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상정합니다. 오늘부터 10월 15일까지 3일간 민주자유당, 민주당 그리고 통일국민당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민주자유당의 총재이신 김영삼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습니다. 그러면 존경하는 김영삼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박준규 의장과 의원 여러분! 현승종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이 자리에 서서 여러분을 뵙게 되어 참으로 반갑고 한없이 기쁩니다. 또한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린 이번 정기국회에서 집권여당의 대표가 아니라 다수당 대표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과반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면서도 집권당의 지위를 갖지 않은 것은 우리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입니다. 저는 그동안 집권여당의 후보로서 부정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될 생각은 꿈에도 없다는 것을 밝혀 왔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스스로 집권여당의 후보의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전제 아래 중립선거내각을 제안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우리 민주자유당의 당적을 떠났고 이 자리에 새 중립내각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출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와 민주자유당으로서는 자기희생이요, 자기혁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어떤 후보와도 똑같은 출발점에 서서 엄정한 선거규칙에 따라 국민의 냉정한 심판을 받고자 합니다. 이러한 선거를 통해서만 정통성 시비 없는 완벽한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깨끗한 정부, 도덕적인 정부만이 국가공동체를 강력히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이 나라 공무원들이 특정정당이 아닌 국민에게만 봉사한다는 자랑스런 공무원상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 당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직업공무원제의 확립과 신분보장책 그리고 획기적인 처우개선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명선거에 대한 위협은 관권선거만이 전부는 결코 아닙니다. 상대후보에 대한 중상 비방과 흑색선전 그리고 금전살포에 의한 매표행위 역시 공명선거에 대한 중대한 위협인 것입니다. 돈으로 권력을 사거나, 권력으로 돈을 만들 수 있는 풍토는 반드시 이 땅에서 사라져야만 합니다. 저는 공명선거 결의를 분명히 다지면서 이번 대통령선거를 사상 유례없는 깨끗한 선거로 멋진 승부를 펼칠 것을 각 당의 대통령후보에게 정중히 요청합니다. 새 중립내각도 엄정한 법집행으로 선거문화의 혁명을 이룩해 주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하나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의 꿈이자 우리 모두의 꿈이기도 합니다. ‘신한국을 창조하자!’ 이것이 바로 그 꿈입니다. 지금 이 땅은 권위와 질서가 무너지고 사회기강이 해이해지면서 무책임의 풍조가 만연되고 있습니다. 과소비와 사치가 기승을 부리며 황금만능주의가 이 땅에 번져 있습니다. 한때 세계에서 소문난 한국인의 근면성과 창의성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의 파고는 더욱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지면서 국민들은 좌절감, 패배감에 젖어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깊고 부정부패는 이 땅에 만연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를 총체적으로 한국병이라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한국병을 치유하여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신한국’으로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이 한국병의 가장 큰 원인은 윗물이 흐려졌기 때문입니다. 집권과정이 정당하지 못했거나 집권 후 도덕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편의주의가 아래로 스며들어 한국병의 만연을 초래했습니다. 저는 이를 치유하기 위한 일차적 처방으로 지도층이 앞장서는 ‘윗물 맑기 운동’을 제창합니다. 먼저 깨끗한 정치, 도덕정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집권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가 공명정대해야 합니다. 제가 중립선거내각 구성을 제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선거뿐 아니라 모든 정치가 민주주의의 원칙과 상식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 정치공해부터 추방하자는 것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깨끗한 정치는 지도자의 솔선수범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저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정의 절차를 거쳐 저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국민 앞에 공개할 것입니다. 그다음 저는 반부패선언을 하고자 합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것입니다. 부정공무원의 정화작업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윤리도 확립하도록 하겠습니다. 돈 안 드는 정치를 위해 정치자금법, 모든 선거제도 등 법과 제도를 개혁할 것입니다. 이차적인 처방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한 근검절약, 공중도덕 등 새 가치관을 확산하는 건전한 시민사회운동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 개혁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육제도 자체가 인간적 이기심, 편법주의를 부추기면서 질서를 파괴시키고 있습니다. 지나친 지식위주의 경쟁을 강조하여 인간을 비인간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병의 근원적 치유는 교육개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신한국은 더 나아가 삶의 양과 질이 높아진 나라를 말합니다. 무엇보다도 신한국은 경제적 풍요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달려가는 한국인’에서 ‘쫓기는 한국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경제가 활성화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먼저 정치가 더 이상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깨끗한 민주정부가 들어서는 것 자체가 경제활력의 기폭제가 되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도 역시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적 민주주의체제에 걸맞게 경제도 민주화해야 합니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창의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과거처럼 행정부의 계획과 지시, 통제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경제가 우리의 기본목표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경제침체의 원인을 아직도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무력증에 빠져 있는 각 경제주체들이 모두가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만 하겠습니다. 공직자, 근로자, 기업인, 농어민 모두가 참여하는 의식개혁운동이 전개되어야만 하겠습니다. 이러한 의식개혁 노력과 함께 행정규제의 완화, 금융개혁, 재정개혁 등 경제제도의 개혁도 아울러 단행되어야만 합니다. 금융개혁은 금융인의 손에 맡기는 자율화, 재정개혁은 효율과 형평을 보다 증진시키는 합리화, 그리고 행정개혁은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식개혁 노력과 제도개혁 조치로 땀 흘린 만큼 열매를 거두는 새로운 풍토가 정착되고 다시 일하는 분위기가 일어날 것입니다. 저는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재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틀 위에 우리 당은 물가안정 등 경제와 민생의 안정에 노력할 것입니다. 빠른 시일 안에 제조업의 경쟁력을 다시 살리기 위해 기술개발투자를 GNP의 5%까지 늘려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여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내년도 예산을 반드시 법정시일 내에 통과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을 우리 경제의 뿌리가 되도록 해야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해집니다. 중소기업의 부도사태를 방지하고 자금난을 완화시키기 위한 신용보증기금의 확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금년도 추경예산안을 하루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농업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구조개선사업에 앞으로 10년간 42조 원을 투자할 것입니다. 우리 농어민이 땀 흘린 만큼 보상을 받도록 하기 위해 농수산물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최우선을 두겠습니다. 특히 올해 추곡수매량과 수매가격의 책정에 있어서는 우리 농민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하여 작년수준을 웃도는 선에서 결정해야만 합니다. 국민 여러분! 신한국은 경제적 풍요에 걸맞게 생활의 질이 높아져야 합니다. 그것은 사람다운 삶을 뜻합니다. 모든 혜택이 계층, 성별, 연령, 지역에 상관없이 골고루 돌아가야만 합니다. 우리는 문화복지시대를 열기 위해 지금부터 차분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과 가치규범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와 함께 우리 문화의 국제화를 위한 해외문화교류도 더욱 확대해 가야 합니다. 국민의 다양한 문화욕구에 부응하고 문화적 소외계층이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 문예회관, 공연장, 미술관, 도서관 등 문화공간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청소년들의 정서를 좀먹고 있는 퇴폐문화를 추방하는 데도 더욱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고아, 장애자, 노인, 영세민 등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독립유공자, 상이군경가족도 우리들이 관심을 가지고 돌봐야만 하겠습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복지예산을 계속 늘려 나가야만 하겠습니다. 여성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더욱 삶의 질을 높이는 일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관련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을 고쳐 나가겠습니다. 여성인력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고용을 촉진시키겠습니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늘리며 ‘성폭력방지법’을 제정하여 모든 여성이 안심하고 밤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보육시설의 확충은 여성의 생산활동, 사회활동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환경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계적으로도 ‘지구를 살리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공기는 숨 쉬기조차 거북한 상태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강물은 이제 식수로서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아들딸들에게 이 같은 강물, 이 같은 공기를 물려줄 수는 결코 없습니다.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대도시의 교통문제는 참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짜증 나는 교통체증을 시원히 뚫어 주고 시민들의 발을 늘리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나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지역 간의 불균형입니다. 너무 비대해진 수도권 그리고 동서 간의 불균형이 그것입니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신한국은 불가능합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담한 인사쇄신을 포함한 새 국가경영설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만 합니다. 중국과의 수교로 서해안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개발의 그늘에 있던 충청권과 호남권이 활력의 시대를 맞을 것입니다. 강원권과 경기권은 남북교류와 함께 새로운 전초기지로 바뀔 것입니다. 건강한 나라는 더불어 골고루 사는 공동체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한반도와 주변, 그리고 세계로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신한국은 우리 한민족이 하나가 되어 인간답게 사는 ‘통일된 선진 민주국가’를 말합니다. 오늘의 주변정세는 이 같은 통일의 날이 금세기 안에 다가오리라는 확신을 주고 있습니다. 한ㆍ소 수교에 이어 한국과 중국 관계의 정상화는 바로 한반도 주변의 냉전구조가 사라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남북대화도 그간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남북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의 핵개발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남 적화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드러난 남한 조선노동당사건은 이러한 북한의 이중성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북한이 우리 체제를 안으로부터 붕괴시키려 하는 음모를 버리지 않는 한 남북한관계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더욱 한심스러운 일은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간첩단의 관련자가 수백 명이 넘는데도 누구 한 사람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 정부의 직무태만이요, 국민의 대북 경계심이 완전히 풀려 있다는 반증입니다. 여러분, 정신을 바짝 차립시다. 이 문제는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존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안보정책은 통일지향적으로 수립하되 통일정책은 반드시 안보에 바탕을 둘 것입니다. 그러기에 대중국, 대러시아 관계를 강화해 나가겠지만 미국과 일본과의 기본 축은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입니다. 통일은 자주, 평화, 민주의 3대원칙 아래 남북한이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민족대통합을 이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통일에 대비하여 안으로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사회적 내실을 다져 나가야 하며, 밖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꾸준히 유도해 나가야만 합니다. 그리하면 머지않아 한민족공동체가 현실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세계 중심무대에 우뚝 서서 더불어 인간답게 사는 한민족공동체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의 꿈이요, 신한국입니다. 국민 여러분! 신한국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신한국의 창조는 수많은 자기변화, 자기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구시대의 발상과 타성 그리고 낡은 관행과 틀을 벗어 버려야만 합니다. 옛 껍질을 벗어 버려야 합니다. 저는 우리 모두의 자기변화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국민들에게도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려고 합니다. 먼저 오늘의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하여, 밝고 희망찬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열기 위하여 국민 여러분께 ‘고통의 분담’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더 열심히 우리 일합시다. 그리고 고통을 나누어 가집시다.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우리는 금세기 말까지 우리의 염원인 ‘선진 통일한국’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2000년대 신한국’을 창조할 수가 있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의원 동지,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일신상의 문제를 말씀드리게 된 것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최근 우리 당에서 일어났던 일로 국민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우리 당을 아껴 주시고 지지하면서 안정적 정권창출을 바랐던 국민 여러분께 일시적이나마 불안감을 드렸습니다. 이유야 어디 있든 저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국민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와 통한다는 저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격려를 받으면서 이 신념은 저에게 더욱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역사와 국민 앞에서 부끄러움 없는 일을 할 때 국민이 항상 저와 함께 있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끝내 승리의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게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국정에 책임 있는 제1당의 대표로서 의연하고 당당하게 정치의 중심을 잡고 국정을 운영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지금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연설을 여러분에게 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연설을 끝으로 제 한평생 몸담아 온 국회를 떠나고자 합니다. 민주자유당 대통령후보로서 전력투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다음 14대 대통령의 지위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여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그리고 한국이 세계의 먼 동쪽 끝나라에서 세계의 한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 역사적 시점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위와 책임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유산으로 남겨 주고, 밖으로는 조국을 동방의 등불로 부상시켜야만 합니다. 이 같은 미래가 이번 대통령선거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기에 대통령후보는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준비해야만 합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저는 대통령후보로서 혼신의 힘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없으므로 국회의원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막상 이 의정단상을 떠나려 하니 저의 마음속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이 의사당 구석구석은 저의 손길이 닿아 있고 저의 땀과 눈물로 얼룩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물다섯 살의 젊은 나이에 이 민의의 전당에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 아홉 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내 온 저의 의정생활은 파란 많던 우리 헌정사 바로 그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이승만 대통령의 3선을 위한 개헌에 대한 반대투쟁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민주화투쟁을 해 오는 동안 의회주의자로서의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후회도 있습니다. 때로는 즐거웠던 일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고통과 고난으로 이어졌습니다. 초산테러를 당하는가 하면 직무정지가처분으로 야당총재직에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여당보다 더 많이 득표했던 야당총재인 저를 의원직 제명처분으로 국회에서 쫓아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때 독재의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겠다’며 의사당을 떠났습니다. 1979년 10월 4일은 저는 영원히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날입니다. 그때 국회의사당을 한 바퀴 돌고 현관을 나올 때 저의 마음은 말할 수 없었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80년대 정치정화법으로 묶여 상도동 집에 오랫동안 갇혀 있을 때는 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이하였을 때 한 알의 민주화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23일간의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의식이 가물가물할 때마다 떠오른 것은 바로 이 의사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의사당에 대한 그리움을 무엇으로 달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끝내 이 의사당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민주화의 새벽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완전한 문민시대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변화와 개혁이 일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새로운 책임으로 인해 스스로 이 의사당을 떠나지만 마음은 이곳에 영원히 여러분과 함께 남을 것입니다. 이제는 성숙해질 의회정치에 대한 소망을 간직하면서 떠납니다. 부족한 저의 의정생활에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국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의원 동지 그리고 사무처직원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의 협조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삼 총재 감사합니다. 6차 본회의는 내일 오전 10시 정각에 개의하겠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