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계속해서 상정합니다. 오늘은 민주당 총재이신 이기택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습니다.

저는 먼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슬픔과 절망에 빠진 희생자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비통한 심정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해 계신 모든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빕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참변에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또 다른 붕괴위험 속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찰과 소방대원을 비롯한 모든 구조대원, 의료진, 자원봉사자 여러분과 헌혈과 구호활동을 도와준 모든 시민 여러분의 고귀한 희생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자리에 서는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렇게 계속되는 참변 속에 얼마나 두렵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까? 도대체 세계화니 선진국 진입이니 하는 말들이 지금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연이은 대형참사와 이번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으로 마침내 우리의 국가위신은 물론이고 국제적 신뢰까지도 이제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백화점이 무너지는 바로 그날 미국과 러시아는 저 멀리 우주 상공에서 단 몇 밀리미터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우주선 도킹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무궁화호를 우주에 올려 보낼 정도로 발전했다는 이 나라에서 최고급 백화점이 붕괴되는 것을 우리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더욱이 사고가 난 지 며칠이 지나도록 종합적인 지휘본부조차 갖추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수많은 시민들의 제보가 묵살되는가 하면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어서 서울 시내 50여 군데 병원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또 관할구청에서는 백화점과 결탁하여 뇌물을 받고 불법적인 증개축은 물론이고 사고 직전에 실시한 안전진단에서도 건물하자를 무시한 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철저한 안전관리대책을 세우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특히 이번에 발생한 백화점 붕괴사고는 이전의 성수대교나 대구 가스폭발사고에 이어 우리 국민에게 이제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고 하는 엄청난 충격과 불안을 안겨 주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래도 이 건물만은 안전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대형 고급백화점이 붕괴된 것은 국민들에게 아파트나 각종 공공건물 또한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불안으로 이어져 최소한의 안정된 국민생활마저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가 아무리 철저한 안전관리와 점검을 약속해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현 정권의 위기관리능력이 전무하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은 사고가 이미 여러 시간 전에 예견되었고 대피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주와 간부 자신들은 도피하면서 이를 직원과 고객에게 은폐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상실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 준 것으로 국민 상호 간 계층 간에 엄청난 불신을 초래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대형참사는 국가와 정부, 사회공동체의 총체적 붕괴위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국민 모두가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공동체의 가치관 바로 도덕성이라는 기둥이 붕괴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현 정부가 관료주의적 무사안일과 부정부패의 만연을 척결하지 못함으로써 더 이상 국가 경영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 앞에 선언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번 참사의 중대성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범국민적 차원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제안합니다. 무엇보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몰고 온 심각성에 주목하여 국민에게 깊이 사과해야 합니다. 또 그동안 연이은 대형참사 사고 때마다 재발방지를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1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현 정권의 무능과 책임은 더 이상 사과로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현 내각은 마땅히 총사퇴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도 상설적인 국가안전관리처를 설치하여 시설물 안전관리와 재난구조 그리고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동시에 정부와 전문가, 정당,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국가안전관리기구를 한시적으로 설치하여 시급히 전국의 모든 공공시설과 대형건물 아파트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하여 국민의 불안을 덜어 주어야 합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대형사고를 일으키면 그 책임자가 누구든 간에 민․형사상의 엄벌에 처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동안 대형참사가 계속됐음에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된 것도 이런 사고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번 사고를 통해 깨달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그 화려한 성장의 신화가 한낱 모래성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부실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30여 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성장제일주의의 기치 아래 절망적인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황금만능주의와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대해서는 눈을 돌려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에는 남이야 어떻게 되든 권력을 잡고 출세를 하고 무조건 돈만 벌면 된다는 부도덕한 풍조가 마치 정당한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의 경영진이 바로 그런 사람들의 표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제 성장제일주의 우선정책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질적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전도된 가치관을 바로잡고 사회정의를 올바로 세워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우리 사회의 물질적 성장속도를 일정 기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범국민적 차원에서 정신개혁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주장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권력과 부를 가진 계층의 도덕성 회복운동부터 선행해야 된다고 촉구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국민 여러분이 보시기에도 이 나라의 윗물은 썩어도 너무 썩어 있습니다. 윗물이 썩어 있는데 어떻게 아랫물이 맑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정말로 남의 탓 남의 잘못만 나무랄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 각자가 모두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부터 의식개혁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새 출발 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역사적인 6․27 4대 지방자치제 선거가 끝나고 본격적인 지방화시대가 개막되었습니다. 우리 민주당에 보내 주신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였습니다. 신권위주의적 통치와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치, 표적사정, 원칙 없는 대북정책의 혼선, 경제․외교 인사정책의 실패 그리고 한 달이 멀다 하고 일어나는 대형참사 사고 등이 총체적인 국가경영의 실패로 이어져서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이 현 정권에 대한 냉엄한 냉혹한 심판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분명히 현 정권에게 충고합니다. 현 정권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민심을 뼈가 저릴 정도로 아프게 수용해야 합니다. 이 정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나라를 위해서올시다. 새 출발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제가 늘 주장해 왔듯이 독선과 오만을 버리고 개혁의 방향과 방법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을 말합니다. 신권위주의가 아닌 민주적이고 통합적인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현 정권이 새로 태어나는 길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번 선거 결과는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당연한 심판이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지역갈등이 재연되고 심화되는 불행한 결과도 초래했습니다. 그것은 국민들의 총합적 이해를 대변해야 할 정당들의 책무와 사명에 대해서 새로운 각성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치열한 국제경쟁시대와 통일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정당들의 전국정당이 아닌 지역정당화는 심각한 정치적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운동기간 중에도 전국을 다니면서 이번 선거를 지역분할이 아닌 국민통합과 지역갈등을 극복하자고 호소해 왔습니다. 물론 이런 결과를 초래한 일차적 책임은 바로 현 정권이 져야 합니다. 망국적 지역갈등의 치유에 앞장서야 할 현 정권이 이를 외면하고 또 정치적 실패를 자초함으로써 오늘날 이 나라를 사분오열시켜 놓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망국적인 지역갈등 치유에 나서야 합니다. 지방화시대에 맞게 소외된 지역이 없도록 인사와 지역개발의 균형과 안정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우리 정치권이 심각한 자성의 몸부림을 쳐야 할 때입니다. 우리 정치권이 국민통합과 국가안정의 구심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분열과 불안과 위기의 진원지가 만에 하나 된다면 우리 정치가 무엇 때문에 존재해야 합니까? 이제 지역갈등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 정치권뿐만 아니라 또한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오늘 만델라 대통령이 오기도 하지만 오랜 흑백인종 갈등으로 고통을 겪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지금은 흑백인종 간에 대화와 화합으로써 그 갈등을 치유하고 있는데 한민족 내에서 이렇게 지역적으로 분열된다면 어떻게 다가올 남북통일시대를 대비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 정치도 21세기와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합니다. 과거 30년간의 정치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정치였다면 지금부터의 정치는 민주화를 정착시키고 국민의 변화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 새로운 정치가 정치적 정체와 정치적 퇴행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 국회만 하더라도 그동안 과연 얼마나 국민의 민생과 안전을 위해 노력했던가를 여야 할 것 없이 겸허히 반성해야 합니다. 저는 현 정권이 무엇 때문에 상시국회를 거부하고 국회가 참된 국정의 중심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데 주저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우리 야당의 공세가 두려워서라면 우리 야당도 달라지겠습니다. 국민들이 이렇게 불안하고 세상 살기가 두려운 때에 국회라도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국민들을 보살피는 중심이 되도록 이제는 정말로 거듭나야 한다고 다시 한번 주장해 마지않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가 그렇게도 기다리던 지방화시대가 개막되었습니다. 오랜 중앙집권시대의 폐해를 극복할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지방화시대의 진정한 의미는 지역주민의 의사에 따라 지역살림을 꾸리고 발전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올바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정비는 아직도 미비된 상태입니다. 중앙에 집중된 의사결정권을 과감히 지방정부로 이양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하루속히 마련하여 지방자치가 조속히 정착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 안에 설치될 지방자치특별위원회를 가동하여 필요한 법률적 보완을 서둘러 시행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지방화시대에 부응하는 경제개혁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지방자치제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이 선결과제입니다. 또 지방예산 중 국고보조금과 지방양여금에 대해 중앙정부가 사업을 지정하는 현행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시켜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되 예산편성과 지출 권한을 지방정부가 갖도록 하여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방정부의 예산운용의 자율성을 신장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지방교부금세법과 지방양여금법 개정을 통해 취약한 지방재정의 확충을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중앙에 집중된 경제정책의 의사결정권을 과감히 지방정부에 이양하여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방경제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야당이 지방행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주당은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당은 지방행정이나 인사, 이권개입과 같은 불필요한 간섭은 어떤 경우에도 철저히 배제할 것입니다. 대신에 정책적 지원과 협력에 중점을 두어 각 지방정부들이 모범적인 지방행정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운동기간에 나타난 현행 선거법상의 불합리한 점들도 고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기초의회의 경우처럼 정당공천이 배제되어 유권자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일이 없도록 기초의회까지 정당공천제를 실시하도록 선거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민자당에서는 오히려 선거를 분리 실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하자고 하지만 그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할 뿐이라고 판단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한 달 후면 광복 5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분단으로 인한 무거운 고통과 희생을 치루었습니다. 그러나 광복 반세기를 맞는 오늘날까지도 남북화해와 협력의 단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부끄러운 현실을 이제는 정말로 남북 모두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때입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북한 핵문제와 경수로 문제가 타결된 후 이제 남북 간에 경제협력과 교류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쌀 지원은 남북 간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고 대화와 협력을 향한 뜻있는 출발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쌀 지원을 계기로 WTO 이행특별법상에 남북한 간의 민족내부거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왕에 그것이 인도주의적 동포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최소한 원산지 표시라도 되어 우리 남녘의 동포가 보낸 것이라는 사실쯤은 북한 동포들이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쌀 수송선에 인공기가 게양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현 정부의 외교적 미숙인지, 그렇지 않으면 외교적 미숙이 아닌 고의적으로 북한에 보내는 쌀 문제를 지방선거에 서두르다가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 아닌지, 이것이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쌀을 수입해서라도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발상은 또 무엇입니까?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쌀 지원과 같은 남북교류 문제를 국회의 동의조차 거치지 않은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이 자리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대북 쌀 지원을 계기로 정부의 대북정책에 일대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보여 준 우리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이 얼마나 커다란 국익손상과 국민불안을 야기했는가를 정부는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더구나 북한과 미국, 일본 간에는 수교협상이 진행되면서 동북아질서가 새로운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서 보다 다원화되고 신축성 있는 외교력을 발휘하여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앞당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탈냉전적 포용정책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촉구해 마지않습니다. 아울러 우리 당 의원이 밝힌 지자제연기, 외교문서 변조파문에 대해서도 정부는 보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조속히 그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만약에 외무부의 문서변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관계장관을 인책하여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무역기구의 출범으로 우리 경제도 이미 완전개방화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의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또한 직면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결론부터 말씀드려서 현 정부의 신경제정책은 실패했다고 저는 봅니다. 무역적자는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67억 불에 달해 작년 동기에 비해서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연말이 되면은 무역적자가 100억 불이 넘을 예상입니다. 그래서 지금 외채도 눈덩이처럼 불어 가지고 사상 최고치인 650억 불에 달해서 세계 4대 외채국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대일무역적자도 한일수교 이래 1000억 불에 육박함으로써 경제적 한일 종속관계는 치유할 수 없는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벌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재벌기업의 계열사도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지금 중소기업들은 사상 유례없는 부도로 도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만도 1만여 개의 중소기업이 도산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월평균 1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냄으로써 7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와 같은 가히 참상을 단순히 산업구조조정 과정의 한 단면으로만 보고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의 재벌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지금도 통계 수치상의 고성장을 들어 경제의 위기를 은폐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이 이렇게 과거의 경제정책을 답습하는 한 우리 경제는 격변하는 세계경제환경에 절대로 적응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시급히 이루어야 합니다. 외형적 성장보다는 성장의 내용과 질을 중시하는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성장의 속도를 낮추고 안정기조를 우선으로 하는 경제구조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균형과 자율에 기초한 경제구조의 확립과 불균형 경제의 해소, 그리고 기업 전문화와 과학기술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왜 한국은행을 독립시키지 않습니까? 하루속히 한국은행을 완전히 독립시켜서 금융의 자율성을 확보해 주어야 합니다. 오히려 금융관련 감독원들을 통폐합시켜서 또다시 관치금융을 존속시키려는 시도는 이 정권이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또 세제개혁을 단행하여 금융자산의 종합과세를 조속히 실시하고 봉급생활자의 세금부담을 줄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건실한 중심축이 되도록 획기적인 회생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적어도 상업차관의 도입방안이 적극 마련되어야 합니다. 세계무역기구의 출범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는 농어민에 대한 정책도 시급합니다. 지방화시대에는 농업 분야도 지역 특성에 맞게끔 개발전략을 수립하여 전문화해야 합니다. 지방정부가 농업관련 기금을 설치하여 지역농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을 계기로 양곡수급정책을 전면 수정하여 쌀 증산정책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루과이라운드협정에 위배되지 않는 보조금지급체계를 갖추어 우회적인 농수산물 가격보장정책을 실시해야만 할 것입니다. 가격보장정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우리 농업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거센 외국농산물의 도전에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텅 빈 우리 농촌의 들판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모두는 고향을 잃고 마는 그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 당이 제안하여 여야가 논의하기로 이미 총무 간에 합의된 농어촌 지원 7대 대책을 즉시 수용해서 정책화하고 실천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우리 농업을 회생시키는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시급합니다. 특히 70세 이상 저소득 노인층의 지원확대가 서둘러 시행되어야 합니다. 민주적 노사관계의 정립은 경제안정의 기초입니다. 한국통신노조 문제와 관련하여 현 정권이 보여 준 그 대응책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 가능한데도 공권력에만 의존하는 구태를 보였습니다. 더구나 성당과 사찰에 대한 공권력 난입은 현 정권의 자만과 독선을 여실히 드러낸 폭거로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역사상에 없던 일을 현 정부는 기록하게 된 것입니다. 정부는 노동문제에 관하여서도 당사자 간의 자율적 해결을 원칙으로 하여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노동관계법의 개정에도 적극 나서야만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목표는 물질적 풍요와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우리 국민들을 위한 보다 쾌적한 환경과 문화시설의 제공, 그리고 복지문제의 개선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 총독부건물의 철거과정에 대해서 전문인들과 뜻있는 인사들이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보호가 우선이 아니라 민족정기를 되찾자는 것이 우선이라기보다 현 정권의 업적 쌓기가 우선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물관 속의 문화재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또한 예산상의 낭비가 없도록 박물관 철거는 졸속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경종이라고 생각합시다.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야 할 사회는 사회정의와 도덕적 명예가 존중되고 건강한 생명력이 넘치는 그런 사회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이제 원점에서 새 출발 해야 합니다. 우리의 가족과 형제자매와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안심하고 이 땅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우리 모두 무너진 도덕의 다리를 재건하는 운동에 다 함께 나섭시다.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3차 본회의는 내일 오전 10시에 개의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