지고는 안 됩니다. 아울러 대통령의 말씀과 같이 여성기본법의 제정 및 보육시설 확충 등을 조속한 시일 내에 실천에 옮길 것을 정부에게 촉구합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이며 학교는 국가의 미래를 창조하는 산실입니다. 따라서 교육은 본질상 국가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에 대해 거기에 걸맞는 교육투자에 실패해 왔습니다. 그 결과 17조 원이라는 엄청난 사교육비의 지출을 유발하여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켰으며 과외공부를 둘러싸고 가난한 서민들과 부유층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교육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여 교육투자를 늘림으로써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 주고 학부모들 사이의 위화감을 해소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그리고 하루속히 중학교 의무교육제도를 실시하여 학생들이 공평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합니다. 아울러 입시 위주의 파행적 교육에서 벗어나 인간화교육을 실시하고 정보화시대에 맞는 기술교육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교육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나갈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역사 담당 세력인 우리 청소년들이 폭력이나 마약 등과 같은 범죄에 물들지 않고 맑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민생치안을 확립하고 건전한 청소년문화의 확산과 교육환경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바랍니다. 노인과 장애자 영세민 등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강화함으로써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복지를 보는 정부의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게 하기 위한 사회복지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권리입니다. 사회복지는 불우한 이웃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언제 어떠한 형태의 재난과 위험이 닥치더라도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는 우리 민주당이 발의해 놓고 있는 사회보장기본법을 이번 회기 중에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8․15 대사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땅에는 수많은 양심적 인사들이 차디찬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고 있습니다.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기약 없는 수배로 거리를 헤매는 많은 해고근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직장을 되돌려 주는 것은 문민정부의 책무입니다. 근로관계법을 포함하여 부당하게 이들의 인신을 구속하고 있는 악법들을 하루속히 개폐할 것을 촉구합니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통칭 근로자파견법에 대해서는 우리 당은 명백한 반대 입장을 표명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원과 국무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는 부끄러웠던 분단 반세기의 역사를 마감하고 민족사의 새 장을 열어 가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가 대립과 반목의 역사였다면 다가오는 새 시대는 화해와 공존의 역사입니다. 향후 남북관계는 바로 이러한 인식의 바탕 위에서 새롭게 접근되어야 된다는 것을 나는 강조합니다. 그래야 통일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통일의 첫걸음은 평화적인 남북공존의 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인적․물적 교류의 폭을 꾸준히 확대함으로써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점진적 단계적으로 통합문제에 접근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통일방안이라는 것이 저의 소신입니다. 궁극적인 정치체제의 통합방식은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통일방안의 장단점에 대해서 탁상공론식 분석과 비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의지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진정으로 통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남북 간의 교류를 제한하고 있는 법률적․정서적 장애를 제거하는 데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합니다. 북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남한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하는 이른바 조건부 변화론은 과거의 냉전논리에 비해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구적 기득권세력들의 반통일적 사고입니다. 지금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민족사의 전환기로서 낡은 투구와 갑옷은 우리가 벗어 던질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국가보안법도 개폐되어야 된다고 하는 것이 우리 당의 주장입니다. 우리는 전반적인 국력에서 북한보다도 우월적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자신감을 가지고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일 한국만이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상을 정착시키고 우리 민족의 번영과 생존을 약속할 유일한 길이 된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걸으면 길이 생긴다는 중국의 대문호 노신의 말과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고 하는 금언을 통일정책의 귀감으로 삼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북한의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미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정전협정을 지키고 있는 우리 정부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어제의 반대세력이 오늘의 동지로 바뀌고 그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관계에도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의 전환기에는 우선 변화를 정확하게 읽을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흐름을 구체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와 이를 뒷받침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향후 정부의 외교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안목과 지혜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충고해 드립니다. 아울러 국민의 감정과 정서에 바탕을 둔 외교정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일본정부 중진각료들의 잇따른 망언으로 국민들의 대일감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대일외교정책을 문민정부답게 심도 있게 재검토할 단계가 되었다고 본 의원은 보고 있습니다. 안보문제와 관련하여 정부에서 과학적 국방장비를 도입하는 등 국방력을 보다 튼튼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 동참을 토대로 한 애국심이 국가안보의 핵심적 요소가 된다는 것으로 본 의원은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제약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자주적인 입장에서 안보태세를 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며 그러한 차원에서 한미 간 미사일쌍무규제를 폐기하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진일보한 국방정책으로 평가해 마지않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WTO 체제 밑에서 지구촌 곳곳에 개방적 지역공동체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지역에서도 머지않은 장래에 지역공동체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실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동북아경제공동체의 실현을 위해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노력해 줄 것을 제의합니다. 그 같은 노력은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여 남북의 적대적 대결상황을 완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경제공동체가 실현될 경우 남북이 자주적으로 민족의 이익과 생존을 모색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 저의 소신입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지금 밖에서는 5․18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날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는 5․18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연기하거나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문민정부란 아시다시피 군사정부의 반대개념으로 민간에 의해 주도된 문화적 도덕적 정권을 말합니다. 국민합의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문민정부다운 행실을 보여 주지 않는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문민정부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5․18 특별법 제정은 김영삼정권이 문민정부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광주항쟁이 정당했다고 인정하고 일부 군인의 양민학살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마땅하게 특별법을 제정해서 주모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합니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대학생 그리고 교수 교사 변호사 의사 종교인들의 서명운동 자체가 역사의 흐름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렇다면 김영삼 대통령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이 주모자들을 심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기 위해서 교수와 학생들의 노력에 교육부장관이 본질에서 벗어난 학사관리를 명분으로 제동을 걸고 있는데 장관은 존경받는 사표는 되지 못할망정 역사에 누를 끼치는 경솔한 행동은 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드리는 바입니다. 아울러 노태우 전직 대통령도 망언을 삼가하고 자숙할 것을 경고합니다. 저는 다시는 이 땅에 군사쿠데타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5․18 특별법 제정을 이번 정기국회의 최우선 의제로 처리할 것을 촉구해 마지않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이번 국회는 14대 마감 마지막 정기국회입니다. 30여 년 동안 야당 외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정기국회를 맞았지만 이번 국회는 특별한 소회로 만감이 교차합니다. 저는 한때 야당의 동지로 한 시대를 함께했던 김영삼 대통령이 역사에 빛나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감하기를 충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끝으로 고언을 한 말씀을 드리면서 저의 연설을 맺을까 합니다. 정치의 정은 바를 정이며 모름지기 국민은 그 바름을 좇아 행하는 위정자를 따르고 국민이 따르지 않는 위정자의 뒤에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댁내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하면서 저의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은 자유민주연합의 총재이신 김종필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 국무위원 여러분! 저는 저의 연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무라야마 일본 총리의 망언을 규탄하면서 그 중단을 일본에 경고합니다.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이러한 망발은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정부는 단호한 대책을 강구해서 분명한 사과와 발언 취소는 물론이고 일본의 역사왜곡을 이번에 확실히 제동해서 근원적으로 해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김영삼 대통령 정부는 집권 후반을 맞아 변함없는 개혁과 세계화의 추진 등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은 냉담합니다. 민심은 이미 대통령을 떠났고 국민은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것입니다. 집권세력의 위기입니다. 집권세력의 위기는 곧 국가적 위기를 의미합니다. 이 위기의 본질은 국가운영에 대한 깊은 철학과 확고한 목표를 갖지 못한 이 정부의 무위무능으로 규정합니다. 권력과 정권은 국민의 신임 위에서만 존재합니다. 저는 오늘 김영삼대통령정부가 정말 잘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정치 통일 경제 교육 등 국가운영의 기초가 되는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지도력을 확립하고 바른 국정을 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대통령의 임기 겨우 반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벌써 심상치 않은 궁정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 대통령의 주변들이 다음 대통령 문제에 정신이 팔려 나라가 매우 어지럽습니다. 정부 요직, 권력 중추, 군경 핵심 등 중요한 자리는 모두 특정 지역, 특정 학교 출신들이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절대절명하다는 개혁이 세대교체와 지역주의 비판과 그리고 야당 정치인의 표적사정에 매달려 있습니다. 절대 권력의 비선조직과 사적 통로가 국가정책을 우지좌지하고 있고 관계부서는 허수아비가 되어 있습니다. 전형적인 정권 말기 현상인 이 같은 궁정변화가 시작되면 정권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그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의 파국적인 국정난맥과 사회적 혼란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야기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지층이 불안하고 지진 위험성마저 있는 굴업도에 어떻게 핵폐기장 건설을 계획할 수 있었습니까? 김영삼대통령정부가 얼마나 수준 미달의 성실하지 못한 부실정권인가를 거듭 확인해 주는 일들입니다. 이런 정도의 정부라면 국민의 당연한 권리로서 버릴 수도 있습니다. 깜짝 놀랄 만한 세대교체 운운하는데 너무나 지나친 국민농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을 놀라게 하겠다니 참으로 놀랄 일입니다. 이것은 뭐라고 변명을 해도 정상이 아닙니다. 보복이고 감정의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96년도 예산 시정연설에서 언필칭 지역할거주의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영남 출신들이 1급 이상 공무원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지역주의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것이야말로 지역패권주의의 표본이고 권력 독단의 횡포입니다. 일말의 도덕과 양심이라도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지도력을 갖추고 중심을 잡고 바른 국정을 펴 주시기 바랍니다. 역사의 지침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국민에게 그 길을 요구할 수 있는 권위를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정치의 요체는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입니다. 김영삼대통령정부의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지배입니다. 그래서 사회는 불안정하고 국민은 불안한 것입니다. 독단에 의한 국민지배는 무슨 이유로도 최대의 악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주변에서 일고 있는 정황과 관련하여 종전의 입장에서 급선회 초강경으로 돌아선 김영삼 대통령의 태도는 한 권력자에 의한 조건반사식 독단 바로 그것입니다. 이 같은 독단으로 국정을 종횡무진 한다면 나라는 결단 납니다. 왜 이렇게 중심이 되는 일관된 원칙이 없습니까?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립니다. 이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거짓말이 통한다고 생각되면 절대로 참말을 하지 않는 속임과 위선의 지도자들을 흔히 보아 왔습니다. 신의와 진실이 지도자의 첫째 덕목입니다. 지도자는 오늘과 내일뿐만 아니라 내일의 그 앞까지도 생각하면서 나라의 진로를 다루어야 합니다. 민자당 총재 차원에서 벗어나 초연하고 자유로운 입장에 서 주시기를 권고드립니다. 다음 정권에 대한 집착과 후계 걱정에서 훨훨 털고 일어나 오로지 대통령직에 충실함으로써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도록 해 주기 바랍니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의원내각제적인 국정운영을 함께 요구합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제이면서도 상당 부분 의원내각제를 가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이 정한 대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조화시켜서 대통령은 차원 높은 입장에서 주로 외교 국방 등에 임하고 행정은 국무총리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각의 구성도 총리에게 맡겨 국정의 잘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내각제를 가미할 수 있도록 명문 규정한 헌법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대통령이 혼자 하려고 하는 데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나머지 2년은 결코 짧은 기간도 늦지도 않은 기간입니다. 순수내각제를 실시하기 이전이라도 의원내각제를 수용한 국정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국민도 민주국가의 주권자로서 자기 목소리가 있어야 하겠고 자기주장이 있어야 합니다. 위정자와 정파들의 잘잘못에 대한 국민의 분명한 입장과 견해가 있을 때 우리 정치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 당과 저는 국민의 어떠한 비판이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충심으로 말씀을 드릴 일이 있습니다. 국회의장은 국회가 선출하는 입법부의 장입니다. 그리고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법적 절차에 따라서 대통령이 임명을 할 뿐이고 대통령의 예속기관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엄연히 삼권이 분립된 민주국가입니다. 명실공히 삼부의 장으로서 그리고 헌법기관의 장으로서 그 위치에 합당한 위상과 권위를 지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화합정치의 허구성 문제입니다. 국민화합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조되는 것만으로는 화합은 결코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김영삼대통령정부는 기만적인 도덕주의를 앞세워 과거를 부정하고 역사를 단절하고 정적을 탄압하는 오도된 개혁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국론통일이 안 되고 사회가 분열되어 국민 불화가 생긴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과격한 개혁은 반드시 부작용이 따릅니다. 자신의 잣대로 도덕적 기준을 정하고 개혁의 대상을 가르고 자기만이 정의라는 오만에서 깨어나야 하겠습니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전 시대의 가치와 기여를 인정하면서 민주정부의 참모습을 보일 때 화합은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당부드립니다. 역사를 끊고 토막 내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현대사는 공산주의를 물리치고 전쟁참화 속에서 근대화를 성공시킨 대한민국의 건설사 바로 그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민주적․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MIT대학 사무엘슨 교수의 지적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한국의 과거정권들이 정치적 민주주의의 실현보다는 경제발전에 치중한 것은 매우 정당했으며 그렇기 않았다면 오늘날 근대화도 민주화도 모두 실패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언론의 자유 등 개방을 앞세워서 개혁을 하려고 했던 소련의 붕괴를 그 예로 들었습니다. 우리가 깊이 음미해 볼 만한 사실입니다. 셋째, 정부의 조직과 재정을 재편하고 재계획해야 합니다. 중앙의 기능과 업무를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고 국세와 지방세를 재조정하고 지방재정에 대한 국가보조체계를 개선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지방자치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경찰을 국가와 지방경찰로 이원화하고 내무행정조직을 축소해야 하며 경제부서를 국가적 필요에 맞추어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복지 환경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행정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 같은 구조적인 행정개편을 통해서 작은 정부를 구현하고 정부조직의 생산성과 서비스능력을 제고하면서 공무원의 급여 수준을 획기적으로 상향조정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절대 개혁을 표방한 개혁 주체 정당이 개혁의 문제점들을 들고 나왔습니다. 재야 운동권과 근접했던 정파가 온건과 중도를 내세우며 보수주의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당들의 정체가 무엇인가 국민의 혼란과 불신이 커지고 도덕적 의구심이 높아 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의 정치행태는 보수와 운동권 논리를 왕래하며 노선을 편리한 대로 바꾸는 기회주의로 뒤죽박죽이 되어 있습니다. 여론에 끌리고 상황에 얽매여 국민을 속이며 인기 영합에 급급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상황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중심논리는 있어야 하고 기본 철학은 가져야 합니다. 여론을 따르는 것도 좋지만 여론을 이끌고 갈 신념이 더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보수주의는 진정 보수해야 할 정통적 가치를 반드시 정립하고 또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진정한 보수주의는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어제를 간직하며 오늘을 살고 내일을 여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급진 과격의 좌파 변혁논리를 제압할 수 있는 우파 보수논리를 지녀야 합니다. 시대의 요구도 함께 수용하며 사회의 도덕적 발전을 촉진해야 합니다. 우리 자유민주연합은 진정한 보수정당으로서 이 같은 한국 보수주의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정치권의 재편과 재정돈을 주장합니다. 우리 정치인들은 이념과 노선 색깔과 성향을 확실히 정립하고 진정한 보수면 진정한 보수로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대로 정치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자기 설 곳을 분명하게 찾아서 자리 잡아야 하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국무위원 여러분! 앞에서도 잠시 의원내각제적 국정운영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제 우리의 정부형태를 바꿀 때가 왔다고 믿습니다. 의원내각제의 필요성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절대 권력의 독단을 막고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제는 그 특성상 권력이 독재화되기 쉽고 임기 중 어떠한 책임도 물을 수 없으며 단임제일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내각제는 국회의 신임에 의존하는 상대적 권력이기 때문에 독재를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국회와 내각이 불신임권과 국회해산권을 통해서 상호 견제함으로써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둘째, 양식이 지배하는 정치다운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내각제를 해야 국가 의사결정의 본산으로서 국회가 제구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횡포와 소수의 소외를 함께 막아 진정한 참여민주정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셋째, 국력의 낭비를 막고 사회통합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지역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은 내각제가 최선입니다. 동서남북으로 갈려 격전을 벌이는 대통령선거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역감정은 벌써 그 반 이상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통일조국의 정부형태로서도 알맞습니다. 남북한 어느 한 쪽이 국가권력을 독차지하는 대통령제보다는 권력을 함께 가질 수 있는 내각제가 통일한국의 정부형태로서 현실적이며 이것은 독일의 통일에서 입증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기초적 필요성 말고도 현실정치적으로도 매우 절박합니다. 김영삼대통령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사건 사고로 나라가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대북정책을 비롯하여 많은 시행착오로 국익 손상과 국정혼란을 겪었습니다. 개혁의 잘못으로 고통을 감수해야 했고 권력의 독선으로 정치적 파란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는 집권여당의 6․27 선거 참패로 귀결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책임진 사람이 없었습니다. 의원내각제였다면 정권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내각제의 특징입니다. 국민은 이러한 대통령제의 무책임정치를 혐오하고 있습니다. 다만 말을 참고 있을 뿐입니다. 한편 의원내각제에도 단점과 걱정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필요한 제도나 장치로써 능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빈번한 정권교체의 염려는 후임 수상을 선임한 뒤에 내각을 물러나게 하는 소위 독일의 건설적 불신임제 등으로 막을 수가 있습니다. 통일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내각 수반이 국회와 내각을 동시에 장악하여 오히려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의원내각제를 추진함에 있어 대통령의 반대 등 많은 어려움이 가로놓여 있습니다만 그러나 최근 모 기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47%가 의원내각제를 선호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저는 의원내각제야말로 참된 의회민주주의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제도로서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채택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 자유민주연합은 이를 위해서 집요한 노력을 벌여 갈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김영삼 대통령은 12․12 사건을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적 사건으로 단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용서를 하자고 했습니다. 12․12 사건은 대통령이 규정할 성질의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쿠데타적 사건으로 규정하면서도 용서를 하자는 것은 무서운 권력의 독단입니다. 이러한 독단으로 인하여 검찰이 5․18을 내란죄로 규정하면서도 기소를 할 수 없는 제약이 생긴 것입니다. 저는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검찰이 5․18 문제에 대해 공소권이 없다고 결정한 것은 사법질서를 무너뜨리는 잘못된 처사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사법부가 재판을 통해서 최종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입니다. 의원 여러분, 국무위원 여러분! 그동안 정권에 따라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많은 통일 주장이 남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의를 위한 제의였을 뿐 통일을 위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왔습니다. 2차대전 이후 분단국의 통일에는 월남의 무력통일과 공산주의 몰락과 함께 일거에 이루어진 독일의 흡수통일의 예가 있습니다. 시대는 변하고 있습니다. 시대적 변화와 함께 이제 북한이 원하는 것도 공존이 아닌가 판단이 됩니다. 남북한 UN 동시 가입은 분명 대결에서 공존을 향한 변화의 징후입니다. 경제특구를 설치하고 미․일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우리에게까지 쌀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사실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제한적 접근이며 폐쇄정책의 최소한의 수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 등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그래서 그들의 체제유지를 위해서도 세상 변화에 따라 나름대로의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 같은 북한의 변화를 긍정하고 또 앞으로의 변화를 전망하면서 우리의 통일정책을 재정립해야 하겠습니다. 환상을 버려야 하고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상당 기간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공영해 나가야 합니다. 그동안에 우리는 훨씬 더 많이 준비해야 하고 북한은 훨씬 더 변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5년간 732조 원을 투입하고도 경제적․사회적 통합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독일의 실례를 직시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먼저 자유민주주의 통일원칙을 재확인하며 언제 어느 때이고 주어진 상황을 소화해 낼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인내하면서 국력을 더욱 축적해야 하겠습니다. 민간 위주의 경제교류를 하고 그 터전 위에 인적․문화적 교류를 확충하면서 동질성을 회복하고 신뢰성을 쌓아야 합니다. 정부는 상황 전개에 따라 단계별로 민간의 활동을 지원하고 조정하며 그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상회담에 매달릴 필요도 없으며 내 임기 중에 무엇인가 해 놓겠다는 정치적 고려나 과욕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습니다. 동포애를 발휘하여 도울 것은 도우며 북한이 변화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조금 우위에 있다고 공연히 우월성을 내세워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원칙을 갖고 결연한 의지를 보일 때는 보여야 합니다. 인기 없는 일이라도 할 일은 실행하고 방해를 물리칠 수 있는 용기가 없으면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이 기조 아래 새로운 통일정책을 마련한 뒤 국민투표에 붙여 국민의 동의를 받아 확정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북한은 우리가 소망하는 통일을 위해 그 준비를 갖추고 우리에게 다가설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자유민주연합이 생각하는 통일에 대한 접근이며 논리라는 것을 밝혀 드립니다. 통일은 민족의 숙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완벽하게 준비하여 후유와 후회를 남기지 않는 통일, 후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통일 그렇게 되어야만 하겠습니다. 국무위원 여러분! 남북의 평화공존 공영 등 모든 것은 안보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은 공존을 향한 일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대행위를 하고 있으며 미사일을 비롯한 도발무기를 증강하고 있습니다. 한미방위체제를 기축으로 안보기조를 더욱 튼튼히 다져야 하겠습니다. 전쟁을 막는 길은 전쟁에 대비하는 일뿐입니다. 적정한 국방력을 확보하여 자주방위능력을 반드시 가져야 하겠습니다. 군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갖고 군의 기강을 확립하고 사기를 진작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미북 간, 일북 간의 관계가 급격하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미․일․중․러의 한반도에 대한 각축 또한 매우 심각합니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의 외교능력을 시험하고 있으며 총체적 대응을 강요하고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정부의 외교정책은 북한의 핵외교에만 매달려 우왕좌왕해 왔습니다. 목표와 전략을 다시 가다듬어 외교적 능력을 발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북한 핵문제는 단호하게 다루어야 하겠습니다. 지난번 미북 경수로 협상은 핵투명성의 보장도 없이 우리에게 경수로 건설 비용만을 전담시키는 굴욕적인 회담이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추가부담 문제가 운위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별사찰을 거부하면서 원전개발비 전액을 보상하라고 위협하고도 있습니다. 화력발전소의 건설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북한 핵문제가 크게 잘못 다루어진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국제문제인 이 문제가 우리에게 무거운 부담만을 남겨 주고 말았습니다. 해결이 잘 되어도 부담, 못 되어도 부담, 어느 쪽이든 우리의 큰 부담이 되고 만 것입니다. 이 정부가 핵문제를 대응함에 있어서 큰 실책을 범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불합리한 제의나 획책은 어떠한 경우 어떠한 것이고 과감히 거부해야 합니다. 의원 여러분, 국무위원 여러분! 지금 물가 교통 환경문제 등 시급한 주요 현안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 당 의원들이 경제 및 사회부문 질문에서 우선하여 다루도록 하겠습니다마는 저는 우리 경제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개방화시대를 대비한 우리의 경제대응이 너무나 안이하고 소홀합니다. 지난 2년 반 정부는 개발연대의 성장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경제를 운용해 왔습니다. 그 결과 겉모양과는 달리 속으로 엄청난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성장을 하면 할수록 국제수지 적자는 늘어나고 호경기 속에서도 중소상공업과 농수산업은 파산위기를 맞고 있는 등 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의 이 시대는 시장기능에 의해 지배되는 시대이며 국경이 없는 무역자유화의 시대입니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는 본질적으로 내수에 의존해야 하는 중소기업과 농수산업은 대기업에 밀리고 외국기업에 치어서 희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개발연대의 고성장에서 질 높은 성장, 균형 있는 발전으로 정책목표를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주도의 계획경제기조와 정책체계를 지양하는 구조적 개혁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선 재정경제원 등 총량정책부서를 대폭 축소하여 그 정책인력을 재배치하고 부문별 산업부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금 인력 기술 정보 등 모든 자원이 중소기업과 농수산업 등 취약부문에 집중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통상산업부를 재편하여 중소기업 위주 정책을 펴야 하겠습니다. 정부의 투융자계획도 전면 재조정해야 합니다. 아울러 생산 및 수출 위주의 금융체계를 어음 할인제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과 중간재 생산을 지원하는 새로운 금융체계로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정부 규제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시장논리에 압도되어 먹혀들지 않고 있고 오직 중소기업에만 치명적인 고통을 줄 뿐입니다. 때문에 정부의 규제, 간섭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대기업이 분업과 협업의 상대자로서 중소기업과 공생 공존해야 한다는 기업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은 중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과다한 상호지불보증 등 왜곡된 금융 관행의 시정과 소비자보호 차원의 규제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기업활동을 시장기능에 맡겨서 고질화된 정부 의존적 체질을 벗겨 내야 합니다. 농수산업은 그 특수성을 감안해서 장기적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의 농어촌구조개선10개년계획을 전면 재조정해서 가격지지, 농업기반 조성, 생활환경개선정책을 내실화해 주십시오. 농협 등 생산자단체를 생산 유통 판매 가공기능까지를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기구로 확대 개편해서 농어민의 실질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농수산업에 대한 자금은 코스트가 높은 예금재원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책임져야 합니다. 지방 중소도시를 집중 개발하여 농어민의 주거 의료 교육 문화 등 핵심적인 배후생활권이 되게 해야 하겠습니다. 이것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이농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막는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최근 경작농지 면적과 미곡 생산량이 격감되고 있습니다.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들입니다. 차제에 농지의 이용관리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서 농업진흥지역의 침식을 근원적으로 막고 그 소유와 처분은 농민의 자유의사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경제정책을 지원하기 위해서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중앙은행의 금융정책기능을 독립시켜야 합니다. 나아가서 은행업의 경영과 인사를 시장기능에 일임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겠습니다. 이 길만이 금융산업을 현대화하고 자본의 자유화, 금융의 국제화에 대비하는 첩경일 것입니다. 조세정책을 쇄신해야 합니다. 탈세를 전제로 한 응징적인 조세관을 우선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근로소득에 대한 우대원칙과 재산 및 자본소득에 대한 중과세원칙을 견지한 가운데 세율을 전반적으로 하향조정해야 하겠습니다. 간결하고 알기 쉬운 세제를 마련해서 국민의 조세감정도 순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국무위원 여러분! WTO를 핑계로 정부의 추곡수매가를 동결하고 수매량을 감축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이 실시하고 있는 직접지불제도를 도입해서 금년 추곡은 소득보장이 될 수 있는 충분한 가격으로 1100만 섬 정도를 수매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8월의 집중호우로 농어민의 피해가 엄청납니다. 우리 당이 제시한 5000억 원의 추경예산을 반드시 편성해서 항구적인 피해복구와 보상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농어업재해대책법도 손질하여 경작규모나 피해규모 등에 상관없이 피해 전액을 보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금융실명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합니다. 거듭된 보완에도 불구하고 혼란은 가중되고 자금흐름은 경색되어 중소상공업의 도산이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급기야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라는 궁여지책을 써야 할 정도로 중소상공업에 치명상을 주고 있습니다. 더욱이 차명예금을 묵인해서 사실상 실명화를 포기함으로써 허상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금융실명제를 다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여 입법화하고 무리 없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믿습니다.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거래가 완전히 막혀 중소기업들이 질식 상태에 있고 전세 값이 폭등하는 등 집 없는 서민들의 부담과 피해가 큽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토지실명제를 고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무위원 여러분! 국민소득 1만 불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복지제도를 여기에 걸맞게 개선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에 큰 간격 없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우리의 전통가치에 기반을 둔 새로운 복지공동체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우선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소득과 의료를 보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절대 빈곤자의 최저생계만은 확실하게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영세민 장애인 불우노인이나 청소년 등 복지혜택이 가장 절실한 빈곤층 저소득층 소외계층 모두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사회복지의 책임자로서 국가의 재정적 기여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조세 등 법제를 쇄신하여 민간 차원에서도 사회복지에 참여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국무위원 여러분! 기술주권시대 기술패권시대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과학기술의 진흥 없이는 21세기를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응용기술이나 모방기술 또는 빌린 기술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기술, 우리의 원천기술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역대 정부들이 교육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교육의 본질은 손도 못 대고 학제만을 가지고 좌충우돌했습니다. 정부는 입시제도를 비롯한 학사행정은 모두 대학 자율에 맡기고 모름지기 과학기술교육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GNP의 일정액을 기초과학과 첨단기술에 과감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투입해야만 하겠습니다. 대학을 특정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면서 세계 유수의 특색 있는 대학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영재를 키우고 천재를 길러내고 세계제일의 인재를 육성해야 합니다. 시카고대학이 세계 최고의 원자로를 개발한 것도 이 대학에 페르미 같은 과학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데모하고 투쟁하는 곳이 대학이 결코 아닙니다.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 대학입니다. 우리 교수들도 깊이 생각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도 미국의 MIT 같은 대학을 가져야 하고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학의 중흥 없이 한국의 중흥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차원에서 평준화교육도 지양할 때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 하향 평준화된 교육으로 교육의 질적 정체와 퇴보를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최대의 자원인 인력자원을 확보하고 우리 민족의 우수한 재능을 살려 내기 위한 교육 바탕을 조속히 재정비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15년, 최소한 2010년에는 우리도 선진과학기술의 대열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국가적 노력을 결집해서 투입해야 하겠습니다. 국제화시대 또 하나의 요건은 민족정체성을 올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민족정체성은 우리의 고유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확립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화의 원천은 자기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재발굴하여 현대와 창조적으로 접목시켜야 하겠습니다. 총체적인 사회개선을 이룩할 수 있도록 교육적 훈육이 있어야 합니다. 도덕과 윤리와 인성을 위한 우리 교육의 창조적 부활이 있어야 하겠고 그 책임과 역할을 재확인해야 합니다. 가정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한국윤리의 재정립과 재발견이 있어야 하고 청소년문제와 노인문제의 해결도 정부의 노력과 함께 가정에 기초를 둘 때 더욱 완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여성의 사회참여와 지위향상을 도모하여 그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요즈음 새마을기가 내려지고 새마을정신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비록 일부 특정 세력의 분별없는 몰지각한 행위라고는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제2의 경제도약을 이룩하기 위해서도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은 반드시 재현되어야 하겠습니다. 새마을운동이 건전한 시민운동으로 자리를 잡고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지원해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 국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 국무위원 여러분! 21세기, 우리 대한민국은 통일을 이룩하고 위대하며 자유로운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아시아, 나아가 세계가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자유 정의 번영 희망의 큰 별이 되어야만 합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기 이전에 의지 있는 자의 기술이라고 했습니다. 자유롭고 행복한 인격의 공동체, 대한민국, 그 이상을 향해서 우리 모두 매진하십시다. 감사합니다.
제6차 본회의는 내일 오전 10시에 개의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