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예정된 의사일정에 들어가기 전에 통일민주당 원내총무단의 강력한 요청이 있어서 통일민주당에 소속하신 심완구 의원에게 신상발언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다 아시겠지만 신상발언이라는 것이 국회법 97조에 명기되어 있습니다. 10분 이내로 하게 되어 있고 또 신상발언이나 의사진행발언을 주느냐 안 주느냐 하는 것은 의장의 판단에 달려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 개의 벽두에 드려야 되느냐 안 드려야 되느냐 하는 것을 생각 아니 한 것은 아니로되 민주당의 요청도 있고 또 이번 국회를 원만하게 진행하고자 하는 의장의 판단으로 신상발언을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심완구 의원 나오셔서 신상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장 그리고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한순간이나마 사건의 엄청난 파문과 함께 경찰을 손찌검한 국회의원으로 매도되었던 본인이 신상발언의 기회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의 진상은 저 심완구가 경찰관을 손찌검한 이른바 국회의원 손찌검 사건이 아니라 경찰이 국회의원의 정당한 국정조사 활동을 폭력으로 방해하고, 국회의원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경찰이 다른 곳도 아닌 경찰서 안에서 국회의원을 집단폭행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어이없게도 경찰관을 폭행한 국회의원으로 매도당해야 했고 심지어 일가족을 몰살하겠다, 집을 폭파하겠다는 등 온갖 협박 속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전국의 경찰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도 제가 정말 경찰을 때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치인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진실은 끝내 승리하기 마련이라는 굳은 믿음 하나로 그 아픔을 이겨 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국회의원 이전에 인간이기에 이번 일로 당한 온갖 수모와 협박을 생각한다면 정말 할 말이 너무도 많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싶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경찰의 애환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국회 내무위원의 한 사람이기에 더욱 그런 심정입니다. 단 하나 바램이 있다면 자리를 같이하고 있는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만이라도 사건의 진상을 실하게 알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입니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여러분에게 보다 솔직하게 밝혀 드리고자 하는 이유도 저의 이런 심정 때문입니다. 정우영 총경이 맞았다고 주장하기에 그 같은 상황에서 제가 정 총경의 뺨을 때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밝혀 드리기 위해 그날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리 통일민주당의 마산 창원지구 노사분규 조사단은 지난 4월 26일 창원경찰서를 방문하고 구속된 통일 노동자 4명과 금성 노동자 2명을 면회한 자리에서 이들로부터 경찰에게 전자봉 고문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26일에 이어 다음 날인 4월 27일 또 당시 창원경찰서에 들러 노동자와 고문용의자들의 대질심문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이날도 고문용의경찰과의 대질신문을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우리는 이날 창원경찰서 2층 서장실에서 고문사실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고문용의경찰관 3명을 즉각 데려올 것을 요구하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9시 40분경 경찰서 정문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에 2층 서장실 창문에서 밖을 내려다보니 정문에 있던 전경들과 노동자 다수가 경찰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실랑이는 노사쟁의 현장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 창가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습니다. 그런데 5분이 지났을까 싶은데 커다란 고함과 비명소리가 들려 다시 창가로 가 보니 도로 건너편 봉고차 뒤에서 1명의 노동자가 쓰러진 채 5, 6명의 전경과 사복경찰들로부터 짓밟히며 무참하게 구타당하고 주위의 노동자들이 경찰에 쫓기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나는 저러면 안 되는데, 저러면 안 되는데 하며 뒤돌아서는데 우리 당 황낙주 의원이 심 의원 빨리 아래로 내려가 보라는 것입니다. 아래층 현관 중간문에 당도하는 순간 노동자들이 개 끌리듯 끌려오는 것이 보이고 나는 이게 무슨 짓이냐, 너무하지 않느냐 고함을 치자 끌고 오던 경찰이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 노동자를 놓아주었으며 그 노동자가 내 옆에 와 섰습니다. 그때 또 1명의 노동자가 무참히 끌려 들어왔습니다. 이때 나는 다시 사람 죽이겠다고 고함을 치자 갑자기 주위에 있던 수 미상의 경찰이 일시에 나에게 달려들어 에워싸고 혁대를 잡고 밀치며 구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꼼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왼팔을 꺾인 채 옆구리, 정강이 등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면서 열 보쯤 뒤로 밀렸을 때 경찰서장이 어디선가 달려와 내 목을 휘어잡고 한쪽으로 밀어부침에 따라 집단폭행상태를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이상이 이번 사건의 전부입니다. 여러분은 저와 같은 국회의원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맞았다는 것은 바로 여러분이 맞은 것과 다름이 없다고 봅니다. 그것은 곧 이 국회가, 입법부가 경찰에게 무참히 짓밟혔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오히려 여러분에게 반문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과연 여러분이 그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개 끌리듯 끌려오는 노동자들을 보고 외면하는 것이 의원의 품위를 지키는 것입니까? 노동자들이 경찰에게 처절하게 짓밟히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무슨 짓이냐며 호통을 친 것이 그렇게도 잘못한 일입니까? 저는 양심으로 말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뺨 한 대 때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국회의원한테 맞았다면서 집단사표 파동을 일으키면서 언론마저 국회의원 손찌검사건으로 보도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사실인 양 믿게 되어 버린 현실이 가슴 아플 따름입니다. 언론으로부터 제가 폭력국회의원으로 내비쳐진 것은 차라리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백주에 그것도 경찰서에서 경찰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는데도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울분을 표시하지는 못할망정 국회의원의 품위가 어떠니 하면서 징계 운운하는 소리가 서슴없이 나왔을 때는 정말 서글펐습니다. 의장 그리고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사건의 전후가 이런데도 이번 사건이 국회의원의 경찰관 손찌검사건으로 불리어져야 합니까? 이번 사건이야말로 명백한 국회의원 집단폭행사건이요, 제2의 경찰고문 은폐조작사건입니다. 경찰관의 집단폭행에 이어진 집단사표 이것은 통치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실패한 경찰쿠데타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국회의원 집단폭행사건이 앞으로 민주경찰로 새롭게 태어나는 데 깊은 자성의 계기가 된다면 이번 사건으로 우리 모두가 입은 일시적인 아픔도 크나큰 보람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 앞에 무기력해지는 것이 국회의원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앞으로 또다시 이번과 같이 노동자들이 처참하게 짓밟히는 상황이 내 앞에 전개된다면 그때도 서슴없이 달려 나갈 것입니다. 저의 신상발언을 마치면서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반민주 반민족세력들의 무모한 행동 때문에 끊임없이 정 의 길을 가야 할 역사의 시계가 멈춰 서 버리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