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정치․통일․외교․안보에 관한 질문을 상정합니다. 한 가지 안내 말씀을 드리면 교섭단체 간의 합의에 따라 대정부질문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비교섭단체의 대표발언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o 비교섭단체 대표발언

오늘은 비교섭단체 민주당 대표의원의 발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민주당 부대표이신 김종인 의원 나오셔서 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벽두에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라는 화두를 꺼내 또다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우리도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이 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나 현직 대통령이 없습니다.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제로 하기로 1987년에 헌법을 개정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네 분의 대통령을 선출했으나 국민들이 한 번 더 모셨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은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어찌 헌법 탓이겠습니까?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현행 헌법의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 조항이 잘못돼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5년 단임이기 때문에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주장은 못난 선비가 붓 탓을 하는 것 이상의 억지입니다. 특히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국정 운영의 실패를 제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자신의 무능을 호도하려는 정치적 술수에 불과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것 정도는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성숙해져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됐고 또 이만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민들의 슬기와 저력에 힘입은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왜 지금의 우리 헌법이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 국민은 1950년대의 자유당 시절에 사사오입 개헌으로 인한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견뎌야 했고 60년대 초부터 70년대 말까지는 몇 차례의 인위적인 헌법 개정으로 20년 가까운 1인 장기집권에 시달렸습니다. 지금의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에는 더 이상 장기집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결연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일부 정치인이나 헌법학자들이 그동안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도 충분히 민주화가 됐으니 이제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허용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나라 행정부와 관변단체들이 과연 얼마나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수가 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임기가 너무 짧으니까 4년 중임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사람의 문제를 자꾸 제도의 문제로 혼동하거나 왜곡한 데서 생긴 것일 뿐입니다. 역대 대통령의 실패는 임기가 짧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반의 준비를 사전에 철저히 하지 못한 데 기인한 것입니다. 따라서 준비만 제대로 된다면 5년의 임기도 결코 짧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대통령 임기에 대한 판단은 일부 정치인이나 헌법학자들의 몫이 아닙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입니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훌륭한 업적들을 내놓게 되면 우리 국민들은 자연히 대통령 임기에 대한 아쉬움을 갖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헌법상의 대통령 임기에 관한 개헌 논의에도 저절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것입니다. 이 점에 관한 한 우리 국민들이나 동료 의원 여러분들께서도 아무런 이의가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일찍이 존 로크는 그의 정부론에서 “통치는 해체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크는 “통치의 해체는 입법에 의해서나 혹은 통치자가 자신의 책무를 게을리하거나 포기할 경우”라고 밝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상초유로 입법부에 의한 탄핵을 받았었습니다. 이제는 임기 1년을 남겨두고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될 일에나 신경을 씀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책무를 게을리하고 있습니다. 가위 ‘통치의 해체’를 자초하는 행위라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력만 낭비하는 개헌 의사를 즉시 철회하고 남은 임기 동안 민생안정에 전념하여 4년 전 대통령으로 뽑아 준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2001년의 9․11 테러 사태 이후 미국과 미국 국민들은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 9일에 강행된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우리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온 나라와 국민이 북한 핵무기의 위협 아래 완전히 노출돼 있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세상에서 살게 됐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가장 큰 위협을 받게 된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북한의 핵이 남한을 위협하려는 목적이 아니고 마치 미국과 일본을 향하여 만들어진 것처럼 말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인식입니다. 2006년 10월 9일 이전에는 경제력의 우위를 전제로 남북 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외교 무대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일단 우위에 서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핵 보유를 계기로 이러한 인식이 매우 비현실적인 것으로 뒤바뀌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의 소원인 통일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더욱 어렵게 됐습니다. 이제 북한은 핵을 보유하게 됨으로 해서 김정일 정권의 오랜 숙원대로 남쪽을 완벽하게 배제하고 직접 미국과 중국을 상대해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쥐게 됐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그저 미․중․북 3자 회담의 결과를 사후에 듣게 되는 한심한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던 이 정권 통일․외교 전략의 귀결인 것입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은 지난 수년간 한반도 분단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 및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편협한 시각에서 주로 김정일 정권만을 의식한 외교․통일 전략에 집착해 왔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범한 최악의 외교적 실패는 바로 이것이라고 역사는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날 독일의 통일 협상에서는 서독이 미․소와 실질적인 통독 협상을 주도하고 동독은 단지 분단의 당사자로만 참여했습니다. 한반도에는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어 이미 6자회담은 실질적으로 4자회담의 틀로 가고 있고 4자회담에서 북한은 직접 미․중을 상대로 협상을 벌이고 한국은 그저 분단의 당사자로서만 참여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과 같은 대북 정책과 외교 노선이 지속되는 한 우리 대한민국은 그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쪽의 김정일 정권이 요구하는 대로 유사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만을 떠맡는 옹색한 처지가 되고 말 것입니다. 더구나 올해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이고 또 이 정권이 외교통일정책의 기조를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기에 북핵 사태와 한반도 통일 문제는 더 이상 좋은 해법을 기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1월 9일 TV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된 신년 대국민 담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새로이 민생 문제를 만든 적이 없고 오늘날의 민생문제는 과거 정권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경제 정책은 그런대로 잘 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담화를 지켜보면서 바로 저런 자세가 노무현 경제 정책의 한계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현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자기 스스로의 직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나라 대통령인 분이 취임 초에는 과거정권들로부터 물려받은 민생 문제들을 잘 모르고 계시다가 4년이 지난 지금에야 새삼스럽게 이 문제들을 인지하게 됐다는 말입니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가 집행한 경제 정책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국민의 몫이지 대통령이나 행정 당국자들의 몫이 아닙니다. 경제 정책을 포함하여 현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이미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몇몇 거시경제지표들만 가지고 안이하게 판단해도 괜찮은 상황에 있지 않습니다. 조만간 새로운 성장동력이 추가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최근의 하향 추세에서 못 벗어날 것이 뻔하고 거대한 중국 경제의 급부상 때문에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80% 가까이가 매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오고 있는 대기업들도 날로 치열해져 가는 국제경쟁 속에 BRICs 국가들의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합니다. 기업 부문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실종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도 노동 윤리가 실종된 산업현장에서는 예측불허의 노사 불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중장기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환경 개선과 기술개발도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국제적 지위는 조만간 현재의 세계 12위에서 몇 단계 더 아래로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함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노무현 정권의 경우 집권 초부터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한 상황에 있었는데도 이 점을 간과하고 지금까지 줄곧 유동성 관리를 방만하게 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워 신행정수도 건설과 혁신형 기업도시 건설 등을 비롯한 엄청난 초대형 토목사업들을 벌임으로써 전국의 땅값 폭등에 불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무려 61조 원이나 되는 엄청난 토지보상금을 풀어서 이미 불붙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양의 기름을 쏟아 붓는 꼴이었고, 2004년 10월부터 8개월 동안 잠시 주춤했던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2005년 6월부터 무서운 기세로 폭등하자 당황한 나머지 이번에는 세금 폭탄으로 부동산 투기의 뿌리를 뽑겠다면서 실제로는 별 효과도 없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만 잔뜩 올려놓는 어이없는 실책까지 더 보탰습니다. 이로 인해 정권의 지지도가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하고 집권당이 와해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여전히 부동산 보유세제의 강화를 매우 정석적이고 강력한 부동산 투기 방지 대책으로 알고 계신 듯합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식의 잘못된 인식을 대통령께 심어 주었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 일국의 조세 제도는 신중하고 주도면밀해야 합니다. 조세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국가 재정의 확보라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지 않고 특정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이리저리 뜯어고치는 정권은 주권자인 국민들의 지지는커녕 용서조차 받기가 어렵습니다. 가까운 예로 1977년에 부가가치세 도입을 강행했던 박정희 정권이 수년 후 몰락의 길로 갔고 지금의 노무현 정권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도 다 그런 연유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는 너무나 혼란합니다. 100년 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여당이 3년 만에 붕괴되고 있습니다. 또한 집권 여당이 대통령 후보를 배출하지 못해 ‘범여권 후보론’이 대세를 이룰 정도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정경은 전 세계에서 정상적 민주주의를 하는 국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인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은 왜 이러한 상황을 자초하였는지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아직도 부족한 듯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바 참여정부를 출범시켰습니다. 참여정부의 뜻이 과연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의 의사를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의 지자체 선거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여당에게 가장 큰 참패를 안겨 준 선거였습니다. 실제로 여당은 서울에서 단 한 명의 시의원도 당선시키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은 지방선거 결과에 표출되어 있는 국민의 의사를 그 후의 국정운영에 조금도 반영하지 않고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존경하는 여야 동료 의원 여러분! 선거에서 투표로 나타나는 민의는 정부가 제도적인 정보기관들로부터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정보를 국민들이 한꺼번에 표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투표 결과에 순응하지 않고 선거 결과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정부와 여당은 조만간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고 결국 정치적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 정치사의 교훈입니다. 현 정권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역사의 교훈에 순응하지 않는 정권이나 정치인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대통령과 여당은 지금부터라도 잘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일찍이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쟁에 패한 직후 그의 막료 전원을 모아 놓고 “아무리 호화로운 포화로 장식된 무력도 마음의 적은 결코 이길 수 없다”고 탄식한 바 있는데 정치에서도 국민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고 나면 어떠한 정치공학적 방법으로도 결코 되돌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선을 불과 10개월여 앞두고 이미 집권 여당의 와해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이상 옳든 그르든 이제 새로운 정치 질서의 출현과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이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는 범여권 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또 그에 반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급하고도 중요한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나라 국민과 정치 지도자들이 사실상 2 대 8이나 3 대 7로 완전히 갈라져 있는 우리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 문제를 효과적으로 봉합하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가능케 하며, 또 북 핵실험으로 근본적으로 달라진 한반도의 외교안보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고 민족의 통일을 앞당길 토대를 마련하는 확고한 비전과 국정운영 능력을 두루 갖춘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민주당도 이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 비록 노무현 정권은 실패했지만 이제 올바른 비전과 확고한 국정운영 능력을 갖춘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해서 사회 양극화 과정에서 뒤떨어진 국민의 80%가 희망을 갖고 정상적으로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합니다. 차기 대통령이 되실 분은 무엇보다도 이 일을 해 낼 수 있는 철저한 준비와 능력, 그리고 뛰어난 정치적 리더십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탄생하게 될 새로운 정치 세력은 사회 양극화 해소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 그리고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통일을 통한 민족의 생존권 확보라는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에 충실해야만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될 것이며 또한 자생력 있는 정치 세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