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해서 의사일정 제2항 대통령의 국정에 관한 연설을 상정합니다. 잠시 후에 대통령각하께서 입장하시어 국정에 관한 연설을 하시겠읍니다. 대통령각하께서 입장하실 때와 퇴장하실 때에는 의원 여러분과 방청석에 계시는 내빈 여러분께서는 모두 기립해서 박수로서 경의를 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연설 도중에도 박수를 보내실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실 때에는 의원 여러분과 내빈 여러분께서는 박수를 보내 주시면 좋겠읍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대통령각하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존경하는 채문식 국회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지난 한 해에도 여러분께서 우리나라 정치에 대화와 화합의 기풍을 확립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 오신 데 대해 본인은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제 희망찬 갑자년 새해를 맞이하여 올 한 해도 여러분과 함께 좋은 세상 그리고 복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결의를 더욱 굳게 다짐하면서 새해 국정을 펴 나가는 데 있어 본인이 유념하고자 하는 몇 가지 방향을 여러분 앞에 밝히고자 합니다. 작년은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읍니다. 우리는 사할린 하늘에서 그리고 멀리 랑군 땅에서 우리가 사랑하던 동포와 우리가 아끼던 보배로운 인재들이 야만적인 폭력에 의해 희생되는 참사를 겪었읍니다. 그리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반평생을 서로 찾아 헤매던 혈육들이 눈물로 재회하여 얼싸안고 울부짖는 장면은 우리는 물론 세계인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안겨 주었던 것입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이러한 사건들을 통하여 세계인들의 주시를 받았읍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또 ‘한민족이 저 아픔을 이겨낼 것인가’ 하는 걱정과 불안이 매우 컸던 것도 사실이었읍니다. 그러나 우리는 좌절하지 않았읍니다. 우리는 동요하지 않았고 또한 흩어지지도 않았읍니다. 위기와 시련에 처하여 우리는 더욱2 굳게 뭉쳤으며 용기를 가지고 이를 헤쳐 나왔읍니다. 그리고 폭력과 불의에 대해서 평화와 이성으로 맞서 그것을 이겨 냈읍니다. 인류문명과 세계평화를 파괴하는 위기의 연대에서 우리는 평화와 정의 그리고 단합을 실천하는 위대한 저력을 발휘하여 매우 값진 성과를 이룩해 놓았던 것입니다. 본인은 이 자리를 빌어 국난을 극복하고 국운을 개척하는 데 헌신해 온 국민 모두에게 감격에 어린 위로와 최대의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의원 여러분! 작년 아웅산 사건에서 본인이 화를 면한 것은 국운의 가호와 국민 모두의 심려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원수로서 불과 몇 분의 거리로 생과 사의 경계를 목도한 본인은 나라의 일꾼들을 잃은 애통함과 더불어 인류세계와 인간적 행복의 가장 큰 적이 바로 폭력임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읍니다. 그때까지도 본인의 평화에 대한 신념은 누구보다 못지않은 것으로 자부해 왔지만 이제 본인에게 있어 폭력에 대한 증오와 평화에 대한 신념은 그 무엇에도 다음 자리를 양보할 수 없는 지고의 신앙으로서 굳어졌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것은 또한 의원 여러분께서도 같이 듣고 같이 본 사실로서 국민 여러분과 신념을 함께하고 계시리라고 본인은 굳게 믿고 있읍니다. 평화와 정의는 인류 공통의 이상이며 비단 어느 한 시대 또는 어느 한 민족이나 개인의 염원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의 많은 세월을 침략의 희생 속에 보내면서 어느 민족보다도 드높은 평화의 의지를 굳게 단련해 온 문명민족입니다. 더우기 36년간의 국권상실과 국토분단 그리고 동족상잔의 유산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그 고통의 근원인 전쟁에 대한 거부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절실한 소명이 아닐 수 없읍니다. 질곡의 민족사를 청산하고 새 역사를 향해 떨쳐 일어선 제5공화국이야말로 폭력의 배제 즉 평화와 정의가 그 행동지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본인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조국 창조의 과업은 바로 이러한 민족사적 사명을 완수하려는 실천 노력인 것입니다. 지난 1년의 뼈저린 경험을 통하여 평화와 안정은 막연히 입에 올리는 희망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과 살림 그리고 우리의 오늘과 후세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읍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5공화국 출범 4년째가 되는 올해는 폭력 없는 세계질서의 구축과 폭력에 의하지 않는 민족통일의 성취 그리고 폭력 없는 정치와 사회의 구현을 위하여 우리 모두의 의지가 더욱 드높게 발현되기를 본인은 믿어 마지않는 바입니다. 의원 여러분! 오늘의 세계는 작년 한 해의 갖가지 분란이 웅변으로 상징하는 바와 같이 다음 순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의 시대로 성큼 들어서고 있읍니다. 그것은 인류의 생명을 파괴하는 공포의 망령으로서 그 실체를 전 세계에 드리우면서 문명의 위기상황을 조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학문명의 소산인 핵무기는 현재 지구와 인류를 한두 번도 아니고 열 번이라도 파멸시킬 만큼 이 지구상의 곳곳마다에 쌓여 있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라 때문에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는 바야흐로 대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형세에 놓여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항용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강대국이 아무런 분별없이 반평화의 범죄를 자행한 사례는 우리가 대한항공기 피격사건에서 직접 보고 겪은 사실이었읍니다. 더우기 보호무역주의의 강화추세가 말해 주듯이 각국의 자국이익추구 경향 역시 경쟁의 정도를 넘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세계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해요소로 커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본인이 작년 국제의회연맹총회에서 밝혔듯이 정의로운 세계질서 창조의 제1조는 이기와 소리 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데서 탈피하여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와의 사이에 인정과 평화가 깃들도록 하는 데에 두어져야 하겠읍니다. 본인은 이 자리를 빌어 화합과 평등 그리고 협력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는 데 모든 국가가 우리와 신념을 같이하여 행동으로 나서 줄 것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평화의 세계사를 창조하는 영광스러운 주역으로서 우리 자신의 마음을 열고 세계를 여는 개방과 국제화의 발걸음을 더욱 힘차게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본인이 그동안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의 상호방문을 통한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나까소네 일본 수상과의 회담 그리고 동남아․아프리카․카나다 순방 등 수십 개국의 정부지도자들과의 회담을 통해 세계평화와 정의의 중요성에 관해 시종일관 강조한 것도 바로 그러한 발걸음의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본인은 이러한 평화와 정의 그리고 협력의 뜻을 넓히는 길이라면 그 어떤 어려움이라도 헤치고 개척의 역사 에 나설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를 해치려는 의도를 가짐이 없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사람은 그 국적의 여하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우리의 친구로서 따뜻이 맞이할 것입니다. 우리와 평화의 이상을 함께하는 나라와 그 국민은 모두 우리의 영원한 친구이고 동지입니다. 우리는 가까운 우방과 유대와 협력을 모든 분야에서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념과 제도의 차이를 따지지 않고 모든 나라들에 대한 과감한 개방과 협력정책을 앞으로도 더욱 줄기차게 추진해 나갈 것을 이 자리를 통해 밝혀 두는 바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올해에는 요한 바오로 2세 로마교황 성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할 예정으로 있읍니다. 그분의 방한이 우리의 평화의지를 더욱 북돋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으면서 우리 모두의 국빈으로 환영할 것을 국민 여러분에게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의원 여러분! 평화에 대한 신념과 폭력에 대한 거부는 민족적 지상과제인 통일성업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한결같이 취해 온 자세입니다. 통일은 두말할 것도 없이 민족의 행복과 안녕을 가져오자는 것입니다. 오늘의 분단은 한 핏줄과 한 역사 그리고 같은 문화를 가진 같은 민족인 우리 육천만 동포가 다 같이 겪는 불행과 고통의 근원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통일의 제1조는 평화에 있어야 하며 동족의 불행과 고통을 필연적으로 낳게 될 폭력의 사용은 그 어느 조항에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처럼 민족의 진정한 행복과 안녕을 위한 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 우리 민족 모두 스스로 통일성업 완수의 굳건한 주체가 되겠다는 각오를 더욱 투철하게 가져야만 하겠읍니다. 본인은 이러한 정신에서 그동안 평화적이고도 민족자결의 원칙에 입각한 통일의 성취를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 왔읍니다. 작년 바로 이 자리에서 본인은 남북한 당국 최고책임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거듭 촉구했읍니다. 그리고 남북한 당사자가 대화를 통해서 전쟁방지를 위한 조치와 쌍방이 제기하는 통일방안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할 것을 제시한 바 있읍니다. 그러나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한사코 평화를 거부하고 남북대화를 외면하고 전쟁을 획책하고 폭력노선을 고수해 왔읍니다. 그리고 그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동족살상의 만행을 자행함으로써 민족의 화합을 해치는 한편 폐쇄사회의 벽을 더욱 강화하여 북한동포를 동족과의 만남으로부터 철저하게 격리시킴으로써 민족동질성의 영구분단까지 획책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우기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랑군사건에 대하여 이 시간까지 단 한마디의 시인이나 사과도 없이 기만과 호도에 급급함으로써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는 한심한 작태를 보여 주고 있읍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내를 가지고 그들의 회개를 기다려 왔으며 앞으로도 기다릴 것입니다. 랑군사건만 하더라도 우리가 힘으로 응징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힘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며 또 응징의 수단이 없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것은 오직 우리의 평화의지가 너무나 깊고 또 그 집념이 너무도 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우리의 의지와 집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읍니다. 비록 전 세계의 규탄을 받는 북한 공산집단이기는 하지만 통일성업 성취를 위한 길은 남북대화밖에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들이 대화의 탁자에 나올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공산집단은 이러한 우리의 참뜻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은 그들의 자멸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는 것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평화이상이 우리의 생존 자체를 말살하는 폭력까지를 묵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힘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감행한 무장공비 침투 기도는 우리 국군의 철저한 대처와 우리 국민의 경각심에 의하여 정확하게 적발 저지되었읍니다. 그러한 폭력도발은 우리의 철통같은 안보태세에 의해 계속 좌절될 것입니다. 본인은 북한이 회개하지 않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폭력도발을 계속 자행할 때는 다시는 그러한 도발을 할 기력이 없도록 재기불능의 응징을 사양하지 않을 것임을 아울러 경고해 두는 바입니다. 그들의 무력적화 노선과 남북대화의 거부는 이제 더 이상 어디에고 통할 수 없게 되었읍니다. 우리의 평화의지는 더욱 성숙했으며 우리의 통일역량은 더욱 강화되었읍니다. 본인은 북한 측이 이제부터라도 폭력 노선을 버리고 평화와 민족자결의 원칙에 입각한 우리의 합리적인 통일노선에 호응해 나선다면 80년대 안에 통일위업 달성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평화로운 세계 그리고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소리 높여 외치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폭력에 호소한다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읍니다. 외부에 대한 우리의 평화와 정의의 요구나 그를 위한 헌신은 내부의 그것이 확립된 데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끼리 화합하지 못하고 우리 내부에 불의가 횡행하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 아닌 다른 누구에게도 평화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을 것입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은 진정으로 평화와 정의를 갈구하는 문명민족과 선진국민으로서의 마땅한 자세도 아닌 것입니다.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태어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야 하는 공동운명체 그리고 그렇게 함께한 나날이 그대로 스스로의 민족사가 되는 운명공동체가 바로 ‘우리’라는 이름인 것입니다. 따라서 화합과 정의의 실천주체는 바로 그러한 우리이며 그리고 우리 안에서는 폭력과 불의를 옹호하는 그 누구도 그리고 평화와 정의로부터 외면당하는 그 누구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 본인은 그러한 우리의 지향과 관련한 귀중한 결실 가운데 하나를 이곳 의사당에서 더욱 뚜렷하게 체감하고 있읍니다. 의원 여러분이 그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대화와 화합의 정치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난날 우리가 연례행사로 겪었던 비리의 정치 즉 증오와 음해와 폭력의 논리에 오염된 정치는 이제 사라지려 하고 있읍니다. 본인은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하여 금석지감을 느끼면서 의원 여러분이 그동안 애써 오신 데 대하여 경의와 찬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본인은 먼저 폭력 없는 정치야말로 민주주의 토착화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하고 그동안의 성과를 토대로 하여 민주정치의 참모습을 이 땅에 구현시키는 데 앞장서 노력할 것임을 밝히면서 의원 여러분과 국민 모두의 성심 어린 헌신을 기대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그것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선진조국을 창조하는 길이기도 한 것입니다. 정치는, 특히 민주주의에서의 정치는 무엇보다도 극단적이고도 무분별한 대결의 회피에 그 일차적인 존재 의의가 있다고 하겠읍니다. 그런데 폭력은 우리가 회피해야 할 바로 대결정치에 있어서의 수단이며 따라서 그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정치의 양식은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폭력의 정치 그리고 갈등의 정치가 참다운 정치 또는 잘하는 정치로 잘못 인식되었으며 합리적인 정치는 참다운 정치가 아닌 것으로 오해되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읍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출발부터 잘못된 데에 있읍니다. 건국 초기부터 집권자가 당초에 약속된 임기를 마치고 평화적으로 정부를 이양했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어떤 강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튼튼한 민주정치를 뿌리내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제1공화국 정부는 개인적인 장기집권을 기도하다가 타율의 힘에 의해 전복되었읍니다. 그다음 우리는 민주당 시대의 혼란기에 이어 5․16으로 정부가 전복되는 것을 경험하였읍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 두 번의 경우 모두가 우리의 비원인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모습은 아니었읍니다. 당초의 약속이 지켜진 일도 없고 또 법정임기에 따른 평화적인 정부이양의 선례를 겪어 본 일이 없는 가운데 우리는 마침내 집권자가 폭력테러에 의해 쓰러지는 비극을 목격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부 정치를 하는 사람들조차 정권은 임기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양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이 아닌 방법 즉 비합법적인 방법에 의해 전복시키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었읍니다. 정권연장을 위하여 물리적인 힘을 동원하는 집권자와 그에 맞서 또 다른 물리적 힘에 호소하는 반대자, 이러한 양극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와 사회는 만성적인 혼란과 위기를 거듭했던 것입니다. 제5공화국 탄생의 중요한 의의 중의 하나는 이러한 악순환의 단절에 있으며 그리하여 그것을 위한 굳건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도는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참되게 시행하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염원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이룩하려는 정성 또한 극진해야 할 것입니다. 더우기 제도의 시행을 위한 노력보다 제도의 변경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위해 극히 우려할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우리의 소망인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비평화적인 수단을 정치에 끌어들이려는 자세 다시 말해서 폭력정치의 심리를 불식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된다고 하겠읍니다. 정치에 있어서 폭력은 그것을 사용하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폭력을 유발케 하려는 선동, 폭력을 방책으로 삼으려는 일체의 사고를 가리키며 넓게는 부패와 혼란까지 그러한 작폐 의 소산이라고 하겠읍니다. 합리적인 정치인이 외면당하고 얄팍한 인기영합 위주의 정치가 통하는 곳에 선동은 자리를 같이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선동은 하지도 말아야 하며 또 해도 통하지 않는 그러한 정치풍토를 이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입으로는 민주와 자유를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전근대적인 행태도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특히 차기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서 이러한 작폐를 더욱더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겠읍니다. 폭력에 의하지 않고 헌정절차인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후임자에게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정부를 이양하는 선례를 보이는 것은 비단 본인의 개인적인 꿈을 달성하는 영광임과 아울러 우리 정치사의 발전에도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임을 본인은 확신하고 있읍니다. 과거의 정치사가 그랬으므로 미래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일부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읍니다. 또 폭력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그것을 유발하려는 구태의연한 기도가 아직 완전히 일소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시대가 달라졌고 또 정권담당자도 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의 정치의식이 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불법과 선동으로 불안과 혼란을 조성하는 것을 원하는 국민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 아닐 수 없읍니다. 안정과 화합을 파괴하는 폭력정치에 대해 가장 강력한 반대자는 바로 국민이라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본인은 먼저 안정과 화합에 대한 이와 같은 우리 국민의 열망과 실천의지를 촉진하는 노력을 앞으로도 줄기차게 추구할 것임을 밝혀 두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인이 그동안 수차 밝혀 온 대로 과거 정치비리 때문에 법에 의해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대상자들에 대한 단계적인 해제조치는 개전의 정에 따라 계속 검토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어디까지나 안정과 화합에 그 참뜻이 있는 것이며 구시대적인 정치비리를 재연시키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적 여망일 것입니다. 본인은 평화적 정권교체에 관한 본인의 신념과 국민적 명령을 충실하게 지키기 위하여 그것을 저해하는 일체의 요소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부하된 소명과 국민의 총의에 의하여 소신 있게 대처할 것임을 거듭 밝혀 두고자 하는 바입니다. 의원 동지 여러분! 작년에 1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금융부정사건이 2건이나 적발 공개된 바 있읍니다. 정의가 강조되고 있는 이때 그와 같은 엄청난 비리가 이루어진 데 대하여 본인은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읍니다. 그러나 독은 덮어 둔다고 약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공개되고 응징을 받음으로써만 더 큰 독으로 자라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법의 심판에 넘겼던 것입니다. 이 사건이 근검절약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는가 하는 것은 여러분께서도 실감하였으리라 믿습니다. 본인은 앞으로도 법과 질서를 파괴하고 정의를 배반하는 행위는 직위 여하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대처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인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은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 즉 폭력이 없는 가운데 명랑하고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읍니다만 법과 질서가 파괴되는 사회 속에서 안정과 발전과 민생의 행복은 보장될 수 없읍니다. 조그만한 일에서 큰일에 이르기까지 법과 질서를 깨뜨리는 불법과 정의를 파괴하는 비리행위 그리고 그러한 의식이 횡행하는 한 그 사회는 음울한 사회 그리고 허약한 사회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탕주의나 이기주의 그리고 독선과 특권의식은 정신적인 폭력으로서 우리가 이룩하기를 다짐한 정의사회의 저해요소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선의를 외면하는 불신풍조와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유언비어 그리고 근검절약하는 이웃을 비웃는 호화사치와 투기 등도 자율사회의 적으로서 마땅히 추방되어야 할 대상들이라고 하겠읍니다. 우리는 이러한 모든 불법과 불의를 거부하고 배제하는 길에 우리 모두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겠읍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타율과 폐쇄의 피해자가 아니라 자율과 개방의 수혜자로서 그리고 그 주인공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인 것입니다. 아울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폭력이 아닌 대화로 문제가 해결되고 법과 상식에 의해서 권익이 보장되는 진정한 자율의 기풍이야말로 사회적 측면에서 선진국을 이룩하기 위한 선결과제가 아닐 수 없읍니다. 그러한 원칙에서 자율의 토대를 더욱 넓게 그리고 화합의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하는 것은 본인의 일관된 신념인 것입니다. 그런 방향에서 제적학생들에 대한 복교조치를 비롯하여 본인이 취해 온 일련의 조치는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학원은 이제 올바른 자율의 기풍이 정착되어 참다운 배움의 터전이 되어야 하겠읍니다. 자율은 법의 준수가 전제된 하나의 질서인 것입니다. 이 질서는 개인의 편의에 따라 경시되는 이름만의 자율이어서는 안 되며 반면에 타율을 끌어들이는 무책임한 자율이어서도 결코 안 되겠읍니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우리는 정의와 온정이 넘치는 사회적 측면의 선진국을 이룩하기 위하여 모든 분야에서 노력을 배가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교육과 문화 그리고 예술과 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그러한 정신으로 내실을 충실히 해 나간다면 우리는 스스로 평화와 정의의 수혜자가 되고 선진국을 앞당겨 가는 현명한 국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멀지 않아 우리는 우리 손으로 주최하는 평화의 제전인 88올림픽에서 이러한 참모습을 전 세계인에게 당당하게 선보이게 될 것으로 본인은 확신하는 바입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의 평화의지가 아무리 확고하다 하더라도 힘이 없는 평화는 약자의 공허한 외침에 불과한 것입니다. 가난한 국민이 세계사의 주역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튼튼한 국력을 가지는 것은 곧 우리를 폭력으로써 짓밟으려는 기도를 포기시키는 유일한 보장입니다. 힘 있는 자는 결코 폭력에 의한 억울한 희생자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의로운 세계사의 주체가 되고, 이 땅이 평화통일의 본보기가 되며, 이 사회가 밝고 윤택한 사회의 모범이 되는 길은 무엇보다도 국력을 기르는 것이 그 전제가 된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자 합니다. 그중에서도 튼튼한 경제력이야말로 그러한 국력의 원동력이며 국민이 복된 사회를 누리는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그러한 결의로 국민과 정부가 합심 노력한 결과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였읍니다. 지난 80년에 40%를 웃돌던 도매물가는 작년에 건국 이래 그 유례가 없는 부 의 숫자에서 안정되었읍니다. 불황을 헤매던 우리 경제는 세계의 불경기가 채 가시지 않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높은 수출의 신장과 더불어 9%가 넘는 실질성장을 이룩하였으며 80년에 54억 불에 이르렀던 국제수지의 적자도 작년에 16억 불 수준으로 크게 개선되었읍니다. 성장과 물가안정의 목표를 함께 달성하는 것은 흔히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데 비유합니다만 우리는 결국 이 어려운 일을 다해 낸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정부가 당초 물가안정을 내걸었을 때 그 실현을 반신반의한 의견이 일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 그것은 사회 각계각층의 절제와 인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러한 시책을 비록 일시적이나마 원망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 역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이 지금 당장의 인기를 모으는 정책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경제와 나라를 올바로 이끄는 길은 이 길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정책집행을 해 온 것입니다. 그 결과 대다수 국민들이 본인과 신념을 같이하고 적극적인 호응과 협력을 다해 주는 가운데 우리는 물가안정에 그치지 않고 높은 성장을 동시에 이룩하였읍니다. 이제 제5공화국 출범과 함께 전력을 기울여 온 물가안정 시책의 진가를 볼 수 있게 되었읍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하여 수출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건에서 물가안정은 튼튼한 경제성장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투기나 불로소득의 원천을 막고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를 바로잡는 토대로서 이를 통해서 우리는 사회의 정의와 소득분배의 형평을 기하는 매우 소중한 기반을 아울러 다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토록 염원해 온 우리 경제의 힘찬 도약을 바야흐로 시작하고 있읍니다. 지난 80년까지의 경제발전이 물가오름세와 그에 따른 많은 문제점과 더불어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번의 도약은 튼튼한 안정기반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새로운 도약 그리고 참다운 도약이라고 하겠읍니다. 이러한 도약은 국민소득 1000억 불의 고지를 넘어 선진조국 창조를 본격적으로 달성하는 그날까지 조금의 늦춤도 없이 진행되어야 하겠읍니다. 그것의 추진력은 물가안정의 지속과 경제의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비능률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각종 제도의 개혁 그리고 기술혁신과 경영쇄신 등에서 생겨나는 것임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러한 추진력은 우리 모두가 저축을 생활화하는 가운데 건전한 노사관계의 정립과 상호보완적인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 그리고 투철한 기업가 정신의 실천 등을 통해서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아울러 복지의 혜택을 누리기보다는 그것을 위한 준비에 몰두해 온 우리는 아직은 그러한 준비가 더욱 필요한 현실임을 인정하면서 국민생활의 기초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책을 실정에 맞게 꾸준히 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의료보장의 확충과 중학교 의무교육의 단계적인 실시 그리고 주택공급의 확대와 농어촌소득의 증대 등 국민복지와 생활향상을 돕는 시책은 한층 정성스럽게 추진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가 여기서 머물 것인가 아니면 도약을 계속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읍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본인은 여러분과 국민 모두의 힘찬 도약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84년 한 해를 여러분과 더불어 더욱 땀 흘려 나갈 것을 함께 다짐하는 바입니다. 지금 우리의 살림살이는 비포장길에서 포장길로 들어서려 하고 있는 데 비유할 수 있읍니다. 비포장길이므로 흔들림이 있고 비가 오면 흙탕물이 튀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럴수록 신발 끈을 조이고 마음의 끈을 조여 흔들림 없는 안정을 다짐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경제는 물론 정치와 사회에서 우리 자신을 혼란으로부터 지키고 대외적으로 폭력의 위협을 극복하는 튼튼한 안전을 이미 누리고 있읍니다. 이것을 지키는 과제는 어느 누가 대행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우리는 작년 한 해 절감한 바 있읍니다. 올해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세력들의 도발이 더욱 거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읍니다. 그럴수록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우리 모두는 나라의 안보가 곧 나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일임을 명심하여 우리의 안보역량을 최대한 강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읍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안정과 선장을 계속하면 가까운 시일 안에 우리는 국민소득 1000억 불의 선진 문턱을 넘어 안정성장의 탄탄대로를 달리게 될 것입니다. 정의와 복지가 꽃피는 선진조국의 고속도로 그것은 분명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읍니다. 그 지점은 가만히 앉아 있는 우리에게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우리의 주력 으로써 그곳에 당도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뭉친 힘과 굳건한 안보의지가 있는 한 앞으로 어떤 시련이 있더라도 우리는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으며 또 아무것도 못 해낼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작년 한 해 우리 스스로가 이미 입증한 바 있읍니다. 그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평화와 통일 그리고 번영의 선진조국을 자손만대에 물려주기 위해 올 한 해도 여러분과 본인이 온 국민과 함께 굳게 뭉쳐 헌신해 나가는 보람찬 한 해가 될 것을 확신하면서 의원 여러분과 국민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장시간 감사합니다. 1984년 1월 17일 대통령 전두환

오늘은 이것으로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