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상정합니다. 먼저 신한민주당을 대표하여 동당 총재 이민우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이민우 의원 나와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장! 의원 동지 여러분! 총리 이하 국무위원 여러분! 얼마 전 우리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우리의 성숙된 국민적 역량을 우리 자신에게는 물론 온 세계에 다시 한번 입증했읍니다. 나는 여기에서 얻어진 자신감이 앞으로 우리 민족의 장래를 개척함에 있어서도 매우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믿으며, 그런 의미에서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거둔 이러한 성과를 두고 우리 자신을 환상적으로 과장하거나 또한 그것을 마치 자신들의 공로인 양 왜곡․선전하고 있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것은 국민의 위업에 대한 모욕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이번 아시안게임 결과를 보면서 특히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우리 국민이 세계사상 유례없는 근면과 성실로써 경제․사회․문화․체육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 정치인들이 책임지고 있는 정치분야만이 거짓말처럼 낙후되어 있는 현실에 대해서였읍니다. 왜 정치분야만이 세계 최후진국의 반열에 뒤처져서 경제․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가기는커녕 오히려 저해요인으로 지탄을 받게 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도대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입니까? 나는 정부․여당에 몸담고 있는 여러분들의 책임을 말하기에 앞서 지난 1년 10개월 동안 제1야당을 이끌어 온 나 자신의 책임을 먼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민주화가 이 나라 정치발전의 유일한 왕도이며, 현 단계에 있어서 민주화의 핵심은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을 보장하는 것 즉 대통령직선제의 실현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이 사실을 정부․여당의 여러분들에게 설득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좀 더 생각해야 할 점이 있지 않았나 싶은 것입니다. 예컨대 나타나서는 안 될 정권, 국민과 역사에 의해 무참히 거부되고야 말 정권 등의 격렬한 표현으로 질타한 것은 그것이 비록 민주개헌을 촉구하기 위한 표현이었다고는 하나 현명한 설득방법은 아니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표현이 현 집권층에게는 정치보복의 기우를 불러일으켰을 것이고 우리 당의 거듭된 정치보복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 의구심이 말끔히 씻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당 의원 여러분! 진심으로 말씀드리거니와 여러분들이 그와 같은 이유 때문에 이치에도 맞지 아니하고 국민의 여망과도 배치되는 내각책임제 개헌을 구상했다면 그것은 오해가 빚어낸 오류일 따름입니다. 허구적인 정치보복의 우려 때문에 집권연장을 꾀하고 그 결과 가뜩이나 낙후된 정치분야의 발전을 계속해서 가로막는다면 후세의 사가들이 이 시대를 책임졌던 우리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겠읍니까? 나는 여당 의원 여러분들이 지난 2․12 총선 과정에서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자는 국민의 함성을 온몸으로 들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읍니다. 그리고 총선 직후에는 이와 같은 국민의 여망을 더 이상 거역할 수 없다는 반성이 여러분들의 내부에서 심각하게 제기되었다고 하는 사실도 모두 알고 있읍니다. 그러나 우리 당이 연금과 당사 봉쇄, 소속의원들의 기소 등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반민주적인 현행 헌법의 개정을 요구했을 때 여러분들은 오로지 정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호헌의 논리만 되풀이 강변했읍니다. 자기 당의 핵심당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조차 압도적인 다수가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은 이를 감추기에만 급급했을 뿐이며 급기야는 온 국민의 노도 같은 개헌요구를 잠시나마 모면하기 위해 89년 개헌검토론을 펴는 구차한 모습까지 보였읍니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가던 일천만 개헌서명운동 등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마침내 우리 당의 개헌요구를 수락했을 때 그 마지막 순간에 또 다른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입니다. 현 정권은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요구하는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외면하고 장기집권의 흉계를 비장 시킨 사이비 내각책임제 개헌 주장으로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려 한 것입니다. 2․12 총선 과정에서 한 번도 내각책임제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으면서도 느닷없이 이것이 절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민의 여망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와 우리 당은 현 정권의 이와 같은 억지가 기본적으로 독재정권의 연장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며 그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다음 두 가지를 지적하는 바입니다. 첫째, 여러분들은 내각책임제라는 정부형태의 겉모습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 지금 이 시간까지도 내각책임제하에서의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선택권 보장 여부를 결정하는 국회의원선거제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비치지 않고 있읍니다. 이것은 반민주적인 국회의원선거법을 끝내 감춰 두고 있다가 여당의 개헌안을 힘으로 밀어붙인 후 여당끼리의 국회에서 제멋대로 통과시킬 계획임을 보여 주는 증거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구성된 국회, 그런 방식으로 차지한 다수의석과 정권이 얼마나 견딜 수 있겠읍니까. 내가 내각책임제 개헌 구상을 가리켜 일당 장기독재 음모라고 규탄하고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국회의원선거제도가 숨겨진 흉기라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인 것입니다. 둘째, 현재 정부․여당이 주장하고 있는 내각책임제 개헌 구상은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국회의원선거제도 여하에 따라 일당 장기독재의 길을 예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권당의 당헌과 당규의 내용에 따라서는 1인 장기독재라는 최악의 상태마저 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집권당이 당권을 장악한 인사에게 당 소속의원의 모든 정치행위를 지시․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면 결과적으로 의회와 내각 그리고 심지어 수상까지도 그 인사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이미 우리가 본받지 않아야 할 몇몇 후진국에서 현실적으로 나타난 적이 있었던 반민주적 통치방법의 한 형태이며 따라서 나와 우리 당이 이러한 최악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진실로 숨겨진 흉계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그 고통스러운 벙어리노릇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며 감추어진 음모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나와 온 국민의 의구심에 대해 변변한 설명 한번 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나와 우리 당은 지난 수개월 동안 국내외로부터 타협과 양보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 왔읍니다. 때로는 파국과 이른바 판쓸이 따위의 위혁적 인 언사와 함께 타협이 강조되기도 했고 또 때로는 우리 국민의 역량과 이 나라의 정치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낭만적인 발상의 양보를 권고받기도 했읍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거니와 나와 우리 당은 2․12 총선과 개헌 현판식 그리고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던 단합대회를 통해 거듭거듭 확인된 바 있는 절대다수 국민의 대통령직선제 개헌 여망을 절대로 저버릴 수가 없읍니다. 나라고 해서 국민이 두려워하는 파국을 바랄 리가 없고 이 나라의 장래가 흔들릴지도 모를 처참한 판쓸이가 즐거울 리도 없읍니다. 그러나 우리 당이 두려움 때문에 굴복하여 대통령직선제 요구를 포기한다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헌법과 그 헌법에 의해 성립될 제6공화국은 출범도 하기 전에 제5공화국이 직면했던 것보다도 몇십 배나 더 격렬한 정통성 시비를 겪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회가 구성된다 한들 국민의 뜻을 무시한 여당과 국민과의 약속을 배반한 야당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읍니까. 결국 아무리 애를 쓴다 하더라도 민의의 원내수렴은 불가능해질 것이며 마침내는 나라의 명운을 어렵게 만드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말 것입니다. 직선제 개헌에 대한 양보와 타협이 이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히 눈에 보이는데 나나 우리 당이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겠읍니까?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나는 정부․여당 여러분들에게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통령직선제와 내각책임제, 즉 개헌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이를 국민에게 직접 선택하게 할 것을 제의하는 바입니다. 내가 구태여 설명드릴 필요도 없이 지금까지 개헌정국이 혼미를 거듭했던 것은 결국 권력구조에 대한 여야 대립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읍니다. 대통령을 내 손으로라는 국민의사가 절대다수임이 확인되었는데도 집권당은 적반하장격으로 내각책임제의 지지도가 높다고 강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 정권이 진실로 내각책임제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믿고 있다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에게 불법적인 홍보교육을 강행했을 리도 없고 또 반상회를 통해 일방적인 내각책임제 선전을 자행할 리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불법적인 작태를 추궁하는 대신 국민투표에 의해 국민의 의사를 직접 확인할 것을 주창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신의 잔재인 현행 국민투표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여 첫째, 찬반의사만을 묻도록 되어 있는 조항을 고쳐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직선제 중 양자택일을 가능케 하고, 둘째, 찬반토론을 금지하여 조작된 관제여론만이 활개치도록 되어 있는 독소조항을 개정하여 민주적이고도 자유로운 홍보활동을 가능케 하며, 세째, 민주주의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수준의 투․개표의 공정성을 보장토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법제뿐만 아니라 그 운영의 공정성도 확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비롯한 전 선거과정을 관장할 거국적인 선거관리내각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력히 지적해 두는 바입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국민투표제도는 나폴레옹 3세가 공화국을 파괴하고 황제로 취임하는 수단으로서 악용한 이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의 예외 없이 집권자가 바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입니다. 다시 말씀드려 나의 이와 같은 제의는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현 집권당에게는 말할 수 없이 유리하지만 우리 민주세력으로서는 참으로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겨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국민의 성숙된 정치역량을 굳게 믿기 때문에 국민지지를 참칭하는 현 집권세력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이와 같은 제의를 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진실로 국민이 내각책임제를 지지한다고 믿는다면 두려움 없이 나의 제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만약 이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면 더 이상 구차한 모습으로 자신의 음모에 매달리지 말고 직선제 개헌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나는 이 문제의 협의를 위해 언제든지 여야 지도자회의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여당 의원 여러분! 내가 여러분의 개헌 구상에 대해 민주화의지와 관련하여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점 외에도 실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읍니다. 민주화란 바로 인간화의 다른 표현이며 또한 모든 제도를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도록 만들고 운용하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와 같은 의미를 부인했고 이 사회의 인간화를 거부해 왔읍니다. 지난 6월 24일 개헌특위 구성에 합의할 무렵만 해도 996명이라고 발표되었던 구속자의 숫자는 9월 말 현재 1300명에 육박하고 있읍니다. 내가 구속자 석방, 문익환 목사 문제, 사면․복권 문제 등 최소한도의 성의표시를 해야 할 대목을 거론했을 때 전체적인 대타협의 여건조성을 위해 각별한 관심을 갖겠다던 현 정권의 약속은 제헌절 특사 의 외면과 있으나 마나 했던 광복절 특사로 사실상 물거품이 된 지 이미 오래이거니와, 결국 각별한 관심을 갖는다는 말의 의미가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계속 대량 구속하겠다는 뜻이었음이 판명되었을 뿐입니다. 현 정권이 약속한 개헌이 단순히 헌법을 고친다는 의미가 아니라 헌법을 민주적으로 고치겠다는 뜻이었다면 개헌에 합의한 즉시 그동안 민주개헌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던 모든 인사들의 즉각적인 석방이 단행되어야 했읍니다. 그것이 바로 최소한도의 민주화의지를 입증하는 길이었고 또한 국민으로부터 민주개헌의 의지를 승인받는 길이었읍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 정권은 구속자의 석방은커녕 오히려 더 가혹한 자세로 민주인사들을 핍박했으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반민주적 실체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던 것입니다. 나는 분노를 가지고 말씀드립니다. 그동안에 늘어난 구속자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이었읍니까? 군사독재의 종식과 민주개헌을 요구했던 학생,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자신의 권익을 주장했던 근로자들, 오갈 데 없이 쫓겨나 버림받았던 가엾은 철거민들, 그리고 양심과 신앙에 따라 감연히 일어났던 목회자들과 스님들이 가볍게는 집시법 위반으로 때로는 엄청나게도 용공분자라는 딱지까지 붙어서 끊임없이 구속되지 않았읍니까? 이미 수차에 걸쳐 간곡히 당부드린 바 있는 일이지만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앞장선 사람들이나 힘없는 자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관제 공산주의자로 만드는 일은 즉각 중지되어야 합니다. 교육의 민주화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던 스승이 어느 날 갑자기 용공분자의 낙인이 찍혔음을 알았을 때, 어린 학생들의 눈에 비치는 용공분자나 공산주의의 영상이 과연 어떤 것이 되겠으며, 인비인 의 성적 고문을 당해야 했던 여대생은 좌경분자가 되고 그와 같은 고문을 지시하거나 일삼았던 사람은 오히려 벌을 줄 만한 잘못이 없다고 했을 때 국민들의 좌경분자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온전할 수가 있겠읍니까? 제5공화국 출범 이후 갑자기 용공․좌경주의자들이 급증한 듯이 되어 버린 것은 사실이 그러해서라기보다 법 적용이 지나치게 민감했기 때문이었읍니다. 문제의 해결은 민주화에서 찾아야지 결코 공안기구의 확대를 통해 해결될 일이 아니며 정치사찰에 투입된 인력과 예산도 본연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도록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의원 동지 여러분! 정당정치의 건전한 발전은 정당 간의 굳건한 신뢰 없이는 절대로 기약할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러나 현 집권정당은 이와 같은 기본상식을 계속 거역함으로써 여야 간의 원만한 국정운영을 스스로 박차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읍니다. 12대 개원국회에서 여야가 온 국민에게 명문으로 발표했던 김대중 씨 등 사면․복권과 양심수 석방은 한낱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말았으며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개헌특위 구성에 즈음하여 합의했던 구속자 석방은 구속자의 대폭 증가로 끝나고 말았읍니다. 그리고 바로 최근에는 온 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했던 개헌특위가 여당이 고의적으로 여야 간사 간의 합의를 파기함으로써 2개월여의 공전 끝에 마침내는 그 기능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고 말았읍니다. 이처럼 도저히 인내할 수 없는 식언과 위약이 되풀이되는 터전 위에서 정치발전과 민주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가끔씩은 숟갈로 바닷물을 퍼내려는 무모한 기도처럼 생각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거니와 이 나라의 정치적 낙후에 대해 우리 당이 책임져야 할 대목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채찍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 집권층의 반민주적 성향이 어떻게 나와 우리 당의 탓이라고 말할 수 있겠읍니까? 우리나라의 정치풍토가 이처럼 한심스러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나는 그 가장 중요한 병인이 김수환 추기경의 지적대로 극심한 언론탄압으로 인한 언론자유의 부재에 있다고 믿는 바입니다. 얼마 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폭로했듯이 현 군사독재정권이 출범한 이래 이 나라의 언론은 정치문제는 물론 심지어 공공요금의 인상에 관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기사와 사진의 크기 그리고 보도의 방향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정부기관에서 내려 주는 이른바 보도지침이라는 마수에 시달려야 했읍니다. 총리 이하 국무위원 여러분! 그것은 일을 저지른 여러분만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수치입니다. 분노가 아니라 서글픈 심정으로 이 수치의 즉각적인 청산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사회의 목탁이며 방부제라고 해야 할 언론매체가 독재정권의 뜻에 따라 국민여론을 조작하도록 강요당하게 되면 결국 폭력적인 혁명 이외의 방법으로는 정권이 교체될 수가 없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현재의 가혹한 언론자유탄압은 현 정권이 스스로 폭력혁명의 정당성을 제공하고 그 씨앗을 뿌리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인 것입니다. 나는 현재의 반민주적 언론탄압과 정부의 언론개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엄숙히 요구하면서 만약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는 일체의 민주화투쟁에 대해 현 정권이 처벌의 도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경고해 두는 바입니다. 우리 당이 끝까지 여당의 개헌특위 공청회의 TV 실황중계 약속을 이행하도록 요구한 일이나 KBS 시청료납부 거부운동이 온 국민의 환호와 갈채를 불러일으켰던 일, 그리고 기독교방송의 기능정상화운동이 열화 같은 성원을 불러일으켰던 일은 현 정권의 언론정책이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격심한 반발을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비근한 예로서 내가 국회에서 대표연설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려오는 보도지침의 내용 가운데 하나가 신문으로 하여금 나의 연설내용을 1면 톱으로 쓰지 말도록 강요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읍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문들이 정부의 부당한 보도지침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편집권을 행사해 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읍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현직 언론인사들의 이와 같은 자유언론쟁취투쟁에 대해 충심으로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며 동시에 이러한 자구노력은 언론인 여러분들의 책무라는 점도 함께 지적해 두고자 합니다. 의장, 의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총리 이하 국무위원 여러분!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직접 권력을 위임받지 못한 채 소수의 집단이 물리적인 방법으로 공권력을 장악할 경우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공권력을 국민의사와 관계없이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는 소수특권층의 횡포로 인한 국민 내부의 위화감 팽배가 두드러지게 되고 경제적으로는 권력집단과 소수재벌 간의 사회정의를 무시한 유착현상이 심화되기 마련입니다. 최근 정부는 독재정권의 무절제한 지원으로 양산되었던 부실기업의 정리를 위해 실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천문학적 액수의 국민의 돈을 소수재벌들에게 마구잡이로 내줬읍니다. 정부가 자세한 금액을 밝히기를 거부한 것부터가 도대체 언어도단이지만 4조 원이 넘는 돈을 15년 거치 15년 분할상환 따위의 조건으로 빌려주거나 유예해 준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얘기입니까? 내가 비록 기업경영에 밝지는 못하나 이것은 말이 빌려주고 유예해 주는 것이지 실은 그냥 거저 주거나 탕감해 주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해방과 더불어 정치에 입문한 이래 자유당 독재와 유신 독재하에서 온갖 부정부패와 추악한 정경야합을 숱하게 보아 온 터이긴 하지만 나는 이처럼 파렴치한 작태는 일찌기 본 적이 없읍니다. 4조 원이라는 금액은 일천만 농민의 빚을 완전히 탕감해 줄 수도 있는 금액이고 우리가 시급한 현안의 문제로 삼고 있는 농민과 도시영세민들의 의료보험혜택, 중학 의무교육, 국민학교 과밀교실의 해소 등 3대 난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이처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농민의 돈을 어떻게 몇몇 가족이 소유․장악․지배하고 있는 재벌들에게 고스란히 바칠 수 있단 말입니까. 더우기 통탄스러운 것은 이와 같은 반국민적인 지원을 위해 현 정권이 기만적인 수법과 날치기까지 자행하면서 조감법, 한은법 등 관계법령의 개정을 강행했다는 사실입니다. 현 정권이 출범할 때 그토록 강조했던 정의사회 구현의 깃발은 지금 어디에 감추어 두고 있읍니까? 민주화의 거부와 국민의사의 끊임없는 무시는 결국 우리 국민경제의 내부에 점점 더 큰 병근을 키워 가고 있읍니다. 현 정권은 경제의 민주화와 관련해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정책과제를 발표했다가는 매번 실천 직전에 재벌들의 요구에 따라 유보하거나 후퇴하곤 했읍니다. 지하경제의 추방을 위해 내세웠던 금융실명제 실시는 온갖 구실을 붙여 사실상 사장시켰고,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개정 상법의 상호출자금지규정은 이미 몇 년째 사문화되었으며, 뒤늦게 같은 취지로 추진되었던 공정거래법 개정 구상도 재벌들의 입김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읍니다. 또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종식시키고 공정한 세제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작업이었던 부동산종합세제는 당초의 발표와는 달리 언제 실시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읍니다. 국민경제의 내부 모순을 붕괴방향으로 격화시키고 사회정의에 반하는 이 모든 퇴행에 있어서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각기 어떤 역할을 담당하였읍니까? 만약에 정치권력이 진실로 국민에 기반을 두고 국민으로부터 생성된 것이라면, 다시 말해서 우리가 이미 민주화가 이루어졌더라면 지금까지 내가 경제문제와 관련해서 거론했던 일 가운데 그 어느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을 게 아닙니까? 정치의 민주화가 경제의 민주화를 이끌어 가는 기관차라는 사실은 우리가 따라잡고자 하는 선진 제국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바이며 지난 수년 동안 우리가 겪었던 일 역시 이를 반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권은 권력에 참여한 소수집단의 부귀영화를 위해 다수국민을 희생시킬 뿐만 아니라 어리석게도 국내에서의 지지기반 약화를 외국의 환심으로 보전하기 위해서 국가이익의 희생마저 서슴지 않는 법입니다. 나는 제5공화국 출범 이래 무리하게 강행되어 온 수입개방정책이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압력 때문에 촉발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현 정권이 왜 일천만 농민과 영세서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이제는 양담배까지 수입하는 따위의 허약한 자세를 보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한 해결방안 역시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부를 갖는 길밖에 없으며 이런 의미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을 보장하는 민주개헌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고 단언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현 정권의 비민주성이 나라살림을 꾸려 가는 데 있어서 어떤 부작용을 빚고 있는지를 87년도 예산안을 통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겠읍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우리는 국제금리와 원유가의 하락 등 좋은 여건에 힘입어 수출산업 중심으로 경기회복에 들어섰고 그 결과 경상수지 흑자라는 경사를 만났읍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여건하에서는 해외부문에서의 살초 가 새로운 인플레를 초래하지 않도록 긴축적인 기조 위에서 통화정책과 재정계획을 짜야 하는데 정부는 이 두 가지 원칙을 모두 무시하고 있읍니다. 재벌지원을 위한 방만한 통화운용으로 총통화증가율은 이미 수정된 연말규제선을 초과해 버렸고, 일반회계 증가율은 83년 이후 가장 높은 12.9%를 기록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각종 기금 등에서 7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꾸어다 쓰는 전형적인 팽창예산을 짜 놓고 있는 형편입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언제 닥쳐올지 모를 궂은 날에 대비해서 우리의 여력을 비축해야 할 때이며 나라살림도 그런 자세로 짜야 한다고 믿습니다. 예컨대 GNP의 일정률을 무조건 배정토록 되어 있는 국방비에 대해서는 그 효율성을 제고하여 삭감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며 원유가의 하락분을 정부가 관세로 계속 갉아먹을 것이 아니라 유류가격인하를 통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고 억압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 예컨대 수만 명의 과다한 전투경찰을 유지하는 비용이나 정권안보를 위해 낭비하는 비용을 절약한다면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해마다 늘어나는 악습은 즉각 개선될 것입니다. 국민의 뜻을 거역하면서 무리와 날치기로 국민부담을 결정하는 폐습을 언제까지 지속할 작정이란 말입니까!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우리의 유일한 주인인 국민에게 민주개헌을 약속했읍니다. 그 어느 정당이나 어느 개인의 집권연장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민주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나와 우리 당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의 유일한 생존전략인 이 과업의 수행을 위해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성스러운 직책 그 전부를 걸고 싸울 것입니다. 나 개인으로서는 이것이 일생에 두 번 다시 없을 투쟁이 될 것이며 우리 당 소속의원들로서는 시대적 소명의 제단 위에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국회의원직을 기꺼이 봉헌한다는 성스러운 투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13대 국회가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목적을 위해 투쟁해야 될 필요가 없게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는 바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음은 한국국민당을 대표하여 이만섭 총재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이만섭 의원 나와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사람은 또다시 매우 착잡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읍니다. 12대 국회에 들어와 대표연설을 하기 위해 몇 차례 이 자리에 섰지만 오늘 이 순간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 본 적은 없읍니다. 오늘의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심각한 개헌정국의 수습에 아직도 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국민과 역사 앞에 깊은 죄책감을 감출 길 없읍니다.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민족의 우수성과 거대한 잠재력이 과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나라의 정치적 민주화는 이룩될 수 없다는 말인가, 나는 오늘의 정치현실에 대한 비통한 마음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갖지 않을 수 없읍니다. 지금 이 사람의 마음에 걱정스러운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야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으로부터 깊은 불신을 받고 있는데도 심기일전의 각성은커녕 불치의 집권병에 걸려 사리사욕만을 도모하고 기만적 술책과 권모에 여념이 없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를 거역하는 자, 민주의식을 파괴하는 자, 민주정치를 악용하는 자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친애하는 의원 여러분! 이번 국회는 오늘의 심각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민족의 힘을 결집해야 하는 중차대한 책임을 안고 출범했읍니다. 바로 이 난국을 극복하고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이번 정기국회가 12대의 마지막 국회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인 여러분의 지혜와 용기와 인내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읍니다. 그 지혜란 작금의 급박한 국내외 정세를 예의 분석하고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판단하면서 특히 그늘진 곳에 있는 서민들의 소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용기는 국민의 여론을 수용하는 용기와 함께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 국민을 이끌고 갈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참 용기, 바로 그것이어야 합니다. 아울러 모든 문제를 강권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는 성급함을 자제할 줄 아는 슬기로운 인내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이 시대의 우리에게 부하된 역사적 책임은 바로 정치세력 간의 합의에 의해 개헌을 이룩하여 명실공히 진정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성취해야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기필코 절대다수의 국민이 갈구하는 개헌작업의 실질적인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이번 국회에서 합의개헌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정국의 파국은 물론 걷잡기 어려운 국가적 혼란까지 야기될 것이라는 대다수 국민의 우려에 동감하고 있읍니다. 그것은 합의개헌의 실패가 곧 국민적 여망에 대한 배신이며 역사적 순리를 거역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의 정치인들이 어떠한 이유로든 합의개헌을 외면한다면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적 자멸을 초래할 것이며 또 한 차례 헌정의 퇴락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제 개헌을 합의로 이룩하기 위하여 이 시점에서 필요한 네 가지 원칙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이를 여야 정치인 여러분에게 엄숙히 제의하고자 합니다. 첫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문화의 선진화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 국민들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독재정권에 항거하면서 한편으로는 피나는 노력과 뼈를 깎는 희생의 대가를 치루고 나라의 발전을 이룩해 왔읍니다. 국민의 모든 생활양식이 지난날과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나날이 변해 왔으며 의식수준 또한 엄청난 변혁을 거듭해 왔읍니다. 한마디로 모든 분야가 선진화를 향한 발전을 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유독 정치만은 헌정이 시작된 이래 발전은커녕 구태의연한 폐습을 그대로 답습해 왔으며 오히려 비민주적 방법과 수단이 강구되어 왔읍니다. 정치인들은 정직과 솔직보다는 술책과 위선을 정치적 기량으로 여겼으며, 대화와 토론을 통한 타협보다는 독선과 아집으로 맞서야만 선명한 애국관인 양 행세했읍니다. 다수는 소수를 짓밟는 횡포를 일삼았고, 소수는 다수에 대한 극한투쟁만을 최선의 방법으로 택해 왔읍니다. 집권자는 강권통치와 정치탄압으로 절대권력만을 추구함으로써 국민의 믿음을 상실했읍니다. 지난날 불행히도 국토방위에만 전념해야 할 군부의 정치개입으로 이 나라 문민정치의 기틀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정치문화의 발전을 저해한 커다란 요인이 되어 왔읍니다. 오늘날 이 나라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철저하리만큼 불신을 당하고 있는 것은 정치문화의 퇴영화에 그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정치의 주역인 국회가 국민의 의식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정치의식을 보인다면 어찌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겠읍니까. 나는 이 자리를 빌어 여기 앉아 계신 의원 여러분에게 충심으로 그리고 간곡하게 다시 한번 제창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 스스로가 오늘의 낙후된 정치풍토를 개선하는 데 과감히 앞장서 솔직하고 정직한 정치, 대화하고 타협하는 정치, 인내하고 양보하는 정치, 다수를 신뢰하고 소수를 존중하는 정치, 공명정대한 룰을 지키는 정치를 하도록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국민의식수준에 걸맞는 정치문화의 선진화를 이룩하여 이 나라 헌정사에 새로운 장을 열도록 노력합시다. 둘째, 개헌을 합의에 의해 성취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에 의한 대타협을 이룩해야 합니다. 그동안 이 나라 정치지도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개헌과 관련해 대타협을 강조해 왔읍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각까지 국민 어느 누구도 대타협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그들 지도자들이 입으로는 타협을 외치면서도 실제에 있어서는 타협을 해 보겠다는 의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 지도자들은 그들의 입장과 주장만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타협이란 말을 앞세워 국민을 기만하고 호도하고 있읍니다.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여야 지도자들이 개헌의 국회 내 논의를 위해 구성한 헌특위가 지엽적인 절차문제로 실질적인 가동이 교착상태에 있는데도 이를 정상화시키려는 성의 있는 노력은 외면한 채 성급하게 일련의 장외대결만을 벌였던 한심한 정치의식을 이 사람은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러한 조급성과 아집으로 어떻게 대화를 하고 타협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들의 진의를 지극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새삼 말할 것도 없이 타협의 진수는 대화와 토론에 있으며, 대국적 식견을 바탕으로 한 아량과 포용력에 있읍니다. 오늘의 정치상황에서 대타협을 이룩하려면 무엇보다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사심과 당리당략을 버려야 하고 정권적 차원을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주지하시다시피 대타협의 당위성이 특히 강조되는 이유는 타협이 없이는 개헌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헌안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구조문제가 순수한 의미에서 시국관의 차이나 제도적 선호에서 비롯되고 있다기보다는, 여당의 정권연장과 야당의 정권장악이라는 전략적 측변에서 선택되고 있다고 서로가 그렇게 믿고 있는 현실적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타협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읍니다. 타협이 안 될 경우 결국 평행선의 대결만을 가져올 것이며, 그것은 정치적 파국을 자초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불안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의 추락과 안보상황의 위기마저 맞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타협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으면서도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대타협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적인 이유가 바로 이 같은 국가적 불행을 막자는 데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헌이 정권연장이나 정권장악만을 위한 정권적 차원의 수단으로 추진되어서는 결단코 안 되며, 정치인 모두가 진정 허심탄회한 심정으로 국가 백년대계의 기틀을 우리의 손으로 마련해 나간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에 따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대타협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적어도 개헌을 주장하다가 구속된 인사들이 무조건 석방되어야 함은 물론 기소된 의원들의 문제도 하루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째, 합의개헌을 위해 국회 헌특위는 반드시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합니다. 국회 내의 헌특위는 여야 공히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개헌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상의 최대공약수로 선택된 것입니다. 그러나 헌특위가 개헌의 본질적 문제를 논의해 보기도 전에 그 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읍니다. 개헌작업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특위가 절차상 문제에 대한 시비를 고비로 급기야 그 가동이 중단된 것은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물론 개헌 자체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읍니다. 민정당이 여야 간사 간에 합의된 공청회 실황중계를 지키지 않은 독선적 태도와 정국운영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정치력의 빈곤은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신민당 역시 지엽적인 절차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른바 실세대화를 전제로 헌특위 활동중단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의회정치의 포기이자 3당 간의 합의를 저버린 정치적 배임으로 규탄받아야 할 것입니다. 합의사항은 올바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정치적 신의이며, 이것은 바로 이 사람이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정치문화의 선진화 요건이 되는 것입니다. 국회의 헌특위는 개헌을 합의로 이룩하기 위해 절대적 가치를 지닌 필요불가결한 기구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이미 민정․신민․국민 등 3당의 개헌안이 이 헌특위에 제출되어 있는 이상 하루속히 헌특위가 정상 가동되어 개헌에 관한 본질적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최근 정계 일각에서 논란되고 있는 헌법의 권력구조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끝내 국회에서 합의개헌을 이룩하지 못할 경우에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야가 사심 없는 대화를 통하여 합의개헌을 이루기 위한 정치인 스스로의 책임을 다할 때인 것입니다. 다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과거의 관례로 보아 그것이 여당에게 유리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투․개표의 공정은 물론, 한 가지 안을 놓고 찬반만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여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 두 가지 안에 대해 국민의 뜻이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그 제도적 보완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네째, 이 사람은 개헌을 합의로 이룩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과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여야 정치지도자회담의 개최를 제의합니다. 이미 나는 작금의 정치상황이 건국 이래 최대의 난국이라고 지적한 바 있읍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오늘의 정국이 헌정사상 가장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경색정국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당을 책임질 수 있는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정치지도자회담은 서로가 입장과 명분을 찾기 위한 형식적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되며 흉금을 터놓고 진실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실질적인 회담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의회정치의 요체인 대화정치의 실체인 것입니다. 지난날 청와대의 정당대표자회담에서 학원안정법의 보류, 호헌으로부터 89년 개헌, 나아가 임기 내 개헌으로까지 합의를 한 사실 등도 바로 그 대화정치가 가져온 결실인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자리를 빌어 그간 일부 정치인들 간에 운위되고 있는 이른바 실세회담도, 실세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것이 국가의 장래를 위하고 대타협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굳이 반대할 뜻이 없음을 아울러 밝혀 두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의원 여러분! 나는 지난 8월 25일 국회 헌특위에서 한국국민당을 대표하여 우리 당의 헌법 개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한 바 있읍니다. 다시 이 자리에서 그 구체적 내용을 언급할 필요는 없겠읍니다만, 그 주요골자는 대통령직선제에 의한 대통령중심제와 삼권분립의 제도적 보장, 국민기본권의 확대, 노동3권 보장을 내용으로 한 서민․근로대중의 권익확충 등으로 되어 있읍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사람이 정부형태의 개헌안과 관련해 대통령중심제와 대통령직선제를 거듭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 문제가 국가적 운명과 직결된 초미의 과제일 뿐 아니라 이번 정기국회 운영의 모든 것에 앞서 논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미 11대 때부터 이곳 단상에서 현행 대통령선거제도의 비민주성과 맹점을 낱낱이 지적하면서 대통령직선제로의 개헌을 강력히 주장해 왔읍니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지난 70년대의 유신정권으로 말미암아 박탈당한 정부선택권을 주권자인 국민이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염원으로 대두돼 왔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절대다수는 지금도 정부형태의 장단점을 논하기에 앞서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을 직접 내 손으로 뽑아 보겠다는 소박한 희망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민주정치의 근본적인 목적이 다수국민의 의사를 받들고 정치인이 이를 대변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면, 오늘의 우리 정치인들은 정부선택권을 이제 주권자인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개헌의 방향은 절대 다수국민의 의사에 따라 추진되어야 하며 이 방법만이 난마처럼 얽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이 어려운 시국을 수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 될 것입니다. 다만 대통령직선제가 어느 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한 전제로 인식되어져서는 안 되며, 오직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당위론적인 순수성이 입증될 때 이를 거부하는 측과도 협상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연해 두고자 합니다. 차제에 나는 개헌문제와 관련해 정치보복을 금지하는 선언적인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시킬 것을 제의합니다. 우리의 지난 헌정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명분이 있건 없건 정치적 보복을 반복해 왔읍니다. 솔직히 말해 이 같은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또다시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개연성이 충분히 도사리고 있는 한 참다운 평화적 정권교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이 나라 정치풍토에서 근절될 수만 있다면 평화적 정권교체의 길은 훨씬 가까와질 것입니다. 한편 민주정치의 기초인 지방자치제는 특별시, 직할시를 비롯한 14개 시․도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되, 지방의회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장까지도 주민이 직접 뽑아 명실상부한 지방자치가 이룩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의장,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다음은 남북관계 및 외교문제에 대하여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합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일부 비판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중국선수단의 대규모 참여가 체육행사 이상의 큰 의의를 남겼다고 이 사람은 생각합니다. 비록 김포공항 폭발사건이 충격적이긴 했지만 우리가 국민적 단결만 보인다면 어떠한 방해공작도 저지할 수 있으며 국가적 행사를 훌륭히 치루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읍니다. 우리 정부는 이를 계기로 앞으로 자신을 가지고 의연한 자세로 남북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며, 88올림픽에 있어서도 몇 개 종목을 북한에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은 물론 북한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는 매우 복잡미묘한 양상을 띠고 있읍니다. 미국의 시장개방압력, 일본의 이른바 신국가주의 대두, 소련의 동진정책 및 중공의 실용주의노선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자국이익추구정책은 우리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는 흡사 미묘했던 이조말엽의 국제정세와도 비슷하다 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안이한 대미․대일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외교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소련의 팽창주의와 북한의 호전성이 야합할 때 일어날 사태에 심각히 대처해야 할 것이며, 일본의 신국가주의와 경제적 침략을 경계함은 물론 대미관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대미수출에서 얻는 이익을 일본에 넘겨주는 오늘의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대일무역역조 시정과 대미관계 개선을 동시에 해결하는 슬기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중공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이 사람이 이미 중공에 무역대표부를 설치를 제창한 바 있거니와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이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체육․문화 및 경제의 교류는 물론 학계 및 정계의 인적 교류도 추진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이제 우리의 외교도 안이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대공산권 외교의 강화는 물론 민족자주의식에 입각한 자주외교를 전개해야 할 것이며, 이는 초당적인 국민의 힘에 바탕을 둘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다음은 경제문제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이 사람의 소신을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 경제의 가장 절실한 현안은 무엇보다 심각한 빈부격차의 해소와 분배정의의 실현에 있읍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는 있는 자만을 위한 경제입니다. 임금근로자의 생존권이 박탈당하고, 농촌경제는 피폐되고, 중소기업이 몰락하는 등 서민대중의 빈곤이 계속되고 있는 반면, 정치권력에 기생한 소수재벌들은 특권과 특혜 속에서 일방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읍니다. 이제 부패하고 타락한 정경유착은 철폐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빈과 부로 갈라진 이 나라 경제의 양극현상은 하루속히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적 차원이나 정권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는 인간 자체의 문제이며 국가안위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민족 전체의 문제임을 우리는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프로레타리아혁명과 무산계급독재를 노리고 있는 북한 계급주의의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배정의의 실현과 빈부격차의 해결을 더 이상 지연하거나 거부한다면 GNP가 증가하고, 경제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국민대중의 자본주의경제에 대한 지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애착, 정권에 대한 공감,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곧 사회붕괴와 국가파탄을 의미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빈부양극, 분배단층현상만은 기어이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임금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절대빈곤층이 전 인구의 5% 이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과 신성한 노동의 대가가 월 10만 원도 못 미치고 있다는 비인간적인 노동박해는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사람은 정부가 88년에 실시하겠다고 한 최저임금제를 그때까지 미룰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국민당이 국회에 제안한 최저임금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실시할 것을 거듭 촉구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제와 함께 노동조합법 등 모든 노동관계 악법을 시정하여 근로자의 노동권익을 보장해야 하며, 몇 년째 유보되고 있는 근로자의 소득세 경감조치도 이번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반드시 단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농민의 생존권 위협도 도시근로자와 함께 빈부문제의 표본이므로 그 근원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농민부채가 호당 200만 원, 총 4조 원이 넘어섰다는 사실은 농촌경제 몰락의 반증이 아닐 수 없읍니다. 이 정권은 재정을 이유로 농산물 수매를 비롯한 가격정책을 중단하고 농업소득지지정책을 포기하였으며, 연간 10억 불이 넘는 엄청난 곡물과 농축산물을 수입하여 소값파동을 일으키는 등 농촌을 피폐의 길로 내몰았읍니다. 이제 정부는 우리 당이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 여러 번 이 사람이 주장한 바와 같이 최우선하여 농민부채를 탕감 또는 유예하는 일대 결단을 내려 농촌을 회생시켜야 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몰락 역시 이 나라 산업의 빈익빈현상이 얼마나 극심한가를 그대로 말해 주고 있읍니다. 이 정부는 중소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소위 산업합리화정책을 지난 6년간 수없이 반복해 왔으나 그 어떤 조치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규제당해야 할 재벌은 더욱 한없는 부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육성된다는 중소기업은 보다 어려운 고난의 길을 걷고 있읍니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정치권력 위에 군림하는 재벌의 횡포와 농락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현재 추진 중에 있는 공정거래법의 개정에 의한 재벌규제 등 어떠한 시책도 아무런 실효를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재벌의 경제력집중 규제와 명실상부한 중소기업 육성으로 이 나라 산업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 정권의 정책적 양심과 일대 용단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러한 대전제 위에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사업영역의 보호 및 금융자본 등에 대한 정부의 절대적 지원책이 반드시 강구되어야 합니다. 한편 부실기업 정리는 거짓 없이 진실되게 시작되고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오늘의 부실기업 정리는 정리가 아니라 새로운 부실의 조장이며 정치권력에 의한 부의 강제이전으로밖에 달리 볼 수가 없읍니다. 지금까지 4차에 걸친 56개 업체를 정리하면서도 실태와 규모, 정리기준, 인수조건, 세제지원, 인수기업의 재무구조 또는 인수능력 등 아무것도 국민 앞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들의 상환유예금이 4조 원에 이르고 인수기업의 신규대출금이 5000억에 이르는 천문학적 특혜조치들이 비공개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부의 재편을 위한 정치권력의 조작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제라도 모든 것을 국민 앞에 떳떳이 밝히고 국민합의하에 부실정리가 이루어짐으로써 다시는 기업부실이 야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맞고 있는 또 하나의 현안문제는 대외개방압력과 대일무역적자의 누증입니다. 특히 미국의 대한 시장개방압력은 민족경제적 차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읍니다. 우리의 대미무역흑자 40여억 불은 미국의 총 무역적자의 3%도 안 되는 미미한 액수입니다. 그러면서도 대미무역흑자 360억 불의 일본이나, 100여억 불의 대만보다 더 큰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국 역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냉엄한 세계시장논리의 예외국일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우리는 재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람이 이미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민족자주성의 회복 없이는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 경제강국의 예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소위 엔고현상 이후 폭등하고 있는 대일무역적자 해소에 있어서도 과감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일편중수입을 과감히 축소하고 대체가능품목에 대해서는 입법조치를 통해 그 대체를 강제해야 할 것이며, 기술과 기계 등 산업소재는 일본의 편중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그 수입선을 과감히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정부는 금년 대비 12.9%를 증가시킨 15조 5815억 원의 87년도 일반회계 예산안을 편성하여 이번 정기국회에 그 심의를 요청해 왔읍니다. 정부는 국민복지를 기하고 농촌과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이처럼 13%에 달하는 엄청난 팽창예산을 짠 것입니다. 지금까지 국민의 복지증진과 농촌개발, 중소기업육성을 위한 재정확대를 강력히 주장해 온 이 사람으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예산시정이 다소나마 이루어졌음을 우선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그러나 민생과 복지를 명목으로 정치적 선심을 위해 예산규모를 지나치게 확대 편성한 정부의 무책임한 행위는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내년 예산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 때문에 반드시 적정규모로 재편성 수정되어야 할 것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첫째, 내년 예산안이 팽창된 것은 민생, 복지 때문이 아니라 경직성경비 등 타 예산 부분을 시정치 않은 답습예산으로 편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사회개발과 국민복지에 대한 지원강화는 정책 우선순위의 조정과 재정기능의 정비 등 예산구조의 혁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한 채 가장 안일한 재정팽창으로 충당시킨 것은 있을 수 없는 오류입니다. 둘째, 정부가 기구의 통폐합을 통하여 예산을 절감, 국민부담을 경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400여억 원을 투입하여 30여 개의 새로운 정부기관을 증설하였으며, 2000여억 원을 출연하여 새로운 정부기금을 창설한 것 등은 이 정부의 타성화된 예산 낭비벽을 반증하는 것으로 마땅히 수정되어야 하며 모든 세출경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 삭감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세째, 정상적인 세입충당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실질 7.5%, 경상 10.7%로 추정하며 총세입규모를 금년보다 11.06% 증가한 15조 2700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읍니다. 그래서 세입부족액 3000여억은 현행 원유 관세율을 15%에서 25%로 인상하여 보충한다는 것입니다. 외적 요인에 의한 불안한 고율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입을 과다 추계한 것 자체도 문제이거니와 언제 어떻게 반등할지 모르는 원유 관세율 인상으로 세입증가를 도모한 것은 인위적으로 균형예산을 조작하여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에 불과하며 끝내는 국민에 대한 새로운 조세부담으로 부족한 세입을 보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87년도 예산안은 내년도 경제성장을 감안하여 정부 스스로 추계한 세입규모인 15조 2700억 규모로 삭감 조정함으로써 국민의 조세부담을 경감시키고 세입 내 세출이라는 명실상부한 균형예산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사람은 정부지도층은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을 한 푼이라도 낭비하지 말고 솔선수범하여 절약할 것을 특별히 강조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재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무려 700% 가깝게 증가시켰다는 농어촌종합대책비는 총 예산규모의 2%를 조금 넘어섰고, 50여%를 늘렸다는 국민복지비도 역시 전체의 2%를 약간 상회할 뿐이며 11%를 증가시켰다는 중소기업부문 또한 불과 1%도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결국 그동안 이 정권이 농촌과 중소기업, 그리고 국민복지 문제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등한시해 왔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으로써 이번 예산편성을 계기로 정부의 일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친애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가진 자는 더욱 잘살게 되고 없는 자는 더욱 못살게 되는 빈부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읍니다. 또한 이 나라의 많은 젊은 세대들은 이상과 현실의 심각한 갈등 속에서 장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잃어버린 채 방황을 거듭하고 있읍니다. 이제 위정자와 정치인들은 이러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보수와 혁신을 조화시키면서 무엇보다 나라와 민족이 가야 할 지표를 올바르게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일부 과격학생들에 대해서는 그들을 무조건 벌할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선도하여 미래의 조국의 주역이 되도록 이끌어 가야 할 것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우리 스스로 발견한 민족의 저력과 단결된 힘을 나라의 힘으로 고양하고 승화시키는 일이 이제 바로 우리 정치인들의 책임으로 남아 있읍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대타협을 통하여 오늘의 난국을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 정치인들이 국내문제에 대해서조차 타협을 못 한다면 어떻게 남북 간에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으며 민족의 통일을 이룩할 수 있겠읍니까. 우리 기성정치인들이 정치적 타협을 못 하면서 어떻게 젊은이들의 갈등과 고민을 포용할 수 있겠읍니까. 정치인들이 끝내 타협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야 말 것입니다. 나라에 파국이 오고 난 뒤에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국회의원이 된들 그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읍니까. 만일 이 난국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국이 올 경우 역사와 민족 앞에 속죄하기 위해 나는 이미 각오한 바 있거니와 모든 정치지도자들은 정치일선에서 마땅히 물러서야 합니다. 의원 여러분! 나는 여러분의 순수한 양심과 책임감을 믿고자 합니다. 어제의 역사는 오늘의 선택기준이 되고 오늘의 선택은 내일의 역사에 분명히, 그리고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장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은 민주정의당을 대표하여 노태우 대표위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노태우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십시오.

존경하는 의장, 친애하는 여야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우리 반만년 민족사상 드물게, 온 국민이 한 덩어리가 되어 30억 아시아인의 대제전을 훌륭히 마무리 지은 긍지와 보람 속에, 우리는 88년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향한 힘찬 전진을 다짐하며 민주정치의 본무대로 돌아왔읍니다. 우리는 분명히 새로운 조국을 보았읍니다. 참으로 우리는 자랑스러웠읍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유감없이 발휘한 투혼과 기량이, 아시아의 번영과 화합의 새로운 상징이 된 저 잠실벌에 태극기를 올리고 애국가를 울리게 할 때마다, 우리 조국이 언제 이렇게 웅비했는가 하는 새삼스런 놀라움 속에 마냥 뿌듯하기만 하였읍니다. 야만적인 김포 폭탄테러사건에도 불구하고 제전을 맡은 당사자들의 빈틈없는 운영과 시민들의 열렬하면서도 질서정연한 관람은 우리 국민의 성숙성을 과시하기에 충분하였읍니다. 확실히 지난 보름 동안 우리 국민은 우리 생애의 감동적인 한 분수령을 함께 넘어섰읍니다. 작디작은 탁구공이 중공의 만리장성을 뛰어넘는 순간, 솟구치는 국력과 활활 타오르는 민족의 잠재력을 우리 모두가 재발견하고 감격하였읍니다. 오늘 본인은 우리 국민의 위대한 저력 앞에 커다란 존경심을 느끼는 한편 말할 수 없는 자괴지심을 갖고 의사당을 들어섰읍니다. 매일매일의 충실한 삶의 축적 위에서 민족적 위업을 과시한, 이처럼 성숙하고 선진적인 국민의 대표라는 우리가 어째서 겨레에게 기쁨과 보람을 안겨 주는 생산적인 정치를 운영하지 못하는가의 물음 앞에 안타까움을 억제할 수 없었읍니다. 이러한 안타까움을 본인만이 느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조용한 가운데 꾸준히 발전해 왔음에 비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정치는 오히려 낙후되어 구태의연한 흑백대결 속에 사회를 불안케 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지탄 앞에 여야 정치인 모두가 송구함마저 느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그러나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질책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의회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국민의 마음에 부담을 안겨 주는 우울한 후진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가슴속 응어리를 말끔히 씻어 주는 공감과 희망의 선진정치가 펼쳐지기를 갈망하고 있읍니다. 우리는 결의를 새롭게 하여 국민의 기대에 보답해야 하겠읍니다. 때마침, 농민들의 땀의 결정인 풍년이 올해에도 전국 농촌에 물결치고 있읍니다. 태풍을 이겨 낸 황금빛의 벼이삭이 국민의 마음을 훈훈하고 넉넉하게 만들어 주고 있읍니다. 그뿐 아닙니다. 원유가의 하락으로 비롯된 3저의 호기 속에 수출은 날로 신장되고 있으며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과 근로자의 땀흘림 속에 경제호황이 적어도 몇 해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제는 두 해도 남지 않은 인류의 대제전 88서울올림픽을 통해 우리 한국이 동서화합의 새로운 터전이 되었음을 세계만방에 보이자는 국민적 의지가 요원의 불길처럼 확산되고 있읍니다. 한마디로 국민화합과 민족웅비의 기반은 확고하게 다져졌읍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오직 하나 합의개헌을 성공시키고 마침내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우리 손으로 세우는 일입니다. 드높아진 국민적 자신감은 바로 이 역사적 과제의 달성을 이 자리를 함께한 여야 정치인들에게 요구하고 있읍니다. 만일 우리가 그 요구에 따르지 못할 때 그것은 곧바로 비난과 조소로까지 변모될 것입니다. 이 냉엄한 시대적 명제를 깊이 인식하여 우리는 정치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여야 하겠읍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는 참으로 중대한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읍니다. 40년 가까운 헌정사상 이번 제131회 정기국회만큼 민주정치의 발전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될 국회도 드물 것입니다. 우리가 여야의 역사적 대타협에 성공하여 평화로운 정치발전의 터전을 크게 넓힐 때 이 시대의 역사정신인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는 진실로 풍요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아적인 당리당략에 얽혀 합의개헌에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할 때, 불행히도 의회정치와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적 회의가 더욱 고조되어 마침내 우리 정치인들의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할 것이며 정상적인 헌정질서는 파국에 직면할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겨레를 사랑하는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합의개헌을 위해 크고 작던 간에 슬기와 힘을 모두 쏟아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 민주정의당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에 충실하여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라는 큰 방향 아래 헌정발전을 앞당기고자 노력해 왔읍니다. 단임제의 관철로써 평화적 정권교체의 새로운 전통을 이룩하려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민주화의지를 구체화하여 우리 민주정의당은 의원내각제 개헌을 제의하고 있읍니다. 의원내각제 헌법으로서 사회 모든 세력의 공존공영을 보장하여 국민화합의 기반을 폭넓게 다지고 사회 여러 부문들이 자율성과 활력을 북돋우어 이미 상승의 물줄기를 타고 있는 국가흥륭의 대세를 뒷받침하자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건대,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되어 좌우익투쟁 속에서 근대국가를 건설하고 6․25 동란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마침내 60년대 이후 과감한 경제발전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대통령중심제가 보다 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생조국을 건설하고 운영함에 있어서는 국민통합의 골간을 마련해 주며 통치의 효율성을 높여 주는 대통령제 정부형태가 소망스러운 것이었읍니다. 그러나 해방 40년이 지난 오늘날의 시점에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읍니다. 선진조국을 지향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해 온 우리 사회는 다원화―다층화가 되어 부문과 부문마다, 그리고 계층과 계층마다 이해가 크게 달라져 제 나름의 발언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특성과 사회 각 부문의 다양성을 보다 더 북돋우어 줌으로써 겨레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토록 도와야 할 발전단계에 왔음을 뜻합니다. 이처럼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자율화와 민주화를 앞세우는 시대적 조류를 직시할 때, 우리의 새 헌법이 담아야 할 진취적 정부형태는 역시 의원내각제가 아닐 수 없읍니다. 의원내각제 아래서 정치의 중심은 여러 정당들이 함께 떠받들고 있는 의회로 이동되게 마련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당들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회 각 부문과 국민 각 계층 간의 주장은 보다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국정에 반영될 수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탈보수․혁신성향의 세력이 사회 일각에 대두하고 있는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물론 그들 가운데 일부가 대한국민적 삶의 질서 그 자체를 부정하고 급진적 좌경폭력노선으로 행동할 때에는 법에 따라 엄격한 제재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그늘에서 반드시 성장하게 마련인 혁신지향세력이 체제 내적 이견자로서의 건전한 비판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의회제도 속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도 의원내각제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입니다. 의원내각제는 또한 우리 헌정사의 통폐였던 일인 장기집권을 막는 출발점인 권력의 분산을 보장을 합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의회와 내각으로 나뉘는 것 그 자체가 권력상황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인데, 여기에 더하여 내각과 수상의 존립 여부가 의회 내의 정당분포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지방자치제가 실시될 것이므로 지역주민들의 정치참여가 훨씬 증대되어 중앙으로 집중된 권력의 지방분산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물론 의원내각제 아래서 권력의 집중이 이뤄진 나라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나라는 사실상 정당이 하나밖에 없는 일당제 국가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경쟁적인 복수정당제도가 보장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당체제이기 때문에 권력이 그 정당과 그 수상에게 집중되고 더 나아가 장기집권마저 이루어진 것이지 의원내각제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의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그 예외적 일당제 국가에 빗대어 ‘수상독재’라는 비난하는 태도는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여기서 특히 강조되어야 할 점은 의원내각제야말로 국민의 정부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입니다. 내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대통령도 뽑고 또 대통령이 되기도 하며, 수상도, 장관도, 차관도 되는 이 제도 이것이 바로 의원내각제인 것입니다. 게다가 내각이 불신임되면 새로이 총선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국민은 정권교체와 정부선택의 기회를 대통령제에서보다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의원내각제는 어느 제도보다 국민에 의한 정치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입니다. 의원내각제의 본질이 이렇기에, 오늘날 선진민주주의 산업국가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이 제도로서 번영을 누리고 있읍니다. 안정되고 잘사는 선진민주복지국가 20개국 가운데 간선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과 또 절충제를 채택한 불란서를 제외한 18개국이 의원내각제를 운영하고 있는 이 현실이 이미 의원내각제의 민주성과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의 비약의 문턱에 와 있는 이 시점에서 거기에 걸맞는 의원내각제로서 국가를 운영해 나가고자 우리는 제의하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여기서 본인은 야당이 제1공화국의 수립 때부터 전통적으로 의원내각제를 일관되게 제의했음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한민당―민국당―민주당으로 이어 오면서 예외 없이 ‘의원내각제로 책임정치 구현하자’ 하고 외쳤던 야당이, 더구나 권력의 집중을 그토록 반대하고 권력의 분산을 주장했던 야당이, 막상 그 어느 역사적 시점보다 의원내각제가 절실히 요청되는 이 시기에 와서 왜 이를 외면하는지 도대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야당은 자신을 만년야당으로 묶어 온 강경 일변도의 무책임한 명분투쟁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현행 헌법으로 돌아가겠다는 것도 아니며 더구나 1인 장기집권을 획책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의원내각제로서 성숙한 선진민주정치를 실현해 보자고 다짐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직선제만이 민주주의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직선제가 사전에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적 여망인 헌법개정특별위원회마저 깨뜨려야 한다는 말입니까? 더우기 제도권 밖의 이른바 실세대화를 구실 삼아 꼭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야 옳다는 말입니까? 야당 내의 많은 양식 있는 의원들도 그리고 국민들도 본인과 마찬가지 심경일 것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야당은 국민투표와 개헌에 관한 현행 헌법의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이른바 선택적 국민투표안까지 제의하고 있읍니다. 심지어 선거관리내각의 구성마저 제의하는 것은 현행 헌정질서의 문란을 시도하는 발상이라는 점에서 수락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국민적 여망인 민주발전도 어디까지나 합헌적 절차를 통해 이룩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 두고자 합니다. 야당은 헌법을 무시하는 자세를 버리고 헌특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헌특을 무조건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 민주정의당은 의원내각제가 시대의 요청이자 미래의 대안이며 국가발전의 확실한 담보임을 확신합니다. 국민적 합의도 이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읍니다. 그러므로 우리 민주정의당은 야당과의 꾸준하고 성실한 대화를 통해 의원내각제를 구현함으로써 국민과 함께 민주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가고자 합니다. 다만 야당과의 합의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의원내각제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우리 당의 개헌안에 대한 타당한 수정제의를 받아들일 용의는 충분히 갖고 있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의원내각제에 대한 우리 민주정의당의 신념은 확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당은 의원내각제의 실현에 부수되는 법과 제도의 보완작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조처와 정부조직법의 개정을 비롯한 행정제도의 개혁이 포함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의원내각제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공정한 국회의원선거제도를 마련할 것입니다. 민주정치의 핵심은 어느 무엇보다 선거의 공정성에 있으며 특히 우리 국민의 관심이 국회의원선거의 공정 여부에 집중되고 있음을 충분히 감안하여 승자와 패자가 모두 흔쾌히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선거제도를 마련할 것입니다. 우리 민주정의당은 새로운 선거제도 아래 국민의 엄정한 심판에 충실히 따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야당 역시 장외투쟁으로써 집권하겠다는 생각을 깨끗이 버리고 공정한 경쟁에 임한다는 의회주의적 노선을 명백히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개헌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정기국회가 예산국회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읍니다. 민생에 직결된 문제들이 개헌논쟁의 그늘에 가려 소홀히 다뤄지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신뢰에 대한 배반이라 아니 할 수 없읍니다. 더구나 우리가 다뤄야 할 과제는 오늘의 국민생활은 물론 미래의 국민생활 전반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들이어서 어느 때보다도 주도면밀한 심의와 건설적 대안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정치권에서는 헌법논의에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한 반면에, 우리 경제와 삶의 환경에는 지속적인 발전이 이룩되어 왔읍니다. 올해부터 국제수지도 흑자기조로 돌아서서 매년 경상수지에서 20억 달러 수준의 흑자를 보일 것이 예상됩니다. 일부 비판세력은 걸핏하면 경제파탄이다 또 경제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비난해 왔지만 정부의 치밀한 경제관리에 기업과 근로자의 혼신의 노력이 결합이 되어 올해는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제수지 흑자 원년을 기록하기에 이르렀읍니다. 그 업적은 선진국의 점점 높아 가는 보호무역정책의 장벽과 우리에 대한 끈질긴 시장개방의 압력 속에 성취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하다고 하겠읍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외채문제의 부담을 앞당겨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가는 여전히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읍니다. 우리의 첨단산업은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 반도체를 비롯한 우수한 전자제품으로써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있읍니다. 내년부터는 개발도상국가들이 그렇게도 부러워하는 포항제철에 이어 광양만제철이 제품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국제사회에서는 우리나라를 ‘하늘로 오르는 용’이라고까지 극찬하고 한국경제로부터 배우자고 주장하기에 이르렀읍니다. 국민의 생활환경을 보다 윤택하게 바꾸려는 작업도 꾸준한 열매를 맺어 왔읍니다. 대규모의 역사였던 한강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아득한 선사시대 이래 우리 겨레의 젖줄이었던 한강을 마침내 되살려 내었읍니다. 한마디로 우리 대한민국은 ‘파탄이다’ ‘망국이다’라는 고질적인 일부의 헐뜯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활력 있게 발전해 온 것입니다. 제5공화국 정부의 이 치적은 우리 경제를 부정적으로만 보아 온 일부 정치세력이나 무책임한 방관자들에게 현실인식의 일대 전환을 요구하고 있읍니다. 이제는 무책임한 파탄론과 선동적인 망국론으로부터 우리 경제를 비판할 때는 지났읍니다. 오히려 국민과 기업이 이룩한 저 소중한 땀의 결정을 어떻게 하면 보다 더 효율적으로 키우고 공정하게 관리해 주느냐 하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인은 우리 경제와 민생에 대한 여야 초월적인 대처가 요청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 민주정의당이 국민의료개보험과 최저임금제를 포함한 획기적인 7대 국민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부지불식간에 우리 경제가 놀랍게 자랐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해진 것입니다. 지난 3월에 발표된 1조 4000여억 원 규모의 농어촌종합대책에 이어 바로 지난달에 발표된 총 14조 3000여억 원 규모의 국민복지증진대책은 우선 그 사이 제5공화국 정부와 우리 민주정의당이 불철주야로 밀어 온 안정과 성장정책의 결실이 넉넉해졌기에 추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제는 국민화합의 차원에서 소득과 발전의 불균형을 줄여 나감으로써 국민 누구나 복지의 혜택을 고르게 받을 수 있는 새 시대를 열어 보자는 우리 당의 굳은 의지가 집약되어 있읍니다. 우리 민주정의당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 해도 국민 앞의 공약인 7대 국민복지시책을 반드시 실천하고, 그리하여 경제의 민주화에 접근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선언합니다. 그러나 정부나 기업이나 가계 모두 근검절약의 태도를 생활화해 나가야 하겠읍니다. 정부는 마치 알뜰한 가정주부가 시장에서 두부 한 모 값을 따지며 가계를 일으키듯이, 규모 있고 짜임새 있게 나라살림을 이끌어 나가야 하겠읍니다. 기업 역시 기업가 개인의 기업이 아니라 민족의 공동자산이라는 마음가짐에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 민주정의당이 의원내각제 개헌을 바탕으로 정치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7대 국민복지정책을 골간 삼아 경제의 민주화에 접근하려는 것은 우리 국기를 보다 든든하게 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키움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개화시키려는 데 큰 뜻이 있는 것입니다. 나라의 장래를 염려하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걱정하게 되는 사회적 흐름은 급진좌경적 국가관의 대두입니다. 비록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이기는 하나, 조국의 분단현실과 산업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분노한 나머지 우리 기성세대가 어려움 속에서도 나라의 발전을 위해 바쳐 온 노력과 그 업적조차 부정하고 있읍니다. 심한 경우에는 국민 대다수가 긍정하기 어려운 조국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그것을 위해 투쟁하기도 합니다. 이 경계해야 할 사상적 조류를 순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의 민주화와 경제의 민주화를 골간으로 사회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이 바람직스럽습니다. 이러한 판단에서, 우리 민주정의당은 우선 의원내각제 개헌과 국민복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국가발전의 밑거름인 젊은이들의 순수한 이상주의를 수렴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거듭 밝히거니와 체제전복적 좌경폭력노선에 대해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엄히 다스려 건전한 대다수 시민들의 불안을 덜어 주고 건실한 대다수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보장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 조국은 희망에 차 있읍니다. 이제 1년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 있는 평화적 정권교체가 88년 2월에 실현되어 민주정치의 뿌리가 확고히 내리고 이어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지면 조국선진화는 뚜렷해집니다. 국민의 자신감은 더욱 높아지고 국제적 지위가 월등히 향상되며 공산권과의 관계도 더욱 개선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우리 대한민국의 우위는 확고해집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통일의 길도 열릴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화합의 정치로써 국정을 슬기롭게 운영해 나가기만 한다면 앞으로의 2년이 민족사상 정녕 말할 수 없이 값진 대전환기가 될 것입니다. 이 짧은 기간은 지난날의 몇십 년에 해당될 만큼 고도로 농축된 의미를 지닌 비약과 창조의 귀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대전환의 잠재력을 지닌 2년을 뒤흔들어 놓으려고 합니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깨뜨리고 서울올림픽이라는 세계의 제전도 파탄 내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극동에서의 소련의 군사력 증강과 외교적 공세입니다. 70년대 중반 이후 이 지역에서 군사력을 키워 왔던 소련은 지난해 고르바초프 체제의 등장 이후 외교적 접근 공세마저 활발히 벌여 블라디보스토크선언을 통해서 극동과 태평양지역에 대한 진출욕구를 공공연하게 호언하고 있읍니다. 이러한 소련세의 팽창을 호기로 삼아 북한은 올 들어 우리와의 모든 대화통로를 끊은 채 소련의 군사지원을 바탕 삼아서 전쟁능력을 급격히 키워 왔읍니다. 그뿐 아니라 선제공격을 겨냥한 정예부대와 전차부대를 휴전선 일대에 전진 배치시켰고 우리 후방에 침투해 들어와 테러를 자행할 특수부대의 규모를 확대해 왔읍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일본의 동향도 낙관할 수만은 없읍니다. 미국은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몇 차례에 걸친 정상외교의 결과로 1970년대와는 달리 많은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읍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통상과 무역 면에서는 우리를 경쟁대상으로 경계하여 상당한 제약을 가해 오고 있읍니다. 자국의 국가이익을 무자비하게 추구하는 국제경제의 큰 흐름 속에 일본도 새로운 국가주의의 경향을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그리하여 세계는 바야흐로 새로운 형태의 세계대전, 즉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으로 맞붙는 무역전쟁의 위험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읍니다. 이처럼 소련과 북한의 군사적 밀착이 심상하지 않고 또 우방과의 무역마찰마저 깊어 가는 중대한 시점에 우리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 중대한 시점에서 우리가 국민적 단합 속에 지혜롭게 대처하면 우리나라가 민주복지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고 북한도 마침내 대화노선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극한적 대결로 치달려 모처럼 만들어 낸 민족흥륭의 호기를 놓쳐 버린다면 국민 모두가 땀 흘려 이룩한 신흥공업국의 지위를 지키기는커녕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험마저 안게 되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시대적 상황을 민족사적 안목에서 이렇게 인식할 때 우리 현실정치의 위상은 명백해집니다. 그것은 갈등을 만들어 내고 확대시켜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소시켜 국민화합의 기반을 넓게 다지고 민족의 웅비를 이끌어 가는 정치여야 합니다. 그러한 선진정치를 운영해 나갈 때 국민들은 우리를 성원할 것입니다. 아시아경기대회는 확실히 우리 국민 모두에게 경이로운 조국의 재발견이었읍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역전시키던 민족의 저력을 재확인하였읍니다. 그것은 경기의 규칙을 누구나 지키고 심판의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는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하였읍니다. 이러한 감격과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 정치인 역시 역사와 민족 앞에 새로이 눈을 뜨고 현안에 임하여 합의를 창출합시다. 정치 역시 가능성의 예술임을 우리 의원 동지들의 손으로 입증해 보입시다. 합의개헌을 성사시켜 잠실벌의 국민적 감격이 이 여의도에서 재현되도록, 그리하여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영원한 전진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합시다. 모처럼 조성된 국민의 열기와 이 일체감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우리 함께 시작합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3당 대표연설이 다 끝났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