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계속해서 상정하겠습니다. 오늘은 민주당의 대표최고위원이신 이기택 의원의 연설이 있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그리고 존경하는 국회의장, 국회의원, 그리고 존경하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오는 7월 2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일관되게 통일시대를 선도해 온 우리 민주당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분단으로 인해서 얼마나 큰 고통과 아픔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까? 이제야 비로소 반목과 대결의 장막을 걷고 화해와 통일로 나갈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로 분단시대에서 통일시대로 가는 새 역사의 장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21세기를 대비하고 민족사의 새 장을 열기 위한 국민적 총의를 창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현 정권이 새로 출발하는 자세로 거듭나야만 하겠습니다. 신정부 출범 1년 반 만에 우리의 국정은 혼돈과 표류를 거듭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경영과 지도력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은 신권위주의적 통치로 국가기능이 혼선을 빚고 정치를 무력화시켜 왔습니다. 정부의 원칙 없는 외교와 대북정책은 우리 국민들을 한때는 전쟁의 불안으로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신경제정책은 서민경제와 중소기업을 외면한 채 일부 재벌들만을 위한 낡은 정책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노동자들의 요구에 강경 일변도로만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신정부 출범 후 빚어진 이런 모든 국정의 난맥상을 진단하고 시대의 요구인 참된 개혁을 위한 새 출발의 계기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현 정부의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됩니까?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국민들은 방관자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시대로 전진하기 위한 국가 개혁과제들을 지체 없이 실행하는 국정의 중심으로 우리 국회가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국민과 역사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김영삼 정부에게 국가 장래를 위한 충고와 대안을 밝히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89년 몰타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은 세계 냉전을 종식시켰습니다. 수천 년간 대립과 반목으로 투쟁해 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까지도 화해의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400년 이상 흑백 간의 투쟁과 갈등으로 점철되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백인 대통령과 흑인 지도자의 희생적 결단으로 화해와 평화를 이룩했습니다. 인종이 다르고 민족이 달라도 이렇게 화해와 공존의 새 시대를 열어 가는데 반만년을 한 민족 한 핏줄로 살아온 우리 민족만은 아직까지도 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의 냉전을 종식시키는 역사적 계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길고도 어두웠던 분단의 터널을 뚫고 민족통일의 여명을 밝히는 회담이 되기를 우리 모두는 간절히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고 통일시대의 문을 여는 한민족대화합선언을 세계만방에 천명해 주길 양 정상에게 촉구합니다. 트루만선언이 세계적 냉전의 개막선언이었다면 한민족대화합선언은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적 냉전의 종식선언이 될 것입니다. 남북 정상은 역사와 민족이 요구하는 막중한 이 책임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남북 정상은 칠천만 겨레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통일의 초석입니다. 저는 북한 핵문제가 일괄타결 방식으로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물론 북한 핵의 투명성은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현재와 미래의 핵 투명성이 확보되면 과거 핵문제도 풀릴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조속한 실천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남북관계의 질적 개선과 신뢰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될 것입니다. 반세기 동안이나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생사확인은커녕 편지 한 장 못 하는 슬픔을 해소하는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1천만 이산가족과 함께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아울러 경제협력문제도 남북공동의 번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2차 정상회담도 반드시 개최되어야 합니다. 그 장소는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서울에서 열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남북 당사자 간의 노력이 아닌 외국의 중재에 의해서 이루어진 사실은 우리 역사의 커다란 부끄러움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민족자존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는 것을 특히 남북 정상이 공히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몇 가지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번 정부의 방침대로 전쟁을 각오한 대북제재가 이루어지고 그래서 만약에 한반도에 전쟁이 재발했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었겠으며 칠천만 민족이 어떤 고통을 감내해야 했겠습니까?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당이 예측한 대로 대북제재에 응하지 않을 것이 명백했는데도 무리하게 유엔 제재를 고집하여 외교적 마찰까지 일으킨 그 책임에 대해 왜 정부는 국민에게 대해서 한마디 해명도 없습니까? 대북정책이 아무 주견도 없이 강경과 온건을 왔다 갔다 함으로써 협상에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데 대해서 왜 한마디 해명도 없습니까? 특히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사실상 반대했던 현 정권이 이제 와서 남북정상회담이 마치 자신들의 주도에 의해 이루어진 것처럼 국민들 앞에서 선전하는 것은 한마디로 부끄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정부는 더 이상 잦은 정책혼선으로 소중하게 얻은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잃게 되지 않도록 확고하고 일관된 외교 통일정책을 수립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냉전시대의 낡고 두터운 겨울옷을 벗고 화해와 공존공영의 통일원칙을 확고히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냉전적 대결정책이 아닌 탈냉전적 포용정책으로 민족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어떤 동맹도 민족보다 나을 수는 없다고 한 그 원칙을 재천명해야 합니다. 우리 민주당과 저는 일관되게 전쟁반대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주장해 왔습니다. 이 땅에 다시 한번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은 바로 남북 모두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대화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우리의 일관된 주장을 천명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우리의 주장에 대해서 입에 담지 못할 인신공격까지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우리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김대중 이사장을 비롯한 많은 인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행히 어제의 여당대표는 본인과 우리들이 주장했던 전쟁반대 그리고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이 자리에서 주장했고 그것은 우리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우리는 간주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여당의 방침이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 당과 저는 외교와 통일문제에 관한 한 여야를 떠나 초당적 대처를 사실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습니다. 초당 외교가 대통령과 정부의 독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당 외교는 정부와 여야 간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익을 도모하는 데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저는 적절한 시기에 저의 역할을 그리고 우리 당의 역할을 행동으로 옮길 작정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이번 국회는 14대 국회의 후반기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2년을 돌아보고 향후 2년의 좌표를 설정해야 할 그러한 시점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국회의 운영이 과거 정권하의 국회와 무엇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까? 우루과이라운드협상과 대형참사와 물가불안과 파업사태 같은 이런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 우리 국회는 무엇을 했습니까? 국회 소집 자체가 아직도 여야 간에 정치 쟁점이 되는 후진성을 되풀이하고 있지 않습니까? 14대 국회의 전반기는 국회의 권능과 위신이 근본적으로 도전받는 심각한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집권여당의 날치기 시도는 여전히 되풀이됐습니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다수에 의한 힘의 논리가 횡행하는 반의회주의적 풍토도 있었습니다. 청산과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12․12 군사쿠데타, 율곡사업, 평화의 댐 등 3대 의혹사건과 상무대 정치자금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는 정부 여당의 반대로 아무런 결실도 거두지 못한 채 지금 현재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현 정권 출범 후 발동되었던 두 번의 국정조사가 모두 정부 여당의 방해로 중단되었다는 것은 우리 국회의 실상을 여실히 반증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특히 상무대 국정조사의 파행과 중단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국민의 혈세가 특히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국방예산이 부정한 정치자금으로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끝까지 거부하였고 증인들은 불출석과 위증으로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습니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게 위약을 하면서까지 이 사건의 진실규명을 막으려 하는 것은 결국 현 정권 스스로 상무대 비리에 관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국회의 권능회복을 위해서라도 상무대 비리의 진상은 밝혀져야 합니다. 현행 국정감사조사법에 모호한 점이 있다고 정부 여당이 끝까지 고집한다면 법을 더욱 명백하게 개정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가 관철되어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이제 14대 국회의 후반기를 맞아 ‘우리 국회가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라는 뼈아픈 자기반성을 통해서 국회는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다시 강조합니다. 저는 이번에 국회법 개정내용을 보면서 사실은 탐탁하게 생각치 않았습니다. 근본적으로 이 국회를 개혁하려면 적어도 상시국회, 인사청문회 또 국회의장의 당적이탈, 예결위 상설화 등이 이루어져야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당의 총무단에서 끈질기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국회의 개혁이 무산된 데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실질적인 국회의 개혁조치들은 조만간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는 지방자치시대를 위한 준비를 거의 못 하고 있습니다. 전면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대비하는 법적 제도적 준비를 이 국회에서도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사통치시대 악법의 상징이었던 국가보안법은 그 개정을 위한 시도조차 해 보지 못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환경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적인 장래를 위해서도 국가보안법은 현실성 있게 개정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세계무역기구체제와 뉴라운드 대응, 대북협상을 비롯한 많은 국가적 현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또다시 과거의 무기력에 빠져 활발한 논의의 장이 되지 못한다면 국회는 국민들의 신뢰를 결코 회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경제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오랜 침체를 겪어 왔습니다. 최근 경제수치상으로는 수출이 늘고 성장률이 회복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서민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값싼 임금과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추격해 오는 개발도상국과 기술패권주의와 개방압력으로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선진국 사이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과거 관 주도 경제의 유산인 불균형과 비효율, 불공정은 시정되지 않고 있으며 높은 금리와 아직도 비싼 땅값은 여전히 기업의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올 초의 물가폭등은 지금까지도 서민생활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물가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을 두고 물가안정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저는 지적합니다. 그것은 이미 연초에 물가가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금도 물가불안의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금년을 국제수지 흑자 원년으로 삼고 10억 불 흑자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올해 1/4분기 경상수지는 오히려 25억 불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더욱이 석유 및 원자재와 국제금리의 상승으로 신3저의 현상이 퇴조해 감에 따라 수출 채산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실업률 또한 지난 5년간 최악의 상태입니다. 정부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부 부문에 편중된 일시적 호황현상을 두고 전체 경제를 낙관하는 것은 안이한 생각입니다. 신발 및 섬유 등 고용효과가 높은 경공업 부문은 경쟁력을 이미 상실한 지 오래됐습니다. 1000여 개의 업체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후발국으로 이전하여 우리나라에는 경공업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비롯한 경제의 안정기조 위에서 근본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가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재벌 중심의 불균형심화정책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 출범 후 경제력 집중과 경제의 불균형은 과거 30년 군사정권의 그 어느 때보다도 심화되었다는 사실을 깊이깊이 반성해 봐야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전체 고용의 3%밖에 안 되는 국내 4대 재벌이 총매출액의 33% 총자산의 29% 수출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불균형이 심각합니다. 여기에다가 정부의 원칙 없는 공기업 민영화와 금융전업군 시책은 재벌들의 이권 각축장으로 변모할 우려마저도 있습니다. 정부의 지금과 같은 시책으로 이렇게 재벌이 비대해진다면 국민이 바라는 경제균형이나 중소기업의 생존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한 해 중소기업 9500개가 도산하고 금년 5월까지 어음 부도율은 지난 8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김영삼 정부의 경제개혁이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역행하고 국민이 기대하는 경제정의 실현에도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무엇보다 경제력 집중완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한국은행의 독립을 위한 한국은행법, 정의로운 노사관계를 위한 노동관계법의 시급한 개정과 금융실명제의 대체입법, 근본적인 세제개혁 등을 통한 경제개혁의 기틀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공기업 민영화는 반드시 중소기업의 참여와 소유의 분산 효율성 제고라고 하는 확고한 원칙하에 추진되어 국가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당은 공기업민영화법을 제정하여 이를 뒷받침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에서도 자본유치에만 급급하게 되면 무분별한 특혜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율시장경제 확립, 불균형경제의 시정, 기업전문화와 경영혁신, 과학기술과 교육혁명의 추진 등 저와 민주당이 시종일관 주장해 온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4대 기본과제를 정부가 적극 추진할 것을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촉구합니다. 농민 여러분! 정부는 현재 세계무역기구협정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UR 협상 주도국 중에서 어느 국가도 국회에서 비준동의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최대 피해국인 우리만이 부당한 개방조건의 시정도 없이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정부는 먼저 한미 간 쌍무협상에서 본래의 협정보다 불리한 개방조건부터 수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러한 수정노력이 없다면 결코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다는 것을 재천명해 둡니다. 우리 600만 농민은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분노와 좌절감에 빠져 있습니다. 따라서 농업 농민 농촌대책이 실질적인 국정운영의 최상위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당은 줄기차게 농업투자를 위한 목적세의 신설을 주장해 왔습니다. 그 결실로 미흡하지만 농어촌특별세가 신설되었고 이를 재원으로 한 추경 예산안이 지금 국회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추경 예산안은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선심사업용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습니다. 농어촌특별세는 재원조성 취지에 맞게 농어업 경쟁력강화와 농산물의 가격보장 등에 중점 배분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솔직이 말씀드려서 과거 어느 정권이 우리 사회에 누적된 지역 간 세대 간 그리고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적이 언제 있었습니까? 최근에 일어난 지하철과 철도파업사태는 이러한 갈등의 한 단면에 불과합니다. 이번에 파업에 나선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어찌 보면 그늘진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민과 개혁을 내건 정부라면 이런 그늘에서부터 개혁의 빛을 비추어 주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에 이 사회의 그늘진 곳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에 성급하게 공권력에 의존했습니다. 공권력만 앞세워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미봉책은 될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더 큰 갈등을 야기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무한경쟁의 새로운 세계경제환경 속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철도노동자들과 파업지도부에게 정당한 요구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명한 방법을 선택하라고 우리 국민은 노동자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고민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국제경쟁력도 함께 강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안고 있는 이 시대의 모두의 고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각 경제주체들 간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노력을 앞으로도 더욱더 경주해 줄 것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그래야만 국민적 합의의 바탕 위에서 국제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자제하고 또 해직노동자들을 현장에 복귀시켜야 합니다. 또한 노동자들은 극단적 파업행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대화의 장으로 모두 돌아와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고 바램입니다. 마침 오늘 아침에 파업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복귀했다는 소식을 저희들은 반갑게 들었습니다. 우리 민주당은 철도와 지하철 파업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꾸준히 당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가지고 그 중재에 나섰습니다. 앞으로도 정부와 협력해서 중재에 나서 가지고 이번과 같은 그러한 불행한 사태, 온 국민이 불편을 겪고 경제의 위축을 초래하는 그러한 사태가 없도록 사전에 함께 노력할 것을 바랍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얼마 전 한약사 부부 살해사건은 우리 사회의 도덕과 교육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매년 수십만 명의 대학입시 탈락자를 방치하는 교육제도와 황금만능주의 풍조 속에서 우리의 자녀들은 사실 기댈 곳이 별로 없습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과 부를 거머쥔 사람들이 아무 부끄럼 없이 활개 치는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자라나는 세대가 무엇을 본받고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사회 전반의 의식개혁 없이는 이러한 도덕성의 위기는 극복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근면하고 검소한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풍토를 조성하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패륜사건의 발생도 과연 막을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를 던집니다. 그러므로 사회 지도층이 도덕적 권위를 세우는 데 먼저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졸업장보다는 자격증이 우선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개성과 창의를 존중하고 도덕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교육제도로 개선이 이루어져 나가야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여러 차례에 걸쳐 현 정권이 통합적 지도력을 발휘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누적된 갈등과 불신의 골을 메우고 다가오는 21세기와 통일을 준비하는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그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정부가 개혁의 대오를 묶어 세우는 통합지도력의 중심이 되지 못할 때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2년 이상 현안으로 계속되는 동안 우리는 많은 국가적 에너지를 소모한 것도 사실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많은 국민이 통일논의에 관심을 집중하면 할수록 국민 모두는 더욱 이성적인 자세를 견지하여 국가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이번에 실현되는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반세기 만에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감격스러운 순간입니다. 동족상잔의 처참한 역사적 경험을 안고 있는 우리 민족이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심정에는 회한이 서린 기대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남북 정상에게 다시 한 번 민족의 기대를 전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칠천만 겨레와 전 세계가 이번 정상회담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 정상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을 위한 대비는 착실한 국가개혁 추진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명심합시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진행한 개혁은 지금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개혁의 목표와 방향성이 실종되었다고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한 바 있지만 21세기가 6년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개혁은 국가의 장래가 걸린 생존, 우리 민족생존 전략입니다. 다시 한 번 현 정권의 개혁추진이 방향성을 찾기를 촉구합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올바른 국가개혁을 추진한다면 조국의 장래를 위해 언제든지 협력하고 함께 국정을 책임지는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역사와 국민이 부여한 개혁과 통일로 전진하기 위해 우리 민주당뿐 아니라 야권의 모든 민주세력들의 결집은 시급합니다. 범민주세력은 반드시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역사의식이 새 시대를 여는 가장 든든한 힘이 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끝으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민족대화합선언이 이루어지도록 칠천만의 염원을 한데 모으자고 호소하면서 저의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제6차 본회의는 내일 오전 10시에 개의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