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상정합니다. 먼저 민주정의당을 대표하여 동당 총재인 노태우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노태우 의원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의장, 친애하는 여야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오늘 본인은 국민의 역량과 조국의 미래에 대한 밝은 확신을 안고 이 자리에 섰읍니다. 우선 그 엄청났던 잦은 풍수해에도 불구하고 평년작을 건져 흐뭇한 추석을 맞는 농민들과 국민 모두의 밝은 표정에서 어떠한 재난도 끝내 이겨 내는 우리 겨레의 저력을 새삼 확인한 점입니다. 여름 내내 국민들을 걱정시킨 노사분규도 거의 전부 수습되었읍니다. ‘비 온 뒤에 땅 굳는다’는 격언대로 이제는 경영인과 근로자가 심기일전하여 공장을 활발히 돌리고 있읍니다. 그리하여 수출은 상승추세 속에 활기를 띠고 있고 외채규모도 더욱더 줄었읍니다. 서울올림픽을 성공시키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다져 가고 있읍니다. 지난달에는 초청장이 전 세계로 나갔으며 공산국가들조차 대거 참가할 것이 확실해졌읍니다. 그리하여 12년 만에 처음으로 동서 양대 진영이 모두 참가할 인류의 대제전 서울올림픽은 이미 40억 인구의 축복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 어느 무엇보다 중요하게 우리 국회는 마침내 여야 합의개헌을 성사시켰읍니다. 파행과 단절로 굴절됐던 40년 헌정사상 처음 있는 쾌거로서 이제 대화를 통한 민주화의 큰 길이 활짝 열린 것입니다. 이 얼마나 값진 결실입니까?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민주헌법을 마련하고 평화적 정부이양에 이르는 정치일정에 합의한 이 ‘정치 기적’이야말로 여야 모두의 아니 우리 국민 모두의 가장 자랑스런 수확이라 아니 할 수 없읍니다. 우리는 이 국민적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꼭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계속 노력해야 하겠읍니다. 친애하는 여야 동료 의원 여러분! 오늘 바로 저의 ‘6․29선언’이 100일을 맞았읍니다. 100일 이전의 그 답답했던 상황과 오늘의 생동하는 현실을 비교해 볼 때 본인의 감회는 남다른 바 있읍니다. 그날 이후 본인은 국민적 화해 속의 민주개혁으로 선진복지산업국가를 만들어 나가자는 일념으로 일해 왔읍니다. 다행히 국민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 주고 국제사회가 힘껏 성원해 주어 우리나라의 민주개혁은 착실하면서도 신속하게 진행되어 온 것입니다. 지난 100일의 민주발전만으로도 한국정치사에 획기적인 발전으로 후세역사는 평가할 것입니다. 우선 우리는 대통령 직접선거를 눈앞에 바라보고 있읍니다. 이제는 아무리 늦어도 70일 안쪽으로 16년 8개월 만에 처음 국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되었으며 새 대통령이 내년 2월 25일 정부를 이양받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헌정사에 일찌기 없던 국민적 염원을 우리 손으로 실현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평화적 정부이양의 뜻을 더욱 값지게 살리기 위해 우리 민주정의당은 제13대 국회의원선거를 새 대통령 취임 전에 실시하자고 제의했읍니다. ‘새 대통령, 새 국회’로써 새 공화국의 면모를 일신하여 국민적 신뢰를 한껏 높이자는 뜻입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를 자유롭고 공명정대하게 실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헌정사를 얼룩지게 한 ‘정통성 시비’를 일거에 종결짓고 민주주의를 확립하자는 지름길입니다. 민주정치의 핵심은 공정한 국민심판 앞에 누구나 자유롭게 나설 수 있다는 경쟁성에 있읍니다. 이 정신으로부터 본인은 경쟁의 자유를 확고히 뒷받침하고 있읍니다. 선거에 관련된 법령들과 정당법 등의 개정이 그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읍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아무런 제약 없이 입후보할 수 있도록 사면 복권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조처들이 취해진 것입니다. 새 시대의 민주주의는 공명정대한 대통령직선제와 국회의원선거만으로 충족될 수 없읍니다. 지방자치를 활성화시키는 일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본인은 일찍부터 지방의 특성을 살려 주고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방화 시대’를 열어 나아갈 것을 제창해 왔고 또 그러한 생각에서 지방자치제의 광범위한 조기실시를 제의했던 것입니다. 내년 안에 국민들은 자신의 주민대표를 뽑아서 27년 동안 중단됐던 지방자치제가 되살아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 역시 크게 신장되어 왔읍니다.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읍니다. 더구나 권력집중의 위험성이 따르는 대통령제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민권을 강력히 보호하기 위해서도 더욱더 확고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민주정의당은 새 헌법과 언론관계 입법을 통해 보다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미 그러한 정신 아래 운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이 문제에 관한 한 본질적인 시비가 없어야 할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다짐합니다. 학문과 예술의 자유도 어떠한 제약을 받지 않고 오히려 꽃피우도록 뒷받침할 것입니다. 이른바 문화해금조치를 단행했지만 앞으로 그 폭을 더욱 넓혀 갈 것입니다. 또한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권의 독립을 강화하여 법치주의가 뿌리내리게 하겠읍니다. 부끄러운 인권시비가 재연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집단시위와 항의운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법을 통해 불의를 시정하고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로 가꾸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사회비리의 척결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읍니다. 고의적인 유언비어에 의해서건 아니건 간에 일부 국민 사이에 의혹의 대상이 되었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명백하게 가려 법대로 처리할 것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확고한 소신입니다. 본인은 이 소신을 반드시 실천해 나아갈 것입니다.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이 국정에 깊이 관여하는 공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요청되는 덕목은 청렴과 정직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깨끗하게 가꾸지 않고서는 불신풍조가 만연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국민의 믿음을 받지 못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본인의 ‘6․29선언’이 착실히 열매 맺어 가면서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의 건국 이후 가장 중대한 역사의 전환을 경험하고 있읍니다. 본인이 이미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이제부터 5개월도 남지 않은 이 짧은 시기에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갈 몇십 년의 장래와 남북한관계의 장래를 동시에 좌우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우리 국민 모두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바로 민주발전의 새 역사를 만들어 내는 발걸음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요청되는 것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과 그 실천입니다.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으뜸가는 과제는 바로 권위주의체제의 청산이며 그 터전 위에 진정으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확고히 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치가 국민을 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보통 수준의 대다수 국민의 뜻을 모아 나라를 융성케 하는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열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날에는 권력집중이 때때로 필요하기도 하였읍니다. 식민지 상태에서 갓 벗어나서 참혹한 전쟁의 재난마저 겪어야 했던 신생국가로서 국기를 다지고 체제를 수호․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안타깝게도 권력의 집중을 견디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읍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인은 역대정부와 또 그 지도자들을 흑백논리로 비판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어려웠던 여건을 이해하고 오늘날의 이 토대가 만들어지기까지 기울였던 노력을 균형 있게 평가하자는 입장입니다. 시행착오가 있었읍니다마는 크게 볼 때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는 분명히 전진의 역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민주주의체제가 아닌 권위주의체제로써는 이 시대를 평화적이며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없음이 명백해졌읍니다. 우리 사회가 지난 20년간에 걸친 꾸준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힘입어 다원적인 시민사회로 발돋움을 쳤기 때문입니다. 중산층의 폭도 무척 넓어졌으며 금년 말로 개인소득 3000달러 시대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다원화와 다층화는 물론 국제화가 더욱더 촉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국민적 통합을 꾀하고 국민경제도 발전시키며 국가안보를 튼튼히 다지려면 그 원동력을 오로지 성숙한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자발적 참여 아래 개개인의 창의를 마음껏 발휘케 하고 사회 각 부문의 특성을 충분히 살리게 하며 대화와 자제와 호양으로써 화합을 이룩해 나갈 때 나라 전체는 활력 속에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것입니다. 또한 국민들은 체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더욱 두텁게 갖게 되어 우리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굳게 지켜 나가게 될 것입니다. 본인은 지난달 방미․방일을 통해서 우리 국민의 민주화 의지를 우방의 조야에도 분명히 전달했으며 그들로부터 폭넓은 공감을 받은 바 있읍니다. 이제 우리 국민이 그처럼 염원해 온 민주화의 큰 길에는 거의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낙관과 확신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힘주어 말씀드립니다. 친애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그러나 권위주의체제로부터 진정한 민주주의체제로의 평화적 전환이란 그렇게 쉽지도 않고 자동적이지도 않는다는 교훈을 역사로부터, 다른 나라들로부터, 아니 우리의 정치사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읍니다. 세계의 민주주의 발전사는 시대적 전환기일수록 크고 작은 모든 세력의 이성 있는 자제와 양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줍니다. 흑백논리와 감정과 독선에 따른 명분주의와 극단주의로써는 도저히 평화적인 민주화를 기약할 수 없읍니다. 아집과 이기심, 배타심은 화해를 가로막고 증오와 반목을 낳을 뿐이며 수습하기 어려운 혼란과 갈등을 확대시킬 뿐입니다. 여기서는 민주주의의 공간이 줄어들어 스스로 무너지고 맙니다. 본인이 극단주의를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공언한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읍니다. 다행히 국민 대다수는 정부와 여당의 민주화 의지를 믿고 여권의 이성적인 행동을 기대하고 있읍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며 이처럼 민주적으로 성숙한 국민을 주권자로 모시고 있다는 정치여건에 언제나 마음 든든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일각에 시대적 욕구를 거스르는 극단주의가 아직도 남아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폭력혁명을 통해서라도 친북적 사회주의정권을 세우겠다는 급진좌경세력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은 ‘민중’ 운운의 그럴듯한 사술적 용어를 쓰면서 반공의 가치도 전면 부정하고 우리의 안보체제를 매도하며 오로지 폭력적 체제전복을 기도하고 있을 뿐입니다. 민주주의가 소중하면 할수록 민주질서 자체를 위협하는 이들에게 민주주의의 공간을 허용할 수 없읍니다. 그것이 대다수 국민의 참뜻입니다. 그러나 놀랍고 개탄스러운 것은 그들과도 손잡아 정권을 잡아야겠다는 정치인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본인은 ‘권력만 추구하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걱정하지만 진정한 정치가는 다음 시대를 염려한다’는 교훈의 참뜻을 새삼 되씹어 보게 됩니다. 본인 스스로도 반성해 봅니다. ‘선거만 생각한 나머지 표만을 의식해서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할 공인으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때로는 소홀히 함이 없는가’ 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선거에 나서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입니까? 한 지역, 한 세력, 한 당파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입니까? 한 정당의 승리를 위해서입니까? 결코 아닙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사천만 겨레의 공동체를 굳게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 우리 국민들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고 우리 후손들에게 보다 자랑스럽고 넉넉한 유산을 물려주는 성스러운 과제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남북통일의 지상과제를 우리 세대의 손으로 달성하고 우리 한민족을 태평양시대의 선두주자로 끌어올려 21세기를 한민족 영광의 시대로 승화시키겠다는 사명감의 실현이 우리들 모두가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궁극적 목표라고 본인은 믿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정치인들은 국가의 이익과 민족의 장래라는 큰 원칙 안에서 지켜야 할 한계는 분명히 지켜 가며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무책임하고 실현성 없는 공약의 남발도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급진적 좌경폭력 혁명세력에 대해서는 여야를 떠나 함께 꾸짖고 함께 설득하고 때로는 함께 차단시키면서 올바른 길로 들어서게 해야지 그들을 부추기거나 선동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본인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다짐합니다. 선거에서의 승리가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대가로 치뤄야 할 것이 민주주의의 훼손이나 희생이라면 본인은 그것을 단연코 거부하고 반드시 민주주의의 편에 설 것입니다. 친애하는 여야 의원 여러분! 본인은 이 시대의 정신이 민주화이고, 실제로 우리는 이미 민주화의 과정을 밟고 있으며, 이것은 아무도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이라는 점을 역설하였읍니다. 본인은 동시에 우리가 추진하는 민주화가 단순히 정치의 민주화로 끝나서는 안 되며 경제의 민주화, 사회의 민주화, 문화의 민주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경제의 민주화란 곧 경제운용에 있어서 자율과 개방을 촉진시키는 한편 분배의 균형을 이룩하는 일입니다. 우리 경제는 그사이 놀랍고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왔읍니다. 81년 제5공화국이 출범하던 때와 오늘날을 비교해 보아도 우리 경제력의 엄청난 신장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제3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우리의 경제발전을 자신들의 모델로 삼고 있읍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여기서 자족할 수는 없읍니다. 이제 겨우 신흥공업국가의 일원으로 발돋움한 우리로서는 서구 선진산업국가의 수준에 이를 때까지 땀 흘려 일해 경제를 계속 성장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경제발전의 주역인 기업가들이 창의와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자율경영의 풍토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며, 경제운용에 있어서 정부의 개입을 더욱더 줄여야 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경제발전의 열매가 국민 각계각층에게 공평하게 돌아가 경제적으로도 균형 잡힌 조화로운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읍니다. 기업의 활동은 계속 북돋아 주되 특혜와 불균형을 과감히 줄여 나가고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가겠읍니다. 특히 농어민의 생활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합니다. 정부는 농어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 주고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1조 원 규모의 농어촌부채경감대책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것이 농어민들의 기대와 의욕을 크게 높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농촌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뿌리이며 우리 국민 모두의 고향이라는 중요성에 비추어 보다 획기적이며 실현가능한 조치를 취해 나가고자 합니다. 농어업은 1차산업이라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1․2․3차산업의 범주를 뛰어넘는 민족생존을 위한 원천으로서의 산업이라는 정신으로 우리는 임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미국의 농산물시장 개방압력에 적절히 대처해야 하겠읍니다. 본인 스스로가 지난 방미 때 미국 조야에 우리 농어민들의 어려운 형편을 충분히 설명하여 그들의 이해를 촉구하였음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근로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서도 우리는 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읍니다. 여기서 본인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모두 상대방에 대한 인식에 큰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선 사용자는 근로자와의 동반자적 관계를 재정립하여 근로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본인으로서는 우선 근로자의 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해 줄 것을 제의해 왔으며, 다행히 합의개헌안에 반영되어 있읍니다. 또한 노사자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근로자의 지위향상과 권익을 더욱 보장하여 산업민주화를 이룩하는 법개정 작업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이루어질 것으로 믿고 있읍니다. 그렇게 되면 노동조합의 설립이 자유롭게 확대되어 노사가 대등한 협상력을 갖게 됨으로써 분쟁의 자율적 해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 대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각종 노사분쟁, 특히 국법질서를 무시하는 각종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사회질서 유지의 차원에서 엄격히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아무리 인기가 중요하다고 해서 대다수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 파괴주의자들의 불법행위마저 묵인하면서까지 지지를 호소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선거를 앞둔 전환기의 분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의 안정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각별히 힘써야 하겠읍니다. 특히 물가를 계속 안정시키고, 투기현상이 빚어지지 않도록 본인 스스로 앞장서 일하겠읍니다. 이 바탕 위에서 도시서민층의 경제기반을 확충할 것이며, 서민계층이 부딪치는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빠른 시일 안에 적극적으로 해소시켜 나가겠읍니다. 이와 더불어 보다 많은 국민이 우리 경제성장의 과실을 균점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산층의 폭을 더욱 넓히는 구체적 방안을 실천해 나갈 것임을 다짐합니다. 친애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정치의 민주화 그리고 경제의 민주화와 더불어 사회의 민주화도 추진되어야 하겠읍니다. 사회의 민주화는 곧 사회 각 부문이 자신의 책임 아래 자율성을 발휘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6․29선언’ 이후 이미 많은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획일주의와 중앙통제는 차차 줄어들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다기다양한 근본 세포들이 활성화되고 있읍니다. 사회의 민주화를 통해 우리 사회를 건전한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 곧 ‘위대한 상식의 사회’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 본인의 굳은 결심입니다. 무엇보다 교육부문에서 자율화와 민주화가 활발히 진척되고 있음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읍니다. 본인은 민족의 장래를 걸머질 우리 2세를 키워 내는 교육이야말로 각급 교육기관과 선생님들 스스로에게 맡겨져야 하며 관료적 지시행정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그런 뜻에서 교육자치제는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육을 맡은 선생님들이야말로 어떠한 경우에도 존경을 받아야 하며 안심하고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풍토와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겠읍니다. 교육의 자율화 과제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대학의 자율화입니다. 진리의 도장인 대학은 우리 민족의 심장이며 우리나라의 지성을 대표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선진 민주산업국가로 도약하느냐의 성패는 바로 우리 대학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읍니다. 그러므로 어떠한 외부적 힘도 자신의 편익을 위해 대학을 좌우하려고 해서도 안 되며 더우기 학문의 자유를 제약하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대학은 어디까지나 대학인에게 맡겨져야 합니다. 본인은 대학의 자유와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고 또한 재정적 뒷받침을 대폭 증대시킴으로써 우리의 학문을 전반적으로 선진국의 수준으로까지 향상시켜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한편 100만이 넘는 우리 대학생들이 ‘예비지도자’, ‘예비지성인’으로서 건실하고 활력 있게 성장하도록 힘껏 뒷받침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우선 교육환경을 크게 개선하는 한편 대학운영의 비민주적․비합리적 요소들을 없애 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정치권이 신속히 평화로운 민주개혁을 성취하여 이상주의에 불타기 쉬운 젊은이들의 학문 외적 문제에 정열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힘써야 하겠읍니다. 기성세대가 자기 소임을 다하지 못할 때 젊은 세대는 그 짐을 지려하며 여기서부터 학원문제가 정치화하고 젊은이들의 희생이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 정치인들은 뼈아프게 자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읍니다. 젊은이들에게 파당적 입장에서가 아니라 함께 고뇌하고 함께 풀어 간다는 같은 선배세대의 입장에서 접근해 나갑시다. 이 길만이 점차 깊어지는 세대 간의 격차와 불신을 해소해 국민화합을 이룩하는 지름길인 것입니다. 여성의 지위향상 문제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쟁점으로 이미 등장하였읍니다. 최근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보다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수많은 여성이 교육과 취업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제약들을 받고 있으며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읍니다. 본인은 여성에 대한 일부 사회적 편견은 반드시 불식되어야 한다고 보며 남녀평등이 모든 면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여성의 취업과 임금과 승진에 있어서 차별이 없도록 고쳐 나가겠읍니다. 이번 국회에서도 노동관계법들의 개정뿐만 아니라 남녀고용평등법 등 여성을 위한 법안이 처리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전환기에 있어서의 공직사회 안정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의 처우와 근무환경의 개선에도 힘쓰겠지만 무엇보다도 인사의 공정을 기하고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여 국민적 소명과 신뢰를 다 함께 충족할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공직풍토가 이룩되도록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가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를 추진하면서 잠시라도 잊을 수 없는 과제는 민족의 평화적 통일입니다. 평화통일을 위한 우리의 꾸준한 외교적 노력에 힘입어 민족의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국내외적 여건이 차차 익어 가고 있다고 본인은 판단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국력이 점점 커지면서 민족적 긍지가 높아져 분단을 우리 손으로 해소해 보자는 열기가 확산되는 한편, 북한과의 발전 격차는 더욱더 벌어지고 있읍니다. 게다가 북한의 ‘왕조적 세습체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평화적 정권교체로써 민주화가 촉진되어 나갈 때 그들에게 말할 수 없는 충격이 될 것입니다. 더우기 동서접근의 상징이 될 서울올림픽의 화해 분위기는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본인은 민족의 통일문제는 민족자결주의의 원칙에 입각을 해서 남북 당사자 사이의 대화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읍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인은 우리 정부의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전제하면서 3단계 접근방법을 제시해 왔읍니다. 인도적 차원에서의 인적 교류와 서신왕래 그리고 관광․문화․예술․학술 교류로 시작을 해서 통상과 경제협력을 증대시키면서 마침내 민주적으로 정치적 통합을 이룩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한의 평화공존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안보태세를 확충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미군의 주둔을 계속 확보하면서 한미 간의 안보체제를 더욱 굳건히 다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한일 협력관계를 심화시키는 한편 우방과의 유대를 두텁게 하고 비동맹권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공산권에 대해서도 과감히 접근해 나가는 활력 있는 전방위 외교를 펼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여야 의원 여러분! 우리는 평화적 정부이양과 올림픽 개최라는 민족적 양대 경사를 치르는 내년에 건국 40주년을 맞게 됩니다. 사람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며, 자신의 뜻을 따라 어느 다른 것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불혹, 40의 연륜으로 우리는 ‘제2의 건국’을 맞는 것입니다. 마침 ‘6․29선언’을 계기로 우리 정치사회의 비약적 발전은 실로 눈부신 바 있읍니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6․29선언’의 완성이어야 할 것이며 이것을 통해 우리 12대 국회는 ‘제2의 건국’을 준비한 영광스런 국회가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남은 회기 동안 호양과 협조의 정신 속에 끝마무리가 잘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민생문제가 소홀히 다뤄지지 않도록 우리 함께 성심성의껏 노력해 나아갑시다. 여러 의원님들의 건승을 빌어 마지않습니다. 오랫동안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음은 통일민주당을 대표하여 동당 부총재인 이중재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이중재 의원 나와서 연설해 주기를 바랍니다.

통일민주당의 이중재올시다.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본 의원은 12대 국회를 실질적으로 청산하는 마지막 이 정기국회에 임하는 오늘 파란과 우여곡절로 점철된 우리 의정사를 새삼 돌이켜 보게 되고, 특히 12대 국회의 지난 역정을 되씹어 보면서 실로 만감이 교차하는 감회 속에서 민주화시대를 창출해야 하는 엄숙한 사명감을 느끼면서 국정의 당면과제에 관하여 소견의 일단을 밝히고자 합니다. ‘역사의 교훈은 고난을 통해 터득한다’고 하는 말은 일찌기 역사학자이며 문명비평가인 토인비가 갈파한 말입니다만 우리의 경우 지난날 너무도 처절한 희생과 극심한 고통을 치른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읍니다. ‘민주화!’를 외치면서 숨져 간 고귀한 인명의 손실은 그 얼마이며, 불법체포․감금 천인공노할 비인도적 고문과 고문치사사건 또한 그 얼마이며, 일자리를 빼앗기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생존권마저 박탈당한 민주인사의 수효는 그 얼마이며, 대학에서 배운 민주이념에 따라 순수한 실천적 지성 그리고 피 끓는 청년학도의 정의감에서 소리 높이 부르짖은 ‘민주’와 ‘정의’의 함성에 대하여 오로지 최루탄과 곤봉세례로써 응답하고 학원에서 추방시킴으로써 천금 같은 학구의 기회를 잃어버린 대학생들은 무릇 그 얼마입니까? 돌이켜 보건대 핍박을 받은 측에서나 핍박을 준 측에서나 두 번 다시 반추하고 싶지 않은 참으로 침통하고 암울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온 것입니다. 지난날 남발한 긴급조치의 올가미 속에 국민을 가두고 국가안보와 정권안보를 동일시하는 횡포도 부족해서 민족적 비원인 통일문제까지 악용하여 영구집권을 노린 소위 ‘유신체제’의 처참한 최후 붕괴를 보고서도 그것을 뼈저린 교훈으로 삼지 못하고 1980년 ‘서울의 봄’을 잔인하게 유린한 일부 정치군인의 몰지각한 정치개입이 결국 조국의 민주발전을 얼마만큼 정체시키고 얼마나 엄청난 국력의 소모를 빚어냈는가 하는 데 대해서 뜻있는 국민들은 이미 절감하고 있거니와 그와 같은 폭거를 자행한 당사자들도 이제는 옷깃을 여미고 고개 숙여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본 의원은 근대민주주의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지는 ‘시빌리언 콘트롤’이나 ‘문민 우위의 정치’라는 용어를 새삼 빌리고 싶지 않습니다. 오직 소박한 상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현역군인이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자리 잡은 자기 위치를 이탈해서 본연의 임무인 국토방위 의무를 저버린 채 정치에 관여하고 간섭하는 짓은 적어도 민주국가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국가적인 행동이며 국민에 대한 불충이라는 사실을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지적하고 준엄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우리 헌법은 전 국민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임무수행을 사명으로 한다’ 이렇게 못 박고 있읍니다. 특히 국군복무규율에서는 ‘국군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여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을 사명으로 삼는다’고 명시하고 있읍니다. 외침을 받은 국가 유사시에 몸을 바쳐 나라를 구하고 지키는 명예로운 직분을 지닌 군인이 권력이나 금력이나 속세에 휩쓸릴 때 안보의 일선은 이미 허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또 나아가 진정한 민주화의 실현이 곧 공산주의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국민적 합의 아래 그 대도를 조심스럽게 열어 가고 있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군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그 누구든 국민 의사결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시대착오적 망발을 함부로 한다면 국기가 흔들리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총리 및 관계 국무위원은 모름지기 냉철한 시대인식의 토대 위에서 그같이 유감스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확고한 보장책을 밝혀야 할 것이며 그 일환으로 ‘순정한 국군상’을 확립하기 위하여 전군 지휘관으로 하여금 민주호국 군대로서의 새 출발을 다짐하는 ‘정치불개입선언’을 국민 앞에 거행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게는 지난날 일부 정치군인이 빚어낸 과오와 불명예가 씻어질 것이고, 크게는 신뢰받고 사랑받는 국민의 군대로서의 전통을 영구히 확보하는 계기가 마련되어 우리 민족사와 국군사에 깊이 남게 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아까 노태우 대표가 말씀하시다시피 오늘이 6․29선언으로부터 꼭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노태우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신이 오늘의 집권당인 민정당의 총재요, 전두환 정권하에서의 민정당 대표였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드는 말씀을 많이 하셨읍니다. 이것이 반성에서 우러나오는 말씀이라면 저희들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기꺼운 두 손을 올리겠읍니다마는 그러나 오늘날 노태우 대표가 하신 그 6․29선언은 여야 합의개헌을 이 국회에서 통과시킨 그날서부터 행방을 감추고 말았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이른바 6․29선언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노도와 같이 일어선 민중의 대세 앞에 그리고 전진하는 민족사의 대조류 앞에 정부와 여당이 뒤늦게나마 순종을 서약한 용단으로 평가할 수 있읍니다만 작금의 현황으로 볼 때 소위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의 전술적 책략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읍니다. 잘 아시다시피 6월투쟁의 성격은 그동안 군사독재정치의 종식을 위해 온갖 희생을 무릅쓴 민주화 추진세력의 피어린 투쟁을 지켜보던 우리 국민, 특히 중산층이 마침내 합세함으로써 평화적 시민혁명이 성공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민주헌법을 쟁취하고자 한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고 현 체제를 유지하고자 4․13조치를 취한 정부나 노태우 대표가 대표하는 여당의 강압적 태도에 대하여 온 국민이 단호히 맞서 싸워 이긴 6월항쟁이야말로 두말할 것도 없이 독재체제에 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역사는 기록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6월항쟁의 산물로 얻어 낸 6․29선언 속에 들어 있는 약속은 어떤 경우에도 기필코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읍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먼저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어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도 형식적 언급은 있었읍니다마는 6․29선언에 담긴 8개 항 가운데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제외한 7개 항을 하나같이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여당에 대하여 깊은 우려와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명백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의 기억에는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1일 6․29선언에 대한 수락담화를 통해 그 내용이 본인의 생각과 전적으로 합치한다고 밝히고 ‘노태우 대표의 건의내용을 포함한 민주발전과 국민화합 그리고 농민과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생활의 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내각에 지시하였다’ 이렇게 천명한 바가 있읍니다. 따라서 내각이 대통령의 특별지시를 받고서도 아직껏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직무를 태만히 하는 것인가 아니면 힘이 없어 엄두도 못 내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소위 권력의 누수현상 때문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당초부터 실천의지가 전연 없었던 일시적 호도책에 불과한 위장 사기극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게 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여당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와 함께 10월 위기설을 고의적으로 퍼뜨리고 암흑정국 운운의 음산한 단어들을 난무케 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불안감에 떨게 하는 의혹의 진원지가 과연 어디인지도 밝혀 주어야 합니다. 본 의원이 이 자리에서 6․29선언의 진척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제3항에 사면․복권․석방의 건만 하더라도 문익환 목사를 비롯하여 아직도 500여 명의 미사면․미복권 인사가 엄존하고 있읍니다. 6․29 이전에 민주화를 외친 죄로 구속된 각 대학의 학생회장 등을 비롯해 500여 명이 지금 이 시간에도 부당하게 구속되어 옥고를 치르고 있읍니다. 정부 당국은 뉘우치는 자, 개전의 정이 있는 자를 선별 석방할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오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몸 바쳐 싸운 민주인사와 양심수들에게 있어 그런 처사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모멸이고 능욕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더욱 가증스러운 작태는 6․29 이후에도 계속 대량 구속 방침을 고수함으로써 이 시점에서 노태우 대표의 건의와 전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상 휴지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반대자들이 배제된 가운데 선거가 치뤄지고 정권이 수립될 경우 그 선거의 정당성과 그 정권의 정통성 문제는 계속 꼬리를 물고 야기될 것이 명약관화한바 당당하게 겨루는 선거 기반을 하루빨리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도대체 민주화하자는 마당에 민주화를 위해 싸운 민주인사들이 철창 속에 갇혀 있어야 하는 이율배반의 현상은 그 누구도 설명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6․29선언 제4항 인권신장의 경우 역시 제도 개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 운용 면에서도 향상되는 점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읍니다. 어느 점이 어떻게 달라졌읍니까? 특히 제5항 언론자유의 문제는 우선 언론기본법이라고 하는 괴물악법이 폐지되기는커녕 여전히 그 위력을 떨치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읍니다. 지난번 신동아와 월간조선 사건에서 극명하게 그 실태가 드러났읍니다만 정보기관과 군 수사기관의 요원들이 인쇄시설을 점거하고 제작을 저지한 사태는 소위 6․29선언의 기만성과 허위성을 백일하에 드러낸 추악한 사건으로서 우리 국민 모두가 여론의 조작과 거짓선전의 마취에서 깨어나 현 국면의 모순을 각성할 수 있게 한 하나의 각성제가 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아직껏 계속되고 있는 언론탄압의 증거가 수없이 많습니다만 지난 9월 12일 MBC 보도국 평기자들이 ‘공정보도와 뉴스 활성화를 위한 우리의 제언’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외부의 압력과 경영진의 간섭 등으로 불공정 보도가 심화되고 있다고 폭로한 사실만으로도 사태의 심각성은 짐작되고 남는 것입니다. 언론에 대한 정부의 비밀통신문으로 규탄받았던 보도지침이 아직도 모든 부문에 걸쳐 방법과 형식을 달리해서 자행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보도통제 또한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읍니다. 저는 이와 같은 언론의 실태 속에서 과연 공정한 선거가 치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다음으로 6․29선언 제6항에 명시한 자치와 자율에 있어서도 정부는 조금도 달라진 기미를 보이지를 않고 있읍니다. 민주화를 위한 자치와 자율은커녕 민주화세력에 대한 강압적 조치와 타율적 강요가 강화되고 있는 실태입니다. 정부가 겉으로는 자치와 자율을 내세우지만 그 자치와 자율은 강자에게만 적용될 뿐 약자들에겐 여전히 억압과 통제를 일삼는 실태인바 놀라운 사실 하나는, 최근 정부가 이례적으로 공개리에 진행한 국무회의에서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전경련의 전무로 하여금 노동쟁의에 대한 허위보고를 하게 함으로써 정부가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태도를 취하고 더우기 이와 같이 허위보고한 전경련을 방문하여 사실을 규탄한 목사들을 오히려 구속함으로써 ‘자치와 자율’에 관한 정부의 자세는 이미 그 기만성이 명백해졌읍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교육추진서울교사협의회’의 창립총회를 방해하는 등 정부가 여전히 관치와 관제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은 여러 가지로 입증되고도 남습니다. 6․29선언의 제7항 ‘정당활동의 보호 육성 보장’에 있어 구시대와 다른 조치가 있다면 과연 무엇입니까? 아마 이 조항은 현재의 집권당인 민정당에만 적용되는 조항으로 보입니다마는 저희들이 보기에는 호왈 수백만의 당원을 포섭하기로 한 민정당은 각 지방에서 야당 당원에 대한 매수작전을 시작했고, 공무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하고 있읍니다. 심지어 통․반장을 동원해서 반상회에서마저 민정당 입당원서를 공공연히 배포하고 있읍니다. 오늘날 사전선거운동에 투입되고 있는 그 막대한 자금의 규모와 출처가 우리를 아연실색케 하고 있읍니다. 반면에 반대당에 대한 선택이나 협력에 대해서는 협박, 공갈, 세무사찰 등으로 차단시키고 훼방하는 작태가 예나 다름없이 횡행하고 있음은 천하공지의 사실입니다. 최근에 신당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 수사기관이 엄청나게 방해하고 세무사찰을 한 데 대해서 그 수사기관의 전직 간부를 지낸 신당에 참여한 인사들이 그 수사기관에 항의를 하니까 그 수사기관에서 하는 말이 ‘아니, 국장님들한테 옛날에 저희들이 다 배운 그대로 하고 있읍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랍니다. 제8항 ‘사회정화조치’의 경우 정권적 차원의 근본적 수술 없이는 회복시킬 수 없는 구조적 과제이기에 당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최근에 이르러 더욱 극심한 부조리와 비리의 대형사건이 도처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읍니다. 예를 들면 사학의 공금을 정치자금으로 유용한 중앙대학교 사건이나 상호신용금고 사건 등이 모두 현 권력층과의 관련설이 나도는 대규모 의혹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유야무야되고 있는가 하면 전 국민의 뇌리에 박혀 있는 성고문사건, 복지원사건, 범양상선사건, 용팔이사건, 고 이한열․이석규 열사 최루탄 피격 치사사건 등 주요 미제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진 채 국민을 우롱하고 있읍니다. 저는 이처럼 실종상태에 있는 6․29선언 7개 항의 행방을 찾아내라는 요구를 강력히 주장합니다. 우리 국민의 피와 땀의 댓가로 얻어 낸 약속이기에 기필코 그 행방을 찾아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한낱 공허한 생색의 공수표로 전락하고 어느 특정인의 선심용 공약에 불과하다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물론이고 국민의 무서운 항의를 피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본 의원은 6․29선언이 결단코 18세기 개명군주의 온정 어린 시혜일 수 없고 더더구나 군사독재의 연장이나 세력만회를 위한 불순한 정략의 도구로 악용되는 사태는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거듭 경고해 두고자 합니다. 이제 저는 오늘날 가장 심각하면서도 가장 절실한 노동문제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노동쟁의가 일시에 폭발한 것은 그동안 누적되어 온 정부 당국의 노동자 탄압정책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이며 그 산물인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구호를 보면 어용노조 퇴진과 임금인상 이 두 가지 요구로 압축할 수 있읍니다. 그들의 요구사항에 정치적 요구나 과격한 구호가 없읍니다. 어용노조는 원래 정부 당국과 자본가인 경영주가 짜고 만든 것으로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 일한 것이 아니고 권력의 앞잡이 역할과 재벌기업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 온 것이 사실 아닙니까? 정부가 진정으로 민주화를 실천하고자 한다면 정부와 기업주가 합작해서 만들어 준 어용노조를 해체시키고 노동조합원이 자기 대표를 직선제로 뽑을 수 있도록 해 주면 간단히 모든 것이 해결될 터인데 민주화 의지가 없는 정부가 재벌들의 눈치만 살피니까 결국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된 것입니다. 임금인상 또한 마찬가지로서 정부가 과거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임금인상을 억제해 왔읍니다. 이번에 정부가 적정임금선을 제시했더라면 3000여 건의 노동쟁의는 훨씬 수월하게 원만히 수습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일천만 노동자들의 간절한 소망인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정부와 우리 정치인들이 소임을 다해야만 참된 민주화의 기반이 조성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본 의원은 역대정권이 강압적 통치수단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은 좌경용공조작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합니다. 우선 작년 11월 정치군인의 일부가 쿠데타를 획책하려 했던 당시 건국대학에서 체포한 1260여 명의 학생을 용공 정도가 아니고 공산혁명분자라고까지 규정했읍니다. 조사결과 억지로 국가보안법의 올가미를 씌워 구속영장을 신청한 학생은 불과 20여 명에 불과했읍니다. 그 학생들도 거의 석방된 사실이야말로 이 정권이 얼마만큼 좌경용공을 조작하여 과장하고 악용하는가를 단적으로 반증한 구체적 증거가 아닐 수 없읍니다. 우리는 작년에 미문화원을 점거하여 광주사태에 대한 미국 측의 책임을 묻고자 했던 학생들이 북한적십자 대표가 서울에 오는 날 북한 공산정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밝히면서 사전에 자진 철수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 땅에 자생적 공산주의를 만들어 내는 범인이 있다면 그 범인은 다름 아니라 소외계층으로 하여금 현 체제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갖게 하는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을 강행한 독재정부가 아닐 수 없고, 나아가 저임금을 감수하며 묵묵히 일해도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을 만큼 막막한 절망감을 배태시킨 독재정치 바로 그것이 주범이라고 단정하는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20대에 사회주의자가 아닌 학생은 바보이고, 40대에 사회주의 운운하는 자는 더 큰 바보란 말이 있읍니다만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모순과 약점을 비판하는 데 있어 사회주의 이론은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주의 경제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가 없다는 사실을 나는 강조하고 더더구나 후진국가에서는 침체에 빠지고 만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읍니다. 따라서 사회주의 극복의 길은 그 무엇보다도 그 온상이 되는 독재와 부정과 부패를 없애는 것이 첩경이라는 점을 정부와 여당 여러분들에게 강조하고자 합니다. 다음으로 본 의원이 거론하고자 하는 문제는 우리가 말로만 태평양시대의 주역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외교․안보․통일문제에 있어 태평양시대에 대비한 기본구상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지극히 한정된 경제적 성장만으로 태평양시대에 대비하는 근시안적 단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먼저 미국에 대하여서는 우리 한국이 갖는 대소 방어기지로서의 가치와 대중공 교역기지로서의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떳떳이 우리의 국익을 쟁취하고 일본에 대하여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대륙진출의 견제기능을 발휘하여 그들로 하여금 강압적 수탈적 자세를 탈피하게 하고, 소련에 대하여는 동아세아의 요충지역이 바로 한반도임을 주지시키고, 중공에 대하여는 창의성과 시장경제원리를 바탕으로 한 경제건설의 실태를 과시하는 한편 북한에 대하여는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함으로써 장차 통일국가시대의 우리 민족이 펼칠 수 있는 웅비의 설계도를 제시하여 평화공존 평화교류, 언젠가는 평화통일로 가자는 확고한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본 의원은 이미 그 시한이 임박한 현 정권에 대하여 이와 같은 외교․안보․통일정책에 대한 기본구상과 대책을 기대할 수 없고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중대한 변혁의 시대를 앞둔 이 시점에서 이와 같은 기본구상과 대책에 대하여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의 조성에나마 기여해 줄 것을 현 정부에 바라고 충고하는 바입니다. 통일문제에 있어서는 젊은 세대 사이에 최근 점증하고 있는 통일접근의식에 대하여 정부가 구시대적 시각에서 좌경용공으로 매도만 할 것이 아니라 민족역사적 측면에서 긍정할 것은 긍정하고 현실적 측면에서 유보할 점은 유보하도록 유도하는 통일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우리 당이 창당될 당시 우리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가지고도 현 정부와 여당은 우리 민주당을 해체코자 음모 기도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상기 환기코자 하는 바입니다. 우리 당의 김대중 상임고문이 하나의 시안으로서 제기한 3단계 통일방안은 그 내용이 1단계에서 지금부터 앞으로 5년간 어떤 경우에도 전쟁위험이 없도록 긴장완화에 힘써 평화를 정착시키고 이것은 유엔 동시가입 4개국의 상호 교차승인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단계에서 모든 분야의 상호교류를 스포츠교류, 서신교류, 사람의 교류, 문화의 교류, 경제교류, 기술의 교류를 모색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우선 재확인함으로써 평화통일의 길을 닦아 주고, 마지막 3단계에서 우리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가 평화통일의 문을 열도록 하자는 것이 김대중 우리 당 상임고문의 3단계 평화통일안입니다. 이와 같이 단계적이고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통일접근 구상이 이미 세계의 석학들로부터 깊은 관심과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정확한 이해와 토론 없이 악의적으로 북한 김일성의 고려연방제안과 같다는 투의 터무니없는 모략선전이나 일삼고 있읍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하여 성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통일문제가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민족을 사랑하는, 장래를 설계하는 모든 사람의 공유물이라는 사실을 내외에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김일성의 허구에 찬 통일방안밖에 없는 북한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더욱 적극적이고 활발한 통일논의가 있다는 사실을 내외에 확인시켜 줄 수 있고, 그 결과로 남북한 통일의 주도권을 남한이 가져야 한다고 하는 세계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 당이 김대중 상임고문의 통일방안에 대하여 비방만 할 것이 아니라 통일문제를 주관하는 통일원에서 당사자를 초청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볼 용의가 없는지 묻고자 합니다. 이 문제에 덧붙여 노태우 민정당 총재가 지난달 미국에서 김일성을 서울에 초청하여 TV연설을 시킬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이와 같은 즉흥적이고 감상적인 그리고 위험천만한 제의에 대하여 정부 당국도 의견을 같이하는지 밝혀야 할 뿐만 아니라 만일 그와 같은 제의를 북한 측이 받아들일 경우 정부 당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것을 묻지 않을 수 없읍니다. 다음으로 저는 제5공화국이 폐막하게 된 이 시점에서 우리가 빠뜨릴 수 없는 숙제는 그 개막하던 시점에서 야기된 소위 광주문제가 아닐 수 없는 만큼 결자해지의 원칙에서 나아가 지난 시대의 아픔을 깨끗이 치유하고 새로운 시대에는 모두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라의 발전과 민족의 번영을 도모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충정에서 그 광주문제에 대한 매듭을 짓자고 호소합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그 진상을 당사자들이 밝혀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죄할 것은 사죄하는 것입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자백할 때 폭도로 몰린 광주시민의 명예는 그것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영령들은 그들이 소망한 민주화가 이룩되는 것으로 위안 삼을 것이며, 그 당시의 진상이 소상히 밝혀진 것만으로도 모든 오해와 억측과 분노와 원한이 역사의 용광로 속에서 불타 없어질 것입니다. 저는 이제 저의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정부 여당에게 간곡히 당부하고자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민주화의 선행요건이 되는 각종 현안을 깨끗이 해결하고 문자 그대로 6․29선언을 실천하라는 얘기입니다. 이 자리에서 노태우 대표가 여러 말씀 하셨읍니다마는 나는 노태우 대표와 민정당, 정부 여러분에게 6․29 노태우선언을 오늘 밤 조용히 명상을 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 주기를 부탁을 드립니다. 민주화의 선행요건이 되는 각종 현안을 깨끗이 해결하고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대통령선거를 명실공히 공명정대하게 치루어 평화적 정권교체를 순탄하게 이룩하기 위해서 선거관리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자는 것을 제안합니다. 우리 민주당이 이미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읍니다. 이 중립적 성격의 거국내각을 통한 여야 공동관리 형태의 선거를 실시함으로써 국내외에 공정하고 명랑한 선거과정을 보여 주게 되고 선거의 후유증을 예방하게 되어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주권행사의 축제가 될 것으로 확신하는 까닭에 개정헌법의 확정 공포를 기점으로 삼아 거국내각을 발족시키자고 제의하는 것입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이제 온 국민이 감격을 안고 뜨겁게 참여하는 희망의 정치, 온 국민이 더불어 함께 껴안고 살아가는 화해의 시대를 향하여 우리 모두 정성과 지혜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저는 ‘미래에의 소망이야말로 역사의 교훈을 살리는 또 하나의 길’이라는 말씀으로서 제 발언의 끝을 삼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신한민주당을 대표하여 동당 총재이신 이민우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이민우 의원 연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의장, 의원 동지 여러분! 국무총리 이하 국무위원 여러분! 오늘 본인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대표연설에 임하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엮어 왔던 이번 국회의 공과를 생각해 보고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많은 시련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우선 이 사람은 12대 국회의 일원으로 같이 출발했으나 지금은 유명을 달리해 이 자리를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김녹영, 최치환, 윤국노 세 분 전 의원과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던져 오늘을 이룩해 낸 많은 분들에게 삼가 정중한 조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2․12 총선거로 출범한 12대 국회는 시대적인 대변화의 한복판에서 때로는 뒤우뚱거리고 때로는 좌초할 듯하면서 마침내 마무리를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읍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 국회를 헌정사상 보기 드물게 반지성적인 폭력성으로 점철된 비생산․비능률․비상식의 저질국회라고 가혹한 비평을 서슴지 않습니다. 동료 의원 가운데에서도 이러한 혹평에 자조적인 동의를 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알고 있읍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러한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여러 면에서 많은 잘못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령 민주화 요구를 포함한 국민의 소리와 시대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수렴해 내지 못했다거나 또는 의원에 대한 구속․기소가 서슴없이 자행되는 등 공권력이나 독단적인 행정의 끊임없는 유린 앞에 우리 의회인 모두가 의회를 제대로 지켜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의회 스스로에 있어서도 다수당의 횡포와 담합의 횡행 등 비난받아야 마땅할 일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듯 어떤 면에서 볼 때는 ‘실패한 국회’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나는 12대 국회만이 갖는 상황적인 특성과 역사적인 역할이 그러한 부정적인 평가로 인하여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2대 국회는 애초부터 시대의 희생양이 될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읍니다. 그것은 이번 국회에 주어진 정치적 하중을 감당하기에는 의회라는 장치가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던 데에 기인합니다. 다시 말하면 몇 개의 공화국을 거치면서 억눌려 왔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분출하여 그것은 이미 의회 차원의 해결을 뛰어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이 12대 국회에 각별한 의미와 애정을 두는 것은 첫째, 이렇듯 비의회적이고 또다시 파행적으로 흐를 조짐을 보였던 헌정사의 위기가 극복되어 마침내 민주정부로 가는 새로운 헌법안을 통과시키게 된 것이고 둘째, 문제해결의 결정적인 계기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향한 수많은 도전과 부딪침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문제의 본질을 더욱 명확히 해 주는 데 기여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 임기를 못 채우고 끝나긴 하지만 이번 국회의 의미는 역사 속에 중요한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 바입니다. 의장, 의원 여러분! 우리는 새로운 민주시대를 건설하기 위한 끝없는 진통과 혼란의 한복판에서 2년여를 함께 갈등하고 고뇌해 왔읍니다. 같은 시대에 같은 문제를 놓고 고민해 온 우리는 이번 12대 마무리 국회에서 청산해야 할 많은 빚을 안고 있읍니다. 그중 13대 국회로 넘겨서는 안 될 유산이 바로 정치풍토에 관한 것입니다. 12대 국회의 정치풍토는 바로 퇴행, 그것으로 이로 인한 불신풍조의 팽배는 우리 정치인 모두의 부끄러움이며 또한 책임을 져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의 지나간 헌정사는 어떠했읍니까? 우리나라의 헌정사를 달리 말하면 정치불신의 역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5공화국에 들어와서는 이것이 그 극에 달했다는 실정입니다.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들이 평화적 정권교체․민주주의 실현․지도자 개인의 정치적인 거취 등에 대해 국민 앞에 아무런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식언을 거듭해 오지 않았읍니까? 이것이 제5공화국에 들어와서는 정치에서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파급되어 오늘 한 약속을 내일 파기하는 무책임한 풍조가 번져 가고 있읍니다. 12대 국회에서도 여야의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합의가 깨지는 일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읍니다. 특히 정부 여당이 호헌과 개헌 사이를 무책임하게 오고 간 것이나 공권력의 도덕성에 심각한 회의를 갖게 했던 몇몇 사건에서 허위발표를 한 것 등 국민의 마음에 아픈 상처를 남긴 일들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불신이 여기까지 이르면 그것은 국가를 파괴할 수도 있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먼저 정치인들 스스로 깊은 성찰과 정직한 실행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읍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속담과 같이 민주화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자기개조를 통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아픔을 가지고 국민 앞에 겸허하게 나서야 합니다. 그러한 연후에라야만 우리 국민 가운데 만연하고 있는 불신풍조는 하나하나 불식되어 갈 것입니다. 우리가 불식시키고자 다짐해야 할 또 하나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정치풍토는 양단논리의 극단주의입니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단순논리에 따라 정치적 경쟁자에 대해 입에 담기조차도 부끄러운 인신공격이나 오해․모략이 횡행하는 것이 우리의 지난 역사이며 오늘의 현실입니다. 내 편이면 무조건 선이고 경쟁자 쪽이면 어떤 경우든 간에 악이 되는 이러한 억지논리는 공존과 화합이 아니라 갈등과 한의 악순환을 결과할 따름입니다. 어쩌면 불신과 양단논리는 한 뿌리에서 자라난 두 가지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또한 깊은 역사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 쉽게 치유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제가 많은 잘못된 정치풍토 가운데 이 어려운 과제인 불신과 정치적 단절의 심화를 특히 염려하고 이를 12대 국회의 막바지 과제로 꼽는 것은 그것들이 애써 이룩한 공동체의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망국지병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갖 구원 과 질시 그리고 각종 비리와 불신, 구시대의 잘못된 이 모두를 활짝 벗어 불타는 새 역사 건설의 용광로에 활활 태워 버릴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총리 이하 국무위원 여러분! 이번 내각이 치러 내야 할 과업이 얼마나 막중하고 중차대한가 하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민주전환기의 내각은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구체적인 민주화 실행 그리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해야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행정의 원칙이 정치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뜻을 기준으로 해서 정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꿋꿋한 투쟁으로 민주화의 대세를 이끌어 낸 국민의 뜻은 어떠합니까? 오늘의 국민은 어제의 국민과 다릅니다. 그들은 굴종과 체념이 아니라 자아의 발견을 통한 도전과 사회개혁 의지에 충만해 있읍니다. 일제치하에서 태어나 해방을 맞고 6․25를 겪었으며 몇 개의 독재정권과 힘겨운 투쟁을 계속해 왔던 본인은 오늘 정의감에 차 있고 원칙에 충실하며 건전한 조정력을 지닌 새로운 국민의 출현에 마음 든든함을 느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순수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무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읍니다. 2․12 총선에서 시작하여 6월의 헌신적인 민주투쟁을 거치면서 가일층 성숙도를 더해 온 우리 국민은 지난여름 3500여 건이나 되는 노동쟁의의 소리 없는 조정역이었으며, 최근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민주화를 향한 갖가지 언행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감시자인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정부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주요과제를 수행해 가는 데 있어서 한시라도 국민을 잊어버리게 되면 그때에는 다시는 풀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임을 경고해 두는 바입니다. 그 하나는 6․29선언 정신에 따른 민주화 과제의 성실한 실천입니다. 이 사람이 지난해 말 개헌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선 민주화 구상’을 난국 타개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었지만 그중의 어느 하나도 오늘까지 실현되고 있는 것이 없읍니다. 모든 선언이나 구상은 실행자의 진실한 의지와 과감한 실천력의 여부에 의해 그 성패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지도자들의 민주의지에 의해 뒷받침이 되지 못할 때는 시기를 놓치고 사장되고 마는 것입니다. 모처럼 국민적 합의로 이룩된 6․29선언은 그 실행에 있어서 과감하고 적극적이어야 하겠읍니다. 본인이 일찌기 주창한 바 있는 인권문제의 획기적인 개선, 언론자유의 확대, 지방자치제의 조기 전반실시 등은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은 지금의 현안이 아닙니까? 내가 처음 의정에 섰던 4대 국회 때 정치적 목표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 그의 건설이었읍니다. 그때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우리의 지향하는 바는 하나도 다를 것이 없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권존중과 언론자유의 보장도 시공을 뛰어넘어 민주화를 지향하는 모든 시대의 명제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의 조속한 실행에 암운을 드리우는 조직이 최근에 빈발하고 있읍니다. 정부는 전국적인 노동쟁의 이후 구속자 수를 꾸준히 늘려 왔으며, 재야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읍니다. 과격한 노사분규나 급진적인 혁신논리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본인도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있읍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방식은 민주사회의 토대구축을 위한 용서와 화해의 차원에서 행해져야 합니다. 더구나 오늘날 때로 일부 폭력적인 노사분규나 이른바 자생적인 공산주의자의 출현은 그것이 그들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본래 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지난 25년간 군사독재정권에 의한 억압과 통제라는 반민주적인 현실에서 잉태되어 자라 온 문제들은 또 다른 탄압만으로 다룰 때는 원한과 보복심리가 계속 확대 재생산되어 머지않아 국가적인 위기를 자초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위주의정권의 담당자들과 양심세력의 정면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또한 모처럼 맞이한 민주화의 시간을 내일에의 도약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국민이 ‘이만하면 됐다’ 싶을 수준의 사면 복권, 구속자의 석방, 수배자 해제 등의 조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겠읍니다. 다음으로 한동안 국내외를 들끓게 했던 ‘월간조선’ ‘신동아’ 10월 호 발매중지 사건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읍니다.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가고 있지만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정부 여당이 얘기하는 언론자유의 현주소가 어디인가가 단적으로 드러났읍니다. ‘사전검열’과 ‘강제적인 발매중지’를 서슴없이 집행한 정부 당국자의 시대의 발전을 모르는 구시대적인 처사에 대해서는 심지어 여당인 민정당에서까지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읍니까? 언론자유는 사탕을 주는 식으로 주었다 뺏었다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언론자유는 가장 중요한 민주화의 요체로서 최우선적으로 보장되고 지켜져야 할 자유 중의 자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에서 해당 언론사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인들이 철야농성과 지지성명 등으로 언론자유투쟁에 동참한 용기에 대하여 나는 진심으로 경의를 보내며 그것이 이 땅에 자유언론의 역사를 열어 가는 획기적인 계기로 발전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내가 현 정부에 민주화조치를 촉구하며 특히 인권보장과 언론문제를 언급한 것은 그것 없이는 어떠한 정치일정도 허구이며 무의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더 이상 허언을 농하지 말고 구체적인 인권회복과 진실한 언론자유를 시급히 실현함으로써 민주화 의지와 민주화의 정치일정이 확고한 것임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입니다. 민주화조치의 과감하고 확실한 실천과 더불어 이 정부가 맡아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차질 없는 정치일정의 수행과 엄정한 선거관리입니다. 내년의 평화적인 정권교체까지의 정치일정은 이미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온 국민의 수십 년간의 숙원인 정권의 정통성 확립이 걸려 있는 선거인만큼 추호도 시빗거리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곧 다가올 국민투표와 선거운동기간에 정부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다시 강조하지만 공정성과 중립성입니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의 성숙도는 공무원의 중립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공무원을 선거운동에 동원하려는 시대착오적인 행태가 최근 신문에 보도된 바 있읍니다. 새 헌법에는 공무원의 정치적인 중립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아직도 공무원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려는 이러한 발상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정부 여당은 이러고도 민주주의를 실현할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까? 이 자리를 빌어 본인이 정부 당국과 6․29를 통하여 민주화를 선언한 민정당의 맹성과 함께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의장, 의원 동지 여러분! 이번 회기 동안 우리는 새로운 민주헌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민주화로의 첫발을 내딛게 되는 역사적인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그것은 민주투쟁의 완결이 아니라 또 다른 도전에의 첫 발자국입니다. 지금처럼 극도로 분열된 사회에서는 한두 가지의 획기적인 문제해결이나 조치가 민주화를 보장해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심화되어 있는 계층 간, 지역 간, 세대 간, 사회세력 간의 뿌리 깊은 갈등과 단절이 수많은 조정과정을 거쳐 상호 신뢰와 이해의 기반을 마련할 때에만 진정한 민주화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오늘의 현실이 맞고 있는 가장 큰 위기현상은 바로 분열입니다. 그중 지역 간의 갈등은 선거를 앞두고 크게 우려되는 현상입니다. 우리의 염원은 말할 것도 없이 남북통일입니다. 우리의 한은 남북분단입니다. 이러한 고통스런 분단현실 속에서 한반도의 남쪽 반이 또다시 동서로 갈라지는 현상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 불행한 지역감정이 제3공화국 시절 박정희 정권에 의해 많이 조장되었긴 하지만 이번마저 경상도다, 전라도다, 충청도다 하는 지역대립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응어리로 남을 위험성이 있읍니다. 다음에 사회 제 세력 간의 단절의 단절 가운데 특히 군부와 정치집단을 비롯한 사회세력 간의 관계에서 그 갈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읍니다. 나는 우선 군이 물리적 힘에 의한 군사지배와 같은 대안은 더 이상 실효를 거둘 수가 없으며 막대한 희생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것으로 보여 저으기 마음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민주시대를 마련해 가는 이번 기회에 국방의 특수임무를 띠고 있는 군을 우리 국민은 깊이 이해하고 군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의 군으로 거듭나서 지난날의 정치군인의 오명을 깨끗이 씻어 내는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라 마지않습니다. 세째로 계층 간의 갈등은 이미 수많은 노동쟁의를 통하여 극렬하게 드러났읍니다. 일천만 근로자뿐만 아니라 일천만 농민 그리고 도시빈민 등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경제적 구조와 관련된 불평등에 대해서 눈을 뜨고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때에 가진 자가 못 가진 이웃의 소외와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계층 간의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전통윤리에도 억강부약과 상부상조하는 좋은 생활규범이 있읍니다. 이 윤리적인 기초는 오늘의 계층 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같이 살아가는 민주시대의 생활규범으로도 훌륭한 준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본인은 믿고 있읍니다. 이러한 우리의 좋은 전통문화에서 우리의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준칙을 찾아 하나하나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와 아울러 종교단체나 언론 등 사회도덕집단에서의 중재도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네째로 세대 간의 단절 또한 매우 심각합니다. 내가 세대문제로 받았던 첫 충격은 우리 당의 점진적인 민주개혁안이 몇몇 학생들에 의해 기만논리로 규정지어졌을 때였읍니다. 양심과 원칙에 바탕을 둔 점진적인 민주개혁만큼 적합한 민주화 방법론이 또 어디 있겠나 싶은 때였기 때문에 그만큼 충격도 컸읍니다. 젊은 세대는 점진적이고 부분적인 개편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 급진적인 변화를 선호하고 있는 듯합니다. 장기간의 통제와 압력이 한꺼번에 반작용으로 튀어 오르니 젊은 세대에서 혁명논리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가슴 뜨거운 청년에 대한 이해이지 차가운 이성의 눈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답게 사는 사회’라는 지향점이 같기 때문에 세대 간의 단절은 연결고리가 찾아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민주화과제는 완급이냐 부분이냐 전체냐를 따지기에 앞서 그 명제를 향한 모든 사람들의 양심과 정직 그리고 성실성에서 해답이 찾아져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견해입니다. 지금 세계는 화해무드를 타고 있으며 심지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분단국가인 독일과 중국에서는 얼마 전 긴장완화를 상징하는 두 사건이 있었읍니다. 동독의 수상이 서독의 자기 고향을 찾아가고, 중화민국의 신문기자 남녀가 본토로 취재여행을 떠나는 광경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 주는 것이었읍니다. 오늘의 우리들에게 가장 절실히 요망되는 것이 바로 뿌리를 의식하는 화해입니다. 이 나라를 한없이 후퇴시킬지도 모를 모든 분열은 극복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파적, 개인적 이익이나 독선주의를 벗어나 상호 이해를 통한 조건 없는 단합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겠읍니다. 의원 동지 여러분! 이제 우리 국민은 확고한 민주의지와 일치된 노력으로 오늘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려 하고 있읍니다. 이 땅의 모든 국민들은 앞으로 수개월간 어떤 것에도 구애됨이 없이 중요한 정치행사에 주인으로 동참하게 됩니다. 그 기간 동안 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정치적 선택들이 내려질 것입니다. 우리는 정치인의 견해나 역할보다 국민 개개인의 의사와 역할이 더욱 중요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읍니다. 나는 2․12 총선, 신민당 직선제개헌추진 시도지부 결성식, 6월의 국민투쟁 등에서 목숨을 잃고 투옥당하면서도 끝끝내 민주의지를 관철시켜 온 사람들의 자기희생과 조국에 대한 헌신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이들의 희생은 다가올 시대의 민주화로 보상받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국민들이 피 흘리며 쟁취한 민주화의 좋은 기회가 정치지도자들의 분열, 권력에의 지나친 집착 등에 의해 상실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의 민주화에의 의지가 확고하고 그 노력이 간단없는 이때에 우리 정치인들의 노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읍니다. 민정당 노태우 총재의 6․29선언이 두 달이나 지난 지금에 있어서 그 선언 중에 무엇이 실천되고 무엇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지 우리는 그 허구성을 따지지 않고 있읍니다. 소위 8인 정치회담에서 통과된 개헌안에 대해서도 그 내부에 남아 있는 반민주적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묻지 않은 채 대통령직선제란 바람 앞에 지나쳐 가고 있읍니다. 본인은 그 조목을 하나하나 따지기 전에 한 예로 새 헌법 어느 조항에 농민을 위한 조항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국민적인 공청회 한 번 없이, 전문인들의 의견청취 한 번 없이 오직 양대 정당의 8인 정치회담의 독단적인 타협으로 끝이 난 이번 개헌안은 대통령직선제란 명분으로 크게 포장되어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진정한 민주화를 바라고 있는 국민적인 열망은 곳곳에서 무시당하거나 외면당하고 있음을 볼 수 있읍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민주화는 아직 그 시작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이번에는 군부통치의 종식을 원하는 야권 내에 분열조짐이 나타나고 있읍니다. 지금 야권은 80년의 민주화의 봄의 좌절을 다시 상기케 하는 불안한 분열상과 과열된 권력의지를 노정시키고 있어 우리 국민 가운데 우려하는 마음이 깊어 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인은 무엇보다 먼저 온 국민의 열화 같은 합의사항인 군부통치의 종식과 그리고 민주 민간정부의 출범을 확고히 하기 위하여 모든 국민적인 역량의 대동단결과 이에 의한 야권의 단일화된 대통령후보의 탄생을 강력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심기 위하여 지난 평생을 바쳐 온 본인은 이제 영욕으로 점철되었던 12대 국회를 갈음하면서 내게 남아 있는 마지막 힘을 다하여 이러한 나의 걸음을 계속할 것입니다. 장시간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음은 한국국민당을 대표하여 동당 총재이신 이만섭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이만섭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여러 의원들과 국무위원 여러분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끝까지 자리를 지켜 주시는 동료 의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이 사람이 12대 국회 개원 이래 이 자리에 설 때마다 이번 국회가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던 것은 나라와 민족의 앞길에 암운을 드리우는 어떠한 정치적 불행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일념 때문이었읍니다. 그러나 이제 국민적 염원과 하늘의 뜻에 따라 이 나라 민주화 대장정의 길목에서 마지막 연설을 하게 되니 실로 감회가 깊지 않을 수 없읍니다. 여기 앉아 계신 우리 모두가 국민의 힘을 얻어 역사적인 개헌협상을 마무리 짓고 그 결실을 거두기 위한 막바지 노력을 하게 된 것을 가슴 벅차게 생각하며, 12대 국회가 청사에 빛날 업적을 남기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간곡히 기원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지금 우리의 국민들은 물론 세계의 우방들이 민주화로 가는 한국의 정국을 기대와 함께 일말의 우려 속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읍니다. 경제적 기적을 이룩한 한국이 바야흐로 정치적 기적을 이룩할 수 있느냐 하는 중대한 시점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비민주적 정권과 오랜 투쟁을 해 온 국민들의 민주적 승리로 평가되는 오늘의 정국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민주주의 한국의 새로운 역사적 장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읍니다. 40년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합의개헌안을 마련한 이상 이제 정치세력들은 공명선거와 평화적 정권교체 등 그에 따르는 정치일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할 시대적 소명을 안게 된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역사의 순리에 따라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르고 정권을 평화적으로 교체하게 된다면 이 시대의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산파요, 또한 그 상징으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의 하나라도 시대적 소임을 소홀히 하거나 거역하는 자 또는 세력이 있어 국민의 뜻을 배반하게 된다면 그들은 민주의 적이요, 역사의 죄인으로 영원히 낙인찍히고 말 것입니다. 이 같은 공통된 국민적 인식 위에서 민주화의 일정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아직 일말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정국에 투영되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분명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에 상응한 새로운 정치, 새로운 사회가 요구되고 있읍니다. 그것은 시대적 욕구이며 또한 필연적인 결과인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시민과 학생들이 뿌려 놓은 민주주의의 씨앗을 잘 가꾸어 꽃피우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본인은 이 시대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숙연한 심정으로 앞으로 다가올 대통령선거를 무사히 치르고 민주화의 결실을 차질 없이 이룩하기 위해 필요한 다음과 같은 7개 사항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 첫째, 감정의 정치를 불식하고 합리적인 정치를 구현해야 합니다. 사실 오랫동안 억압과 강권정치하에서 극한적인 대립정치를 반복해 온 우리의 정치풍토는 흑 아니면 백의 양극 현상만을 지속해 왔읍니다. 수없는 대가를 치르고 얻은 모처럼의 민주화의 과정에서 이제 정치집단과 정치인들은 감정적 욕구와 성급함보다는 금도와 자제의 슬기를 발휘하여 실질적인 민주화의 열매를 얻기 위한 성실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정치행태를 창출해야 할 정치인들이 이른바 한풀이 정치만을 추구해도 안 되며 민주화가 마치 특정인이나 특정정당의 전리품인 양 자만하거나 아집에 사로잡혀서도 결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겸허한 자세로 투철한 역사의식에서 오늘의 정국을 슬기롭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 발자욱씩 가야 할 길을 두 발자욱씩 건너뛰려는 조급한 욕구와 오판이 큰일을 그르치는 역사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냉철히 반추해 봐야 할 것입니다. 소수야당을 대표하고 있는 이 사람이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현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여당과 제1야당이 좀 더 겸허한 자세로 민주주의 사고에 바탕한 합리적인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이른바 8인회담은 국회의 기능이 살아 있는 한 굳이 그 성격을 따진다면 어디까지나 막후 협상용에 불과할 뿐입니다. 만일 그 회담이 여야 정치세력 간의 정당한 정치협상이라고 한다면 의회주의국가에서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원내교섭단체가 공히 참여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수당들은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엄연한 교섭단체인 소수야당을 배제시킨 채 사실상의 개헌협상과 부수법안 처리과정에서 독선적 태도를 보여 왔읍니다. 이것은 아무리 그들이 다수당으로서 정국을 주도하는 세력이라 하더라도 결단코 합리적 민주정치행위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향한 정치를 한다면서 정당한 소수의견마저 무시하는 그들의 태도야말로 비민주적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의 반증이라고 생각할 때 본인은 분노와 서글픈 심정을 금할 수 없읍니다. 이제까지 독재정치가 다수라는 이름의 탈을 쓴 횡포에서 빚어져 왔다는 사실을 여야 모두에게 엄숙히 지적해 두고자 하는 바입니다. 둘째, 구속자 석방, 언론자유 등 민주화조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통령직선제의 개헌안이 여야 합의로 마련된 현재까지 민주화를 요구하다 구속된 일부 인사와 학생들이 영어 의 상태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읍니다. 우선 논리적으로 볼 때 엄한 법적용을 받았던 정치인들과 지도급 인사들은 거의 모두 자유의 몸이 돼 있는데도 그들과 같은 범주에 있는 일부 사람들을 구속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며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 것입니다. 그들이 사상범이거나 방화․파괴․폭력범이 아닌 이상 반성문 서술을 조건으로 석방 여부를 가린다는 것은 6․29선언의 의미를 퇴색케 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민주화로 간다는 것은 정치적 자유와 관용을 바탕으로 한 화합의 시대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구속사유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포용력 있는 정치적 결단이 그들에게도 미쳐야 합니다. 이들 구속자 석방문제가 여당과 야당에 모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서 정부 여당은 더 이상 정치적 이유로 구속된 사람이 없도록 석방조치를 단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언론의 자유가 민주화 과정에서 필수적 요건이라는 것을 재언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언론기본법을 여야가 합의로 폐지키로 한 것은 이제 이 나라에도 명실상부한 언론의 자유를 구현하겠다는 뜻이었읍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기관에서 음양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억압하고 조정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야말로 입으로는 천사를 부르면서 손으로는 악마를 손짓하고 있는 거와 다름없읍니다. 지난달 신동아와 월간조선의 기사와 관련해 당국이 강제로 제작을 저지했던 사태는 분명 비민주적 처사이며 언론탄압의 사례로 지적되어야 할 것입니다. 때로는 언론이 국가이익을 해치거나 당사자에 피해를 주는 횡포를 보일 때라도 그것은 언론 자체의 양식과 법적 처리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편 언론도 상업주의와 흥미위주에서 벗어나 국가이익과 언론 본연의 임무인 공정성을 망각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세째, 공명선거는 기필코 보장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각급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의 토양을 가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모든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루어지지 않는다면 선거라는 의미는 물론 민주의 씨앗을 키울 토양마저 갖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앞으로 2개월 남짓한 대통령선거는 이 나라에 민주화를 진정 가져올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최대의 관건이 될 헌정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입니다. 현 정권이 그동안의 선거에서 저질렀던 각종 부정․타락 양상과 관권의 개입을 똑똑히 목도하고 체험했던 우리는 앞으로 선거가 과연 공명정대하게 치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적지 않은 의구심과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읍니다. 앞으로 공명선거의 보장을 위해서는 먼저 이번 회기에 여야는 공정한 선거제도를 위한 각급 선거법 등 관련법 개정을 위해 당리당략을 초월, 대승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선거법 심의에서는 합의개헌의 정신에 따라 누가 봐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닌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제도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 운영이 제도로 기해지지 않으면 제도는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현 정권은 참다운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사명을 위해서도 특히 선거의 후유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오는 선거에서는 관권에 의한 선거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해야 합니다. 공명선거는 또한 직접 선거를 치르는 국민들이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참다운 민주의식을 가질 때 가능합니다. 금품에 주권이 좌우되거나, 관권에 굴복하거나, 선동정치에 현혹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특히 강조하고자 합니다. 네째,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책의 남발과 선동정치는 절대로 불식되어야 합니다. 작금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 대통령선거에서의 득표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들이 무책임하게 남발되고 있는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나라의 기틀이나 형편을 생각하지 않은 무분별한 정책의 남발이나 선심정치행위는 즉각 자제되어야 합니다. 특히 국민을 기만하는 정책의 남발과 흑색선전 또는 모략중상의 선동정치가 난무해서는 결국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소용돌이만을 가중시켜 대통령선거 자체를 무산시키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엄중히 경고해 두는 바입니다. 문제는 누가 대통령에 입후보하며,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경제적 바탕을 허물어뜨리지 않으며 불안에 쌓인 국민들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다섯째, 문민정치의 실현만이 참다운 민주화를 보장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적 도약과 함께 바야흐로 정치적 선진화를 향해 발돋움하고 있읍니다. 국민의 의식수준 역시 이미 어느 선진국에 못지않은 정도에 이르렀읍니다. 이러한 나라에서 아직도 군의 정치개입 운운의 이야기를 대내외적으로 들어야 하고 국민 스스로 이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이미 이 사람이 81년 5월 6일 11대 개원국회의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직선제와 군의 정치적 중립 및 문민정치를 최초로 주창한 바 있읍니다만 군의 정치개입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군은 신성한 국토방위의 의무에만 전념할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정부가 부패하고 정치가 혼탁해도 그것은 국민 스스로의 심판에 의해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은 바로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어느 경우에도 국토방위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군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누차 강조해 왔읍니다만 정치인 역시 군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올바른 정치를 해야 합니다. 정치인이 군의 자세를 비판하기에 앞서 진정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고 나라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정치를 해 나갈 때에 비로소 그 비판이 값어치가 있을 것입니다. 여섯째, 정치보복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루어지고 국민의 선택에 의해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 정부가 정치보복을 자행한다면 민주화는 결코 달성될 수 없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한 정권은 유한하기 마련입니다. 정권에 의한 정치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을 야기하게 될 것이며 결국 민주화를 가로막는 민주의 적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읍니다. 우리의 헌정사에서 되풀이되어 온 정치적 규제와 정치적 재판 등 정치보복이 얼마나 이 나라의 민주화를 지연시켜 왔는가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읍니다. 이제 또다시 이 나라에서 정치적 보복이 자행될 경우 그 정권은 반드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일곱째, 사회적 욕구불만을 폭넓게 수용하고 기회균등의 사회를 이룩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이 나라는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불평등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욕구불만을 안겨 주었읍니다. 강권정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한을 심어 주었고, 수없는 시행착오와 성급한 정책은 가치관의 전도와 불신사조의 팽배를 가져왔으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의 심화는 상대적 빈곤과 급진적인 저항의식을 갖게 했읍니다. 억압으로 억눌렸던 이 모든 욕구불만이 이제 분출되기 시작했읍니다. 그것은 정당한 요구로, 때로는 과격한 방법으로 나타나면서 과도기적 현상을 보이고 있읍니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사회적 욕구불만을 어떻게 폭넓게 수용하여 과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의 문제에 당면해 있읍니다. 이제 정부와 정치인들은 냉철한 자세로 모든 분야의 비민주적 요인들을 과감히 척결하고 제도의 개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민주화에의 확신과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국민 누구나가 정당한 노력에 의해 정당한 대가와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정치인들은 자라나는 젊은 세대의 적극적이며 진보적인 사고를 수용, 여과하여 이를 선도할 책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이제까지 이 사람이 제시한 일곱 가지 사항들은 민주화를 위한 필수적 요건이며, 이미 민주화의 길목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는 현 단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 다 함께 주저하지 않고 결단력 있는 의지와 용기로써 이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참다운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외교 및 남북문제에 관하여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의 통일은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평화적 통일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 우리는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및 교차승인을 계속 추진해 왔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선거를 앞둔 작금에 이르러 일부 정치지도자들이 남북문제를 즉흥적으로 운위하는 것은 그것이 선거전략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오늘날 통일논의가 중구난방으로 거론되는 복잡한 국내상황에 비추어 볼 때 과연 그것이 나라에 유익한 것인지를 심각히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 및 안보문제는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국익을 우선하여 추진되어야 하며, 정부․여야 모두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공동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다가오는 88올림픽을 체육행사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외교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아세안게임 이후 중공의 대한관 이 많이 호전된 바 있읍니다만 내년 88올림픽을 전후해서는 직접적인 경제교류를 위해 서울과 북경에 각각 무역대표부를 상호 설치할 것과 90년대 초에는 양국 간에 정식으로 국교가 정상화되도록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펴 나갈 것을 특별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또한 이번 올림픽에 북한을 참여케 함으로써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의 분위기 조성에도 힘써야 할 것입니다. 유엔 동시가입에 대해서는 중․소 양국도 이를 평화정착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하고 정책전환을 할 여지가 있음을 감안하여 정부는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또한 북한도 무력통일이 아닌 한반도 평화정착을 진실로 원한다면 현재 여타 국제기구에 남북한이 함께 가입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엔에도 동시가입할 것을 반대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다음은 당면한 경제문제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이 사람의 소신을 밝히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 경제사회는 제2의 전환기를 맞고 있읍니다. 제2의 전환기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처함에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과 발상법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러한 시점을 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6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공업화․도시화․대중화 등의 광범하고 급속한 사회변동을 이루어 제1의 전환기를 맞은 바 있읍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1인당 국민소득을 60불에서 2000불 수준으로 올렸으며, 전 인구의 40%에 가까운 절대빈곤인구를 10% 미만으로 감소시켜 국민의 일반적 생활수준을 크게 향상시킨 바 있읍니다. 스스로 중산의식을 갖고 있는 국민계층이 70 내지 80%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이 같은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관주도형 경제가 빚은 국가사회적 제반 모순이 얼마나 극심한가를 철저히 반성하고 그 시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정부의 통제경제질서를 과감히 탈피하여 민간주도의 시장경제를 구현함으로써 서민대중의 인간적 삶이 보장되는 경제적 인간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경제적 인간주의 즉 경제적 민주주의 없이는 정치적 민주주의는 이룩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안정되고 성숙한 시민사회, 산업사회를 이룩하여 계층 간 지역 간의 극심한 불평등구조를 해소하고 엄청난 갈등과 균열을 조화시킴으로써 사회적 통합을 마련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국민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제2의 전환기를 맞아 풀어 나가야 할 과제들인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이 같은 본질적인 중대한 당면문제들을 여하히 해결하느냐에 따라 명실상부한 선진복지국가로서의 새로운 발진을 기할 수 있느냐 또는 좌절과 퇴보의 고통을 당하느냐 하는 기로에서 정부의 더욱 철저한 각오와 다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사람은 우리 국민경제의 신도약과 경제적 정의 구현을 위한 당면 정책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면서 정부에 그 실천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첫째, 경제력의 집중 즉 부패한 정치권력과 결탁한 소수 특권계층의 경제지배를 원천적으로 시정해야 합니다. 이 같은 경제력의 편중현상에 대해서는 이 사람이 기회 있을 때마다 그 개선을 촉구한 바 있읍니다만 우리 정부의 반민주성과 정치권력의 비도덕성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런 시정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참으로 불행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경제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는 가장 심각한 위해요인으로서 차제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것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합니다. 국제경쟁을 위한 이른바 규모경제의 실현이나, 동태적인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경제력 집중이 필요하다는 강변을 일부 수용한다 하더라도 오늘날 우리와 같이 소수의 특권재벌기업이 국민경제를 거의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이 같은 반사회적 독점경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더우기 대기업들의 성장이 ‘슘페터적 혁신’의 소산이라기보다는 정경유착에 의하여 순자산 없이 십수 개의 문어발 기업을 운영하는 빚의 세포분열과 곡예경영으로 이루어졌음을 감안할 때 국민경제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이 같은 재벌경제의 악폐는 마땅히 청산되어야 합니다. 둘째, 소득의 불평등이 시정되고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여 년간 양적인 팽창을 거듭하면서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우리 경제의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질적인 개선을 이룩하지 못함으로써 GNP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빈부격차의 심화로 국민경제의 내부는 더욱 갈등과 대립으로 분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동안의 수출제일주의 경제성장은 근로자의 수탈임금과 농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저농산물 가격정책으로 지탱되어 왔다는 것은 지금 정부 당국은 물론 그 누구도 부인 못 할 것입니다. 그 결과 노동자나 농민의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불만은 한없이 축적되어 왔고 근래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집단행동으로 일시에 분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농민과 근로자 계층이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최소한의 인간적 생존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그들의 이익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춰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상황이라고 할 때 그들에게서 정권에 대한 사랑이나 나아가서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그 자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제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영원한 국가발전과 온 국민이 고루 잘사는 복지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장 일변도 정책에서 과감히 벗어나 분배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질적 혁명을 감행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 모두의 공존공영을 위한 사회적 요구를 정부가 능동적이며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해결하지 못할 때 한국의 자본주의 자유경제체제는 위태로와질 것이며 그로 인해 급진세력이 형성되고 강화되어 국가적으로 일대 혼란과 위기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사람은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세째, 건전한 노사관계를 정립함으로써 산업평화를 이룩해야 합니다. 전국에서 폭발했던 극도의 노사분규가 노사 간 자율적인 원만한 협의를 바탕으로 대부분 수습되고 해결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읍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의 민주화 작업이 지속되는 한 노동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한 노사분규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오늘 우리는 우리의 노동문제의 본질을 재검토하면서 그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 나라 노동문제의 근원은 최악의 노동조건, 최장의 노동시간, 최저의 노동임금 등 이른바 3최가 만들어 낸 국가적 불행이요, 비극인 것입니다. 그동안 공권의 힘으로 산업화를 이룩하고 행정관리로 경제성장을 이룩하겠다는 관치경제는 결국 노동운동에 대한 치안 차원의 강력한 단속과 규제만을 강화시켰읍니다. 그 결과 70년대는 국가보위법으로 노동탄압을 자행했고, 이 정권에 들어와서는 노사관계법을 개악하여 근로자의 단결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면서 소위 3자개입을 금지시켜 근로자의 사회적 고립을 획책하는 등 노동에 대한 억압정책을 공공연히 자행해 왔던 것입니다. 더우기 불행한 것은 이러한 노동의 일방적 희생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부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이 극도로 불신당함으로써 자본주의경제의 가장 근본인 사유재산제도마저 도전을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정부는 근로자는 희생되어도 GNP를 올리고 외화가득을 높이는 것만이 더욱 중요하다는 반노동적인 경제정책을 과감히 청산해야 합니다. 우선 정부는 노동문제의 핵심인 근로자의 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책을 하루속히 완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원칙적으로 노사자치, 노사자율을 고수하면서도 약자인 근로자에 대한 더욱 큰 사랑과 애착으로 노사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건전한 중재자로서의 정책적 의지를 분명하게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곧 노사정의 굳건한 협조체제 아래 이 나라 산업의 평화적 공존을 기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길일 것입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이 사람은 지금까지 이 나라 국민경제의 핵심과제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드렸읍니다만 이와 함께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주요현안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미 정부 시정연설에서 밝혀진 바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내년 일반회계 예산규모를 17조 5419억 원으로 편성했읍니다. 이 규모는 형식상으로는 금년 대비 12.7% 증액된 것이나 내년 예산부터 일반회계 예산과 분리․신설된 재정투융자특별회계 예산까지를 총망라하면 실제로는 16%가 넘는 엄청난 팽창예산인 것입니다. 양대 선거, 올림픽 및 지방자치 실시 등 큰 행사로 인한 예산증가는 불가피하더라도 지난 몇 년 동안 경제안정을 위한 정부재정의 긴축을 구두선처럼 강변하던 정부가 내년 예산을 이처럼 팽창시킨 것은 선거를 앞둔 무책임한 예산으로 규탄받지 않을 수 없읍니다. 예산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선 세출예산의 재정경직도가 68.9%로서 어느 해보다 높아져 일반사업비를 압박할 뿐만 아니라 경제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재정의 탄력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내년도 예산이 규모만 컸을 뿐 그 효율성은 오히려 나빠진 불건전예산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예산편성의 전제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도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읍니다. 다시 말씀드려 경제성장률 10.7%, 물가 3%라고 하는 내년 경제운용 기조는 사실상 어려울 것입니다. 아직도 불투명한 노사분규의 여파와 기업의 투자의욕 감퇴 그리고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 등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의 악화를 전제로 한다면 내년의 경제성장을 10% 이상 달성하고 물가를 3% 이하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문을 제기치 않을 수 없읍니다. 더우기 일각에서는 내년의 경제성장을 3% 내지 4% 선으로 우려하고 있고 물가 역시 최선을 다해도 6% 이하로 억제하기는 어려운 고물가시대를 예측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처럼 극히 안일한 태도로 내년 예산을 팽창시켜 편성한 것은 내년 예산의 정치적 성격을 단적으로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읍니다. 정부 여당은 정부 여당대로 정권연장을 위해 정치적 선심예산을 무모하게 편성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집권만을 위해 실현불가능한 정치적 선심공약을 남발한다면 과연 이 나라 국민경제는 누가 경영하고 누가 책임진다는 말입니까? 이 사람은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국민의 온갖 희생으로 다져 온 안정기조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국민의 생존 그 자체임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정부에게 다시 그것을 기억할 것을 경고해 두는 바입니다. 따라서 내년도 예산은 아무리 증액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정부의 경제성장률 범위 내의 증액으로 그 규모를 과감히 삭감․재편성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적 변혁기에 일어나기 쉬운 재정의 낭비와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 그리고 국민경제에 대한 치명적인 위해가 야기되지 않도록 정부의 각별한 경계를 당부드리면서, 내년 예산의 대폭 삭감 수정과 함께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안정기조의 회복을 위한 정부의 비상대책 수립을 재삼 강조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지금은 우리 모두가 한 걸음씩 양보하고 국민에게 겸손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은 사욕이나 당리당략만을 앞세우기 전에 진정으로 민주한국의 기념비적 초석을 놓기 위한 헌신을 필요로 하는 때입니다. 자기 과신이나 자만이 자칫 정치풍토를 흐리게 하고 민주화 추진을 저해하게 되는 경우가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합시다. 역사는 교훈적이어야 할 뿐 되풀이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얻으려고 서두르지 맙시다. 거대한 성채도 한 개의 주춧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 용기와 인내와 슬기로 민주화의 성을 하나하나 쌓아 갑시다. 끝까지 들어 주신 의원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원내교섭단체대표연설을 마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