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상정합니다. 먼저 민주정의당을 대표하여 동당 대표위원인 노태우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노태우 의원을 소개합니다.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의장, 친애하는 여야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국회가 문을 닫았던 지난 40여 일 동안 우리는 참으로 뼈아픈 일들을 겪어야 했읍니다. 그가 대학생이든 근로자이든 전경이든 이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젊은이의 불행은 그 이유가 어디 있던 간에 국민 모두의 안타까움이었으며, 더욱이 국정운영의 일선에 서 있는 우리 정치인들에게는 가차 없는 질책이었읍니다. 정녕 고뇌스러웠던 지난 40여 일은 또한 안정을 희구하는 절대다수의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 조국의 미래에 대해 깊이 걱정하게 만든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였읍니다.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충격적인 구호와 국가질서를 위협하는 소요사태는 과연 이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이냐는 의문조차 국민들에게 던져 주었읍니다. 이제 뼈를 깎는 자성을 뛰어넘어 국민과 역사 앞에 보다 겸허한 자세로 마침내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 모였읍니다. 기성세대로서의 책임감, 공복으로서의 소명의식, 지도자로서의 역사인식이 여야 모두를 대화와 타협의 이 무대로 올라서게 했다고 본인은 믿습니다. 오늘 민주정의당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서기에 앞서 본인은 스스로 여러 차례 다짐하였읍니다. 이번 130회 임시국회를 헌법문제에 관한 역사적 대타협을 성취시키는 확고한 출발점으로 승화시키자는 것입니다. 국정을 책임 맡은 우리 정치인들이 자제와 호양, 이성과 용기로써 나라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자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는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를 성취하는 일입니다. 지난날 우리는 개발도상국가이면서 분단국가라는 이중적 부담으로 말미암아 국가발전의 어느 단일과제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식민잔재를 청산하면서 독립국가를 세우기 위해서는 국기를 다지는 일에 골몰해야 했고, 6․25 동란의 폐허를 극복하며 절대빈곤의 멍에를 벗기 위해 경제개발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했읍니다. 한편 북한의 전쟁도발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존을 지키면서 민족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안보와 대북관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했읍니다. 그러한 과제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산업화가 진전되어 우리 사회가 다원화되고 국제화되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생활형편이 개선된 만큼 여기에 상응하여 민주주의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커졌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저력을 더욱더 충분히 발휘시키고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도모하여 조국의 선진화를 이룩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더욱 두텁게 다지자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건대 1인 장기집권과 그것으로 말미암은 여야의 극한대결은 민주화의 진전을 가로막은 큰 난관이었읍니다. 우리의 민주발전은 바로 이 고질적 병폐 때문에 언제나 정체되었던 것입니다. 이 쓰라린 교훈을 살려 우리 당은 헌정사상 한 차례도 경험하지 못했던 대통령의 단임제 실현에 커다란 역사적 의의를 부여해 온 것입니다. 집권자가 헌법이 허용한 임기만을 마치고 스스로 물러가는 관례를 세운다는 것은 확실히 민주발전을 가로막던 가장 어려운 난관을 시원스럽게 벗어나는 중대한 이정표로 후세에 평가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 당은 단임제와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하고 그해 가을 서울올림픽을 치른 뒤 헌법을 고침으로써 단계적으로 순조롭게 민주화를 추구하는 것이 국가발전의 확실한 길이라고 믿었읍니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개방화와 자율화를 촉진시키는 일련의 조처들을 취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토착화시키는 길을 착실히 다져 왔읍니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향한 큰 진전의 가능성이 명백해지면서 이 자리를 함께한 야당 의원 여러분은 물론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보다 더 신속한 정치발전을 요구하였읍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는 정치적 긴장이 조성되었고 그것이 계속 방치될 경우 국민적 화합과 단결이 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졌읍니다. 이에 대통령각하께서는 지난 4월 30일 청와대 3당대표 회동을 통해 여야가 합의하면 임기 내 개헌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셨읍니다. 이 결단을 계기로 최근에 일련의 고위정치회담이 열려 이번 130회 임시국회를 계기로 개헌을 위한 여야 대타협의 길이 제시되기에 이르렀읍니다. 우리 당은 당 총재이신 대통령각하의 뜻을 받들어 단임제 실현이란 제5공화국 출범 당시의 국민적 합의를 달성함은 물론 그것을 넘어서서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과업을 주도하고자 합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오늘날 우리가 모두 민주화를 말합니다. 그러나 그 내용과 목표에 대해서는 현격한 시각의 차이가 있읍니다. 폭력혁명을 통한 현 체제의 타도를 민주화와 동일시하는 입장으로부터 직선제 개헌만이 민주화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이처럼 현시점에서의 민주화 논쟁은 정권장악의 방법론에 집중되어 있읍니다. 물론 권력의 획득과 배분의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성격이 크게 바뀐 사실을 감안할 때 이 문제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겠읍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6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된 근대화와 경제개발정책에 따라 우리 사회는 이제 산업사회로 탈바꿈하였읍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욕구는 다양해졌고 사회는 다원화와 전문화를 계속하였으며 국제사회와의 관련이 넓어졌읍니다. 그리하여 국민들의 자신감은 높아져 민족의 자존심에 대한 인식이 자라났으며 자연히 통일에 대한 의지를 드높여 주고 있읍니다. 그러나 반면에 산업화의 열매를 둘러싼 계층 간․지역 간의 대립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읍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변화들은 이제 기존의 정치적 발상이나 기존의 정치적 틀에 한계가 있음을 말해 줍니다. 권력구조에 치우친 사고방식과 제도로써는 성숙하고 있는 우리 사회, 더구나 예각적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여기에 새로운 요구들을 전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로서의 민주발전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이왕 헌법을 고칠 바에는 15년밖에 남지 않은 21세기의 국가과제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진보로 인류의 생활양식에 획기적 변화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국제질서에도 커다란 개편이 불가피할 21세기에 들어서면 우리도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다운 내실을 다지고 통일국가의 완성을 이룩해야 될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국가의 골격을 어떻게 마련하고 국민의 능력을 어떻게 키워 주느냐의 미래창조적 시각에서 개헌문제를 생각해야 하겠읍니다. 여기서 본인은 우리가 해방 이후 40년이 넘도록 계속되어 온 자기소모적 체제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나라가 세워지고 보면 체제논쟁을 극복하여 실용주의와 합리주의의 원리 아래 나라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화국이 다섯 차례 세워지고 권력구조를 중심한 개헌이 여덟 차례 반복되도록 여전히 체제논쟁에 매달려 있는 형편입니다. 이 고질적 문제를 이번에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21세기를 범국민적으로 준비하고 어떻게 민족통일을 주도할 수 있겠읍니까? 친애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 본인은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를 제창하는 것입니다. 권력구조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의 민주주의를 포괄적으로 실현해 나가자는 것이며 이러한 대국적 시각에서 개헌작업에 임하자는 것입니다. 먼저 정치의 민주화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흔히 개발도상국가에 있어서의 정치발전은 2개의 수레바퀴로 구성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능률을 증대시켜 민생을 안정시키고 안보를 튼튼히 하는 일이 하나의 수레바퀴라면 국민의 정치참여를 확대시키고 권리를 신장시키는 일이 다른 하나의 수레바퀴인 것입니다. 제5공화국의 수립 이후 우리는 이 두 개의 수레바퀴를 균형 있게 키우고자 노력해 왔읍니다. 우선 지속적인 산업화와 성장정책으로 나라의 경제력을 키워 나갔고 그리하여 우리나라는 신흥공업국가군의 일원으로 성장하였읍니다. 한편 여러 차례의 정상외교를 골간으로 하는 전방위외교의 수행으로 대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정되었으며 국방력도 더욱 튼튼해졌읍니다. 그뿐 아니라 국민의 정치참여 폭을 넓혀 주기 위해 61년 이후 중단되었던 지방자치제의 실시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등 많은 조처들을 취했읍니다. 이제는 이 부문에서 더욱 큰 진전을 이룩하기 위해 국정에 대한 국민의 발언권을 크게 강화시켜 국민을 실질적으로 이 나라의 주인이 되게 보장해 주는 일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국민에 의한 정치에 있어서도 만족할 만한 향상을 이룩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권력의 분산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선 기능적인 분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권력을 행정부와 입법부 및 사법부에 고르게 분배함으로써 3권의 균형과 견제 속에 민주주의의 이상을 구현해 나가야 하겠읍니다. 다음으로 지역적인 분산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중앙에 집중된 기능을 조정하여 지방의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되고 지역주민의 의지가 자기 고장의 발전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도록 제도화돼야 하겠읍니다. 정치부문에 있어서 이러한 민주화는 곧바로 사회의 민주화를 촉진시킬 것입니다. 제5공화국 수립 이후 자율화와 개방화를 촉진하여 우리 사회의 많은 부문들이 이미 지난날에는 보기 어려운 독자성과 활력을 보이고 있읍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 사회는 점차 다양화되어 각 부문마다 전문계층이 자리 잡아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읍니다. 여기에 교육수준이 높은 우리 국민들의 자제력이 곁들여 우리 사회는 웬만한 정치적 동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격의 흡수력을 키워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선진국 수준에 가까운 우리 사회를 고식적인 중앙통제방식만으로 이끌어 가기는 쉽지 않게 되었읍니다.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우리 사회의 여러 지도적 부문들의 책임 있는 비판의견을 존중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다 더 많이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 대표적 분야가 교육․언론․문화․종교라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이 부문들의 비판과 충고가 때로는 현실성이 약한 이상주의적 경향에서 나올지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노력을 보일 때 정치의 내용이 보다 더 풍요해질 것이며, 정치권은 사회의 흐름과 그 맥을 같이하게 된다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사회 많은 분야들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그들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자생력을 북돋워 주어야 하겠읍니다. 그리하여 사회의 기본단위들이 활성화됨으로써 사회 전체가 제대로 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율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인 만큼 자율화의 추세에 따른 사회부문들 사이의 갈등이 법질서와 사회기강을 흔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욱이 남북대결의 현실상황에 비추어 그것이 국가안전과 민족생존의 확보라는 큰 틀을 넘지 않아야 하는 것임은 물론입니다. 정치적․사회적 분야의 민주화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는 시대적 요청이 바로 경제의 민주화입니다. 60년대와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의 경제발전은 국민통합의 바탕이 되었읍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경제발전이 계층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측면도 보여 주기 시작했읍니다. 그리하여 제5공화국은 복지정책과 사회개혁을 통해 사회 경제적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노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읍니다. 절대빈곤이 아닌 상대빈곤이 쟁점이 되었고, 산업화 과정에서 그늘진 부분들을 어떻게 평화롭게 해소시켜 주느냐의 문제가 정치권을 압박해 오고 있읍니다. 여기서 우리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점은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들을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의 효율성 그 자체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정치의 민주화에도 큰 장애를 준다는 냉엄한 사실입니다. 노사갈등이 물리적 마찰을 일으킬 경우 그것은 기업과 근로자의 생활터전 자체를 위협하는 선을 넘어서서 민주정치의 뿌리마저 흔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장정책을 계속 추진하면서도 분배의 문제를 진지하게 풀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오늘의 정치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는 국가건설의 밑거름이 되어 온 근로자와 농어민의 땀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사이의 간격이 줄어들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읍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 우리의 경제사회정책은 자율과 개방, 안정과 성장 못지않게 균형과 복지, 정의와 형평에 보다 깊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입니다. 우선 고도성장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디었던 농어촌의 소득수준과 생활환경을 크게 개선시키고 도시근로자 및 영세민의 생활조건도 향상시켜 ‘전 국민의 중산층화’를 목표로 하는 균형된 경제사회를 이룩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농어촌종합대책의 적극적인 추진, 최저임금제의 도입, 의료보험의 확대실시, 값싼 근로자주택의 공급, 중소기업의 중점육성 등 가시적이며 실천적인 정책을 하나하나 착실히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경제력의 지나친 대기업 집중과 대도시 편중현상도 과감히 시정시켜 나가야 할 과제이며, 부동산투기 등 불로소득의 원천은 철저히 봉쇄되어야 합니다. 금융과 재정부문에 있어서도 집중과 특혜의 소지를 배제하고 균형과 평형을 이룰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야 하겠읍니다. 이와 더불어 경제적으로 월등히 앞선 사람들이라도 더욱더 부의 남용을 자제하여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그들을 보다 떳떳하게 만들어 줄 것이며 국민통합의 분위기 형성에도 이바지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이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이념과 체제에 도전해 오는 움직임을 정면으로 다루어야 하겠읍니다. 우리가 경제발전에 성공했다고 국민적 자부심을 키우고 있는 그늘에서 산업화의 어두운 국면들에 집착한 나머지 우리 국민 모두가 공들여 가꿔 온 삶의 터전을 폭력적 수단으로 파괴하겠다는 세력마저 자라난 것입니다. 그것도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젊은 세대 가운데서 선택된 대학생들 사이에서 비록 소수나마 성장한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삼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3년간의 전쟁마저 치렀던 우리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투쟁방식은 결코 용납될 수 없읍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적 삶의 질서와 제도적 틀을 파괴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외침과 몸짓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쇄신하고 과감한 개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일차적 책임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정치인들에게 있읍니다. 여기서 본인은 곡돌사신 이란 옛말을 음미해 봅니다. 여러분께서 익히 아시는 바와 같이 ‘불티가 솟는 굴뚝은 밖으로 더 내서 굽히고, 아궁이 근방에 있는 장작은 불길에 가까이 가지 않게 옮겨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뜻입니다. 우리는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집 전체를 태우려 할지도 모를 폭력투쟁 노선의 불씨를 그 초기부터 꺼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들의 주장을 표출시켜 여론의 엄정한 평가를 받게 하는 한편, 이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듦으로써 그들에게 심정적으로 동조할 수 있는 세력을 분리시켜 내야 할 것입니다. 이 작업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 자식과 아우를 둔 부형으로서 젊은이들이 더 이상 애석한 불행을 자초하지 않도록 함께 앞장서도록 합시다.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 우리 민주정의당은 새로운 개혁의 깃발을 들고자 합니다. 사회정의의 구현으로써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유민주주의와 자유경쟁체제의 우위를 확신시켜 조국의 장래에 대한 낙관을 갖도록 만들어 주고자 합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젊은이들의 건전한 개혁주의적 논의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수용하는 데 인색해서는 결코 안 되겠읍니다. 그렇게 하여 좌경폭력 노선을 독립화시키는 한편 민주주의의 토양을 기름지게 가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당은 구속 중인 대학생의 문제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대하게 처리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야당으로서도 좌경폭력 노선과 절연하는 명백한 태도표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인은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오늘날 국민의 관심사이자 현안인 개헌도 이상에서 말씀드린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라는 원칙을 구체화시키는 큰 테두리 안에서 여야의 합의 아래 국회 주도로 되도록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인은 개헌문제에 임하는 우리 당의 몇 가지 기본되는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민주정치의 출발점이라는 원칙 아래 어떤 제도라도 허심탄회하게 연구하고 토론해 보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어떤 제도가 아니면 안 된다고 전제하는 것은 결코 민주적인 자세가 아닙니다. 둘째, 개헌을 통해 국민의 정치참여의 폭을 넓히고 국가의 권력을 분산시킴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최대한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째, 개헌을 통해 자유경제체제의 원칙을 확고히 지켜 나가면서도 사회정의를 보다 과감하게 실현시켜야 합니다. 부의 분배가 공평하게 이루어지게 하며 국민의 복지를 증대시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네째, 개헌을 통해 국회와 정당을 활성화시키고 그 밖의 주요한 모든 민주제도들의 기능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민주정치의 골간을 이루는 민주제도들이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때에만 ‘민주주의의 제도화’는 정착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그 어느 부문보다도 우선하여 국가안보와 민족생존의 보장기능을 갖춘 헌법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각박한 남북대결 현실에서 안보를 경시한 모든 논의는 공론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주정의당은 이러한 입장에서 이미 밝혀진 대로 빠른 시일 안에 여야합의 개헌이 성사되도록 성의와 인내를 다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허심탄회한 심정으로 필요하면 누구와도 만날 것이고 또 어떤 내용이라도 토론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는 참으로 중대한 역사적 고빗길에 서 있읍니다. 여야의 대타협을 이룩하여 새 헌법에 따라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를 향해 전진하느냐, 아니면 대결과 혼란의 길로 다시 들어서느냐의 갈림길에 우리는 와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본인은 ‘역사의 교훈을 잊은 자에게는 그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경구를 상기시켜 봅니다. 그렇다면 지난날의 우리 헌정사에서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가르침은 무엇이겠읍니까? 그것은 여야 간의 타협 없는 대결은 반드시 헌정의 파국을 가져왔으며, 헌정의 파국 아래서는 모두가 패자가 될 뿐만 아니라 나라와 겨레에게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침으로써 역사를 후퇴시켰다는 냉엄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되새길 때 최근 여야관계가 대결보다 타협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민주정치란 각기 다른 의견을 집약, 이를 용해하여 각자가 납득할 수 있는 조화를 만들어 내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합의개헌으로 시작해 단임제 실현과 평화적 정권교체로 이어지는 민주화의 큰길은 우리가 한 차례도 걸어 보지 못한 길이며 그 전도에는 아직은 많은 고비들이 있읍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이 역사적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서로 양보하고 서로 도우며 합심해 나가야 합니다. 각자가 한 발씩 물러서는 호양만이 이른바 ‘비혁명적 변화’로써 우리 공동체 전체를 살리는 역사의 순리인 것이며, 민주정치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합의개헌이 성사될 때 현재 교착되어 있는 남북대화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북한은 우리의 내부교란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하여 협상테이블로 나올 것이며 제5공화국의 강력한 평화통일 의지는 마침내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발전적 상황전개가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더욱 높이고 우리 외교의 활력을 더욱 솟구치게 할 것임은 물론입니다. 친애하는 여야 의원 동지 여러분! 40년 헌정사상 이번 임시국회만큼 국민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된 경우도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이른바 장외투쟁으로 말미암아 시국에 불안을 느끼던 다수국민들도 우리 정치가 개헌논쟁의 진통에서 조속히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읍니다. 말없이 성실하게 노력하는 우리 국민들을 여야의 타협 없는 대결로 또 한 번 실망시켜야 할 것입니까? 그리하여 국민 모두를 다시 한 번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야 하겠읍니까? 결코 그렇게 할 수는 없읍니다. 그것은 이 자리를 함께한 우리 모두가 역사의 소명을 저버리는 일로서 반드시 피해야만 합니다. 민주발전의 큰 뜻 아래 대타협을 이룩해 공동작품을 만들어 냅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국민과 후세의 심판 앞에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서도록 합시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오만과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상대방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용기를 발휘합시다. 흑과 백만을 선택하려 할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배색을 창조해 내는 지혜를 개발합시다. 이제 본인은 이번 임시국회를 이 나라의 진정한 민주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두텁게 하는 그리하여 ‘희망의 정치’가 되살아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만들자고 호소합니다. 본인은 여당의 대표위원으로서 역사와 국민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본인에게 부여된 소임을 성실히 완수할 것임을 다짐하면서 대표연설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신한민주당을 대표하여 동당 총재인 이민우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이민우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의장, 의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 이하 국무위원 여러분! 나는 이번 임시국회가 문자 그대로 이 나라의 진운을 가름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며, 이번 회기 중에 우리가 개헌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역사의 물굽이가 정반대로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임했읍니다. 40여 성상을 정치 일선에서 부대끼는 동안 위난의 순간도 숱하게 겪었지만 내가 요즘처럼 긴장된 마음으로 앞일에 대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때는 일찍이 없었읍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내가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은 결코 어느 특정정당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로 이 나라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고언임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의원 동지 여러분! 나는 먼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내가 느낀 그대로를 숨김없이 말씀드림으로써 개헌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 두고자 합니다. 유신독재에 이어 광주사태를 계기로 현 정권이 들어선 지난 6년 동안 실로 숨 가쁠 정도로 수많은 구호와 청사진이 등장했읍니다만 현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학생과 근로자들의 대량투옥과 그들의 공개적이고도 조직적인 체제거부 투쟁이었읍니다. 현재 구속․수감 중인 이들의 숫자에 대해 정부는 700명가량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내가 보고받은 바로는 혹은 1500명을 넘어섰다고도 하고 혹은 1800명을 돌파했다고도 하는바 그 어느 쪽이건 간에 정부 당국이 발표를 회피할 만큼 낭패스러운 숫자임에는 틀림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이들의 분신과 투신자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읍니다.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의 목숨을 버릴 만큼 증오하는 대상이 있었으면서도 막상 그 대상에게는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할 정도로 선량한 마음의 소유자들이었읍니다. 그토록 착한 사람들이, 부모와 형제가 얼마나 마음 아파 할 것인가를 번연히 알면서도 그리고 때로는 약속된 밝은 장래를 외면하면서까지 이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독재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버렸던 것입니다. 정치란 결국은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5공화국 치하에서는 바로 그 정치 때문에 사람이 다치고 투옥되고 죽어 가고 있읍니다. 정부 수립 이후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와 같은 일들은 결국 제5공화국의 정치가 얼마나 본래의 목적에서 일탈되었으며 또 잘못된 것이었는가를 명백히 입증하는 한 본보기가 되었읍니다. 투옥된 학생과 근로자들이 실정법을 위반했음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합시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 가운데 가령 미군철수 요구처럼 여야를 불문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 있었다고 합시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검찰이나 법관이 아닌 우리 정치인들이 구명하고 밝혀야 할 일은 이들이 왜 실정법을 위반하게 되었고, 국민들로부터 호응받지 못할 미군철수 주장까지 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어야 합니다. 생각과 행동의 바탕을 살피지 않은 채 법의 집행만을 지지한다면 우리는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요구한 모든 주장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실현이었읍니다. 이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조국이 아무리 따져 보아도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와 우리 당도 이 점은 전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읍니다. 나 자신 지난 2․12 총선 유세 때나 그 후 기회 있을 때마다 현 정권을 군사독재정권이라고 규탄해 온 사람인 것입니다. 그들은 또한 민주주의의 실현이야말로 민족통일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주창했읍니다. 나와 우리 당도 똑같은 주장을 해 왔읍니다. 대한민국이 민족통일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서 한반도가 자유를 누리는 체제로서 통일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먼저 민주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확고한 철학이며 신념인 것입니다. 나는 정부 여당에게 묻지 않을 수 없읍니다. 민주주의를 실천해서 우리의 통일역량을 키워 나가자는 개헌 주장이 좀 더 일찍 받아들여졌던들 무엇 때문에 학생들이 저처럼 최루탄과 구치소와 감옥을 왕래했겠읍니까? 백보를 양보해서 그들의 정당한 요구를 당장 받아들이지 못했더라도 현 정부가 확실한 민주화 일정만 제시했던들 지금처럼 큰 희생은 내지 않았을 게 아닙니까? 평화적인 시위로 민주화를 요구하고, 이치를 따져 개헌을 주장했을 때 현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지를 돌이켜 생각해 봅시다. 경찰을 학원 내에 상주시키고, 같은 또래의 청년들을 거리거리마다 풀어서 검문을 일상화했으며, 최루탄과 연행․구속․제적 그리고 심지어는 신성한 국방의무까지 보복의 수단으로 삼지 않았읍니까? 온건한 주장이 탄압 때문에 스러지면 그 뒤에 나타날 것은 강경․과격한 주장이기 마련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학생들이 처음부터 미군철수를 들고나온 것은 아니었읍니다. 민주세력에 대한 현 정부의 혹독한 탄압이 미국의 묵인 내지 비호하에서 자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장기화되자 그들은 마침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 버렸던 것입니다. 민주화를 방해하는 세력은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이며 따라서 그러한 세력은 축출되어야 한다는 소박한 논리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나기까지에는 유신독재에서부터 기산할 경우 약 10년의 세월이 걸렸던 것입니다. 결국 현 정권은 민주화라는 당연한 요구를 계속 거부함으로써 마침내는 국가의 안전마저 위협받는 엄청난 국면에까지 이르도록 만든 것입니다. 근로자들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와 사회가 변했다는 사실을 승인해야 합니다. 20여 년에 걸친 온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 나라는 이미 산업사회로 변모했읍니다. 이 나라는 이미 나나 여러분들이 성장하고 교육받던 예전의 농업사회가 아닌 것입니다. 국민소득의 절반 이상이 임금소득으로 분배되고 있으며 따라서 임금으로 생계를 꾸려 가는 계층의 권익은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정당하게 보호되어야 할 세력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의 대응은 어떠했읍니까? 사회의 변화는 굳이 외면한 채 50년대 냉전시대의 사고와 대응을 수구하는 데만 급급했던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나는 근로자 문제에 대한 우리 당의 일차적인 노력이 노동관계법의 개정에 경주되었던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읍니다. 문제는 보다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데서 계속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업주나 각종 정보기관의 탄압과 학대가 얼마나 가혹하고 비인간적이었는가를 보여 주는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더욱 참혹스러운 일은 이와 같은 노동운동을 용공으로 몰아서 엄청나게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한 사례조차 적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피용자 보수가 국민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화된 이 나라에서 근로자들의 권익이 이토록 참담하게 짓밟히고 있는 나라가 어디에 또 있단 말입니까? 나는 우리의 분단현실을 생각하면서 실로 전율에 가까운 두려움으로 이 질문을 하는 바입니다. 더구나 감옥에 보내어진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헌법이 보장한 생존권 차원의 요구를 하다가 처벌된 민생범들입니다. 일당 2040원을 200원만 더 올려 달라고 조르던 10대의 여공들이나, 일당 4000원을 200원만 올려 달라던 30대의 가장은 하루에 라면 한 개를 더 먹기 위해서거나 자녀들의 밀린 학교잡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몸부림쳤던, 다시 말해서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쳤던 사람들입니다. 소값과 농산물가격 때문에 시위를 했던 농민들의 문제 역시 같은 차원의 문제였읍니다.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했다가 망하게 된 사람들이 정부에 대해 항의데모를 한 것이 왜 죄가 되는 것입니까? 그러나 현 정부는 자신의 실책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자기가 기른 소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농민들 분노를 연행과 구속의 협박으로 덮으려 했고, 미국농산물의 무절제한 수입에 반대하는 것을 용공적인 반미로만 보려고 했읍니다. 누구의 허물을 누구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입니까? 내가 참으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일은 현 정권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매질했던 바로 그 손으로 재벌과 소수 특권층의 탐욕을 끊임없이 채워줘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입니다. 예컨대 지난 5개월간만 해도 무려 9844억 원이나 되는 국민의 돈을 거의 공짜에 가까운 금리로 재벌들에게 돌려줬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돈을 줄 계획이라는 것을 천하가 다 알고 있읍니다. 누가 뭐라 해도 한은특융의 최종수혜자는 재벌이고 그 부담자는 국민이 아닙니까? 나는 정부 여당이 내걸었던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퇴색한 깃발로 이 모든 파행을 징치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굳이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인구 4000만인 이 나라에서 1000만 근로자와 1000만 농민이 공권력의 정의로움을 완강히 부인한다면 정부에 대한 부인이 마침내는 국가에 대한 부인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으며, 이미 그와 같은 징조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서였읍니다. 국무총리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지금까지 나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내가 느끼는 바를 꾸밈없이 말씀드렸읍니다. 그리고 이제 그 해결방안에 관한 본인의 견해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나는 독재정권에 대한 거부가 대한민국에 대한 거부로 확대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국가의 기본골격에 해당하는 헌법 및 헌법정신이 너무나 치명적인 결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읍니다. 민주인사들의 연행과 투옥이 한결같이 개헌투쟁 과정에서 벌어진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헌법에 내재해 있는 이와 같은 결함을 제거하는 작업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이번에 개정될 헌법은 최소한도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갖추어야만 한다고 믿는 바입니다. 첫째,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얼마 전 여당과도 합의한 사실이지만 특정정파의 이익이나 집권연장을 위해 이 합의정신이 훼손될 경우 설사 개헌이 된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치열하고 격렬한 반정부․반국가운동이 벌어지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나와 우리 당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여건과 정치문화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중심체제하의 직선제가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을 가장 충실하게 보장하는 제도라고 확신하고 있읍니다. 이것은 또한 유신 쿠데타로 빼앗겼던 권리를 기필코 되돌려 받고 싶어 하는 온 국민의 염원과도 일치하는 것임을 부언해 두는 바입니다. 둘째, 산업사회의 자연발생적인 병리현상을 예방․척결하기 위해서 그 제도적 장치의 근거를 마련해 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데올로기를 분단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우리로서는 선진 제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일일이 되풀이할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실상 남북경쟁에서의 패배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선진산업사회가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여러 가지 방안, 예컨대 주식분산과 종업원지주제, 종업원 경영참여, 의료보험을 비롯한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종합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째,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에 대해서는 그 입법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문제는 고문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헌법하에서도 끊임없이 고문이 자행되고 있듯이 법조문보다도 법을 집행하는 정부의 자세가 더욱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언론․집회의 자유 제한이나 인신구속 등을 규정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 재적의원의 3분지 2 이상 찬성을 요하게 하거나 엄격한 한계를 두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네째, 사법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3권분립의 정신을 보다 확고히 해 두는 일입니다. 인권선언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3권분립이 안 되고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헌법을 갖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대한민국의 법통을 제헌 당시의 헌법정신에 따라 상해 임시정부로 삼고 평화통일과 민족자주의 이념을 명문화하자는 것입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광복이 미국이나 소련에 의해서 부여되었다는 잘못된 역사적 인식을 고쳐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으며 따라서 대한민국의 법통이 상해 임시정부에서 비롯된다는 제헌 당시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믿어 왔읍니다. 우리가 민족 재통일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서양문물의 범람을 한혼양기 의 정신 즉 우리 겨레의 혼과 서양의 기술을 조화시킨다는 정신으로 소화․극복하기 위해서도 이와 같은 작업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밖에 우리의 정치문화와 가치체계를 크게 황폐화시킨 군의 정치개입에 대해서도 명문으로 그 금지규정을 두고 이를 구체화하는 방안으로 군사정변에 대한 ‘국민저항권’의 신설을 제창하는 바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여야는 권력구조에 관한 문제를 두고 가장 첨예한 대립을 해 왔고 그 결과 거의 모든 토론이 여기에 집중되었으나 나는 앞에서 내가 제의한 나머지 문제도 그에 못지않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작금 학생들이나 지식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러한 점들이 골고루 고려되지 않은 개헌은 즉각 또 다른 반발을 야기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의원 동지 여러분! 정부와 국가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현상을 종식시키기 위한 이 중대한 과업이 지금은 오직 우리 국회에 부여되어 있읍니다. 현행 헌법은 개헌발의권을 대통령과 국회에 똑같이 주고 있으나 전두환 대통령이 이미 누차에 걸쳐 개헌내용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므로 이번 개헌은 우리 국회만이 그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시급하고도 중대한 과업이 뜻밖의 장애 때문에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읍니다. 2월 12일 총선 이후 1년여에 걸친 현 정권의 호헌론으로 인해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구속되거나 수감되었는데 현 정부는 개헌에 합의한 이후에도 이들을 석방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들은 민주화와 민주화의 핵심과업인 개헌을 요구하다가 구속․수감된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개헌을 일찌감치 약속했거나 민주화 일정을 밝혔던들 집시법이나 기타 실정법을 위반할 이유가 없었던 사람들인 것입니다. 이들이 수감된 것은 현 정부의 부당한 호헌론이 가져온 자업자득이었으며 따라서 개헌에 합의한 이상 정부가 이들을 석방하는 것은 결자해지에 해당하는 당연한 의무라 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정부의 이와 같은 조치 여부가 정부의 개헌의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이해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혀 두는 바입니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에서 나와 우리 당은 민주화 투쟁 때문에 부당하게 피선거권 등 공민권을 제한받고 있는 김대중 씨 등 민주인사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사면․복권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이것은 또한 12대 국회 개헌 당시 여야 최초로 합의한 사항이기도 한 것입니다. 의원 동지 여러분! 개헌이 민주화의 핵심적인 과업이라고 해서 그것이 민주화 작업의 전부일 수는 없읍니다. 가령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연내에 개헌안을 처리한다 해도 국민투표 절차가 남아 있으며 개정된 헌법정신에 따라 수많은 비민주 악법이 개폐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불과 1년 9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은 현 대통령의 임기에 비춰 볼 때 정부 여당이 충심으로 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토착화의 업적을 선사하고자 한다면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개헌특위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호헌론이 빚었던 부작용을 하루속히 척결하지 않음으로써 특위 구성마저 방해한다면 이는 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굳이 악화시키려는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총리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정부는 중학 의무교육 실시, 주택 몇백만 호 건설 등 수많은 공약을 남발했고 또 아무 부끄럼없이 위약을 거듭해 왔읍니다. 그리고 지금 국민들은 현 대통령의 임기 중에 하기로 되어 있는 또 하나의 약속을 흥미 깊게 지켜보고 있읍니다. 바로 87년부터 시행하기로 되어 있는 지방자치제의 실시 여부가 그것입니다. 정부가 만약 하고자만 한다면 그 실시를 연기하기 위한 이유는 얼마든지 갖다 댈 수 있을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유신 때처럼 곡학아세하는 학자들을 동원해서 제법 그럴듯한 이론을 펼 수도 있을 것이며, 재정자립도 등 유신독재 이래 역대 총리가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왔던 국회 답변을 그대로 인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정부의 위약과 식언을 볼 때마다 진심으로 염려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는 그 정부에 의해 지탱되는 국가까지도 망치고 만다는 것입니다.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점에서도 더 이상 늦춰질 수 없지만 이미 신뢰를 잃어버릴 대로 잃어버린 현 정부가 또다시 약속을 파기할 경우 그 결과는 참으로 가공스러운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나는 내년부터 실시될 지방자치제가 허울뿐인 기만이 아니라 정당정치와 권력분산을 함께 구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두는 바입니다. 의장, 의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대통령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나오신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여러분! 본인은 이제 독재정치의 질곡이 이 나라의 사회와 경제 그리고 문화에 있어서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여러분과 함께 검토함으로써 정치의 민주화가 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열쇠가 되는지를 다시 한번 입증하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망국적인 불신풍조와 가치관의 붕괴입니다. 그 바람에 확인되지도 않고 확인할 길도 없는 유언비어가 끊임없이 나돌고 있고, 인의를 말하는 사람은 위선자이거나 저능아로 취급되는 실정입니다. 그야말로 난세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국민이 특별히 사악하거나 천품이 나빠서 생겨난 현상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불신은 사실을 알려야 할 언론매체가 권력의 시종으로 전락해 버린 데서 비롯된 것이며 또 그것은 당연한 결과였읍니다. 대통령의 동정이 항례적으로 TV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한 지가 벌써 몇 년째 됩니까? 그리고 신문보도와 관련해서 정보기관과 정부의 이른바 ‘지침’이 하달되어 온 지가 벌써 몇 년이나 됩니까? 사실과 진실을 알려 줘야 할 언론이 정부의 강요에 의해 변조․왜곡된 뉴스를 전하는 마당에 그러면서도 유언비어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차라리 빗길을 걸으면서 젖지 않기를 바라는 것보다 더 어리석다고 하겠읍니다. 오죽했으면 ‘KBS 안 보기’와 ‘시청료 안 내기’ 운동이 그처럼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겠읍니까? 이 모두가 독재권력이 필연적으로 치러야 할 업보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특히 이 자리를 빌어 최근 언론인들이 벌인 언론자유 회복을 위한 자구노력에 대해 각별한 격려와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입니다. 그것은 진실로 소금이 짠맛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었으며 이 사회의 고질적인 불신풍조를 벗겨 내려는 위대한 투쟁의 제1막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나는 고사 직전의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언론대도를 가고 있는 기독교방송에 뉴스프로와 광고를 되돌려 줄 것을 강력이 촉구하는 바입니다. 가치관의 전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절대다수의 국민이 정부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정부는 결코 그들에게 부당한 시책을 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농민들이 해마다 빚을 늘여 가면서 살아야 하는 참상도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근로자들이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아임금에 허덕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권력이 국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장악되어 왔기 때문에 역대 독재정권은 아무 거리낌없이 소수 특권층과의 야합만 계속해 왔던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굶주리고, 풍각쟁이 베짱이가 잘사는 사회에서 어떻게 건전한 도덕률과 가치관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겠읍니까? 이와 같은 사회병리는 이제 우리 국민경제마저도 함께 망치고 있읍니다. 모든 영양분이 몸의 어느 한 부분에만 공급되면 그 사람이 마침내 죽게 되듯이 부의 편중은 국민경제 자체를 사경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30대 재벌이 은행대출의 36%를 차지한다는 것은 30대 가족이 그와 같은 특혜 속에서 치부를 한다는 것과 똑같은 의미가 아닙니까? 이와 같은 국민경제의 불건전성은 모든 경제분야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읍니다. 예컨대 작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3저효과는 대만의 경우 올 상반기도 채 끝나기 전에 100억 불의 무역흑자를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은 국내의 취약한 지지기반을 외국의 환심으로 보강하기 위해서 터무니없는 수입개방정책을 강행함으로써 오는 7월부터는 수입자유화율이 선진국 수준에 필적하는 91%까지 올라가도록 만들어 버렸읍니다. GNP의 60%가 넘는 외채와 지속적인 무역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나라 가운데 이처럼 무모한 정책을 채택한 나라가 세계 어디에 또 있단 말입니까? 아무리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권이라 하더라도 이런 터무니없는 정책을 시행할 나라는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권위를 자랑하는 어느 외국 금융기관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외화도피 규모를 120억 달러라고 폭로한 바도 있읍니다. 나는 이 불명예로운 대규모 ‘외화도피국 리스트’에 오른 나라가 거의 예외 없이 독재국가였음을 보고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금언이 절대진리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읍니다. 나는 지난 1년여 동안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경제․사회문제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제의를 한 바 있읍니다. 근로자들을 위해 최저임금제의 조속한 실시를 촉구하기도 했고, 농촌부채의 탕감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적도 있읍니다. 그러나 이 모든 제안과 제의가 받아들여지자면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는 풍토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이 정부선택권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민정당 의원 여러분! 이 연설을 마치면서 진심으로 정파의 이익을 떠나 여러분에게 당부하고자 합니다. 확산 일로에 있는 정부에 대한 반대운동은 민주적 개헌에 의해서만 중지되고 극복될 수 있읍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그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부에 대한 반대가 국가에 대한 반대로 확고하게 변전되고 말 것입니다. 나는 이번에 우리가 민주개헌을 해내느냐 못 해내느냐가 전적으로 여러분들의 마음가짐 즉 국민이 원할 경우 여러분들이 야당을 할 수 있다는 각오가 되어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자손들을 위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대국적인 결단을 내려 줄 것을 거듭 간곡히 당부드리면서 나의 연설을 마치겠읍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음은 한국국민당을 대표하여 동당 총재인 이만섭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이만섭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의장,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12대 국회에 들어와 몇 차례 이 자리에 설 때마다 나는 매우 무겁고 착잡한 심정으로 시국을 걱정하고 나라의 앞일을 우려해 왔읍니다. 월여 전만 하더라도 시국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의 양상으로 치달아 장차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백척간두의 위기의식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읍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여야 간에 정국의 돌파구를 열어 일단 타협국면을 마련하게 된 것은 이 나라 정치발전을 위해 매우 희망적인 새로운 전기가 아닐 수 없읍니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모든 문제의 국회 논의를 통한 대화와 타협정치를 강조해 온 이 사람으로서는 이제 또 다른 의미의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읍니다. 이제야말로 우리 국회가 국민여망에 따라 하나하나 결실을 맺어 나가야 할 역사적 시기를 맞았읍니다. 그야말로 온 국민의 관심과 기대 속에 열린 이 국회가 국민의 대표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고질적 병폐인 다수의 횡포나 반대만을 위한 반대에 집착하는 아집을 보인다면 국민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천추의 한을 남길 것입니다. 오늘의 극적인 타협 국면을 민주발전의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든 정치지도자들이 사심을 버리고 진실로 위국위민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나 개인의 욕망이나 주변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앞서 국가의 장래와 민족의 번영을 먼저 생각하는 자기희생적 정신과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때가 왔읍니다. 정당 역시 소아병적인 당리당략을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구태의연한 권모술수에 집착하는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금은 정당이 형식적인 명분이나 당략에 얽매일 때가 아닙니다. 좀 더 솔직하고 무엇이 정국의 안정과 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만나서 대화하고 타협하려는 사람을 백안시하는 정치풍토를 용기 있게 극복해 나갑시다. 의원 여러분! 나는 이 나라 민주화를 향한 역사적인 정치일정을 우리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민주화의 일정이 이제 더 이상 정부나 여당의 손에 좌우돼서도 안 되며 그들에게 맡겨져서도 안 될 것입니다. 바야흐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 국회가 진지하게 논의하여 오늘에 부하된 시대적 소명을 역사적 시각으로 마무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나는 이번 국회에서 인내와 타협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증해 주기를 충심으로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국회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반드시 구성되어야 합니다.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구성은 인내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타협정치의 출발점이요, 또한 그 척도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헌특위 구성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제1야당 지도자들의 용단을 높이 평가하고자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읍니다. 나는 헌특위 구성과 관련해 신민당이 제시한 전제조건이 개헌을 통해 민주화를 이룩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시이며 대타협을 위한 분위기 조성의 요건으로 간주하고자 합니다. 다만 그 같은 조건이 헌특위 구성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전제조건 때문에 헌특위가 구성되지 못한다면 불행히도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될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민주화요구와 관련된 구속자는 빠른 시일 내에 석방되어 학생들은 학원으로, 근로자는 직장으로 즉각 되돌아갈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여야가 다 같이 개헌을 하자고 타협하고 합의하는 마당에 나라의 민주화와 개헌을 요구하다 구속된 사람에 대한 석방조치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민주화의 대장정에 나서는 이 시점에서 구속자의 석방은 국민적 화합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정부 여당이 민주화의 의지를 보인다는 실증적 예로서도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이 사람은 앞으로 헌특위 구성 자체가 그 명칭이나 구성비율 또는 활동시한 등 지엽적 문제로 유산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특별히 강조해 두는 바입니다. 여야 어느 쪽이나 소탐대실의 어리석은 짓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적 도의와 상식선에서 룰을 지켜야 하며 아량과 포용력으로 일의 매듭을 풀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나는 앞으로 구성될 헌특위에서는 각 당이 제안할 개헌안의 내용은 물론 정치일정까지도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를 바랍니다. 개헌안의 내용은 근본적으로 국민의 정부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입법부의 권능과 사법부의 독립이 확립되어야 하고, 국민의 기본권이 확장되어야 합니다. 우리 국민당은 정부형태에 있어 대통령중심제를 그리고 대통령선출방식에 있어서는 직선제를 추구하고 있음을 거듭 밝혀 두는 바입니다. 물론 대통령중심제나 직선제가 아닌 어떠한 제도도 민주적인 것이 아니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사람은 잘 알고 있읍니다. 그러나 제5공화국 출범 이래 국민의 대다수가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치일정은 개헌의 방향과 직결돼 있으므로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국회 헌특위에서 당연히 논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고히 다짐해 두어야 할 것은 개헌안이 금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확정․통과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헌에 따른 방대한 작업과 갖가지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개헌 자체의 일정만은 금년 정기국회에서 분명히 매듭지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합니다. 새삼 말할 것도 없이 개헌은 여야의 대타협을 바탕으로 한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야 어느 한 정파도 국회의석의 3분의 2를 점하고 있지 못한 현 상황에서 자파의 힘만으로는 개헌안의 국회통과를 실현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헌문제에 관한 한 대타협의 당위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타협은 대화를 통해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상대의 주장을 포용하면서 ‘주고받는’ 정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 주장만이 절대적이고 상대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이라면 애초부터 대화와 타협은 시도될 수 없으며, 그것은 정치의 포기이자 민주의 배반입니다. 모처럼 이룩된 대화의 분위기를 성숙시켜 개헌이란 대타협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집권여당이 민주화의 의지를 확고히 가져야 하며, 아울러 다수야당 또한 타협의 의지를 분명히 지녀야 합니다. 나는 개헌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와 역사적 의의를 감안하여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공청회와 각 당 입장이 천명되는 헌특위의 활동을 TV 방송으로 생중계할 것을 제의합니다. 이와 같은 방법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건전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민주화로 가는 이 나라 정치의 성숙도를 국내외에 과시함으로써 민족적 긍지를 드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금년 안에 개헌안이 통과될 것을 전제로 해서 올가을 정기국회에서는 선거법 등 개헌에 부수되는 법률들을 마땅히 다루어야 하며, 내년에 실시될 지방자치제에 대비한 입법조치도 아울러 취해야 할 것입니다. 27년 만에 실시될 지방자치제는 그것이 민주정치의 기초이므로 최소한 특별시, 직할시를 비롯한 14개 시도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되 지방의회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장까지도 주민의 직선으로 선출해야 합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정부 여당이 개헌의 필요성에 동의한 이상 지금 국민들은 개헌의 방향과 시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읍니다. 나는 우리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 겸허하고 역사 앞에 진실된 마음가짐만 갖는다면 결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훌륭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거기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개인이나 집단의 집권욕이 개재될 수 없으며 정당 차원의 당리당략이 획책되어서도 안 됩니다. 이제 이 나라에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의를 결집시킨 개헌작업과 함께 다음과 같은 반민주 5대 죄악을 국민의 이름으로 척결할 것을 강력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지난 40년의 헌정사에서 이 나라의 민주화를 가로막아 온 이들 반민주 5대 죄악은 국민적 저항운동으로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첫째, 1인 장기집권입니다. 장기집권은 독재와 부패를 수반하기 마련이며 권력의 타락으로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고 맙니다. 둘째는 군의 정치개입입니다. 군사 쿠데타는 아무리 그 목적의 정당성을 강변하더라도 문민정치의 틀을 파괴함으로써 민주의 적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읍니다. 군의 정치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민간 정치인이 우선 군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세째, 정치보복의 악순환입니다. 초법적인 소급입법으로 정치인을 투옥하고 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분명 정치적 보복이며 이것은 평화적 정권교체를 어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누가 집권하든 다시는 정치보복을 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네째, 강권정치입니다. 오로지 정권유지만을 위한 권력의 남용이 빚는 갖가지 강압적 정치와 탄압정책은 나라의 발전을 근본적으로 저해해 왔읍니다. 강권정치의 상징적 수단인 정보와 사찰정치는 이 나라에 한때 제도권정치라는 전대미문의 기형적 정치역학을 산출했는가 하면 인권탄압과 언론통제 등으로 나타나고 있읍니다. 다섯째, 흑백논리에 의한 양극화 현상입니다. 타협을 무조건 죄악시하고 강경론만이 지고지선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풍토가 결국 모든 것을 양극화 현상으로 몰아감으로써 언제나 대치와 대결의 양상만을 빚어 왔던 것입니다. 집권층이나 정치지도자들이 일시적 교언이나 자기과시적 독선이 다시는 이 땅에서 통용될 수 없도록 국민의 명확한 정치의식과 확고한 가치관이 뿌리를 내려야 할 것입니다. 안보를 내세운 여하한 독재도, 민주를 빙자한 과격한 투쟁방식도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국무위원 여러분! 인천사태는 우리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무한책임과 반성의 계기를 주었읍니다. 인천사태는 이 나라 국기와 모든 보수세력 그리고 혈맹우방인 미국을 철저히 부정하고 매도하는 극단적 구호와 폭력, 최루탄이 난무하는 수라장으로 시종했읍니다. 국민들은 최루탄만을 무작정 쏘아 대는 경찰이나 각목과 돌맹이로 좌충우돌하는 극렬시위학생 어느 쪽을 두둔 또는 나무라기 전에 이 나라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극도의 불안과 실망을 감추지 못했읍니다. 인천사태에서 나타난 하나하나의 상황들은 작금 이 나라 정치․사회의 저변에 도사려 온 병폐와 불만들이 복합적으로 표출된 것이었읍니다. 거기에는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 노골적인 의식화 학생들의 급진적 행동양식, 권력과 잘사는 층에 대한 저주, 미국에 대한 불신,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그리고 정치세력의 허실들이 역력히 드러났었읍니다. 그뿐입니까? 정치권력의 부도덕성, 정치력의 부재, 교육정책의 실패, 획일주의적 통치방식, 흑백논리에 의한 정치적 양극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권욕 등 이러한 현상들이 낳은 필연적 결과들이 거기에 있었읍니다. 나는 인천사태의 일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단언합니다. 사태의 원인이나 근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국정을 맡고 있는 정부에 그 공과와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천사태의 극단적 행동과 노골화된 구호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읍니다. 정부가 규정한 대로 극렬시위학생들이 용공세력이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왜 이들 세력이 발생했는가?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야를 구별하지 않는 모든 정치인들의 책임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성세대 모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인천사태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국정운영 면에서 몇 가지 중요한 교훈적 사실을 표출시켰다고 볼 때 현 정부의 심각한 반성과 냉철한 자기쇄신이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무엇보다 이 나라에 심화되고 있는 빈부의 격차와 일부 부유층의 사치성 그리고 권력 주변의 한탕주의 풍조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차제에 정부는 정치발전과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빈부의 격차를 해소시키기 위한 국정운영의 개선에 온 힘을 기울여 줄 것을 간곡히 충고하는 바입니다. 장관! 어디 나가! 어디 장관이야? 여보! 앉아! 정당의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는데 장관들이 왔다 갔다 하면 되나…… 지금 이 사람이 주장한 바와 마찬가지로 이 나라에 심화되고 있는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데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입니다. 특히 학비조달은 고사하고 침식조차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학생들이 오늘의 정치․경제․사회적 현실을 보고 과연 무엇을 느끼겠읍니까? 지금 이 나라 형편에 걸맞지 않은 호화저택과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그 많은 사치성 대형빌딩들이 과연 젊은 학생들에게 국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단 말입니까? 더욱이 반공국가인 이 나라에서 수용태세를 갖추지 못한 학생들에게 이념교육의 지나친 개방은 크나큰 시행착오가 아닐 수 없었고, 졸업정원제 실시는 이 때문에 대구에서 여학생이 자살까지 하는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읍니다. 이제 학원문제는 근본적으로 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관의 개입이 없어야 합니다. 따라서 교수의 신분보장과 학사행정의 자율권 보장을 통하여 교권확립이 이루어져야 하며, 졸업정원제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합니다. 대학입시제도도 원칙적으로 대학에 맡기는 방향으로 재검토되어야 하며 특히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정책적으로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느 여대생이 친척 자녀의 공부를 도와주었다고 해서 구속되다니 이것이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세계 어느 나라에 어려운 대학생이 학비조달을 위해 공부를 가르쳐 주었다고 해서 처벌받는 경우가 있단 말입니까? 국무위원 여러분!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생각해 봅시다. 과연 이러한 정책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이 사람이 이 연설문을 만들고 난 이후의 신문보도를 볼 것 같으면 그 학생을 불구속으로 기소한다고 했읍니다. 그 여학생이 기소당해야 할 이유가 있읍니까? 국민으로부터 기소를 당해야 한다면 여기에 앉아 있는 여러 국무위원들이나 여기에 앉아 있는 정치인들이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어려운 고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지 못한 데에 대한 책임을 우리가 지고 우리가 기소를 당해야 합니다. 또한 오늘날 급진적 좌경학생들의 문제도 지금 이 단계에서 그들을 용공시하기에 앞서 오히려 우리 기성세대들의 반성을 통해 그 원인 제거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배움의 과정에 있는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인생의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스스로 분신자살하고, 그 학생들의 데모를 막던 전경이 학생이 던진 돌에 맞아 숨져 간 비극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읍니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입니까? 지금 이 자리에는 이 나라를 움직이는 국무위원과 정치인들이 모두 모였읍니다. 분신자살한 학생의 목숨과 귀중한 생명을 잃은 전경의 인생을 누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입니까? 이 시대의 운명과 역사를 짊어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숨진 이들의 부모의 심정으로 돌아가 진실로 깊은 반성을 합시다. 여야가 소아를 버리고 대아의 경지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정국을 안정시키고 여론을 주도해 나간다면 사회적 돌출현상은 그만큼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정치인들이 대타협을 통해 민주화 일정을 명쾌히 이룩해 나가고,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경주되고, 기성세대들이 근검절약하는 풍조를 조성하면서 젊은 그들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과 꿈을 심어 준다면 운동권학생 스스로 면학에 힘쓰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여러분들 중에서도 지난날 학생시절 정의감과 혈기로써 학생운동과 데모의 선두에 섰던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며, 지난 60년대에 반전데모에 앞장섰던 청년학생들이 오늘날 미국의 정계나 관계에서 중요한 국사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오늘의 문제학생들을 처벌하기보다 장차 이 나라의 훌륭한 일꾼이 되도록 다 함께 선도해 나갑시다. 나는 3일 전에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한국에 대한 이른바 ‘민주결의안’을 채택했다는 외신을 보고 매우 착잡하면서도 실로 부끄러운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읍니다. 왜 그들이 우리의 내정까지 걱정해야 하고, 우리 정치인들은 왜 이 같은 현상에 일희일비해야 하는지 통탄을 금할 수 없었읍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여야를 떠나 우리의 정치는 우리 손으로 해결하겠다는 민족적 긍지와 자신을 가집시다. 이 길만이 순수한 젊은이들의 반미감정을 유발하지 않고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국무총리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다음은 경제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읍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이른바 3저의 힘을 입어 예년보다 높은 성장을 이룩해 가고 있읍니다.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 국제수지의 흑자가 예상되고 물가는 그 하락마저 전망되고 있읍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이룩하기 힘들다는 물가안정, 국제수지 균형,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피상적인 화려한 현상 못지않게 경제 내부의 깊은 환부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음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읍니다. 말하자면 우리 경제가 속과 겉이 다른 구조적 모순과 내부분열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경제적 갈등은 우리가 지금까지 이 정권을 포함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 참다운 정치세력을 갖지 못했고 그래서 국민경제의 내실 있는 발전을 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 경제는 그동안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대적 빈곤을 확대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계층 간의 이질성과 위화감을 조장했던 것입니다. 더욱이 복지와 정의를 내걸고 출범한 제5공화국 정권 역시 구시대적 병폐를 그대로 답습한 채 경제정책의 기조를 균등한 분배와 복지구현에 두기보다는 엄격한 정부간섭하의 성장 위주의 양적 팽창과 효율 극대화에 둠으로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더욱 심화시켰읍니다. 부패한 정치권력과 결탁한 독점자본의 경제지배, 외채누증과 자립경제기반의 허약, 있는 자와 없는 자로 양분된 극심한 빈부의 격차, 농촌경제의 파탄과 중소기업의 몰락, 임금근로자를 위시한 민생의 위기 등 모든 것들이 그 반증입니다. 최근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노동현장의 격렬한 분쟁이나 죽음으로 맞서는 극한적인 학원소요 그리고 농민들의 저항 등 정치․사회적 대립과 갈등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이 같은 구조적인 모순과 갈등의 폭발현상이라는 점에서 그 핵심요인의 하나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 같은 바탕 위에서 오늘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기보다는 급진좌경화니 자생적 공산주의니 하는 비약적 강변으로 이를 단죄하려는 것은 사태의 원천적 해결보다는 오히려 체제적 과오를 은폐․위장하려는 반시대적 퇴영사고의 발로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국무위원 여러분!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3저의 좋은 기회를 밑거름으로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전기가 차제에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우리 경제의 체질적 개혁을 위한 대전제로서 경제적 인간주의의 실현, 불공정한 분배의 해소, 자주경제 기반의 구축, 사회복지제도의 확립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이 사람은 이와 같은 4대 기본전제를 구현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실천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표를 온 국민의 평등한 인간적 삶에 두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경제적 인간주의의 실현이며 이 같은 목표를 구현할 수 없다면 경제성장이나 발전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추구해 온 단순한 양적 팽창과 소위 규모경제의 논리는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앞서 이 사람이 정치분야에서도 언급한 바 있고 또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 바 있거니와 사실상 전체 국민소득의 태반을 소수의 상위계층이 지배하고 있는 극심한 부의 편중현상을 시정하지 못한다면 민주발전, 경제적 선진화, 사회적 통합, 그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며 결국 빈부의 대립으로 국가사회의 파멸을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시책의 최우선과제를 공정한 소득재분배와 이를 바탕으로 한 빈부격차의 해소 및 중산층 육성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임금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국민소득 2000불을 과시하고 세계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하는 이른바 선진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수많은 근로자가 절대기아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실로 용서받을 수 없는 국민배신이 아닐 수 없읍니다. 임금근로자의 노동권익과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이며 정책적인 제반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우리 국민당이 국회에 제안한 바 있는 최저임금법을 이번 회기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 최저임금제를 즉각 실시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노동조합법을 위시한 제반 노동관계법의 민주적 시정을 단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경기호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심각한 사회적 현안문제로 대두되어 있는 실업문제를 해결하여 국민생활의 안정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세째,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합니다. 수많은 중소기업육성책이 정부에 의해 남발되고 수많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실효가 없는 구두선에 그치고 있읍니다. 30대 재벌이 금융대출의 35.8%를 차지하고 있고 모든 자금지원의 우선순위가 대기업을 위한 정책금융으로 책정되고 있으며 30대 재벌의 부가가치가 GNP의 16%에 달하고 있읍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는 아무리 큰 재벌회사라 할지라도 그 매출액이 GNP의 2% 내지 3%에 불과한데 비해 우리나라 재벌회사들의 매출액은 10%를 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단적으로 자금, 금융, 생산, 시장, 사업영역 등 모든 것들을 재벌이 거의 완전히 지배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이것은 그만치 우리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 때문에 고난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보호는 재벌기업과 독점자본을 철저히 규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재벌에 대한 정책적 옹호를 계속하면서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한다는 것은 간악한 기만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강력히 억제함은 물론 대기업에 대한 조세․금융상의 모든 특혜를 엄단하고 특히 주식공개를 강력히 추진하여 재벌기업을 명실상부한 국민기업으로 체질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며 공정거래의 정상화로 대기업의 농간을 근절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을 완벽하게 보호함으로써만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건전한 산업풍토가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네째, 농촌경제를 회생시켜야 합니다. 이 사람은 그동안 대표연설을 통해 수없이 우리 농촌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파탄적 위기를 경고하면서 그 해결책을 촉구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시정책이 강구되지 못하고 있는 불행한 현실입니다. 빚에 시달려 목숨을 끊고, 소값 피해보상을 외치는 농민저항이 격화되고, 정부가 자랑하는 영농후계자들의 이탈이 속출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우리 농촌경제의 한계상황, 바로 그것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농촌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부채입니다. 호당 200만 원이 넘어선 이 부채는 이미 농민 자력변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정부책임하에 완전히 해결해야 합니다. 농산물가격을 보장하여 영농수지를 맞춰 줘야 하고, 소값 피해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하며, 무절제한 농축산물의 수입을 억제하여 영농기반을 보호해 줘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영농자금금리를 이미 하향 조정한 바 있거니와 그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오늘의 어려운 농촌실정을 감안하여 금리의 추가인하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농민을 등진 정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경고하면서 이 유인물에는 없으나 금년 하곡가의 수매가격도 생산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는 대폭 인상하도록 조치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외채관리의 만전을 기하고 외화도피를 엄중 처벌해야 합니다. 500억 불이 넘는 외채는 국민경제의 자립기반을 파괴하는 우리 민족의 고통입니다. 이 같은 심각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외화도피액이 120억 불, 우리 돈으로 10조 원이 넘는 외화가 해외에 도피․은닉되어 있다는 사실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은 실로 전율과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읍니다. 외국의 빚과 정부지원으로 재벌그룹을 형성한 기업들이 국토를 분점하다시피 하고, 부도덕하게 중소기업의 영역이나 침탈하면서 근로자의 피땀 위에서 번 재산으로 호화와 사치를 누리다 못해 해외로 외화를 빼돌리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망국풍조가 아닐 수 없읍니다. 지난 대표연설에서도 이 사람이 특별히 강조한 바 있거니와 이 같은 민족반역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조사하여 그 전말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엄중 처단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 당국은 해외에 도피된 국민재산을 환수하고 앞으로 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하여 ‘해외재산도피 실태조사를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이 사람이 한 가지 더 부언하고자 하는 것은, 미 하원의 일괄 통상법안 처리와 100개 품목에 걸친 대한 시장개방 요구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날로 극심해지고 있는 미국의 압력에 대해서도 굴종적 자세가 아니라 민족자주성에 입각하여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국무위원 여러분! 소수 특권계층의 부의 강점이나 경제지배를 타파하여 빈부의 양극현상을 해소시킴으로써 국민 모두의 경제적 균형과 조화를 이룩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며 오늘날 우리가 맞고 있는 시대적 소명입니다. 이 같은 역사적 필연의 거역 앞에는 결코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는 냉엄한 교훈을 우리 모두 재확인하면서 지난날의 과오를 다시 한 번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이제 개헌문제가 정치의 장인 국회로 옮겨진 이상 우리 정치인 스스로 심기일전하여 국민의 대표다운 면모를 갖추도록 노력합시다. 때때로 정치인의 사고와 행동양식이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사람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읍니다. 정치인들이 진실로 겸허한 마음과 성숙한 양식을 지닐 때가 왔읍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위선을 버릴 때도 왔읍니다. 헌정 40년 동안 제대로 이룩하지 못한 참다운 민주주의를 진정 꽃피울 수 있는 역사적 계기를 더 이상 헛되이 하지 맙시다. 도도한 강물도 그 원천은 산골짜기의 작은 물줄기입니다. 여야 간에 싹트기 시작한 타협국면이 그 정성을 쌓아 감으로써 도도한 민주화의 물결로 승화되도록 합시다. 출발이 좋으면 그 결과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 다 함께 엄숙한 마음으로 민주화의 대장정에 발맞추어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선인들이 물려준 위대한 민족의 얼을 되살립시다. 장시간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4차 본회의는 내일 오후 2시에 개의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