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계속해서 상정하겠습니다. 오늘은 민주당의 대표최고위원이신 이기택 의원으로부터 연설을 듣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존경하는 이기택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가늠할 매우 중차대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때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기대와 성원을 받고 출범한 통합야당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정말 그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를 마치면 13대 국회는 사실상 끝을 맺게 됩니다. 4년 전인 지난 1988년 5월 30일 여소야대 국회가 청산과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안고 개원했을 때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각별한 관심과 격려를 보내 주셨습니다. 우리 정치인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사명감을 갖고 출발에 임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청산과 개혁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과 좌절만을 안겨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 지구촌의 엄청난 변화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의 근원지였던 소련에서 공산당이 붕괴되는가 하면 미국이 전술핵무기의 일방적 폐기를 선언했습니다. 지난날에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사건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이러한 변화가 결코 우리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칫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우리 의사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긴장의 고삐를 조이고 민족의 슬기를 함께 모은다면 번영과 통일의 길로 대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이 기회를 반드시 우리의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온 국민의 힘과 지혜를 결집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내부는 어떻습니까? 해방 이후 쌓여 온 갈등과 불신 그리고 구조적 모순이 국민적 화해와 단합을 가로막고 사회발전을 정체시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섯 번의 정권을 거치면서 잘못된 유산은 한 번도 청산하지 못한 채 오히려 확대 재생산되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가치관은 전도되었고 아직도 민족정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모든 부정적 유산을 하루빨리 청산하여 지난 시대를 총결산해야만 하겠습니다. 총결산 없이는 갈등과 불신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국민적 대화해와 단합도 이룩할 수 없습니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새 시대를 향해 힘차게 도전할 수도 없습니다. 나는 지난 시대를 총결산함으로써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고 새 도전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가장 중대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6공화국에 주어졌던 과제는 누가 뭐래도 청산과 개혁이었습니다. 그러나 숙명적으로 5공화국과 뿌리를 함께하는 노태우 정권은 유감스럽게도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 때문에 ‘총결산과 새 도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절대절명의 기회를 무산시켰습니다. 더욱이 노 정권은 정권안보에만 매달리면서 많은 정치적 과오를 그동안 저질러 왔습니다. 노 정권은 3당합당으로 국민이 만들어 준 여소야대 국회를 파괴시켰습니다. 여소야대 국회의 붕괴는 두 가지 중대한 정치적 결과를 파생시켰습니다. 하나는 역시 국민의 여망이었던 청산과 개혁이 무산된 것입니다. 또 하나는 집권세력이 1당지배의 망상을 갖게 된 것이라고 나는 판단합니다. 이들은 국회에서 날치기통과를 했고 단독 국정감사 등 폭거를 자행함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실종시키려 했습니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자료제출 요구에도 불성실하고, 증인출석 요구도 거부하던 정부 여당이 이에 항의하는 야당을 무시한 채 단독 국정감사를 강행한 것은 국정감사는 물론이요, 국회 자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저의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리고 두 차례의 지자제선거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금권선거를 자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자제뿐만 아니라 선거 자체의 존립이 이제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현 정권이 1당지배의 망상을 갖고 의회민주주의와 선거를 무의미하게 만든 책임은 얼마 안 가서 나는 반드시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 정권은 수서사건 등을 비롯해서 이른바 6공비리를 등장시켰습니다. 5공비리 청산이 유야무야된 상황을 틈타 집권세력에 의한 부정과 비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가령 6공하에서 들어섰거나 지금 현재 들어서고 있는 139개의 골프장, 전국적으로 수백만 평에 달하는 그린벨트의 해제 그리고 수많은 금융기관의 허가사태를 보면서 정치자금과의 관련을 생각지 않는 이 나라 국민이 어디 있다고 생각합니까? 노 정권은 인권상황을 악화시켜 놓았습니다. 6공하에서의 인권상황은 5공화국 때보다도 더 악화되었다고 나는 판단합니다. 5공화국 7년 동안 양심수의 총 숫자가 4700명이었는데 반해, 6공화국은 4년 만에 그 숫자가 5000명에 이르고 있는 놀라운 상황입니다. 여러분, 이러고도 어찌 노태우 정권이 민주화를 추진해 왔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노 정권은 편중된 인사정책으로 지역갈등을 심화시켜 왔습니다. 특정지역․특정학교 출신이 군이나 검찰․정보기관을 비롯한 정부기관의 요직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기관 등 사회 주요 분야의 요직을 독점함으로써 또 하나의 심각한 사회갈등을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아울러 성실하고 능력 있고 양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감을 안겨 주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오늘날 공직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상실된 것입니다. 나는 이 많은 실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노 정권의 국가경영 미숙과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지금이라도 현 정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은 이 사람이 앞에서 지적한 정치적인 과오를 자인하고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스스로 해결해야 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노 정권이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고 나는 규정짓습니다. 우리 민주당은 노 정권에게 다음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합니다. 첫째, 수서사건을 포함하여 재임기간 동안 벌어진 이른바 6공비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또 스스로 청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선거공영제 확대와 선거운동방법의 실질적 개선으로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확고히 하고 특히 금권선거만은 이 땅에서 추방을 시켜야 합니다. 셋째, 국민화합을 위해서 대사면령을 내려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고 사면․복권의 조치를 내려야 하겠습니다. 넷째, 과거 군사독재정권 유지용으로 제정된 모든 악법은 민주화와 통일시대에 걸맞게 개폐되어야 하겠습니다. 다섯째, 국민이 정치의 앞날을 분명히 예측할 수 있도록 내년도에 있을 4대 선거의 정치일정을 국민과 야당 앞에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지금 이 다섯 가지 사항은 대통령이 결단만 하면 능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노 정권이 이 같은 조치를 끝내 외면한다면 불행했던 역사적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해 둡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평화와 화해라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새로운 통일환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북한 유엔 가입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공존시대가 열리며 통일여건이 한층 성숙되었습니다. 이제 통일이 현실적인 목표로 다가옴에 따라서 보다 구체적이고 전향적인 통일 청사진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권적 차원에서만 다뤄져 왔던 통일문제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근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유로운 통일논의가 보장되어 국민적 합의에 따라 통일방안이 결정되어야 합니다. 우리 당은 이와 관련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정당․민간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민족통일범국민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둘째, 평화공존의 관건인 한반도의 비핵화가 하루빨리 실현되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조속히 이루기 위해서 핵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 간의 3자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우리는 군축문제에 있어서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되겠습니다. 국력과 체제우위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날의 냉전적 방어자세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군축협상을 주도해야 하겠습니다. 넷째, 남북교류 확대와 불가침선언을 동시적으로 추진하는 남북 간의 새로운 선언이 채택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남북총리회담에서 쟁점이 되어 왔던 교류확대와 불가침선언 문제는 앞뒤를 가릴 문제가 아니라 동시적으로 추구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다방면에 걸쳐 남북교류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이의 일환으로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TV를 비롯해 방송을 일방적으로 개방해야 합니다. 우리 당도 내년에는 정당 간 남북교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여섯째, 국가보안법 폐지를 정부에 또다시 요구합니다. 통일의 시대를 열어 가야 할 지금 시대적 조류에 역행하는 국가보안법 없이도 국가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다 성숙된 자세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시피 외교의 기반은 내치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독일도 서독이 내치에 성공함으로써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 경제적으로는 번영, 사회적으로는 복지의 토대 위에서 독일통일의 역사적 전기가 마련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현 정권은 지난 4년간 북방외교에만 매달려 내치를 거의 외면해 오다시피 했습니다. 내치의 성공으로 외치의 결실을 맺으려는 것이 아니라 북방외교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내치의 실패를 호도해 온 것입니다. 실로 본말을 전도시킨 우매한 정책이요, 이것이야말로 노 정권의 진정한 실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나는 이제라도 민주개혁과 경제번영을 통해서 북방외교와 통일의 기틀을 차분하게 다져나가 줄 것을 충고합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국제적인 경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느 정부가 자국민을 더욱 잘살 수 있게 하느냐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가 직면해 있는 경제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 경제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순 채권국으로 전환하는 문턱에서 또다시 원통하게도 대규모 채무국가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온 국민의 허리띠를 졸라매며 쌓아올린 번영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나는 오늘의 경제현실을 진단합니다. 며칠 전 시장에 한번 나가 보았습니다. 거기에서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 몇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물가가 너무 뛰어서 시장에 나오기가 싫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물가가 올라가면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하나 하는 그런 엄청난 걱정과 불안의 목소리, 불평의 목소리가 아직도 저의 귀에 쟁쟁합니다. 그렇습니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이 물가 때문에 실제 살림을 살고 있는 주부는 물론 봉급생활자를 비롯한 중산층, 서민대중이 하루하루를 마음 편히 살아가기가 어려운 그러한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또한 부동산투기로 불로소득이 늘어나 경제질서가 왜곡되고 사회 기강이 문란해질 대로 문란해져 버렸습니다. 더욱이 불로소득계층의 사치를 극하는 호화생활은 과소비풍조를 이 사회에 만연시키고 성실하게 땀 흘리며 살아가는 대다수 봉급생활자와 서민 모두에게 한없는 좌절감과 절망감만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마주치는 우리의 모든 이웃들로부터 오늘날의 한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뭐냐, 그것은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노태우 대통령께서 이러한 소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경제낙관론만 안일하게 펴 오던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정부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이 물가만은 총력을 다해서 바로잡아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해 마지않습니다. 6공 출범 이후 우리 경제가 이토록 어려워진 데는 여러 가지 물론 복합적인 많은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나는 이 정부가 경제철학이 없고, 경제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더 나아가서는 안타깝게도 경제를 정치도구화함으로써 오늘의 경제현실을 초래했다고 나는 판단합니다. 현 정권은 무엇보다도 올바른 경제철학을 갖지 못했습니다. 바른 경제철학이 없기 때문에 바른 경제정책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긴축정책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통화공급을 하고 재정규모를 늘리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물가안정과는 정반대되는 정책을 편 것이 바로 이 정부가 아닙니까? 국제수지 개선을 위하여 산업구조조정, 기술 및 인력개발 투자, 사회간접자본 확대 등의 대책이 이미 8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병이 깊어져서야 금년 봄부터 겨우 일련의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현 정권은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전혀 없었습니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었기 때문에 경제성장과 안정, 분배개선과 성장 사이를 무원칙적으로 오고 가면서 우리 국민들을 혼란시켜 왔던 것입니다. 예컨대 경제민주화도 중도에 포기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6공정부는 처음 출발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이 무엇입니까?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을 실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거의 포기에 가까울 정도로 후퇴시키지 않았습니까? 또한 경제부처 각료를 너무 자주 교체한 것도 정책의 맥을 끊어 버리고 정책혼란을 자초한 원인의 하나였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현 정권은 더군다나 이 어려웠던 경제를 정치도구화했다는 사실입니다. 경제논리보다도 정치목적을 우선시켰기 때문에 경제적 무리를 거듭했고 경제파국을 자초했습니다. 주택 200만 호 건설 등 남발된 정치성 공약을 무리하게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민경제에 엄청난 타격과 혼란을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누가 이러한 사실을 부인할 수 있습니까? 전시용 행사에서도 과다한 투자를 하여 정부 스스로가 과소비에 앞장섰다는 호된 비난을 국민으로부터 지금 받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정경유착에 의해서 재벌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정책흐름의 기조가 분배에서 재벌 주도의 성장론으로 바뀐 것도 사실 아닙니까?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우리 당은 노 정권이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여 앞으로 남은 임기 500일 동안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정부 여당은 모든 사회적․경제적 병리현상의 근원인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토지공개념을 보다 강화해야 합니다. 토지공개념은 절대로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정부 일각에서 과표현실화를 백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반드시 중단되어야만 합니다. 다시 한 번 이 땅에 부동산투기의 열풍이 불어닥쳤다고 가정하면 이 나라의 경제․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아마 우리 모두가 감지하고 계실 것입니다. 이 점을 특히 노태우 대통령께서는 심각하게 인식해 주실 것을 당부해 마지않습니다. 둘째, 폭등하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재정금융에 있어 긴축정책을 반드시 펴야 합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 화폐공급은 당초 계획한 대로 17%~19%로 유지해서 재정의 방만한 확대를 줄이고 합리적 운영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셋째, 재벌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합리화를 촉진하여 국민의 기업으로 이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3당합당 후 재벌의 소유집중이 한층 강화되고 시장의 독과점구조도 심화되었습니다. 재벌세습화 방지, 기업공개의 촉진, 소유분산,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어발식 확장 금지, 여신편중 및 금융독과점 억제,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 전문경영인 양성 그리고 금융실명제 실시, 정치자금 양성화 등 제반 개혁조치가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합니다. 나는 대기업에 대한 제반 조치와 더불어 중소기업을 이제는 국가경제의 중심축으로 삼는 일대 정책변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합니다. 넷째, 우리 당은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서 ‘경제비상대책국민회의’의 구성을 제안합니다. 이 국민회의에는 여․야당은 물론이고 국민경제의 주체인 근로자․소비자․기업․정부 및 학계․언론계 등 모두가 참여해야 됩니다. 이 회의체를 통해서 우선 경제문제에 대해 경제주체 간에 공감대를 이뤄야 합니다. 그다음에 각자의 그 전문적 역할분담을 하여 경제난국 해결의 합의점을 함께 도출해 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밖에도 세제개혁으로 계층 간 갈등과 과소비의 요인인 불로소득을 규제하고 소득재분배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당은 경제난국의 해결에 있어서도 통일문제나 북방정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야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힙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안정을 되찾도록 하는 데 국민 여러분들도 모든 힘을 한데 모아 주실 것을 충심으로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 사회는 과도기적 진통으로 각 분야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서로 얽혀서 이른바 총체적 위기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 여당은 이를 두고 민주화의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책임의 많은 부분이 국민에게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의 사회혼란은 지난날의 구조적 병폐들을 하나도 청산하지 못한 노 정권의 안일과 무능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대 간․계층 간․지역 간 갈등의 골은 5공화국보다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것은 6공화국 정부가 우리 사회의 불균형과 병폐들을 더욱 심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범죄와의 전쟁까지 선포하면서 민생치안을 확립하겠다던 그 호언장담이 무색할 정도로 각종 범죄는 더욱 흉악해져 가고 있지 않습니까? 또한 망국적인 과소비와 사치풍조로 이제 서민들은 근로의욕마저 상실한 채 허탈감에 빠져 자포자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연간 1조 2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경제손실을 가져오고 있는 교통체증은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서민들을 더욱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보통 사람 최악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특히 이 자리에서 대단히 미안하지만 사회지도층에 의한 부정과 비리, 정신적 파탄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반드시 그 나라의 지배층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타락의 극치에 있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모두 다 함께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 형편도 그와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도층의 사회윤리가 땅에 떨어져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넘어서서 경멸을 받고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지 않습니까? 오죽하면 청와대를 사칭하여 백주에 1조 5000억 원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이는 일이 이 땅에 있을 수 있습니까? 도덕적 대공황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이 뼈를 깎는 자세로 정말 거듭 태어나야만 하겠습니다. 700만 농민의 생활터전인 우리 농촌은 지금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절망의 땅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면 농업 자체가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농촌의 피폐를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이 정부입니다. 이 정부는 농업관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농업은 생명의 산업이자 우리 모든 산업의 기초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관점에서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합니다. 특히 농업구조의 획기적인 조정과 유통구조의 개선을 통해서 농업의 현대화를 기하고 작목별 주생산단지를 적극 육성하여 국제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우리 당은 무엇보다도 금년도 추곡수매에서 수매가를 최소한 작년 수준 이상으로는 인상하고 수매량도 1000만 석 이상으로 늘릴 것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이제 우리는 농촌을 살려 내야 합니다. 농어민을 보호해야만 합니다. 이제야말로 우리 정치인들이 농어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노동문제에 있어서도 정부와 일부 기업주들은 여전히 5공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블랙리스트가 작성되어 배포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총액임금제 도입 등 사용자 측의 의견만을 반영한 노동관계법 개정에 정부가 앞장서 나가고 있습니다. 노동관계법을 개악하려는 이 같은 기도는 결국 근로자들을 자극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사태를 야기시킬 것입니다. 우리 당은 제3자 개입금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복수노조의 금지조항 등 독소조항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여성은 하나의 인간으로서 일하는 주체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각 분야에서 제도적으로 또한 관습적으로 여전히 여성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취업과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의 상품화라는 반인륜적 행위가 사회적으로 조장되고 있습니다. 우리 당은 이러한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직속하에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와 아울러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참여방안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공장의 검은 연기가 우리 민족의 희망으로 표현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성장위주 경제정책이 가져온 환경오염으로 인해 오염된 공기와 썩은 물을 마시면서 매일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이 엄청난 재앙은 온 국민의 지혜와 협조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환경오염상태를 감추지 말고 항상 국민에게 공개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환경처를 환경부로 확대 개편하여 현재 14개 부처로 분산되어 있는 환경정책을 조속히 일원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범죄의 근원적 예방을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전 사회적으로 가치관과 윤리관이 확립되어야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경찰이 민생치안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경찰이 권력의 시녀에서 벗어나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경찰청은 실질적으로 독립되어야 합니다. 또한 정부는 공안수사기관을 전면 혁파하여 그동안 정치사찰에 투입되어 왔던 공안요원들을 국가안보나 민생치안 등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켜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까지 말씀드린 사회적 부조리와 병리현상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교육을 바로 세우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교육제도와 풍토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자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교육은 인간화를 지향하는 교육으로 전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 학생,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주체의 자율적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 교육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입시제도와 그로 인한 입시교육에 있습니다. 입시교육의 과열은 이 정권하에서 망국적인 과외풍조를 부활시켜 놓았습니다. 현재 과외수업이나 학원 등 사교육에 드는 비용이 공교육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공교육비가 연 5조 원인 데 반해서 사교육비용이 무려 연 7조 원에 이르고 있는 것이 오늘의 교육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이 국민가계에 얼마나 큰 압박을 주고 교육을 병들게 하는가는 이 자리에서 길게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현행 입시제도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자세로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계획과 검증을 통해서 전면적으로 혁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한 사람의 능력이 대학졸업장으로 평가되는 사회풍토가 자격증이나 실질적인 능력 위주로 평가되도록 바꿔져야 하겠습니다. 또한 나는 입시과열과 그리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재수생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과거에도 나왔습니다마는 정부가 대학의 2부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실천해 줄 것을 바랍니다. 예산은 수치로 표현된 정부의 국정운영방향입니다.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33조 505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무려 24.2%가 증가된 초팽창예산입니다. 이 팽창예산으로 국민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할 액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원을 넘어서고 재정인플레를 유발하여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폭등시킬 것입니다. 이번 팽창예산은 우리 경제의 안정기조를 해치고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 줄 것입니다. 내년도 예산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회 각 부문의 균형된 발전을 이루겠다는 정책적 목표가 전혀 없고 국정의 개혁의지가 전무합니다. 오로지 내년의 4대 선거만을 겨냥한 ‘선거용 선심예산’인 것입니다. 우리 당은 이번 초팽창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실질경상성장률인 15%~16% 범위로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습니다. 아울러 남발된 공약을 집행하기 위해 책정된 선심용 사업비를 과감히 삭감하여 이를 사회복지부문과 농어촌 구조개선 그리고 과학기술 개발 등에 충당토록 하겠습니다. 또한 방위비 행정비 등 67%에 달하는 경직성 예산을 전면 재조정하여 예산운용의 효율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부는 국민화해를 위해 성의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현대사의 숱한 질곡을 겪으면서 많은 희생과 아픔들을 감내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아픔들은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채 어두운 역사의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한 시대를 총결산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 당은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독립유공자 및 유족, 원폭 피해자, 6․25전쟁 희생자, 월남참전 희생자,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삼청교육대 피해자, 5공 출범 당시 부당하게 숙정된 공무원, 해직 예비군 중대장 등과 전교조 해직교사에 대한 보상 및 복직문제를 마무리 지어 줄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하여 국민화해의 전기가 마련되기를 간곡히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역사적인 야권통합으로 통합야당 민주당이 벅찬 희망과 의지를 가지고 새출발 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격려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의 통합으로 우리 야권은 정통성과 도덕성을 회복하고 명실상부한 수권정당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업보인 동서갈등이 화해의 물길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움 없이 통일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어떤 이유로라도 새 시대의 도전을 위한 우리의 정치적 이상이 더 이상 지역대립으로 왜곡되거나 손상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 야권통합은 국민과 야권의 결단이요, 승리였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엄숙히 약속드립니다. 통합야당 민주당은 기필코 지역갈등을 종식시키고 진정한 민족공동체를 회복시키겠습니다. 통합야당 민주당은 과감한 자기혁신을 통해서 반드시 새 정치를 이 땅에 구현하겠습니다. 통합야당 민주당은 내년도 4대 선거에서 승리하여 국민 여러분과 함께 문민정부 수립과 민족통일의 위대한 역사를 창조해 나가겠습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의 한 시대가 역사의 지평 너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정신이 주도하는 한 시대가 우리 민족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지난 시대의 결산을 늦출 수 없습니다. 1992년은 권위주의체제의 망령이 어른거리는 모든 과도기적 현상을 마감하고 21세기를 향한 ‘총결산과 새 도전’의 원년이 되어야 합니다.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시대정신을 거부하는 권위주의세력들을 국민의 복리와 새 시대를 생각하는 민주세력으로 과감히 교체해 봅시다. 아름다운 것을 보존하고 재생산하며 부끄러운 과거의 역사를 과감히 청산하고 개혁해 나갑시다. 끝까지 경청해 주신 동료 의원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5차 본회의는 내일 하오 2시에 개의하겠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