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상정합니다. 먼저 신한민주당을 대표하여 동당 총재인 이민우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이민우 의원 연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장!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 수호 발전의 책무를 함께 지고 있는 여야 의원 여러분! 본인은 지난 5월 개원국회에서 헌정 이래 최대의 국난에 처해 있는 현 시국을 타개하는 방안으로서 우리 당과 이 땅의 민주세력을 대표하여 ‘민주화 3원칙’을 제창한 바 있읍니다. ‘진상규명의 원칙’에 따라 현 정권이 의도적으로 은폐해 왔던 광주사태와 각종 인권유린사건 등을 사실대로 밝히자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억울한 누명을 썼던 민주인사들과 광주시민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고 또 그러한 바탕 위에서만 진정한 화해와 화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읍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광주시민의 명예회복 내지 신원운동을 사망자의 숫자 알아맞히기 놀음으로 바꾸려 했을 뿐이었고 여야가 공동 노력하기로 했던 김대중 씨 등 사면, 복권과 양심수 석방 문제는 재론 자체를 회피하는 자세로 일관해 왔읍니다. ‘반민주적 요소의 청산원칙’, 즉 법과 제도의 반민주적 독소를 제거하는 데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한 본인의 요청에 대해 정부 여당이 취한 태도는 무엇이었읍니까? 언론기본법, 국회법,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노동관계법, 행형법, 사회안전법, 사회보호법 등 내가 그 일차적 대상으로 지적했던 법률의 개폐 논의는 고사하고 엉뚱하게도 전대미문의 학생수용소 설치를 획책한 소위 학원안정법 제정을 기도했는가 하면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구인장이라는 수단까지를 동원한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연행, 기소 등 힘에 의한 강권통치를 한층 더 강화시키기에 이르렀읍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제도의 정착원칙’에 따라 이미 도덕적 규범력을 상실한 현행 헌법을 개정토록 촉구한 나의 제의에 대해서는 정부․여당 어느 쪽에서도 2․12 총선 민의에 순응하는 답변을 해 온 적이 없었읍니다. 국무총리 이하 각료 여러분! 그리고 여당 의원 여러분! 내가 여러분들에게 ‘민주화 3원칙’을 제시하고 때로는 수모조차도 마다하지 않고 그 관철을 위해 노력한 것은 그것이 단순히 현 정권의 명예로운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지속적 번영을 보장해 주는 유일한 길임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자신도 자각하고 있겠지만 현 정권의 탄생 과정에 있어서의 그 도덕성과 민주적 정당성, 절차의 합리성 등에 대해서는 국민의 동의 기반이 전적으로 결여돼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역사적 안목으로 말한다면 나타나서는 안 될 정권이었고 국민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현 정권의 탄생 그 자체가 불행이요, 비극이었던 것입니다. 내가 제시한 ‘민주화 3원칙’과 그 내용은 이처럼 비정상적인 경위로 탄생한 정권을 역사의 올바른 방향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지적이었으며 이것은 또한 현 정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더없이 사랑하는 이 땅의 민주세력의 정성을 결정시킨 충정이었읍니다. 여러분이 말하는 양 김 씨만 해도 현 정권의 출생 과정에서 부당한 희생을 강요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의 민주화 의지만 확인된다면 대화를 통한 평화적 공존에 동의할 것임을 오래전부터 분명히 하지 않았읍니까? 이러한 나의 시국수습 방안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묵살하는 것은 현 정권이 자청해서 헌정의 불행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끝내 반성하지 않는다면 국민과 역사에 의해서 무참하게 부인되는 날을 반드시 체험하게 될 것임을 엄숙히 경고해 두는 바입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우리 당이 주장하는바 개헌은 10․26 사태 이후 국민적 합의로 추진되다가 5․17 정변으로 탈취 당했던 ‘대통령직선제’ 개헌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빼앗겼던 국민적 합의를 되찾자는 운동이며 지난 총선에서 재확인되었던 국민적 염원을 실현하자는 것에 불과합니다. 나와 우리 당은 새삼 헌법에 관한 논쟁을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읍니다. 우리는 다만 정변 때문에 빼앗겼던 국민적 합의를 되찾기 위한 투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며, 그 방법은 의회민주주의 신봉자들이 마땅히 취해야 할 방법, 즉 국회 내에서의 토론과 대화를 택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개원국회에서 제의했고 이번 회기 중에 기필코 성취키로 결의한 ‘개헌특위’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부 여당 의원은 우리 당과 민주세력의 이와 같은 ‘대통령직선제’ 개헌 요구에 대해 언필칭 호헌이란 깃발 아래 구차한 논리를 세워 보려 하고 있읍니다. 우리 모두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듯이 현 정권은 자신의 유일한 명분으로서 평화적 정권교체를 내세웠읍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집권 과정에서 발견되는 그 숱한 허물을 인내하는 대가로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거듭된 약속을 그나마의 위안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오늘 이 민의의 전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 가운데 그 당시 국민들이 승인한 평화적 정권교체의 의미가 민주당 당내에서의 정권상속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리라 믿습니다. 또 유신의 독소를 가장 충실하게 온존시켰던 현행 대통령간선제가 자기들끼리 내정된 집권자를 당선시키기 위한 위인설법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들 누가 그 말을 믿겠읍니까? 현 정권에 의해 정치활동이 규제되고 온갖 정치보복을 당했던 민주인사들이 정치활동 재개의 제일성으로 군사통치의 종식과 대통령직선제 재헌을 공약, 그 결과 엄청난 국민적 지지를 획득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의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를 웅변으로 증명해 준 사례인 것입니다. 나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 정권이 국민과 역사에 의해서 거부되고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민주화일정을 국민 앞에 제시하고 이를 성실히 실천하는 길밖에 없읍니다. 그리고 민주화일정의 핵심인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회기 중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고 심의함으로써 정부․여당의 분명한 민주화의지를 확인해 줘야 하겠읍니다. 만약 정부․여당이 끝내 이와 같은 선택을 거부하고 역사의 순리를 거역한다면 나와 우리 당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고 실증하기 위하여 범국민적 투쟁을 전개할 것을 엄숙히 선언하는 바입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그리고 의원 여러분! 지난번 개원국회에 이어 이번 정기국회 역시 우리는 마땅히 열어야 할 제날짜에 이 민의의 전당을 열지 못했읍니다. 개원국회 때는 결국 한낱 휴지조각이 되고 말 공동발표문 한 장을 합의하기 위해 그처럼 길고 어려운 산고를 겪었던 셈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여당이 동료 의원 두 사람을 사법처리하도록 행정부에 강청하는 바람에 그 뒷마무리를 하느라 늦어진 것입니다. 나는 참으로 분노를 가지고 이 말씀을 드립니다. 공당의 대표의원들이 만천하에 공표한 정치적 합의문이 어떻게 그처럼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누구를 상대로 정치를 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정치인의 정치적 활동, 그것도 국회의원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활동을 다른 사람도 아닌 동료 의원들이 나서서 검찰 개입을 요청하는 작금의 정치풍토에 대해 우리 야당이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까? 그리고 학생, 근로자, 민주인사, 언론계, 출판계, 재야단체들에게 마구잡이로 압수수색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옛날에는 검찰의 시녀이던 것이 이제는 경찰의 시녀’라고 조롱받는 이 나라의 사법부가 하루속히 본래의 모습과 권위와 양심을 되찾아 줄 것을 바라는 마음 누구보다도 간절합니다. 국무총리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나라와 통치의 근본은 믿음입니다. 백성이 통치자와 공권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이미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박찬종 의원과 조순형 의원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기소되었읍니다. 게다가 그들을 심판할 이 나라의 사법부는 정의의 수호자로서의 도덕적 권위를 상실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이것은 ―․― 사법부 간부들의 자구적 노력 포기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탄압하기 위해서 거짓을 꾸밀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오와 비리를 숨기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허위사실을 조작하고 있읍니다. 이것은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스스로의 묘혈을 파는 행위입니다. 지난번 중공 전폭기 이리 불시착 사건 때 여러분들이 취한 태도를 되새겨 보십시오. 국민들 보기가 송구스럽고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은 현 정권의 가장 핵심적인 인사들이 모인 회의에서 장시간 회의를 한 끝에 국민을 기만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입니다. 1시간도 못 가서 탄로 날 일을 기어이 한번 속여 보겠다고 나설 정도라면 우리 국민이 어떻게 여러분을 믿고 생존이 달린 안보를 맡길 수 있겠읍니까? 분노가 아니라 차라리 막막하다고나 표현해야 할 심정으로 여러분들의 반성을 촉구하며 그 증거를 국민 앞에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생각건대 만약 이 나라의 언론이 민주국가에서 누려야 할 최소한도의 자유만 누리고 있었다 하더라도 권력이 이처럼 기만극을 꾸미려 들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닭과 달걀의 선후 논쟁 같은 얘기이지만 현 정권이 군사통치의 낡은 제도를 조금만 불식했더라도 이 나라의 언론이 이토록 무기력하게 권력에 의한 국민 기만을 좌시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언론은 그 사회의 자기정화 장치이며 언로는 그 사회의 혈관입니다. 사실 보도 때문에 언론인이 강제연행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정론을 폈다는 이유로 중견 언론인들이 강제해직 당하는 이 나라의 언론풍토가 계속되는 한 부정과 국민 기만 그리고 부패와 불신은 결단코 종식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당이 언론기본법을 비롯한 각종 반민주적 악법의 개폐 투쟁에 나선 것은 이러한 악법들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실적으로 우리의 국기를 붕괴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원 여러분! 본인은 반민주적 악법의 독소조항과 더불어 현 정권이 보이고 있는 법운용과 적용의 살벌함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사회를 지탱하고 질서 있게 하는 힘은 기본적으로 그 사회의 도덕규범과 양심으로부터 우러나와야 합니다. 감옥과 탄압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질서의 원천이라면 그 사회는 결코 밝은 장래를 기약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 이 나라에는 무기수와 사형수가 무려 1200여 명에 달하고 있읍니다. 이른바 좌익수를 제외한 숫자만도 700명이 넘고 이들은 제5공화국 출범 이후 급증했읍니다. 이것은 참으로 상도를 벗어난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리고 나는 이와 같은 이상현상의 원인이 반민주적 악법의 양산과 그 적용의 살벌함에 있다고 진단하는 바입니다. 예컨대 오늘날 사법부는 우방국의 공관에서 며칠간 농성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청년 학생들에게 7년이나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에 집시법 위반만으로 7년 구형을 받은 학생이 있었읍니다. 우리는 흔히 일제치하에서의 법운용과 행형이야말로 우리 민족사상 가장 가혹한 시기였다고 믿고 있었읍니다. 그러나 200여만 명의 시위와 7500여 명의 사망자를 유발했던 기미 3․1 독립운동의 지도자 손병희 선생이 일인 검사와 일인 재판장으로부터 선고받은 형이 징역 3년이었고 안중근 의사와 함께 거사했던 우덕순 지사도 3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불과했읍니다. 나는 충심으로 깊은 우려를 가지고 경고합니다. 이처럼 가혹한 양형 인플레는 결국 사회적 안정성과 행형제도의 윤리적 기반을 해칠 뿐입니다. 또한 이 기회에 정권투쟁을 벌이고 있는 정치인과 양심적 민주인사들에 대해서도 응분의 예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합니다. 미군정시대 백범 김구 선생이 미군 법정에서 말씀했듯이 ‘선비를 죽일 수는 있어도 욕되게 해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고 해서 이 나라의 소중한 민주인사들을 불법적으로 가택에 연금시키거나 7일, 10일씩의 구류처분을 내려 좀도둑 잡범들과 함께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어 두는 처사는 상식과 정치도의에 관한 문제입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본인이 참으로 통탄스럽게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현 정권의 반성할 줄 모르는 독선과 지지기반의 약화로 인해 내치의 연장일 수밖에 없는 외교부문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국가이익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는 일본이 적반하장 격으로 섬유류수출 자율규제를 강요해 온다거나 국가파산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미국이 안하무인의 자세로 일방적인 전면개방을 요구해 오는 것은 현 정권의 도덕성과 정당성에 대한 국제사회에서의 평판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견해입니다. 그리고 현 정권이 자초한 국내 지지기반의 약화는 결국 대외교섭력의 약화로 연결되어 국민적 자존심과 실리를 계속 훼손해 왔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 모든 악순환을 종식시키고 우리의 국가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현 정권이 자신의 변칙적 탄생에서 비롯된 모든 업보를 민주화추진으로 보상하는 길밖에 없읍니다. 최근 우리는 북한과 여러 갈래의 회담을 진행시키고 있읍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회담의 제의와 내용, 그리고 전개방향은 마땅히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어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언제나 발췌된 내용의 사후통보만 받아왔고, 이 점에서는 차기 집권 경쟁자인 제1야당 역시 별로 다를 바가 없었읍니다. 민족의 염원인 통일과 민족화해를 추진하면서 국민적 합의 과정을 생략한다는 것은 남북대화가 정권적 차원에서만 고려되거나 이용될 위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 유신체제가 대화 있는 대결이라는 명분을 걸고 출범했다는 대화가 중단된 뒤에는 ‘대화 없는 대결’을 위해 불가피한 체제라고 국민을 희롱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읍니다. 나는 현재의 남북대화가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그 모든 과정과 전개가 정권적 차원이 아닌 국민적 합의의 차원에서 논의되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바 앞으로 우리 당이 통일정책의 국민적 시야를 넓히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할 것임을 밝혀 두는 바입니다. 의원 여러분! 지금 이 나라에는 우리 야당인사들 외에도 민주화를 절규하는 4개의 줄기가 있읍니다. 농민과 근로자들의 생존을 위한 민주화 외침과 학생 및 양심적 지식인들의 민족의 장래를 개척하기 위한 민주화 외침이 그것입니다. 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농민들은 파산으로부터 자신을 구하는 길이 이 나라의 민주화뿐임을 자각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농촌의 피폐화가 농민의 나태나 낭비 때문이 아니라 독재권력의 실정 때문임을 분명히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과욕과 경영부실 등 자신의 잘못 때문에 망하게 된 재벌,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올 들어서만도 4조 원의 구제금융과 특융을 공급하면서 현 정권의 실정 때문에 짊어진 무려 4조 원의 농촌부채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유를 이제 이 나라의 농민들은 똑바로 깨닫게 된 것입니다. 동학 농민 봉기 이후 처음으로 이 땅의 농민들은 자신의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해 분기하기 시작했읍니다. 나는 현재의 농촌부채를 동결 내지 탕감할 수 있는 대책과 농축산물의 생산비 보장, 외국 농축산물의 방만한 도입 방지 등이 시급히 이루어 지지 않을 경우 실로 예측하기 어려운 엄청난 사태가 닥칠 것이라는 점을 현 정권에 엄숙히 경고해 두는 바입니다. 또한 최근 노도 처럼 일고 있는 근로자들의 권익수호투쟁 역시 인간다운 삶을 위한 차원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권 수호를 위한 차원의 투쟁이라고 판단됩니다. 이들 역시 산업사회에서의 근로자 권익은 오로지 민주화에 의해서만 확보된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하기에 이르렀읍니다. 800만 근로자와 그 부양가족들이 노사관계 여하에 따라 생활의 질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노사문제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어떤 탄압으로도 말살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건전한 노사협력과 평화를 북돋아 주기는커녕 일방적인 근로자 탄압으로 일관해 왔읍니다. 조직근로자의 감소, 노동관계법의 퇴행, 노조결성 방해 등 전시대적 사회악습을 빠짐없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반증합니다. 노동문제를 단순한 치안 차원에서 다루려는 정부당국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힘들여 이룩한 산업사회는 자신의 성과를 자폭의 뇌관으로 삼게 되고 말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지난여름 정부․여당은 학원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이른바 학원안정법이라는 해괴한 입법 구상을 들고나왔읍니다. 우리 당과 나는 전면 옥쇄를 각오하고 저지투쟁에 나섰고 2․12 총선 열기를 방불케 하는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마침내 이를 좌절시킨 바 있읍니다. 내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이 나라의 청년 학생과 양심적 인사들이 주장하는 모든 요구의 핵심은 바로 민주화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이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주도하고 민족의 장래를 능동적으로 개척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수순이요, 절차인 것입니다. 청년 학생들이 약속된 밝은 장래를 포기하고 전과자 낙인을 자청하는 이유, 내연하는 분노를 분신자살이나 투신자살로 청산하려는 그들의 고뇌에 대해 우리 모두 심각하게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여당은 현재의 학원사태가 민주화에 의해서만 종식될 수 있다는 사실과, 반민주적 독재와 학원소요는 그 수명을 같이한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국무총리 이하 각료 여러분! 그리고 여야 의원 여러분! 본인은 미증유의 위난에 처한 우리의 경제현실에 대해 우리 당이 마련한 대안과 구상을 밝히기에 앞서 그 원인부터 진단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경제현안은 내수와 수출부진 및 그로 인한 실업증가, 부와 소득의 편중에 따른 분배의 불공정문제, 권력의 비호와 재벌의 과욕이 빚은 산업 간의 구조적 모순, 오도된 정치적 독단과 국민논리의 전도로 초래된 외채누증 등으로 집약됩니다. 나는 이상의 4대 난제 가운데 정치권력의 과오로 비롯되지 않았거나 악화되지 않은 문제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리고 현 정권을 비롯한 역대 독재정권이 매번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한 이유가 자신의 비민주성과 독단적 성격에 연유한 것임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1000만 농민이 저곡가정책으로 빚더미에 앉고 800만 근로자는 저임금정책에 의해 생존권의 위축을 강요당하는 마당에 무슨 수로 국민구매력이 일어나겠읍니까? 그리고 은행 신규대출의 70%가 부실재벌기업의 구제금융으로 쓰이고 도심지재개발사업과 향락산업이 가장 좋은 돈벌이로 되어 있는 판에 누가 수출을 위해 피땀을 흘리겠으며 어찌 기업인들에게 기술혁신을 위한 설비투자를 기대할 수 있겠읍니까? 농민과 근로자 중소기업가와 영세상인들이 민주화를 절규하고 구체적 행동에 나선 것은 그들이 문제의 근원을 정권의 비민주성에서 발견했다는 구체적 증거인 것입니다. 오늘날 이 나라의 부와 소득이 어떤 식으로 집중되어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이와 같은 부와 소득의 양극화가 민주화된 선진 산업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훌륭하게 극복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의 재벌은 개인 대주주의 주식지분이 3%를 넘는 경우가 드물고 서독의 경우에는 근로자들이 이사회와 감사에 자신의 대표를 참여시키고 있읍니다. 그리고 이들이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던 것은 정치권력이 국민에 의해 통제되는 민주사회를 이룩했기 때문입니다. 산업 간의 구조적 모순 역시 국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역대 정권이 국민적 합의와는 관계없이 소수의 재벌과 야합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며, 외채의 누증도 타락한 공권력이 경제적 효율과 국민논리를 훼손한 데서 발단된 것이었읍니다. 80년 이후 외화 도피 규모를 표시하는 국제수지표상의 ‘오차와 누락’이 매년 10억 불을 넘나드는 것은 현 정권의 도덕적 수준이 얼마나 위험스러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한 예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현재의 경제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이 자신의 반민주성을 점진적으로라도 감소시켜가겠다는 의지, 다시 말해서 민주화일정을 밝히는 것이 선결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초 위에서만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세제 개편과 재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행정개혁이 시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간접세 위주의 현행 세제를 직접세 위주로 전환하고 고소득층에 대한 증여, 상속세의 세정을 정상화하는 것은 독재권력하에서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제적 효율성을 외면하고 문어발식 확장과 규모의 경제만 신봉하는 재벌들을 진정시켜서 창의력과 고용효과가 높은 중소기업들을 육성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권력이 국민 대신 소수의 가진 자들과 유착하는 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중소기업의 획기적 육성을 통한 두터운 중산층의 형성은 우리가 염원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착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할 것입니다. 얼마 전 70년대의 슬픈 노래인 오적이 판금 조치되었다고 보도되었읍니다. 그것은 현재도 오적이 있음을 현 정권 스스로가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마지막으로 나는 제5공화국 출범 이후 급증된 외화도피에 대해서 정부 여당 여러분들에게 호소하고자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외화도피 규모를 나타내는 ‘오차와 누락’은 우리 경제규모의 14배가 넘는 일본보다도 2배나 많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현 정권 등장 이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났읍니다. 야당총재인 내가 60만 당원에게 외채절감운동을 지시해야 할 만큼 사태는 심각합니다. 힘없는 야당 당원들이 더 이상 무엇을 절감하겠읍니까만 너무나 마음이 불안해서 그 같은 지시를 내린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연간 9억 달러씩 외화를 빼돌린다? 나의 이 말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뉘우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의장,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본인은 차기 집권을 위해 경쟁하는 제1야당의 총재로서가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함께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본인이 그동안 느껴 오던 바를 솔직하게 말씀드렸읍니다. 내가 모든 문제의 해답을 민주화에서 구한 것이나 이번 회기 내에서 정부․여당으로부터 민주화의지의 증거로서 개헌특위 설치 및 활발한 토론 등 개헌논의에 성의를 다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민족사의 주체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민주헌정의 창달을 요구한 것은 결단코 야당 총재의 목소리만은 아닌 것입니다. 우리 모두 80년대의 위대한 민주화 ‘장’에 우리의 아름다운 이름이 기록될 수 있도록 일대 결단을 내립시다. 결단의 시기는 이제 눈앞에 와 있읍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음은 한국국민당을 대표하여 동당 총재인 이만섭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이만섭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오늘은 정기국회가 개회된 이래 24일이 지난 10월 14일입니다. 남과 북으로 흩어진 혈육이 서울과 평양에서 40년 만에 애끓는 상봉을 하고 미국의 상․하원에서는 한국상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서울에서는 세계경제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어려움에 직면한 세계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총회가 열리고 있을 때 우리 국회는 막중한 국정심의를 앞에 놓고 대화와 타협을 외면한 채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말았읍니다. 심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오늘의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이 사람은 한 정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역사적 소명의식에서 매우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읍니다. 우리 국회가 지난 6개월 동안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으며 우리는 대표로 뽑아 준 국민들의 여망에 얼마만큼 부응해 왔는지 참으로 송구스럽고 민망하기 이를 데 없는 심정입니다. 12대 국회 개원 이래 정국은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힌 고질적인 양극화 현상을 되풀이함으로써 불안만이 가중돼 왔읍니다. 집권당은 언필칭 대화정치를 내세우면서도 경직화 속성을 탈피하지 못한 채 그 기본적 자세가 되어야 하는 포용과 아량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다수 야당 또한 성급함과 자만으로 무절제한 정치적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읍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다수 국민의 여망을 무시하고 있읍니다. 농촌의 피폐화와 서민생활의 핍박이 날로 더해 가고 있는데도 이 국회는 민생문제를 외면한 채 공허한 정치적 논쟁만을 되풀이해 왔읍니다. 정치집단이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이름을 남용하면서 진실로 국민의 입장에 서 있지 못한다면 결국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을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기대와 신뢰보다는 실망과 불안에 가득 차 있읍니다. 심지어는 이번 정기국회가 12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마저 공공연히 나돌고 있을 정도로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읍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국민 어느 누구도 지금 이 나라가 잘되어 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정국은 극단적인 정치적 대결만을 일삼고 있을 뿐이며 경제는 난국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 나라 사회는 엄청난 괴리의 이중구조 속에서 사치와 퇴폐 그리고 소요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읍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87년에 있을 평화적 정권교체, 심각한 민생문제, 학원 및 노사문제, 극심한 빈부 격차와 이로 인한 정치적 부작용, 88올림픽 개최와 남북문제, 특히 미국의 수입개방 압력 문제 등 민족과 국가의 사활이 걸린 엄청난 문제들이 산적해 있읍니다. 우리에게 놓여진 이와 같은 80년대의 위기를 슬기와 예지로써 극복해야 할 역사적 책임은 여기 서 있는 이 사람을 포함하여 바로 여기 앉아 계시는 모든 정치인들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깊이 명심을 해야 하겠읍니다. 이번 국회에서 이러한 어려운 현안들을 해결하거나, 적어도 그 기초를 닦아 나감으로써 이 회기가 소문대로 마지막 국회가 되어 또 다른 헌정의 중단이 없도록 우리 모두 최대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이 사람은 강경한 목소리로 비난을 하기에 앞서 진실로 당적인 차원을 떠나 사심 없이 양심에 따라 조국의 앞날을 위해 현 난국을 수습하기 위한 7개 항의 수습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개헌을 비롯한 민주발전 방안 등 모든 정치문제는 대결이 아닌 대화를 통해 순리대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많은 국민들은 오늘의 시국을 파국 없이 여야가 대화의 정신으로 하나하나 풀어 나갈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읍니다. 감정보다는 합리적인 사고로, 강경보다는 온건으로, 대결보다는 타협으로 우리는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하겠읍니다. 이제 더 이상 이 국회가 정권 유지를 위한 장식용으로 있어서도 안 되며, 또한 한 정파의 정치적 작희를 위한 장소로 존재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진정한 대화정치는 소수를 존중하는 다수의 포용이 우선 전제되어야 하며, 서로가 편협과 아집을 버리고 타협을 위한 대승적 자세를 견지할 때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오늘날처럼 여야의 시각이 크게 다르고 어려운 현안이 산적해 있는 때일수록 대화정치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합니다. 강경과 강경의 맞부딪침은 결과적으로 부러지거나 깨지는 도리밖에 없읍니다. 서로의 만남과 정치적 대화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정치 그 자체에 유연성과 탄력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성을 외면한 여당의 경직된 자세가 정국 운영에 대한 능률적 방법으로 오인되어서는 안 되는 거와 마찬가지로 강경한 힘의 대응만이 정치적 투쟁으로 착각되어지는 풍토 역시 하루빨리 불식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모든 정치적 문제는 국회 내에 수렴해서 국회 안에서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여당이 모든 것을 힘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와 함께 일부 재야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장외의 힘을 빌어 강경한 정치적 대응을 하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배격되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국회 밖에서 정치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학행위라고 단정치 않을 수 없읍니다. 다시는 이 나라에 군사쿠데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학생이나 장외의 힘을 빌어 정권을 잡겠다는 발상 또한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군은 언제나 정치적 중립을 지켜 국토방위에 전념해야 하고 정치인들은 정치적 목적에 학생들을 절대로 이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은 정치지도자들이 정권을 잡느냐, 못 잡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 땅에 불행한 사태로 인한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고 명실공히 참다운 평화적 정권교체를 어떻게 이룩하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둘째, 전두환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누차 약속한 대로 단임제 임기를 마친 뒤에는 반드시 물러나야 합니다. 전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 지난 제1차 야당총재들과의 영수회담에서 ‘나는 대통령직을 하루도 더도 덜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고, 또 최근 외지와의 회견에서도 본인이 임기 후에 물러날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다음 대통령은 덕망과 식견과 건강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읍니다. 이 사람은 전 대통령의 단임제에 관한 확고부동한 신념을 믿고 있으며, 이제 많은 국민들도 이 나라 민주발전을 위한 전 대통령의 약속이 분명히 지켜질 것으로 믿고 있읍니다. 여기에서 이 사람이 한 가지 부언하고자 하는 것은 전 대통령이 약속대로 임기를 채우고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정치적 분위기를 정치인들이 조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강경한 야당인사들이 전 대통령의 임기 전 퇴진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어떠한 비정상적 방법으로 정권을 임기 전에 무너뜨리려는 기도를 계속할 경우 그것이 앞으로 우리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우리는 한번쯤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읍니다. 조급하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강경한 야당 인사들은 적어도 새로운 정치적 악순환을 야기시킬 구실을 상대편에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읍니다. 셋째,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임기를 채우고 물러남으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진실로 국민이 원하는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룩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준비가 필요하며 이 모든 준비를 해야 할 책임은 먼저 전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개헌을 비롯한 모든 준비는 국민적 합의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결코 어느 개인이나 정파의 이익을 위하여 자의적으로 행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나라의 정치발전이 안정 속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이러한 준비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넷째, 이 사람이 기회 있을 때마다 누차 강조한 바 있읍니다만, 이제 이 나라에서 정치보복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어떤 정치집단이 정권을 잡든지 간에 정치보복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물러서야 할 사람이 후에 정치적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감지한다면 어떻게 그 사람이 권좌에서 물러서려 하겠읍니까? 이와 같은 논리에서 볼 때 또 힘 있는 자가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복적 수단을 계속한다면 모든 정치문제가 어떻게 순리대로 정치의 장인 국회에 수렴될 수 있겠읍니까? 정치보복은 민주정치의 암적 장애요인이며 가장 비열한 비정치적 행위입니다. 정치보복이 종식되지 않는 한 우리의 정치적 근대화는 이룩될 수 없으며 평화적 정권교체도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읍니다. 다섯째, 참다운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해서 개헌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오늘날 많은 국민들은 지금의 대통령 선출 방법을 민주적인 것으로 믿지 않고 있으며 국민에 의한 직접선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국민 여망에 따라 우리 당은 계속 대통령직선제를 주장해 온 것입니다. 만일 국민 절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을 경우 그 대통령은 도덕적 기반을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정부 또한 민주적 정부로서의 믿음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학자들은 학문적 견해에 따라, 정치인들은 경험에 따라 권력구조의 형태와 선거제도에 대한 의견의 차이가 있으며, 여당과 야당은 국정운영에 대한 시국관에 따라 서로가 입장을 달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하여 어떠한 형태와 제도가 가장 바람직스러운 것인가를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여당은 호헌론의 명분으로 개헌의 시기상조론과 지난 헌정사에서 되풀이돼 온 잦은 개헌의 악폐 등을 내세워 개헌에 관한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과거 헌정사에서 권력구조와 관련된 개헌은 통치권자가 정권 유지를 위해 국민의사를 무시한 채 자의에 의하여 강압적으로 행한 것이 그 특징이며, 오늘 이 사람이 주장하는 개헌은 바로 국민의사에 따라 합리적으로 헌법을 고치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람은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개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찌기 국회 내에 ‘헌법개정심의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의한 바 있읍니다만,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이번 회기 중에 반드시 헌법개정심의특별위원회 구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정치적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간곡히 요망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구성되는 이 헌법개정심의특위에서는 대통령중심제는 물론 일부에서 주장하는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 형태에 관한 모든 문제와, 특히 정치일정에 관한 문제까지도 여야 간에 흉금을 터놓고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길만이 파국이 아닌 새로운 창조를 기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당도 진실로 정국의 안정과 나라의 발전을 원한다면 머리를 맞대로 함께 의논하자는 이 제안마저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 바입니다. 여섯째, 학원문제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이며 이제는 학원만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학원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이 사람은 국회 내에 초당적인 ‘학원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의식화된 학생들의 극렬한 소요는 나라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학생을 포함한 국민 누구에게도 결코 이롭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학원사태를 나타난 현상만으로 평가하여 그 대책을 강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근원적으로는 믿음의 정치를 통하여 학생들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주고 극심한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가정교사의 부활 및 장학제도의 확장을 통하여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근원적 해결 없이 정부가 학원문제를 힘이나 학원안정법과 같은 법조문만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일곱째, 작금 심각하게 대두된 미국의 대한 무역압력 및 외채문제 등 국민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범국민적으로 ‘경제대책국민협의회’를 구성, 국민의 합의와 단합된 힘으로 이에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어려운 국내경제 현실은 물론, 특히 미국의 대한 무역압력은 우리 경제를 초비상사태로 휘몰아 넣고 있읍니다. 분명히 미국은 우리의 제일의 맹방이며 또한 수출시장입니다. 이러한 미국이 지금도 우리 수출상품의 50%를 규제하고 있으면서 더욱 그 폭을 넓혀 이른바 젱킨스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여 오늘날 상원에 회부되어 있고, 또 한편으로는 공산품으로부터 서비스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국상품의 수입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읍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80%, 수출의 GNP 성장 기여율이 50%를 넘어, 수출이 곧 국민경제의 생명선이 되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읍니다. 바로 이것이 무역전쟁으로 돌입할 냉엄한 오늘의 국제경제 현실인 것입니다. 막대한 대미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일본과 이에 맞선 미국 간의 무역전쟁은 이해할 수 있으나 왜 우리나라가 이 양 대국의 치열한 싸움에 휘말려 들어가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동안 우리 정부는 정권안보와 관련, 우리 경제가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느니 또는 2000년대 선진국 운운하며 지나치게 과잉홍보를 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우리 경제에 대한 과잉홍보 때문에 우리나라가 제2의 일본으로 낙인찍힌 채 일본 이상으로 미국의 경제압력과 보복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미국의 조야에 정확하게 알려야 합니다. 1. 일본과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경제여건이 다르며 양국 간 무역불균형으로 인하여 우리나라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 2. 한국의 대미수지는 흑자가 아니라 특수장비 구입 및 기자재 구매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이며 최근 6년간 경상수지 적자가 16억 불에 이른다는 사실 3. 우리나라가 GNP 6%, 총예산 대비 30%가 넘는 국방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안보가 아니라 미국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 4. 우리의 경제구조가 수출주도형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약 500억 불의 외채를 지고 있다는 사실 5. 특히 미국의 무역압력이 한미 간의 전통적 우호에 지대한 악영향을 장차 미칠 우려가 있다는 사실 등입니다. 우리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극단적인 폐쇄주의도, 무절제한 개방주의도 아닌 점진적인 자유화에서 하루속히 국민경제의 자주․자립을 이룩하는 것이며, 오늘의 경제위기를 온 국민의 힘으로 극복하기 위하여 이 사람은 ‘경제대책국민협의회’의 구성을 제의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의장,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다음은 남북문제 및 외교문제에 관하여 한 말씀 드리겠읍니다. 지난 9월 20일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으로 흩어졌던 부모․형제들이 40년 만에 상봉했을 때 육천만 우리 민족은 다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읍니다. 특히 21년 전인 1964년 10월에 ‘남북가족 면회소 설치에 관한 결의안’을 국회에 제안했던 이 사람으로서는 깊은 감회에 아니 젖을 수가 없었읍니다. 북쪽 사람들이 아무리 사전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혈육이 만나는 그 순간만큼은 부모․형제의 뜨거운 사랑 이외에는 아무런 다른 생각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도주의의 정신인 것입니다. 우리가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도주의를 그 바탕으로 한 이상 우리는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이 사업은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진실로 민족자결에 의한 평화통일을 원할진대 적십자회담뿐만 아니라 남북경제회담, 남북체육회담 및 남북정치회담도 자신을 갖고 계속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비록 북한이 이러한 회담들을 정치선전에 이용한다 하더라도 국력이 우위에 있는 우리로서는 이에 맞서는 비판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오직 의연한 자세로 임할 것이며 북쪽의 사회상을 굳이 비판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무언중에 모든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남북 간 최고책임자회담도 조속히 개최되어야 합니다. 북한당국은 먼저 이 최고책임자회담에서 무력통일을 포기하고 진실로 평화공존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행동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하여 이 최고책임자회담에서는 불가침선언과 함께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 및 교차승인 문제와 88서울올림픽에 다 함께 참여하는 문제도 합의를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계속해서 유엔가입을 반대한다면 유엔으로부터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받은 우리로서는 단독으로라도 유엔에 가입해야 하며, 이번 유엔총회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북한이 유엔의 동시가입을 ‘조국의 영구 분단화’라는 구실로 반대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회원국이 되어 있는 유엔전문기구에 북한이 잇따라 가입한 사실로 보아 분명한 논리적 모순이 아닐 수 없읍니다. 한편 남북문제를 포함한 외교문제는 국민적 화합을 바탕으로 초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하여는 정부가 급속도로 변천하는 국제정세 및 정보를 야당에게도 공개하여 국민적 뒷받침을 받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람은 국회 내에 초당적인 ‘남북문제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정식으로 제의하는 바입니다. 한편 국방문제와 관련해 특별히 지적할 것은 다시는 중공기의 이리 불시착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국민들이 정부의 국방태세를 믿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충고해 두는 바입니다. 의원 여러분! 언론의 자유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따라서 언론자율을 저해하는 언론기본법은 마땅히 폐지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이 외부의 압력을 받는 일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언론 또한 자율적으로 국가이익과 약자의 편에 서는 공정한 사회공기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정기국회는 원칙적으로 국민경제와 직결되는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이므로 정부가 제안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이 사람의 소신을 밝히고자 합니다. 긴축이니 동결이니 하던 정부가 한꺼번에 두 자리 숫자를 팽창시켜 85년도 대비 10.2% 늘어난 또 당초 예산에 비하면 12.5%가 늘어난 13조 8153억 원의 86년도 일반회계 예산안을 국회에 심의 요청했읍니다. 이 사람은 이러한 정부의 무정견을 개탄하면서 과대하게 팽창된 86년도 예산안을 과감하게 삭감․조정하여 적정규모로 재편성되어야 함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0.2%, 실질성장률은 7%로 잡고 있으나 이것은 우리 관료들의 고질적 병폐인 무사안일한 낙관적인 숫자에 불과합니다. OECD 등 선진제국의 성장률이 겨우 2~3%로 추측되고 IMF 역시 3% 정도 예상하고 있는데 해외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7% 성장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국민 농락이 아닐 수 없읍니다. 또한 대폭 팽창된 재정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수 확보가 가능하느냐 하는 것도 문제인 것입니다. 극도로 침체된 경기와 함께 부실기업 정리를 구실로 엄청난 조세감면까지 계획하고 있는 정부가 무려 금년 대비 11.8%나 증가한 내국세 수입을 책정하고 있음은 근거 없는 숫자의 희롱에 불과한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국민에게 강권에 의한 세부담을 강요하든지 차입으로 이를 메꿀 수밖에 없는 것으로 국민에 대한 죄악이 아닐 수 없읍니다. 뿐만 아니라 재정에 의한 경기부양을 내걸고 예산팽창을 정당화시키고 있지만 그 확실성 또한 극희 희박합니다. 우리 국민경제의 위기상황이 단순히 경기순환적 측면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후퇴와 우리 산업의 취약성 등이 복합되어 이루어진 것임을 감안할 때 재정에 의한 경기회복은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 같은 사실들을 감안할 때 이번 정부예산은 다음과 같이 반드시 대폭 수정되어야 합니다. 첫째, 일반회계 예산은 금년 대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선에서 동결시켜야 합니다. 둘째,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 불필요한 기구의 축소 및 관의 통폐합을 통하여 이에 따른 낭비적 예산을 과감히 삭감해야 합니다. 셋째, 방위비는 부담능력의 한계성과 자원배분의 영화성 을 감안하여 도식적인 GNP 대비 책정 방식을 지양하고 금년도 수준으로 동결시켜야 합니다. 넷째, 한계적 상황에 처해 있는 국민의 조세부담을 완화시키고, 중산층, 특히 서민대중의 조세감면을 확대해야 합니다. 다섯째, 특히 중소기업과 농수산부문에 예산지원을 확충하고 지방경제의 활성화에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의원 여러분! 다음은 성장 위주의 확대 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이 정부의 정책 급변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이 사람의 소견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단순히 저성장을 만회하기 위한 반사적 충동으로 갑자기 경기부양만을 겨냥한 시책을 펼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일대 구조적 전환을 위한 새로운 선택과 대응을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무엇보다도 우리의 허약한 경제체질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그것은 첨단기술의 개발, 설비투자의 확대, 품질관리 등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일입니다. 따라서 기술투자도 선진국 수준의 GNP의 2%선 이상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입니다. 둘째,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재벌기업을 국민의 기업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부패한 정치권력과 결탁한 소수 재벌들의 경제지배 현상은 불식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주식공개 등을 통하여 재벌기업을 건실한 사회기업으로 또는 국민기업으로 전환시키는 일대 산업혁신을 단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던 중소기업 육성 시책을 이제 실체화시켜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금배분의 적정화, 재벌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투의 방지, 명실상부한 공정거래의 실시, 조세감면의 확대 등을 통한 세제 지원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파산된 농촌경제를 회생시켜야 합니다. 4조 원에 달하는 농어민부채가 말해 주듯이 우리의 농촌경제는 파산상태에 직면해 있읍니다. 이 같은 농촌경제의 파탄은 농업을 국가산업 시책의 제물로 희생시킨 이 정부의 혹독한 농민 수탈정책에 기인된 것임은 다시 말할 필요조차 없읍니다. 정부는 이제 참담한 농촌경제를 구제하기 위하여 농산물의 적정가격을 보장하고 농축산물의 해외수입을 극력 억제해야 하며 농기구 및 농약, 비료 등 농가 구입품에 대한 조세감면으로 그 가격을 인하하고 영농자금의 확충으로 농촌의 자금고갈을 해소시켜야 합니다. 특히 농어민의 자생력을 조장시키기 위해서는 농어민부채는 정부 책임하에 유예시키거나 탕감해야 하며, 소값 피해 역시 반드시 보상해야 합니다. 넷째, 부실기업을 과감히 정리해야 합니다. 이 정부의 산업정책의 실패로 말미암아 우리의 모든 기업이 지금 부실․도산에 직면하고 있읍니다. 부실채권 규모가 전 시중은행 자본금의 무려 2배에 달하고 있음은 이 나라 기업 파탄과 금융 파산의 적나라한 단면을 반증하고도 남음이 있읍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부실기업 정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절박한 국가적 현안이 아닐 수 없읍니다. 이제 정부는 한은특융과 같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임시 미봉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부실 원인, 부실 규모, 부실 책임 및 그 구체적 해결 방안 등을 국민 앞에 사실대로 공개하고 국민적 합의하에 구제기업과 정리기업을 분명히 선별하여 과감하게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엄청나게 늘어난 외채를 축소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의 외채규모는 금년 들어 50억 불이 더 늘어난 453억 불로서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읍니다. 따라서 정부는 즉각 정권 전시적인 낭비사업의 철폐, 수입대체산업의 대대적인 육성, 악성외채의 양성외채로의 전환 등 근본적인 시책으로 이 심각한 외채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우리에게 당면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극심한 빈부의 격차를 해소시키는 일입니다. 사회의 심각한 대립과 갈등, 그리고 양극화를 방지하고 건전한 시민사회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조세․금융 수단 등에 의한 소득재분배 정책과 근로․노동임금의 철저한 보상으로 사회빈곤을 퇴치시키면서 중산층을 확충하고 빈부의 격차를 해소시켜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중산층에 대해서도 상응한 정책적 고려를 바탕으로 이들의 사회적 재몰락을 예방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 사람은 빈부의 격차 해소와 중산층의 육성만이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근본적인 길임을 강조해 두는 바입니다. 끝으로 이 사람은 선진국 문턱에서 끝내 좌초해 버린 중남미 경제의 교훈을 상기시키면서 정부의 새로운 각오와 결단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엄청난 가치관의 전도로 인해 전통사회의 윤리관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반만년 역사의 맥이 되어 온 애국애족의 정신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서글픈 현실입니다. 우리라는 공동의식보다는 나만이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개인주의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를 짓누르려는 비열한 사고가 이 나라의 발전을 저해하고 사회의 정의를 파괴해 가고 있읍니다. ‘남이야 죽어도 나 혼자 살면 된다’는 사고가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유해식품의 범람으로 나타났고,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산다’는 풍조가 정부에 산더미 같은 빚을 넘긴 채 부실기업으로 나타났으며, ‘나라는 망해도 나만이 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외화의 해외도피 현상을 야기시켰던 것입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유해식품 관련자와 외화 해외도피자들을 강력히 색출, 국민의 이름으로 극형에 처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가치관의 전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윤리관이 확립되어야 하고, 윤리관의 확립은 국민의 애국심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들의 애국심을 바라기에 앞서 국민들 스스로가 나라를 사랑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국가가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정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이 나라는 우리만 살다가 갈 나라가 아니요,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야 할 영원한 조국입니다.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야 할 역사적 사명을 우리 세대가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강자와 약자, 있는 자와 없는 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라를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 모든 정치인들은 정직하고 겸손합시다. 그리하여 잠자는 ‘민족의 혼’을 불러 일깨웁시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민주정의당을 대표하여 동당 대표위원인 노태우 의원의 연설이 있겠읍니다. 노태우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 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조국의 분단 40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 간의 인적 왕래와 문화교류를 실현시킨 감격 속에 우리는 12대 국회의 개원 이후 첫 번째의 정기국회를 시작하였읍니다. 이처럼 뜻깊은 계기에 본인이 민주정의당을 대표하여 우리 제5공화국이 오늘날 직면해 있는 안팎의 상황과 앞으로 지향해야 할 진로에 대해 말씀드리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의 관심을 우선 국제정치의 동향에 맞추건대 어느 무엇보다 미소의 새로운 냉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읍니다. 양대 초핵강국 사이의 군비경쟁은 날로 치열해 가고 있으며 그 틈바퀴에서 대리전 성격의 국지전들이 빈발하여 국제사회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읍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우리 한반도 주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읍니다. 동북아시아에 있어서의 소련의 급격한 군사력 증강 그리고 북한과의 군사유대 강화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요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는 미국 및 일본과의 전통적 우의가 더욱 두터워진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두 나라는 중공과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소련의 군사적 팽창정책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련과 북한이 군사적으로 계속해서 밀착해 가는 추세에 비추어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보다 두텁게 발전시켜야 할 것이며 일본과의 협력을 한층 심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중공과 소련을 염두에 둔 북방외교도 적절하게 펼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본인은 북한의 최근 대내외 동향과 남북관계로 관심을 잠시 돌리고자 합니다. 지난 40년 동안 김일성 1인 독재체제 아래 놓여 지금까지 온 북한은 이제 김정일 세습체제로의 전환을 맞으며 심각한 내부 동요의 징후들을 보이고 있읍니다. 더구나 88년 올림픽의 서울 개최가 굳어지자 북한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읍니다. 88올림픽의 서울 개최는 남북경쟁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압도적 우위를 확정지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북한은 그 해소의 통로를 한반도의 현상 타파에서 찾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그 준비작업으로 소련과의 군사유대를 강화함과 동시에 정예부대의 휴전선 전진배치를 완료해 놓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북한은 제5공화국의 출범 이후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제의해 온 남북대화에도 마침내 호응해 왔읍니다. 그리하여 그사이 교착됐던 남북대화가 여러 갈래로 전개되면서 한반도에 긍정적인 새 국면을 열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대화에 응하고 나선 북한의 속셈을 우리는 잘 헤아려야 하겠읍니다. 북한은 겉으로만 대화를 활성화시켜 한반도에서 긴장이 풀리고 통일이 눈앞에 닥친 듯한 허상을 심어 주려고 할 뿐입니다. 그리하여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우리 국민의 경계심을 이완시키고 통일문제에 대한 감상적 발상을 유도하며, 국제사회에서는 주한미군이 철수돼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의 이러한 이중적 대남 행태를 경계하면서 남북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하겠읍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이제 우리 국내의 정치발전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본인은 우리 대한민국이 오늘날 중대한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향후 3년 안으로 예정된 국가적 대사들을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선진국의 대열에 참여하게 되느냐 아니면 회복되기 어려운 큰 혼란에 빠져드느냐의 고비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로서 가장 중대한 국가적 대사는 역시 88년 초의 합헌적 정부교체입니다. 대한민국 제1공화정이 세워진 뒤 우리는 최고통치권자가 헌법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채 자신의 임기만 채우고 깨끗이 물러난 예를 한 차례도 보지 못했읍니다. 최고통치권자는 으레 무리한 수단을 동원해 헌법을 고쳐 자신의 집권을 연장했으며, 이 악습 때문에 정부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늘어나고 여야의 대결은 극한투쟁으로 확대되어 때로는 국기 자체가 흔들리기도 하였읍니다. 현행 헌법은 이처럼 쓰라렸던 헌정사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것은 최고통치권자의 장기집권을 방지하고 합헌적으로 정부를 교체하는 전통을 확립하자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민정당은 이 헌법을 충실히 지킴으로써 88년에는 합헌적 정부교체의 전통을 반드시 세워 우리 헌정사에 새 기원을 열고자 합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합헌적 정부교체를 실현하겠다는 우리 민정당의 결의는 확고합니다. 그러나 그 목표가 집권당의 의지 하나만으로 달성되기는 어렵다는 정치현실을 본인은 이 자리를 빌어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합헌적 정부교체를 실현하는 일은 확실히 새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며, 그것은 종합예술과 같은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읍니다. 집권당의 의지에 야당과 국민의 협력이 조화롭게 합쳐질 때 그 목표는 순조롭게 성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본인은 제5공화국 의정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 여야가 공동 책임의식 아래 이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합헌적 정부교체의 의의를 외면한 채 개헌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 듯이 주장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선 명백히 지적해야 할 것은 야당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의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 점을 익히 알면서도 야당이 개헌을 관철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의회주의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적 수단을 동원하려는 것인지 한번 묻고 싶습니다.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가 앞으로의 국내정치 문제들을 논의할 때 또 한 가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우리가 오천년 민족사상 처음으로 유치한 8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대명제입니다. 12년 만에 처음으로 동서진영이 함께 참가하는 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합헌적 정부교체와 올림픽 개최라는 양대 경사를 성공적으로 치러 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융합된 국민적 의지와 결속된 사회적 역량이 정치의 차원과 스포츠의 차원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가 모든 분야에서 발휘됨으로써 국가 전체의 수직적 발전이 이룩될 것입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대북 주도권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며 2000년대를 향한 민족적 웅비는 보다 더 순탄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3년도 남지 않은 이 88년은 민족사적 대운의 길목에 있는, 바꿔 말해 우리가 조국 선진화의 대문을 두들겨 들어가는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대내외의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88년의 목표들을 반드시 달성해야 합니다. 우리 민정당은 그 목표들이 반드시 성취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그 민족사적 영광을 외면할 국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3년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표류하는 경우, 그리하여 의회정치가 제도권 밖으로 유출되어 가두정치의 무책임한 열기와 선동 속에 반신불수화될 때 우리는 나라와 겨레 전체의 차원에서 엄청난 불행과 후퇴를 감수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려 우리 여야가, 그리고 각계 지도층과 국민 모두가 높은 전망대 위에 서서 시대 전환의 큰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당리당략의 작은 가지들에 매달려 파쟁을 일삼게 될 때 국민적 활동은 쉽게 소진될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권력정치의 외풍이 만들어 낼 한반도 주변의 격랑을 헤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전면적인 대남 도발 또는 갖가지 교묘한 후방 파괴공작 앞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불행한 사태를 빚어낼 것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의회와 정당에 대한 불신과 때로는 혐오의 팽배 속에서 사회는 혼란과 갈등의 만연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경제의 건실한 운영이 어려워져 민생은 곤경에 빠져드는 후진국적 병폐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분명히 민주헌정의 사회․경제적 기반 자체를 취약하게 만들 것이며 민주주의 토착화라는 국민적 염원의 달성을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3년 동안 어느 무엇보다 긴요하게 요청되는 대명제는 과열한 정치 경합의 완화입니다. 흑백논리에 입각한 극한적인 정치대결을 완화시켜야 하며, 그 대신에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한다는 공동운명자의 입장에서 타협과 호양 그리고 화합의 폭을 넓혀 나아가야 합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다음은 우리 관심을 경제문제에 돌려 보기로 하겠읍니다. 최근 우리 경제는 해외여건의 변화에 따라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읍니다. 선진국의 보호무역 경향은 날로 더 강화되고 있으며 중공을 비롯한 후발개도국들의 도전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인 미국이 수입규제를 엄격히 실시해 나가고 있으며, 우리 국내시장의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의 앞날에 큰 어려움을 안겨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금년 상반기에 우리의 수출실적이 전년 동기에 미치지 못하였고 경제성장률도 3.2%에 그쳤다는 것은 이러한 무역환경의 악화가 만만치 않은 것임을 실증해 주고 있읍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이미 여러 번 이러한 시련을 겪으며 오늘과 같은 중진국으로 부상해 왔읍니다. 이번 서울에서 열린 IMF․IBRD 총회는 이러한 우리의 능력을 국내외에 확인시켜 준 뜻있는 모임이었다고 본인은 믿고 있읍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아무리 어려운 해외여건이 거듭되더라도 민족적 숙원인 선진국에의 행진을 결코 멈출 수 없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 한번 다짐하여야 하겠읍니다. 또 우리 국민은 그러한 의지와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나 시장개방 압력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의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만 합니다. 먼저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통한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가야 합니다. 기업가와 근로자 그리고 정부가 모두 합심하여 산업고도화를 위한 기술과 인력의 개발, 낙후된 시설의 근대화, 생산성 향상 및 품질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인 것입니다. 우리 민정당은 이러한 국민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갖가지 제도의 마련에 전념하고 있읍니다.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산업구조의 건실화, 균형화입니다. 일부 대기업에의 지나친 경제력의 집중은 우리나라 경제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경제적 비능률과 사회적 갈등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활발할 창업과 성장이 바람직한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육성은 더욱더 강력히 추진되어야 할 정책과제이며, 이들의 창의력과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준 수많은 규제와 복잡한 절차를 과감히 정리하는 것도 시급한 일인 것입니다. ‘살기 좋은 농어촌’의 건설은 우리 민정당이 창당 이래 꾸준히 추구해 온 기본정책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어려운 국내외 경제여건 때문에 뜻한 만큼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본인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이 시점에서 농어촌의 문제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히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구의 도시 집중과 지역 간 개발의 불균형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농어촌의 소득과 생활환경이 도시 못지않게 꾸며져 갈 때만 해결될 것입니다. 따라서 농업생산성의 향상 및 농산물가격의 안정을 위한 투자를 계속 확대함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시설 및 행정, 교육, 의료기관의 과감한 지방 분산을 실현시켜 가고자 합니다. 금년부터 우리 민정당이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공지구의 설정은 이러한 정책 전환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물론 이러한 시책은 단시일 내에 그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읍니다. 그러나 착실히, 꾸준히 추진할 때 결실의 날이 그렇게 멀지도 않을 것임을 본인은 확신하는 것입니다. 도시 저소득층의 생활 향상을 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계속하고자 합니다. 특히 내년도에는 의료보험대상자 120여만 명을 추가함으로써 의료개보험의 기반을 넓히며, 서민주택의 공급 확대와 영세민 구호사업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국민 모두가 의식주, 교육, 의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요컨대 우리는 어려운 국제경제의 환경 속에서 외채를 극복하며 경제를 계속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읍니다. 이를 위하여 무엇보다도 요청되는 것은 온 국민, 특히 여유 있는 계층에서부터 경제생활의 자세를 건전하게 가다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면, 검소한 생활은 우리 국민이 오랫동안 미덕으로 삼아 온 덕목입니다. 이러한 근면, 검소한 생활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 및 가계의 살림이 꾸려져 갈 때만이 우리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 갈 것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이어 사회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읍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이 사회가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는 급격히 변동하는 사회이며, 따라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그 실현 가능성에 관계없이 높아만 가고 욕구는 또 다기 다양해집니다. 이 점은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지니고 있읍니다. 국민 각자의 자기발전 욕구는 사회발전과 국가적 활력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이만큼 발전한 밑바탕에는 우리 국민 특유의 건강한 성취동기가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 및 노력 그리고 사회적 변동과 발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자신의 성취욕구에만 집착해 우리 사회를 바라볼 때 그것은 정당하지 못한 불만을 낳게 됩니다. 그것은 심지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정심리와 연결되어 반정부적․반체제적 성향을 길러 내기조차 합니다. 우리 사회를 바라봄에 있어서 지나친 낙관론도 자제되어야 하겠으나 부정 일변도의 시각, 그리고 교조주의적 비관론도 배제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그 급격한 변화가 파생시킨 어려운 문제들을 점진적으로 해결하면서 그 나름대로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치인들은 일부 국민들의 불만이나 욕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과열되고 마침내 파율적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읍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우리는 계층 간의 위화감 문제를 해소시켜 나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읍니다. 부유층 일각의 무분별한 사치생활과 반사회적 행위 등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며,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다 더 두터운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노사문제도 이러한 시각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 고용의 창출과 물가의 안정을 통해 근로자의 생활조건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사용자는 근로자의 복지가 증대되는 방향으로 양보하고 근로자는 자신의 일터가 유지되고 커 나가도록 협력해야 하겠읍니다. 그리하여 모든 노사문제가 당사자 상호 간의 대화와 공동 노력을 통해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전통이 뿌리내려 가기를 기대합니다. 다음은 교육 분야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재정 투입을 통해 각급 교육시설의 확충에 노력해 왔으며, 이에 따라 우리 교육은 양적인 차원에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읍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읍니다. 유아교육으로부터 대학원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이느냐는 관점에서 접근해 나가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학에 대해서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민정당은 그사이 양적으로는 크게 팽창한 대학이 그 연구와 교육의 질에 있어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자 합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 민정당은 학원자율화 정책을 보다 더 내실 있게 뒷받침하고자 합니다. 대학의 학사운영이 대학의 주인인 교수들에 의해 이끌려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입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우리는 어느 무엇보다 대학의 학문적 권위와 교권이 확립되어 교수의 권위 아래 학원 내의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학원자율화 정책에 따라 대학에 면학분위기가 뿌리내려져 가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이 대학은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예비지도자들을 키워 내는 진리탐구의 도장이며, 따라서 대학이 학문의 전당으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은 민족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절실히 요청되는 명제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대학에는 일부 극렬 의식화된 학생들에 의해 주도되는 소요가 계기적으로 발생해 왔읍니다. 우리는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한 젊은 대학생들의 이상주의적 개혁논리에 대해서 기성사회가 귀를 기울이고 또 그것이 이 의정단상에서 진지한 토론을 통해 국정으로 수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좌경화되고 반국가적이기까지 한 폭력 소요에 대해서는 법의 엄격한 집행으로 대처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본인은 비단 학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법을 존중하고 법이 엄격히 집행되는 기풍이 확립되어야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정치인과 공직자는 물론이거니와 사회 지도층 및 국민들이 법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불법행위와 사회부조리를 삼제해 나가야 할 것이며, 준법의 기풍이 사회 전반에 고르게 정착되어 ‘법의 지배’를 골간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뿌리내리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겠읍니다.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본인은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가 함께 운영해 나갈 이번 128회 정기국회 앞에는 참으로 많은 국가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외교와 안보 및 남북관계의 차원에서 또 대미 통상문제를 비롯한 국제무역의 차원에서, 그리고 고용창출의 증대를 포함한 민생안정의 차원에서 우리가 함께 지혜를 짜내고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현안들이 우리의 성의 있는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정기국회를 생산적인 국정의 논단으로 발전시킬 의무가 있으며 국민도 이러한 시각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본인은 이번 정기국회가 88년의 국가적 대사들과 관련하여 대단히 중요한 고비라는 점을 강조하여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첫 걸음을 올바르게 내디뎌야 목적지에 제대로 도달할 수 있듯이 이번 정기국회에서의 국정운영이 헌정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제 궤도에 정상 진입할 때 88년의 정치적 대사와 민족적 제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터전이 마련된다고 하겠읍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조급해 하거나 침착성을 잃어서는 또한 안 됩니다. 오히려 신중하고 대국적인 자세로써 이 중대한 역사적 고비를 넘어 헌정 발전의 길로 전진해 나가야 합니다. 연륜 깊은 산악인일수록 산정에 가까와질수록 보다 조심하고 침착하게 등반한다고 합니다. 산정에 가까울수록 산세가 가파르고 예상하지 못할 풍운의 변화가 잦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합헌적 정부교체가 실현되어 민주발전의 금자탑이 세워질 88년이란 고지에 근접해 있읍니다. 이 고지에 성공적으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 여야가 당파적 이해를 떠나서 역사와 후손 앞에 책임을 함께 진다는 사명감 아래 신중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호양의 정신으로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의정 운영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그것은 산정에서 돌을 떨어뜨려 밑에서부터 다시 밀어올리기 시작해야 하는 ‘시지프스의 비극’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 인식에서 이번 정기국회가 우리 민족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결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시기로 후세의 사가 가 평가할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뒷날 역사의 거울 앞에 떳떳이 설 수 있도록 합시다. 이제 말씀을 마치면서 본인은 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우리들 사이에 시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또 한번 발견하고 심히 유감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바입니다. 이 헌정질서에 따라 국회에 들어온 정치인들이 이 헌법이 부여한 제반 권리는 향유하면서 이 헌법의 소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심한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또한 민주화를 자기들만의 독점물인 양 내세우면서 시민과 학생들을 선동하여 불신풍조와 사회혼란을 야기시키는 작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음을 엄숙히 경고하는 바입니다. 우리 모두 민주라는 숭고한 단어를 욕되게 하지 맙시다. 오랫동안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5차 본회의는 내일 오후 2시에 개의하겠읍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