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으로부터 제128회 국회 정기회 개회식을 거행하겠읍니다. 먼저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있겠읍니다. 단상의 국기를 향하여 일어서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애국가를 제창하시겠읍니다. 음악 전주에 따라 1절만 제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순국선열 및 전몰호국용사에 대한 묵념이 있겠읍니다. 묵념은 묵념곡에 따라 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의장님의 개회사가 있겠읍니다.

존경하는 대법원장,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과 내빈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본인은 오늘 제12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인 제128회 국회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말씀드림에 즈음하여 새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것은 이번 정기국회가 내년도 나라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예산안을 심의한다는 면에서 뿐 아니라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난제들을 슬기롭게 대처․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는 온 국민의 시선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열도 높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처해 있는 내외의 여건과 상황은 참으로 복잡다단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여러 국면을 안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 정치인에게 부과되어 있는 책임과 사명도 그만치 중차대하다 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대처해 나가야 할 안팎의 정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늘날 국제정세는 여러분도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혼미와 갈등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미소 양 초강대국의 끊임없는 대결 양상은 핵무기경쟁의 단계에서 이제는 우주공간으로 무대가 옮겨져 이미 최첨단기술에 의한 우주전쟁시대로 돌입한 감마저 있읍니다. 그러면서도 지상과 해․공전력 확충에도 휴식 없는 경쟁이 지속되고 있읍니다. 소련의 전력팽창세가 우리 한반도 주변에서도 얼마나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가는 익히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일의대수 의 인접국 일본도, 서해 건너의 중공도 전력증강은 의연히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 주변에서의 힘의 균형은 항상 새로운 위협과 도전적 요소들로 말미암아 흔들리고 있읍니다. 뿐만 아니라 강대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경제대국 상호 간의 이해충돌로 가히 경제전쟁의 양상으로까지 첨예화되어 가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개도국인 우리도 우방 미국과는 수출제약 및 개방 압력 등 무역마찰을 겪고 있고 일본과도 혹심한 무역역조에 시달리는 실정에 놓여 있읍니다. 거기에 더하여 북괴는 적화통일의 야욕을 포기하지 않은 채 위장된 평화공세로서의 대화전술과 내부붕괴를 노리는 파괴 공작의 양면 공세를 집요하게 취하고 있읍니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피아의 군사적 대치야말로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험을 안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순수한 의지와 정책 추구에 따라 남북국회회담을 비롯한 경제회담 그리고 적십자회담 등 남북대화에 성의를 다하여 응하고 있으나 항상 호전적이며 기만적인 저들의 전략․전술 앞에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당장 닷새 후인 25일에 우리는 국회회담을 위한 두 번째 남북 간 예비접촉에 임해야 할 형편에 있읍니다. 한편 우리 국내정세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그리고 지방자치제 실시와 평화적 정권교체 등 국가적․민족적 대과제를 앞에 놓고 지금 웅비와 좌절의 갈림길에 놓여 있으니 이야말로 어려운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러나 그것이 위기이든 난국이든 간에 참으로 긴요한 것은 우리가 민족적․국민적 슬기와 역량을 발휘하여 얼마만치 그 국가적 과제들을 훌륭히 치러내는가를 세계만방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인식하는 일입니다. 그 슬기와 역량의 구체적 표현의 으뜸은 말할 것도 없이 강인하고 현명한 정치역량의 발휘인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역량 발휘의 기조가 우리에게 있어서는 좀처럼 응결되지 못하고 있읍니다. 본인은 이 자리에서 솔직히 우리 실상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리 국민들 간에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되고 있으며 위정자를 믿지 않는 경향이 좀처럼 가시어지지 않고 있읍니다. 우리 사회에 부정적 사고가 만연하고 있읍니다. 국민의 화합과 단결이 흔들리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구심점이 흐려져 있읍니다. 이 모두가 우리 정치인들의 책임이 아닐 수가 없읍니다. 그뿐만 아니라 외채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불안, 불황에 시달리는 국민의 호소와 경제현상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 사회의 만성적 고질이요, 당면한 가장 큰 정치적․사회적 잇슈가 되어 버린 학원소요 문제와 노사분규 문제가 사회불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읍니다. 이상에서 지적한 모든 현안문제들은 바로 우리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차원 높은 정치력을 발휘하여 해결하고 종식시켜야 할 정치적 과제들입니다. 날로 더욱 넘실거려 가는 극단적 사고와 부정적 대결 자세에서 일체의 아집을 결연히 훌훌 털고 일어나서 폭넓은 이해와 관용과 화합의 미덕 그리고 슬기와 지혜를 일깨우고 되살려 당리당략이 아닌 국리민복을 증진시키는 데 주력해야 하겠읍니다. 국민의 날카로운 시선과 드높은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됩니다. 의원 동지 여러분! 지금 여․야당으로 각각 나누어 앉아 있는 의원 동지들은 비록 문제 해결의 접근 방법 및 수단에 대한 견해는 다르나 국가를 보위하고 국리민복을 증진시키려는 목표는 같다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 같이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고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정치인들입니다. 대화와 토론과 타협을 통해서 국정을 심의 처리하는 의회주의를 신봉하고 이를 존숭하는 의회인들입니다. 동시에 다수의 횡포를 지양하고 소수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슬기와 소수의 독선적 아집으로 인한 정체에서 탈피하여 합리적 승복으로 정치적 효과를 발휘하는 민주적 의정 운영의 지혜도 다 함께 터득한 성숙한 의회인임을 하루빨리 자처할 수 있게 되어야 하겠읍니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스스로의 언동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며 신봉하는 법치주의와 의회주의에 반하는 주장이나 거조 가 있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의원 동지 여러분! 본인은 지난 5월 개원국회에서 우리의 정치운영을 물 흐르듯 순리로 풀어 나갈 것을 강조한 일이 있읍니다. 또 기회 있을 때마다 건전한 상식의 선에서 모든 문제를 받아들이고 또한 풀어 나갈 것을 역설해 왔읍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과 과제야말로 대결과 혼미가 아닌 순리와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읍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새해 예산안이나 민생문제와 직결된 안건들을 정치문제와 혼동하여 심의를 지체시켜서도 안 될 것입니다. 제12대 국회가 처음 맞는 정기국회인 이번 제128회 국회가 일부 관측통이 우려하듯이 파란과 혼미상을 노정하여 국가적․시대적 요청을 저버리는 국회가 되느냐 아니면 정치적 문제도 능숙하게 처리하면서 본연의 국회 임무와 과제도 훌륭히 심의 처리할 줄 아는 생산적 국회가 되느냐 하는 것은 오직 각 교섭단체와 의원 동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하겠으며 또 여러분은 능히 그토록 성취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는 항상 역사의식과 투철한 사명감 그리고 준엄한 국민의 심판대 위에 서 있다는 자의식을 지니고 이번 정기국회에 임하십시다. ‘이빨은 딱딱하기 때문에 닳거나 부러지지만 혀는 부드럽기 때문에 닳지도 않고 부러지지도 않는다’는 노자의 말씀을 상기하면서 우리가 다 함께 성급하지 않고 신중하게 그리고 경박하지 않고 진지하게 국정을 심의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가장 어려운 시기의 정기국회를 가장 훌륭하게 정치력을 발휘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할 것을 다 같이 기약하십시다. 90일 회기기간 동안 자중자애하시고 건승하시기를 기원하여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1985년 9월 20일 국회의장 이재형
이상으로 제128회 국회 정기회 개회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