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을 정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으로부터 제157회국회 개회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먼저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있겠습니다. 단상의 국기를 향하여 일어서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애국가를 제창하시겠습니다. 전주곡에 따라 1절만 제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순국선열 및 전몰호국용사에 대한 묵념이 있겠습니다. 묵념은 묵념곡에 따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국회의원 선서가 있겠습니다. 의원 여러분께서는 일어나셔서 선서문을 왼손에 드시고 오른손을 들어 의장님의 선창에 따라 선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1992년 6월 29일 국회의원 박준규 황낙주 허경만 정대철 徐廷和 이세기 조세형 강수림 노승우 김영구 이순재 김덕규 이 철 신계륜 유인태 김원길 조순형 백남치 김용채 손세일 이원형 김상현 임춘원 박명환 박주천 박범진 김영배 박계동 최두환 김기배 이경재 김병오 장석화 나웅배 서청원 박 실 한광옥 이해찬 박찬종 김덕룡 김동길 홍사덕 조순환 김종완 이부영 김중위 정상천 곽정출 허삼수 김형오 정재문 김정수 박관용 최형우 허재홍 류흥수 문정수 신상우 김운환 서석재 김진재 송두호 유수호 김복동 정호용 강재섭 김해석 김용태 박철언 윤영탁 김한규 최재욱 徐廷華 심정구 하근수 강우혁 조진형 이승윤 신기하 정상용 임복진 박광태 이길재 조홍규 남재두 송천영 강창희 이재환 김원웅 김인영 남평우 이호정 이윤수 오세응 문희상 이인제 이석현 안동선 원혜영 박규식 김영광 임사빈 장경우 박제상 제정구 정주일 이성호 이규택 이자헌 정창현 박명근 이택석 정영훈 이한동 안찬희 이영문 이웅희 이해구 김두섭 손승덕 원광호 최돈웅 김효영 류승규 김문기 김정남 조일현 이민섭 박경수 박우병 정재철 김재순 김진영 정기호 이종근 이춘구 신경식 박준병 김종호 민태구 송광호 성무용 이상재 김용환 황명수 정태영 박희부 김범명 김종필 이긍규 조부영 오장섭 한영수 송영진 함석재 오 탄 장영달 채영석 이 협 김원기 양창식 김태식 황인성 정균환 이희천 최락도 강철선 최재승 권노갑 김충조 김장곤 신순범 박태영 황의성 김명규 조순승 박상천 유준상 홍기훈 이영권 金泳鎭 김봉호 류인학 박석무 김인곤 한화갑 허화평 서수종 박정수 김길홍 박세직 금진호 박헌기 김상구 이승무 구자춘 김윤환 김동권 류돈우 김찬우 강신조 이상득 황윤기 이영창 장영철 유학성 이학원 김종하 차화준 차수명 정몽준 김호일 강삼재 하순봉 배명국 정순덕 김기도 김영일 정필근 정동호 신재기 신상식 나오연 김채겸 김봉조 박희태 노인환 이강두 권해옥 현경대 양정규 변정일 김영삼 박태준 김재광 노재봉 권익현 이만섭 정석모 안무혁 이원조 최병렬 김종인 김광수 박재홍 강선영 정시채 최운지 강용식 김영수 金榮珍 강신옥 서상목 윤태균 박구일 곽영달 이명박 이환의 강인섭 김동근 최상용 주양자 이현수 노인도 구천서 김대중 이기택 강창성 장재식 이우정 나병선 신진욱 김옥천 장준익 이동근 국종남 김충현 강희찬 박정훈 박 일 김옥두 박은태 장기욱 김말용 양문희 박지원 이장희 문창모 양순직 정주영 최영한 이건영 정장현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의장님의 개회사가 있겠습니다.

존경하는 김덕주 대법원장, 정원식 국무총리, 조규광 헌법재판소장, 국무위원, 그리고 친애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오늘은 제14대 국회를 개원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지금 격변하는 국제정세와 산적한 국내적 어려움 속에 성숙된 민주발전, 경제의 재도약, 사회적 화합과 계층 간의 조화를 통해서 온 겨레의 행복과 번영 그리고 통일을 이룩해야 할 중요한 역사적 시점에 서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되어 온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기 위하여 엄청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핵문제, 일본의 PKO 참가문제, 지구촌의 환경문제, 빈부의 격차들, 날로 더해 가고 있는 남북문제 등 큰 변수들이 빙산처럼 도사리고 있는가 하면 국내에서는 가치관의 혼란과 경제적 난제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4년간 즉 제14대 국회의 임기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할 일이 많은 참으로 어려운 선택의 시기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본인은 여러분과 더불어 새 국회의 임기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 앞에 놓인 어려운 역사적 소명 앞에 무거운 책임과 사명감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오늘은 민주화에 대한 열화 같은 국민적 요구에 의해서 6․29 선언이 선포된 지 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민주화를 위한 이러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진정한 의회민주주의의 초석을 놓겠다는 각오로 제13대 국회는 출발했습니다마는 그 창조적 도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의정사에 길이 남을 만한 새로운 업적도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헌정사상 최초로 청문회가 열렸는가 하면 역대 국회의 평균보다 2배나 많은 의안을 처리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의원입법활동이 활발해져서 제헌 이래 처음으로 의원입법이 정부입법보다 더 많았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일입니다. 아울러 의정활동의 TV생중계 그 길을 열었는가 하면 윤리위원회의 발족을 통해서 국회의 활성화와 정치의 윤리화를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13대 국회는 그런 대로 국회를 정치의 중심으로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제14대 국회는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고 정착시켜야 할 보다 더 무거운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 본인은 지난 총선거에서처럼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도 성숙된 민의가 정당하게 표출된 후에는 새로운 선진국가의 협의제적인 의회정치가 시작되리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물론 정치의 중심도 국회로 넘어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본인은 제14대 국회에 부하된 이러한 역사적 임무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로 국회 스스로의 총체적인 지도력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간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훌륭한 지도자나 정치인 개개인들은 많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십이 우리의 정치를 지금까지 잘 이끌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반면에 응당 국회 스스로가 대화와 타협, 자율과 협상을 통하여 발휘해야 할 민주적이고 집단적인 지도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대화문화 그리고 토론문화의 실종을 가져왔으며 드디어는 의회불신을 자초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난날 우리 사회구조가 비교적 단순할 때는 개인의 카리스마적 지도력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그러한 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치․경제․사회발전은 새로운 국민적 시각과 우리 사회의 다원화를 가져왔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다양한 계층․집단․지역 간의 서로 상충하는 이익과 그 목소리를 조정하고 조화시키는 의회 차원의 새로운 능력과 새로운 지도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권위주의적이며 일방통행적인 명령에 의하여 유지되는 사회는 사라졌습니다. 사면팔방으로 막힘없는 의사소통에 의해서 국민적 합의를 찾아 가는 선진형 질서창조가 필요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국회야말로 다원화된 고도산업사회의 다양한 이익과 욕구를 한데 모아 충분한 토론과 민주적 절차, 진솔한 대화와 지혜로운 타협을 통하여 국민적 합의점을 조절해 내는 데 가장 적합한 기구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보다 더 민주화되고 보다 더 다원화된 고도산업사회일수록 이른바 의회민주주의가 꽃피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입니다. 둘째로 우리 국회가 총체적 지도력을 발휘하고 의회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과거보다 달라져야 합니까? 저는 무엇보다도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스스로가 이 나라의 지도층에 속하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자각과 오로지 국민에게만 책임을 지는 자유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이미 결정된 당리당략에 절대 복종만 한다면 민의의 전당이란 한갖 공동화되고 말 것입니다. 그것은 의회제도의 종언을 가져올 것입니다. 최근 몇 차례의 선거는 담벼락을 마주 보는 듯한 기존의 정치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며, 새로운 정치를 예고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성숙된 의회정치를 원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셋째로 우리 모두는 이제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거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기대 속에 선택되어 이 자리를 같이하는 소위 선량들입니다. 그러한 우리마저 품위 있는 선비정신을 잃어 논어의 ‘정 은 정 이다’, 천하를 바로잡고 스스로를 바로잡아야만 정치가 이룩된다는 이러한 말을 실천하지 못하고, 또한 이번 국회마저 의회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 나라 의회민주주의의 좌절이요, 또한 정치인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저하로 직결될 것입니다. 우리는 14대국회가 결코 희랍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재앙과 불행만 갖다 주는 그러한 모습에서 벗어나 국민의 간절한 희망을 북돋아 주고 이어 가 주는 이러한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넷째로 이제 국가운영은 관료적인 행정부 중심에서 국회 중심으로 옮겨 와야 할 시대가 다가온 것 같습니다. 산업사회가 발달할수록 행정부의 기능권한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지만, 발전해 가는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는 국회의 위상과 권능은 결코 축소될 수는 없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다원화된 사회의 상충되는 의견과 이해관계를 충분한 대화와 활발한 토론을 통해서 조절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의회밖에 없다는 것이 21세기를 바라다보는 이 시점에서 많은 전문정치학자들이 정설로 내세우는 얘기입니다. 그것은 또한 모든 선진민주복지국가들이 지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러한 방향에서 이 국회법의 근본적인 개정을 통해서 우리 국회의 활성화를 가져와야 하겠습니다. 또한 국회가 단순히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에서 만족하지 않고 정치․경제․민생․통일․국제문제 등 모든 주요 국정현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주도적인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국회는 이러한 역사적 소명에 충실한 국회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물론 비의회적 관행이 없어지고 정상적인 의회운영이 절대로 전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와 정치가, 그리고 정치라는 직업에 대한 냉소적인 어귀들이 날로 많아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정치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고,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에 나온 국민의 애타는 좌절감과 애증의 표현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선배 정치인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좌절과 실패에서 보다 더 많은 편달과 발전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치의 도리는 설령 화가 될 수 있는 일이라도 그것을 잘 이용하여 복이 되게 하고, 실패를 돌이켜서 성공으로 이끄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본인은 다시 한번 동료 의원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시대는 달라지고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낡고 답답한 헌옷을 벗어 제칩시다. 가슴으로는 조국을 생각하고 눈으로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새로운 희망과 광명이 넘치도록 노력해 나가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 평화와 우정이 넘치는 활성화된 새 민주의사당에서, 오는 4년 동안 겨레를 위하여 뜨거운 헌신을 함께할 것을 다짐하면서 개회사에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후 대통령 연설이 있겠습니다. 대통령께서 입장하실 때까지 좌석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제14대 국회의 개원을 기쁘게 생각하며,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합니다. 지난 3월 총선거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국민의 대표로 선출되어 오늘 영예로운 자리를 함께하신 국회의원 여러분들에게 충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저에게 연설의 기회를 주신 여야의 국회 지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14대 국회의 의원 여러분은 44년의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깨끗한 공명선거를 통하여 선출되셨습니다. 또한 과거 어느 국회보다도 높은 경륜을 지닌 훌륭한 분들이 여기에는 많이 계십니다. 그렇기에 우리 국민이 오늘 출범하는 이 국회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큽니다. 저는 의원 여러분께서 이번 14대 국회를 우리나라 의회정치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모범적인 국회로 이끌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의원 여러분, <6․29 선언> 다섯 돌을 맞는 오늘 14대 국회가 개원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민주화를 바라는 온 국민의 열망이 폭발하여 나라의 앞날을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었던 그때, 그 위기상황의 한복판에 섰던 저는 감회가 남달리 새롭습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며, 역사는 국민의 뜻을 거역하고는 단 한 발자욱도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을 저는 그때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국민의 뜻을 담아 발표한 <6․29 선언>은 천 길 벼랑으로 치닫던 나라의 위기를 민주와 화합의 새 시대를 여는 기회로 역전시켰습니다. 그날 이후 5년간, 참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그 변화의 한 모습을 이 의사당 안에서 봅니다. 이 국회에서 집권당과 제1야당을 이끄시는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 김대중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5년 전에는 강권에 의해 정치활동의 자유를 박탈당하거나 제한받고 있었습니다. 탄압을 받아 감옥에 계시던 분, 체포를 피해 쫓기던 분, 민주화 가두투쟁을 앞장서 이끌던 분, 이른바 학생운동권의 대표들도 계십니다. 이제 저를 포함해서 이 모든 분들이 이 의사당에 함께 모여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의논하게 된 것은 6․29 선언이 가져온 변화가 어떠한 것인지를 웅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민주와 반민주의 해묵은 체제 논쟁도, 정부의 정통성 시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권위주의 통치가 청산되고 정치와 사회, 경제와 문화 모든 부문에 자유와 자율의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누구나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꽃피고, 힘에 의한 부당한 억압과 인권유린이 사라졌습니다. 지방자치가 도입되고 권력의 광범한 분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갈등을 풀고, 상처를 치유하며,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일도 널리 이루어졌습니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고 소외된 계층의 복지를 확충하여 지역 간, 계층 간에 패인 골을 메우기 위한 노력도 줄기차게 추진되었습니다. <6․29 선언>은 우리의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남북문제, 외교, 국민의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 걸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혁명적입니다. 그것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졌고, 또 약속이 모두 지켜졌다는 데서 명예롭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6․29 선언>에 따른 우리 사회의 변화를 명예혁명에 비유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6․29 민주화의 선택은 분명히 어느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선택이었습니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라는 우리 헌법의 첫 장은 헌정 40년 만에 공화국의 숫자를 여섯 번 바꾼 끝에 온전히 실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6․29 선언>에 담긴 8개 항의 민주화개혁은 모두 이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6․29 민주화>의 마감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6․29 선언>에 담긴 우리 국민의 뜻…… 민주정신, 화합정신, 자율과 개방, 인간존중의 정신은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키고 꽃피워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국민이 만든 자랑스런 지난날의 역사이면서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정신적인 유산인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가 민주주의 시대를 열던 지난 3∼4년, 나라 밖에서는 세계지도와 인류의 사고를 바꾸는 대변혁이 일어났습니다. 우리에게 분단을 가져온 대결구조도, 동족상잔의 비극을 강요한 냉전체제도, 공산주의도…… 모두 지난 시대의 유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독일이 통일을 이루고,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은 해체되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우방이 되었습니다. 이 세기적인 변혁의 물결이 일기 전부터 우리는 자주적인 노력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펼쳐 왔습니다. 북방정책은 우리에게 냉전의 벽 저편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 통일과 번영의 기반을 넓혔습니다. 북한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민족공동의 번영을 추구하겠다고 천명한 <7․7 선언>은 4년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이라는 열매를 얻었습니다. 남과 북은 마침내 공존공영의 새 시대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의 역사적인 유엔 동시가입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남북이 서로 실체를 인정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성원이 되는 것은 통일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과 북은 합의서와 비핵선언의 내용을 하나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 사이에 신뢰가 없이는 공동의 번영과 통일을 향한 전진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 문제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우리 겨레의 생존과 안전은 물론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기구의 핵사찰은 물론, 남과 북이 <비핵선언>에서 합의한 상호사찰을 지체 없이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핵문제를 우리 겨레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가장 명예로운 길입니다. 반세기에 걸쳐 쌓여 온 남북 사이의 불신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민족공동의 발전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 경제는 지금 민주화와 개방화, 국제화에 따른 안팎의 도전을 맞아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4년 동안 우리 경제는 평균 9% 이상의 높은 성장을 계속해서 국민총생산과 1인당 국민소득이 모두 2배 이상 커졌습니다. 우리가 이룬 성장이 지난날처럼 민주주의를 희생한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민주화와 함께 이루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성장의 더 큰 몫이 근로자에게 돌아갔다는 것도 뜻깊은 일입니다. 그러나 민주화 과정에서 한때 과격한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임금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오르고, 많은 근로자들이 힘든 일을 꺼려서 제조업을 떠남으로써 인력난까지 겹쳐 우리 경제는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기업이 경기가 좋을 때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등한히 한 것도 경쟁력이 약화된 큰 원인입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개발, 인력공급 문제를 포함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시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고소득 고소비 고성장이 가져온 과열을 식히기 위해 경제 안정화 시책을 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책은 기업에게는 때로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고, 또 국민들도 그 효과를 느끼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의 주체 모두가 합심해서 참고 견디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민주화와 개방화가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일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튼튼하게 다져 줄 것입니다. 사회의 다원성과 개인의 창의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민주화 없이는 경제의 선진화를 이룰 수가 없습니다. 경제의 운영은 가능한 한 시장의 원리에 맡기고,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는 선진경제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모두 합심해서 우리 경제가 선진국형 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새로운 경제도약의 기반을 다지는 일을 국정 운영의 제일 과제로 삼아서 계속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국회는 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위한 모든 문제가 제기되고, 또 논의되어야 할 민의의 전당입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에 여와 야, 정파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집권당의 수적 우위에 의한 독주나 소수당의 반대와 투쟁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번 국회의 개원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둘러싼 각 당의 이견으로 늦어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올해 예정된 두 차례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금년 연두기자회견에서 이 선거의 시기는 새로 구성되는 14대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것은 한 해에 네 차례의 선거를 치르고는 우리 경제의 발전도 사회의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대다수 국민의 뜻에 따른 것입니다. 국민 각계각층의 의견과 전문가들의 판단을 수렴한 뒤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나라의 장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었습니다. 그 뒤 정부는 광범한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통해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지난 6월 5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개원이 늦어져 지방자치법 개정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선거의 시한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전후사정이 어떠하든 자치단체장 선거가 당초 약속한 기일 안에 실시되지 못한 데 대해서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국회가 조속히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심의하여 선거의 시기를 새로 결정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의원 여러분! 다가오는 제14대 대통령 선거는 나라와 민주주의의 장래에 매우 중요한 고비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선거를 조용하고 차분한 가운데 공명정대하게 치르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위해 현재의 대통령선거법을 미래지향적 입장에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회가 당략의 차원을 떠나서 우리의 선거풍토를 일신하고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 대통령선거법을 개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공명선거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선거운동기간의 단축도 필요할 것입니다. 아직 6개월이나 남은 대통령 선거가 일찍부터 과열되지 않도록 각 정당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정부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공명정대한 가운데 치러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지난 총선거와 작년의 지방의회 선거에서 우리는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발전수준, 자유로운 언론, 시민단체들의 활동…… 무엇보다도 높아진 우리 국민의 주권의식에 미루어 오는 대통령 선거가 유례없는 공명선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 줍니다. 의원 여러분! 여러분이 이끌어 나갈 14대 국회의 4년은 우리 겨레의 21세기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올해 우리는 의욕에 찬 제7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했습니다. 이 계획이 끝나는 1996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국민총생산 4900억 달러, 교역량 27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막강한 경제력을 지니게 됩니다. 또한 반세기에 걸친 분단을 마감하고 통일을 실현할 결정적 계기도 반드시 오게 될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성숙과 함께 사회 각 분야가 자율의 활력에 넘치는 참다운 민주시민사회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세계에 앞선 자랑스런 나라가 우리의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14대 국회는 바로 번영하는 통일한국을 이루어 가야 할 막중한 책임을 안고 출범했습니다. 정치의 환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가 하나의 울타리 안에 사는 정보화 시대, 국민들의 욕구가 다양하고 또 고급화되는 후기 산업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맞아서 우리의 정치와 정치인, 그리고 국회도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정치는 세계정세와 사회경제적 변화를 내다보고 국민을 앞장서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모든 나라가 미래의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서 무한경쟁을 벌이는 시대를 맞아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일에도 국회의 큰 기여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진지한 정책대결과 입법활동에 몰두하는 국회, 또 높은 도덕성을 보여 주는 청렴한 국회의원이 진정 국민이 바라는 우리 정치의 모습일 것입니다. 나라의 밝은 장래에 대하여 확신을 주는 <희망의 정치>,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적 정치>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치일 것입니다. 저는 이번 14대 국회에서 이러한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맑은 샘물처럼 솟아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국회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 의사당은 국민이 존중하는 민주전당이 될 것이며, 진정한 국민화합의 구심체가 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21세기를 눈앞에 둔 세계는 이 시간에도 격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념과 체제에 의해 세계가 크게 둘로 갈라졌던 시대가 가고, 경제의 논리에 의해서 세계가 다시 재편되고 있습니다. 지역패권주의가 다시 머리를 들고 인종과 종교로 말미암은 지역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번영을 함께하는 나라들이 서로 벽을 헐고 하나가 되고 있는가 하면, 또 뒤진 나라에서는 새로운 벽이 쌓이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앞선 나라들은 지속적인 경제번영을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1세기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이러한 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하여 새로운 민족사의 영광을 구현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사명입니다. 80년대에 한국인은 세 가지 신화를 창조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경제적 기적>과 <민주정치의 기적> 그리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올림픽을 치른 <문화국민의 기적> 그것입니다. 90년대에 우리는 세계를 다시 놀라게 할 2개의 신화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것은 칠천만 한민족이 한 나라로 사는 통일조국을 이루는 것이며,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바라보는 선진국이 되는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과거에 집착하는 국민은 퇴영과 쇠망의 길로 가지만 미래를 존중하는 국민은 번영하고 발전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목표를 뚜렷이 한 가운데 온 국민의 뜻과 힘과 지혜를 뭉치면 못 할 일이 없습니다. 저는 이번 14대 국회가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우리 한국인의 90년대 신화를 만들어 내는 산실이 되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함께 손잡고 국민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조국의 새 시대를 향하여 우리가 승천하는 용의 기세로 전진합시다.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제157회국회 개회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