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계속하여 상정합니다. 오늘은 자유민주연합 총재이신 김종필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저는 먼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삼가 빕니다. 그리고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빌면서 희생자 가족 여러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또한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벌인 수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말씀을 드리면서 끝까지 뒷마무리를 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을 드립니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사람에 대해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법이 허용하는 최대의 중벌로 다스림으로써 좋은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몇 차례 대표연설을 한 바 있습니다만, 오늘은 야당인 자유민주연합의 대표로서 이 단상에 서고 보니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됩니다. 신생정당으로서 국회의사당을 빌어 하고 싶은 말은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임시국회의 성격을 감안하면서 근자의 국정현안을 중심으로 우리 스스로의 반성도 곁들여서 김영삼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에 대해 몇 가지 충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우선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하여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를 올립니다. 자유민주연합과 저는 겸손하게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면서 정성을 다해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보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더 큰 관심과 협력과 그리고 동참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역사적인 6․27 4대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결과는 집권여당의 패배, 야당의 승리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그동안 6․27 선거를 맞아 그 의미와 성격을 크게 두 가지로 주장한 바 있습니다. 첫째는 주민의 생활정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지역살림꾼을 뽑는 주민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둘째로는 김영삼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 2년 4개월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로써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 두 가지 의미를 충족시킨 국민의 선택이었으며 또한 평가였습니다. 그리고 선거는 끝났습니다. 이제 승자와 패자의 소승적 양극논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느 누구의 승리, 어느 누구의 패배로 가르기보다는 6․27 선거의 의미를 국민 모두의 참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방화시대의 보다 나은 정치를 갈구하는 국민의 소망에 보답해야 하겠습니다. 여기에 여야가 있을 수 없으며 지고 이김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한 참된 정치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큰 각오와 다짐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저는 야당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국민은 6․27 선거를 통해서 야당에게 대부분의 지방정부를 위탁했습니다. 오늘의 야당은 어제의 야당이 아닙니다. 지방정부를 수탁한 수권야당으로서 여기에 상응한 무한한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음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지방정부를 담임한 집권야당으로서 올바른 입장과 위상을 정리하고 갖추어야 합니다. 국가경영에 참여하는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협력과 경쟁의 정치를 해야 하겠습니다. 중앙정부와 적극적이고 공고한 협력과 공조의 바탕을 견지한 가운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우리의 본분과 책무를 어김없이 수행해야 하겠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6․27 선거는 야당의 수권능력에 대한 국민의 기대이자 또한 실험이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줄곧 말씀드린 바와 같이 6․27 선거의 중간평가는 현 정부를 곤경에 몰아넣으려는 권력투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 정부가 후기 2년 반의 국정을 보다 훌륭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민의 질책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로 현 정부의 혼란과 무력이 가중되고, 그래서 정국불안, 정치불안이 야기되고, 결과적으로 나라와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저는 특히 강조하고자 합니다. 6․27 선거를 계기로 현 정부 역시 새로운 출발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겸손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깊은 뜻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과 나라에 봉사하는 순리의 정치를 펴야 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정부가 되어 주기 바랍니다. 특히 국민의 참뜻을 외면한 채 선거 패인을 터무니없는 지역주의니, 지역패권주의니 하는 데서 찾으려 하는 오도와 교만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선거 직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중단했다는 특별담화에서 현 정부는 지역할거주의 때문에 선거에 진 것으로 규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이라면 아직도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입니다. 한때 90%가 넘었던 국민지지가 이렇게 참혹하게 추락한 것은 바로 김영삼 대통령 자신의 책임임을 알아 주셔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부인을 해도 이번 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며 정부 여당의 선거참패는 민심이반입니다. 민자당은 대표연설에서 이러한 점을 다소나마 성찰한 흔적이 있어 다행이지만 이것은 자세정립을 계속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지방자치는 그 본질상 지역주의와 같이 가는 것이라는 것도 알아 주셔야겠습니다. 국가 통합적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조정하여 국가의 통일성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자 중앙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바라는 바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선거부정에 대해서도 철저한 반성과 시정이 있어야겠습니다. 정부와 민자당은 6․27 선거가 관권과 금권선거의 시비가 없었던 공명정대한 선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역대 선거에 못지않은 부정과 추락이 정부 여당에 의해서 저질러진 공정하지도 못하고 깨끗하지도 못한 선거였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선거에 임하면서 특별담화를 통해 공명정대한 선거를 하겠다,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 선거사범을 엄벌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도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먼저 어기고 여당이 어기고 장관들이 따라서 어겼습니다. 김 대통령은 각종 명목을 붙여 지방을 순방하고 청와대에 사람을 불러 모아 사실상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당정협의라는 이름을 빌어 대구와 부산의 지방세 감면 등 각종 선심공약을 했습니다. 장관들은 여러 지역을 돌면서 민원성 공약을 남발했습니다. 반상회를 열어서 선거운동했습니다. 일상적인 업무라고 하지만 선거일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 같은 행위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적인 선거운동에 틀림없었습니다. 사직당국 역시 똑같았습니다. 여러 곳에서 돈 봉투 사건이 일어나고 일선 행정기관의 선거개입이 벌어졌는데도 오불관언했습니다. 그렇게 서슬 퍼렇게 준법선거를 강변했던 검찰과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세대교체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대교체는 민자당이 선거쟁점으로 내걸고 야당을 공략하려 한 수단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대통령이 선거운동기간 중에 강조했다는 것은 명백한 민자당 선거운동입니다. 임기가 끝나면 물러날 대통령이 임기 후의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것부터가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 이렇게 하고서도 무슨 공정한 선거입니까? 깨끗한 선거했다고 하지만 온통 돈으로 치른 선거였습니다. 정부 여당의 자성과 자책을 촉구하면서 앞으로의 참다운 공명선거, 깨끗한 선거를 위한 다짐과 의지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선거부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사법처리를 요구합니다. 민자당은 대표연설을 통해 선거제도개혁을 강조했습니다. 현행 선거법은 김영삼 대통령이 진선진미한 것으로 내세우면서 선포식까지 한 법입니다. 특히 이 법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를 아직도 해 보지 못한 법입니다. 이러한 법을 선거에 참패했다고 해서 금방 개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같은 즉흥적이고 조건반사적 행태 때문에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선거패인을 잘 모르는 소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 6․27 선거와 함께 역사적인 지방화시대가 열렸습니다. 지방자치의 본뜻은 지방의 토양과 특색에 맞는 발전체계를 갖춤으로써 보다 나은 주민의 삶을 보장하고 또한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이제 현 정부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지방자치는 지방행정이자 지방정치입니다. 그리고 자치화된 지방행정은 지방정부입니다. 정부는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틀에 묶어 두려는 생각을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하며 먼 앞날을 내다보는 지혜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선거결과에 얽매여 권력으로 지방정부를 지배하려는 독단과 전횡을 부리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국가의 통합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지역별로 특성 있고 균형 있는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중앙의 권한과 업무를 합리적으로, 단계적으로 지방에 이양해야 할 것이고 지방재정의 수입원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되어야 하겠습니다. 정치권도 중앙정당의 정치적 지배가 오히려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료적 지배를 대신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깨우침이 있어야 하고 바른 행동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특정정파가 독점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당리당략의 개입 등 많은 문제점을 우리 자신, 스스로 해결해야 하겠습니다. 국무위원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저는 이 기회에 6․27 선거의 의미를 새기고 지난 2년 반의 국정을 되돌아보며 김영삼 대통령에게 몇 가지 충정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역사관입니다. 역사에는 비약이 없습니다. 이를 비약시키고 뛰어넘으려 하는 데서 잘못이 생깁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제2건국이니, 원년이니 하며 제1공화국으로부터 제6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앞서의 정권들을 모조리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임시정부 이후 정통성과 도덕성을 갖춘 정권은 현 정부뿐이라고 하는 논리입니다. 이렇게 자의적이고 독선적인 역사부정, 역사왜곡이 어떻게 있을 수 있습니까? 현 정부의 위선적이고 허구적인 도덕주의, 소영웅주의가 역사를 부수고, 국가의 존속성을 해치고, 국가경영을 결딴내고 있습니다.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2년 반의 실정으로 현 정부의 정당성은 상실되어 가고 있습니다. 역사는 영광과 치욕을 함께 엮어 갑니다. 영광은 나누고 치욕은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지혜입니다. 역사는 어제, 오늘, 내일이 토막 나서는 안 됩니다. 기복과 곡절이 있다 하더라도 면면히 이어 흘러가야 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역사의 비약, 역사의 단절, 역사의 부정, 모두 다 죄악입니다. 오늘날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계륜 사건이 빈번하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역사와 전통의 파괴, 전복, 비약에서 기인한 바 큽니다. 우리 사회에 인, 예, 의, 지, 신이 파괴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치가에게는 역사를 단정할 자격이 없습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가가 역사를 규정하려 해서는 안 되며 역사의 평가는 역사가에 맡기는 법입니다. 정치인의 지각 없는 편협한 시각으로 역사를 말하는 것은 역사의 오도이며 역사에 대한 모독입니다. 더 이상의 과오를 범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은 지난날이 역사를 후퇴시켰다고 말한 바 있는데 역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둘째, 민주화와 개혁 문제입니다. 저는 김영삼 대통령의 민주화를 위한 오랜 끈질긴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화는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의 민주화는 지난날의 성장과 근대화가 바탕이 되고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이 쌓아 올린 역사적 산물입니다. 어느 누구에 의한 민주화 투쟁만의 소산이 아닙니다. 민주화 세력임을 내세우고 개혁주체임을 앞세워 국정을 농단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개혁’ ‘개혁’ 하지만 순리대로 개혁되지 않으면 오히려 국민생활에 부당한 부담만 가중시킵니다. 원칙과 일관성이 없는, 무모하고 불투명한 개혁으로 불안하지 않은 국민이 지금 없습니다. 안정과 행복과 풍요를 주지 않는 개혁은 이미 개혁이 아니라 고통이며 고난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현 정부의 개혁은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을 위해서는 현 정부와 집권세력이 그 체질과 발상부터 먼저 개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협력을 하고 따라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 아무리 개혁을 주창해도 따라오지 않습니다. 셋째, 독단과 전횡입니다. 정치의 이상은 정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 도덕적으로 조화된 사회라는 것은 무정부론자들의 학술적 이론만은 아닙니다. 최소의 권력으로 최대의 국민행복을 생산해야 하는 위정자들의 정치강령이 되어야 합니다. 권력의 독단과 전횡을 그만 부려야 합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백만 공무원을 이끌고 겸손하게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는 책임자가 되어 주셔야 하겠습니다. 현 정부는 혁명정권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순리와 상식으로 온건하고 원만하게 점진적으로 다루어 주셔야 하겠습니다.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다음 대통령이, 다음 정부가 이를 계승할 것인가, 아니면 중단할 것인가 깊이 생각하고 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가 단절됩니다. 대통령 임기 5년이 대한민국의 전부가 아닙니다. 한순간의 찰나일 뿐입니다. 민주주의처럼 양식과 양심의 인내가 필요한 제도는 없습니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독재입니다. 6․27 선거의 국민심판과 패배는 현 정부의 독단과 전횡이 가져다준 자업자득입니다. 대통령 혼자만 보일 뿐, 국무총리도, 장관도 보이지 않습니다.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욕을 덜 먹는 차선책, 적당히 해치우는 적당주의, 자리보전의 안일무사, 이 같은 복지부동이 만연되고 있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이런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의 인격화, 유일인물중심의 정치체제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일깨웁니다. 권력의 인격화를 중단해야 합니다. 승복할 수 있는 정당한 권위로 나라를 다스려 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우리 경제의 이중성 문제입니다. 현 정부는 질 높고 내실 있는 균형성장을 경제운영의 원칙과 철학으로 표방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운영을 보면 이러한 원칙과 철학은 실종되고 고도성장에 도취되어 있는 듯합니다.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비젼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고도성장의 한편에서는 부실경제의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경제가 잘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극화 현상, 불균형 성장구조가 심화되어 경제적 강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에 경제적 약자들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신엔고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득을 보기는커녕 일본의 중간재와 자본재 시장으로 전락되는 신종속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경제의 현주소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양적 성장에 취하여 이러한 현실에 대한 개선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양극화, 불균형 현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방 어음부도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소기업의 도산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가진 자가 고통을 받게 만들겠다고 폭언을 서슴치 않았던 정부가 지금 친재벌정책으로 돌아서서 중소기업을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수십조 원의 농어촌대책 운운하지만 농어민의 삶은 내일에의 희망을 잃고 있습니다. 도시 서민은 물가고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자유민주연합은 질 높은 안정된 성장 속에서 농어민, 노동자, 저소득층 모두의 중산층화를 위하여 지원과 복지를 확충하는 것을 경제정책의 제일 기조로 삼고 있음을 밝혀 둡니다. 농어민, 서민 대중, 중소기업은 희생을 감수하며 개발연대의 고도성장을 이끌면서 오늘의 국민소득 1만 불 시대를 만들어 낸 주역들입니다. 이들의 복지증진을 위해서 정부가 무한책임을 갖고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상 몇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국운을 열어 가기 위해 한때나마 같은 길을 걸었던 사람으로서 국회의사당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 감회가 없을 수 없습니다만 귀담아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지금까지 김영삼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 그리고 우리 정치가 지니고 있는 문제들을 몇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이 같은 원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회민주정치를 구현하고 그 제도적 수단으로써 의원내각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지방화의 6․27 선거의 진정한 의의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믿습니다. 독재국가가 아닌 이상 국가의 의사결정은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들어 민의의 본산인 국회에서 해야 합니다. 국민 의사가 모두 국회에 모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가 국가의사를 결정하고 이것을 행정부에 넘기면 정부가 책임을 지고 집행하여 그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고루고루 나누어지게 해야 합니다. 정치는 국민이 희망을 갖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보장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우리 정치가 미흡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민 불신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국회가 확실하게 국정의 한복판에 서서 활성화되어야 됩니다. 무소불위한 대통령과 관료가 국정의 주인이 되고 국회와 정치가 그 외곽에 존재하면서 정부에 건의나 하고 요망이나 하는 정치의 주변성을 탈피하고 극복해야 하겠습니다. 연중 국회를 열어서 국정을 다룰 수 없는 것입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설명하고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를 분명히 요구한 것입니다. 절대권력을 한 사람에게 맡기고 거기에 매달려 위만 쳐다보는 정치는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명령하고 지시하며 국가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그런 곳에 민주주의가 생활화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절대권력자의 인치가 아니라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법치의 신질서를 다져야 합니다. 우리의 국민의식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와 권력만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고 자전력이 생겨 스스로 굴러가고 있는 국민생활에 오히려 부담이, 짐이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제가 갖는 절대권력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이제 한계에 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회민주주의를 토양화, 체질화, 생활화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의원내각제로 바뀌어야 할 때가 왔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를 위해서 국민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끈질기게 구현을 위해서 노력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김영삼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초반에 보였던 이념적 혼돈의 연장선상에서 아직도 방향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정부 출범 시 몇몇 이상론자들이 주도했던 외교안보정책은 이인모 노인을 북에 보낸 것으로 상징됩니다만 그 댓가로 얻은 것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라는 핵폭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추가지원 10억 불까지 합쳐서 40억 불, 우리 돈으로 3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경비를 들여서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경수로 타결과 2000억 원에 이르는 쌀 지원으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물꼬가 트일 듯하다가 인공기 게양문제로 또 뒤틀렸습니다. 저는 현 정부에 거듭 말씀을 드립니다. 세상 모든 것은 때가 있는 것입니다. 시간이 있는 것입니다. 절대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 쌀 지원문제는 처음부터 잘못되었습니다. 북한은 일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쌀 요청을 표시했습니다. 우리는 그것도 좋다고 동포애 운운하면서 아무런 조건 없이 주겠다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중국땅에서 극비협상이 급진전되고 합의되었습니다. 정부 내의 관계장관들도 모르고 북경 외교책임자도 몰랐습니다. 당국자가 서명한 북경합의문을 발표 못 하는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전금철이 보냈다는 전문 사과는 무엇 때문에 공개하지 못합니까? 이 모든 것들이 국민의 불신과 의혹과 걱정을 자아내는 일입니다. 선거용이었다, 그러한 오해를 받아 마땅합니다. 대통령은 쌀 협상이 끝나기가 무섭게 외국쌀을 수입해서라도 더 지원하겠다고 앞서 나갔습니다. 우성호가 돌아올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처럼 남북관계를 호도하기에 바빴습니다. 이렇게 허겁지겁 북에 끌려 쌀을 실은 배를 보냈지만 결과는 제 나라 국기조차 떼이고 인공기 게양을 강제당하는 국가적 수모였습니다. 왜 이렇게들 서둘러야 되는 것입니까? 연간 생산량의 3%인 100만 석에 2000억 원, 결코 적은 양, 적은 돈이 아닙니다. 아직도 이 나라에는 몇백만의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루 세끼를 못 먹는 결식아동도 있습니다. 우리도 지난날 배가 고픈 비참함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비참한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해서 쌀을 지원한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같은 동포로서 당연히 나누어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피땀 흘려 농사짓는 농민의 의견도 들었어야 합니다. 하루하루 생활에 쪼들려 살아가는 가난한 국민의 양해도 구했어야 옳습니다. 저는 분명히 말씀을 드립니다. 북경합의문 전문과 이번 사과 전문을 공개하여 그 실체를 국민 앞에 밝혀 주십시오. 전금철이라는 사람이 어떠한 위치의 사람인지 그 대표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설명을 해 주십시오. 헌법 제58조가 규정한 대로 엄청난 국민부담이 되는 만큼 북한 쌀 지원은 반드시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았어야 옳습니다. 국민의 납득을 얻어서 한마음 한뜻으로 도와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 지원의 적정한계도 국회와 협의해서 결정했어야 옳았습니다. 우성호 어민 등 납북인사의 송환문제, 이산가족의 상봉문제 등 상응한 조건도 관철되었어야 합니다. 일본은 군량미 전환금지, 민수용 확인보장 등 분명한 조건으로 협상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비 오는 날 하역할 수 있는가, 수송능력은 있는가 하는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따졌다고 들었습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프르에서 타결한 북․미 경수로 협상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한국형 경수로,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라는 우리의 기본입장은 관철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넘어갔고 한국은 미국의 회유에 넘어갔습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서 한국형과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확약했다고는 합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아무리 보장을 해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의 대표는 미국이며 그 계약상대는 북한입니다. 한국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게 아닙니까? 미국의 주도하에 미국의 설계, 미국의 기술로 미국기업이 주체가 되지 않을까,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중심역할은 돈을 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게 되는 것 아닙니까? 북․미 경수로 합의를 수용한 정부 처사는 크게 걱정스럽습니다. 10년간 매년 3200억 원씩을 내야 하는 국민부담을 무시하고 국회와의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졸속으로 받아들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회에 회부하여 국민동의절차를 밟아 주십시오. 그리고 수용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옳습니다. 저는 거듭 강조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쌀을 지원하고 경수로를 건설해 주고 한다고 해서 이것으로 북한은 대남정책을 당장 변경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우리가 아무리 원해도 그들이 필요해야 할 것입니다. 구걸하다시피 하는 남북정상회담은 별로 큰 의미가 없습니다. 터무니없는 감상적 민족주의, 환상적 통일론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동족의 신화만 믿고 서두르면 실패는 필연입니다. 더욱이 정권적 차원에서 남북문제, 통일문제를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신뢰를 얻어 내고 동질성을 쌓아야 합니다. 인내를 갖고 성실하게 기반을 다져 가면 통일은 반드시 그 어느 날 이루어질 것입니다. 외교문서 변조사건은 그 진위는 차치하고라도 이 같은 의심을 받을 정도로 현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정부는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철저하게 사건진상도 규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일개 백화점의 붕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기반이 무너지는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현 정부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고 정권 차원에서 대비책을 강구해 주셔야겠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안전체제 확립에 대한 정부의 완벽한 대책과 우리의 무지와 무감각을 깨우치는 우리 스스로의 의식구조개혁입니다. 우리 자유민주연합은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정부 이상의 크나큰 책임을 통감하면서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 앞에 정중히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부터라도 사고방지와 사회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하도록 함께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종합대책이다, 재발방지다 하면서 민심수습 차원의 졸속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겠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기반을 보장해야 합니다. 민자당은 안전관리청을 신설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고는 제도가 없고 기구가 없어서 나는 것이 아닙니다. 장인정신의 결핍, 책임감의 부재, 적당주의의 만연 등 사회 전반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일어난 사고입니다. 단적으로 총체적 이완 때문이며 현 정부의 지도력 부재 때문입니다. 안전관리청 신설도 좋지만 먼저 정부가 지도력을 확립해서 기존의 정부기관 모두가 제대로 움직이고 모든 사람이 보람을 느끼면서 자기 책임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역사는 인간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기보다는 그 교훈을 깨우치지 못할 때 벌로써 다스린다고 했습니다. 인기만을 쫓아 지향성 없이 좌충우돌하는 혼미의 정치를 지양해 주기를 바랍니다. 물거품 같은 세론에 영합하려 하면 정권이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자유민주연합은 국가적 차원에서 협력할 것은 분명히 가려서 협력을 할 것입니다. 저는 국민을 대신해서 여러 걱정들을 말씀드렸습니다만 국무총리께서 내일 국정보고를 통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성의 있는 설명을 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지난 2년 반을 성찰하면서 역사에 남는 명예로운 정권이 될 수 있도록 잘해 주시기를 거듭 말씀을 드리면서 김영삼 대통령에게 충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사랑에는 후회가 없습니다. 무사겸허 하면서 기우광대 한 차원에서 나머지 임기를 이끌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제4차 본회의는 내일 오전 10시에 개의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