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상정합니다. 오늘과 내일 양일간에 걸쳐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듣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민주자유당 대표위원이신 김종필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습니다. 그러면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국회의장, 국회의원 그리고 국무총리를 위시해서 국무위원 여러분! 어제 국무총리가 대독한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국정 전반에 걸쳐 상세한 국회 보고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여당의 입장에서 중복을 피하여서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오늘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근래에 있던 일련의 험한 일들로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와 불안을 드리게 된 데 대해서 무슨 말씀으로 죄송한 뜻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건실하고 안정된 사회를 이룩할 것인가, 여러 가지 많은 생각과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린다면 건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지혜를 모으고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생의 안정과 편안함을 도모하는 것이 위정의 첫째 일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오늘의 혼란과 걱정은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그 일차적 책임은 집권여당인 우리에게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출발의 원점에 다시 서서 개혁과 변화의 고삐를 조일 것입니다. 잃어버린 우리들 삶의 가치와 중심을 찾고 정의와 진실, 인간 사랑과 존엄을 회복하는 데 무한히 애를 쓸 것입니다. 국정의 새로운 면모를 일구고 서정을 쇄신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집단조직의 살인사건 등 최근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흉악한 범죄나 세금횡령 또는 군기문란사건 등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나 병리현상에서만 그 원인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다수 국민은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어려움을 이겨 내며 최선을 다하여 진실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절대다수 공무원은 박봉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국가 공직에 헌신하고 있으며, 국민 또한 이를 고맙게 여기고 있는 터입니다. 이 같은 당연한 삶을 외면한 채 자기발전을 이룩하려는 노력 없이 사회의 모순을 빙자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의 잔인무도한 행위를 사회의 산물 또는 물질문명의 탓으로 돌린다면 사회의 존재기반은 무너질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흉악범죄를 사회구조적 모순과 병리로 정당화하려는 자기합리화 주장은 단호히 배척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그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릴 것인가, 과연 우리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성찰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범죄행위의 직접적 책임은 그들 자신에게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책임은 우리와 무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좌절된 욕구와 비뚤어진 성정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와 닮아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사건들은 위험스러운 여러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는 사회의 잠재적 위기성에 대한 시대적 경고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국가사회의 도덕적 재건을 위한 우리 모두의 총체적 대응을 제기합니다. 먼저 인간성 회복과 가치회복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회가 정상적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가치체계의 확립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가치관이 무너지고 도덕적 기준이 붕괴되었을 때, 그 사회는 혼란하고 정체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상응하는 정신문화를 창달하고 사회의 도덕적 지표를 정립해야 하겠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아는 심성을 가꾸고 생명중시, 인간존중의 인본주의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국민정신운동, 인간성 회복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가정의 기능이 복원되고, 교육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어야 합니다. 장유유서와 경로효친을 기초로 한 우리의 전통적 가정문화와 충효사상이 사회의 도덕적 기반으로 다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유치원은 유치원대로, 국민학교는 국민학교대로, 또한 중․고등학교는 중․고등학교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그 수준과 정도에 맞게 인격교육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이럴 때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 준법, 질서, 예절, 공동체의식 등 가치관 교육은 사회의 도덕성을 다지는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지식교육은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교육목표입니다. 그러나 인격 위에 지식이 더해져야 지혜가 나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지혜입니다. 국가발전과 사회개발의 원동력은 국민의 우수한 지력과 인성에 있음을 재삼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만시지탄이 있습니다만 언론기관과 민간단체 그리고 대학 등이 벌이고 있는 도덕성회복운동과 사회 각계 원로들의 새사회건설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매우 소망스러운 일로서 이 시대 절실한 국민운동으로 확산되기를 희구합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국민운동을 이끌어 갈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제 사회적 본류에서 벗어나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정책적 대응이 더욱 확충되어야만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빈곤이 범죄의 합리화나 정당화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빈곤은 범죄의 원인이 되고,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회악이 틀림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빈곤의 청산과 고루 잘사는 정의롭고 건강한 사회건설은 국가적 과제이며 또한 책임입니다. 국가와 정부는 당연히 국민 모두가 인간적 삶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법률적 나눔의 장치를 개선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자유는 민주한국이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이며 우리 체제의 최대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자유와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도 형평과 균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부정과 부패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겠습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려는 자부와 긍지를 파괴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도덕적 허무주의는 바로 추악한 부정부패에서 비롯됩니다. 부정부패의 근원은 사회 곳곳에 얽히고 설켜 있는 제휴와 결탁의 검은 뿌리입니다. 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부정과 불법을 근절하고 그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무경쟁적 이익 과점을 없애는 것이 부패척결의 첫걸음일 것으로 믿습니다. 부정한 먹이사슬과 고리를 끊고 관직 부패를 비롯한 권력 주변의 경제적 횡포를 막아야 투명한 사회, 정직한 사회는 이룩될 수 있습니다. 저는 정부당국에 충심으로 당부하고자 합니다. 정부의 공신력이 위협받고 있고,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세금업무도 믿으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깨끗한 정부 부패척결 범죄추방을 전심전력으로 추구해 왔던 김영삼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얼마나 충실히 실천해 왔는가, 우리 모두 참으로 뼈아픈 반성을 같이 합시다. 정말 정부가 잘해 주었으면 하는 국민의 간절한 소망에 정성을 다하여 부응해야 할 것입니다. 총체적 치안대책을 서둘러 세워 주십시오. 인력이 부족하면 인력을 늘리고, 예산이 적으면 예산을 확충하고 제도와 장비가 허술하면 이를 보완해서라도 경찰의 치안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십시오. 세정의 과학화와 전산화, 행정조직의 정비와 쇄신, 공직자의 의식개혁 등 세무 전반의 근본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 뒤에는 사회규범과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 크게 잘못된 사회풍조가 도사리고 있음을 중시해야 하겠습니다. 국법질서의 온전함과 국가형벌의 엄중함을 교훈적으로 보여 주는 기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엄하게 다스려 주기를 당부드립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지금 정치를 보는 국민의 눈길이 그리 곱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 별로 갖지 않는 듯합니다. 시대도 바뀌고 상황도 변했는데 이를 앞서 이끌어야 할 정치가 오히려 뒤처져 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부응도 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실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선거법을 고치고 국회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 정치개혁을 이룩한 가운데 많은 변신과 변화를 거듭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국민의 마음에 꽉 차지 않는 와각지쟁을 벌이고 작은 정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정치, 우리 국회, 보다 많이 달라져야만 하겠습니다. 제도개혁에 이은 실천적 정치개혁이 뒤따라야 하겠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정치, 국리민복과 직결되는 정치, 여기에 보다 충실해야 불신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가 예년과는 사뭇 다른 생산적인 정책감사로 발전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더욱 정진해 나가십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는 개혁정치의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정치의 존재양식과 우리 국회의 운영방식에 더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선 권력정치의 옛 모습을 버리고 실용정치의 새 틀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국정 전반에 걸친 정치의 지도력, 다시 말씀드려서 실용적인 정치의 산출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치가 국정의 중추가 되지 못하고 그 외곽에 존재하는 부실함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는 이 같은 허술한 구석을 메우고 채워서 명실상부하게 국정의 한중간에 위치하여 기능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정치 본령에 대한 사고와 인식부터 새롭게 정리해 나가십시다. 그리고 첨단과학 정보화시대, 세계화․개방화시대의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서로 길러 나가십시다. 새삼 말씀드립니다만 국회운영과 국민정서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민주정치는 권력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한정시킨 제도적 판 안에서 집권자가 시대를 책임지며 국정을 수행하는 통치행위입니다. 집권기간 동안 소신껏 일하고 선거로 책임을 묻고 신임되면 재집권하고, 신임되지 않으면 정권을 내놓는 것이 민주정치가 아니겠습니까? 국회는 바로 이 같은 민주정치의 근본을 실행하는 국민대표의 광장입니다. 참다운 대화와 토론의 문화가 성숙되고 정착되어야 합니다. 걸핏하면 대치하고 대립하는 원칙 없는 정치를 지양해야만 하겠습니다. 의회정치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을 존중합시다. 지나친 합의, 만장일치는 벌써 민주가 아닙니다. 다수가 완력이 되어서도 물론 안 됩니다. 합리와 원칙을 갖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는 것입니다. 생산적인 비판, 설득력 있는 견제, 책임 있는 동반자로서 소수의 냉정한 협력이 이루어질 때 바람직한 민주주의는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는 많은 안건을 처리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정기국회 본연의 임무인 ’95년도 예산안 심의는 법정시한 내에 성실하게 마무리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95년은 신경제5개년계획의 3차년도로서 안정기조 위에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그 터전 위에 ’90년대 후반 선진국 진입과 통일실현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해입니다. 내년 예산안은 이 같은 ’95년의 국가목표에 따라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농어촌 및 중소기업 지원, 교육과 과학기술투자 이들의 확대 강화, 환경개선과 복지증진에 중점을 두고 편성되었습니다. 특히 세입 중 일부를 국가채무상환에 충당시키는 흑자 예산으로 편성하여 안정기조 정착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20%를 상회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번 예산안의 이러한 여러 특성을 감안하면서, 최소의 지출로 최대의 효율을 기할 수 있는 최적의 예산을 만들어야만 하겠습니다. 20%가 넘는 조세부담률은 선진국에 비해서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결코 소홀히 넘길 수 없는 국민의 무거운 짐입니다. 단돈 1원이라도 국민부담을 줄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도시영세민과 농어민과 중소상인 등 어려운 서민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문제 이의 국회비준동의안은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어야 하겠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21세기는 WTO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와 결별하지 않는 한, 이를 거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밖에서 생존의 길을 찾을 수도 없습니다. 한 해 수출이 1000억 불에 근접하고 있는 세계 12위권의 유수한 교역국가로서 WTO 수용은 당연한 일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WTO는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 하는 차원을 넘어섰습니다. 문제는 가입 후 어떻게 선진 여러 나라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 하는 데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 일에 국회가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57조 원의 재원으로 수립한 농어촌발전대책 그리고 농정개혁추진방안을 차질 없이 성실하게 수행해야만 합니다. 그리하여 경쟁력 있는 전략산업으로 우리의 농업을 진흥시켜야 합니다. 내년에는 4대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우리는 내년 지방선거의 성공적 실시를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지방자치를 당리당략과 권력장악의 차원에서 대응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롭고 공명정대한 선거를 통해서 최적의 인물이 지방화시대를 열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병적이고 파괴적인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하고 지역적 파당성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특정 지역에 특정의 정치세력이 선호되는 폐쇄적 지역주의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내년의 지방선거는 반드시 지방화, 개방화, 국제화 차원의 국가적 관점에서 올바른 선택이 이루어지는 주민자치의 축제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정부도 중앙권력의 제한과 지방으로의 권력이양, 수직적 행정체계의 재편성과 횡적 협력체제의 강구, 지방자치단체 간의 균형과 조화의 모색 등 지방화시대를 펼치기 위한 제도적, 법률적 장치를 완벽하게 갖추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북한과 미국 간의 핵 협상이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이번 북한과 미국 회담은 협상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아쉬움도 없지 않으나 북한의 NPT 완전 복귀, 특별사찰 등 과거 핵의혹 해소, 핵 활동 동결 그리고 관련시설 해체, 폐연료봉 처리, 남북대화 재개 등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제반 사항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기대를 걸 만한 성과를 도출했다고 믿습니다. 특히 이번 타결로 핵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규범과 협약을 준수하고 한반도가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우리 스스로를 정리하고 현실을 현실로 받아드리며 회담 이후를 새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는 깊은 사려와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정부에 대해 몇 가지 제언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북핵 협상을 지켜본 우리 국민들이 이번 북한과 미국 간의 합의가 과연 제대로 이행될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을 아직도 갖고 있는 데 대해서 정부는 충분한 설명을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특별사찰을 포함한 IAEA의 사찰이 향후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 폐연료봉의 안전한 보관과 제3국 이전이 제대로 실행될 것인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행과 남북대화 재개가 합의대로 실천될 것인가, 그리고 남북대화에 끝까지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북한이 경수로 건설에 우리의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여러 가지 걱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늘 걱정해 온 일입니다만, 정말 북한은 핵폭탄을 비롯해서 핵물질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인가, 만약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도 국민들이 알도록 이해하도록 분명하게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 북한 관계가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 관계는 열리고 남북관계는 막히는 어려운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또한 어떻게 할 것인지 대비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부는 앞으로 대북정책에 있어서 우리의 내심을 한꺼번에 내보이는 신중하지 못한 일은 삼가해야 할 것이며, 특히 북한과 미국 합의사항이 완전히 실천되기까지 결코 경계를 늦추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으로 믿습니다. 남북대화의 재개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추진될 투자, 무역 등 대북한 경협에 있어서도 기업체들 간에 무분별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올바로 유도하고 조절해서 차질 없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부는 북한과 미국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북대화를 유지하기 위한 우리의 목표가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의지와 정성을 쏟아 넣은 행보를 유루 없이 계속해 주시기를 재삼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체계적이며 일관된 외교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일부 국민의 우려를 깊이 새겨야 합니다. 이 같은 인식은 외교당국이 빚은 그동안의 신중하지 못한 여러 일들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귀감으로 삼아서 국민들의 이해를 단단히 다져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말씀드린 대로 미국과 북한 관계가 변화되는 등 앞으로 동북아 질서는 새로운 탄생을 맞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부는 미․일을 기본 축으로 하는 전통외교를 더욱 다진 가운데 격변하는 주변의 사태전개를 올바르게 파악하면서 앞서가는 대응으로서 우리 외교의 지평을 새롭게 넓혀 가야 하겠습니다. 통일은 통일지상론자들의 환상적 주의주장이 아니라, 현실론자의 착실한 대책과 실질적 준비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통일은 방안이 없어 못 하고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이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꿔야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은 반드시 변합니다. 변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조속히 이루어야 할 민족의 숙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서두를 일도 아닙니다. 우리는 차분하게 국가의 자존과 긍지를 지키며, 우리의 힘을 기르고, 국민소득을 배가하고, 경제적 도약을 이룩하는 등 우리가 할 일을 착실하게 수행해야만 통일도 가능해집니다. 세계적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냉전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북한이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순리대로 이루어져 가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억지로 통일을 바라는 경향도 있습니다마는 억지로 얻은 통일은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 내게 될 것입니다. 이산가족문제라도 우선 해결해야 합니다. 동진호 선원을 비롯한 납북인사의 귀환과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 그리고 친인척 재회와 서신교환문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산적해 있습니다. 고통받고 있는 북한 동포의 인권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는 없는 일들입니다. 북한 동포의 인간적 삶을 지켜 줄 민족적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힘이 있을 때 지켜집니다. 북한은 ’95년을 자기네식 통일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화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안보력은 더욱 절실한 것입니다. 이번에 일어난 군기문란사건은 지나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군은 지휘통제를 생명으로 하고 있습니다. 군율과 군기의 문란은 곧 군의 위기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군 수뇌부의 철저한 의식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며, 군정과 군령 등 군 통수체제 전반에 걸친 엄격한 점검과 쇄신책이 강구되어 실천되기를 바랍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더 이상 사회의 논란 대상이 될 수 없는 이미 실험이 끝난 이데올로기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에 기울어진 주사파가 대학 일부에 아직 남아 있고, 운동권 학생의 불법적 방북이 또다시 자행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언제까지 사상적 혼돈을 겪으며, 젊음을 허송하고 학문을 저버릴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학생의 본분은 꾸준히 연마하고 면려하는 일입니다. 지성적 판단으로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올바로, 그리고 넓게 보며 공부에 전념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저는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이나 소위 신공안정국 논란에 생각을 같이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국가보안법은 자유와 민주와 인권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체제를 확고히 지키기 위한 한시적 특별수단에 불과합니다. 결코 일부에서 견강부회하는 것과 같이 오늘날 국가보안법은 인권을 탄압하는 반민주적 통제장치가 아닙니다. 저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 날이 하루바삐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본질적 변화가 있기 전에는 이를 폐지할 수는 없습니다. 오용과 남용은 철저히 막아야 할 것입니다. 법체계상이나 법리상의 문제가 있다면 이는 개선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체제를 수호하고 사회 안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당연한 공안행위가 신공안정국 논란으로 비난되는, 반공안적 오도가 더 이상 있어서도 안 되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금년도 우리 경제는 8% 수준의 높은 성장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동안 많은 걱정을 끼쳤던 물가도 수그러졌고, 경기도 회복단계를 지나 호황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자본투자나 상품수출이 크게 증가되었고, 제조업 성장도 현저히 신장되어 성장, 수출, 물가 등 모든 면에 걸쳐 기대 이상의 좋은 경제를 실현할 것같이 보입니다. 이 같은 경제활력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이를 구조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국가적 노력을 한층 더 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저는 우리 경제의 전체적인 효율성 향상과 국가경쟁력의 강화, 그리고 민생안정을 위한 물가안정을 거듭 강조합니다. 무엇보다도 선진산업구조로의 전환과 기술개발 그리고 정보화 촉진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 중소기업과 농어업의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노사안정이 이룩되어야만 하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요즈음 늘어나고 있는 국제수지 적자도 수출이 늘면 늘수록 수입이 더 느는 산업구조의 후진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단기적인 성장률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배양하는 데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며, 고성장이 오히려 산업의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고 저해하는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잠재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법률적 차원의 도식적 규제완화를 뛰어넘어서 방대한 행정구조의 혁신과 관료의 의식개혁을 통해서 규제혁명을 일으켜야만 하겠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행정간섭과 규제를 원천적으로 없애야 합니다. 공기업의 민영화 역시 민간주도의 경제실현과 기업 생산성의 제고를 위해 과감히 추진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의 시대는 비교우위가 아니라 절대우위가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은 전문성 있고 규모 있는 명실상부한 대기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업종의 계열기업을 군집시킨 재벌형태를 지양하고, 주력전문업종에 의한 대규모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세계 굴지의 대기업과 경쟁해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소유지분을 낮추고 소유와 경영도 분리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유례없이 높은 부도율 속에서 도산이 계속되고 있는 중소기업의 위기상황은 시급히 대처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능력 없는 기업의 도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도와줘도 일어설 수 있는 유망한 기업은 국가적 책임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마땅합니다. 중소기업의 애로요인을 풀어 줄 수 있는 실질적 도움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하도급 횡포의 시정, 중소기업 우수제품의 보호, 신용제도의 개선과 금융 확충 등, 중소기업 지원대책의 획기적 개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자동화, 합리화, 기술개발사업 등을 통한 중소기업 구조조정도 더욱 촉진돼야 하겠습니다. 지금 물가의 고삐는 잡았습니다만, 그러나 서민들이 받고 있는 물가고통이 매우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으로나 체질적으로 물가불안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금, 금리, 부동산 등 물가불안을 조장하는 요인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정부는 행정력이나 정부통제에 의한 물가관리가 아니라 경쟁원리에 충실한 제도적, 정책적 수단을 통해서 국민이 같이 참여하는 물가안정화 시책을 강구해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독과점 품목이나 개인 서비스 요금의 부당한 인상 또는 농수산물의 수급 불안에 대한 지속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환경보전은 우리 생활 자체여야 합니다. 환경적으로 깨끗하고 건전한 생활이 일상화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무렇게나 버리는 쓰레기를 줄이지 않고는 자연을 지킬 수 없습니다. 죽어 가는 하천은 곧 생명의 죽음을 뜻합니다. 우리 당도 오래전부터 녹색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만, 샛강살리기 운동 그린스카우트 운동 등 언론기관과 민간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환경캠페인은 시의적절한 참으로 뜻있는 일이었습니다. 온 국민이 거국적으로 여기에 동참할 것을 촉구드리는 바입니다. 우리 모두 환경의 파수꾼이 되고 강산을 살리는 자연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막론하고 환경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산업 또한 엄격한 환경보호 구조로 개편되어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국회의장, 국회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제2의 도약을 강조해 왔습니다. 경제에도 정치에도 어느 것에도 기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듯 뿌린 대로 거두고 노력한 만큼 얻을 뿐입니다. 우리의 도약도 우리의 정성과 지혜가 집약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김영삼 대통령 정부의 개혁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며, 과업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도덕적 힘을 더욱 발양하여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기할 것이며, 우리가 약속하고 표명한 일들은 책임지고 수행할 것입니다.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들을 주목하면서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나갈 것입니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하는 역사의 가르침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며 집권 중반기, 수성의 한중간을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전진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온 국민의 더 큰 관심과 질책을 그리고 지지를 진심으로 기대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제6차 본회의는 내일 오전 10시에 개의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