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계속하여 상정합니다. 오늘은 자유민주연합의 총재이신 김종필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습니다. 그러면 김종필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정치․사회적 현안을 비롯해서 지적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마는 그러나 곧이어 있을 대정부질문과 예산심의 과정에서 당 소속 의원들이 심도 있게 다루기로 하고 저는 오늘 특히 국민 모두가 걱정하고 또 불안해하고 있는 경제문제와 안보문제 그리고 대북문제를 갖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 국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경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 모두가 몹시 나빠지고 있습니다. 성장률이 지난해 9%선에서 올 1분기 7%대로 떨어지고 2분기에 6%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3분기에는 5%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순환적 현상이라고 강변합니다마는 한국경제의 침체는 추세적이고 구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내용에 있어서도 수출과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제조업 성장이 크게 둔화되었습니다. 소비와 서비스 산업이 근근이 전체성장을 지탱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성장잠재력의 고갈, 즉 경제체질의 약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소비자물가가 연말 억제선인 4.5%를 넘어섰습니다. 성장은 떨어지는데 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나마 행정력으로 강력히 억제된 관리물가입니다. 서민들이 맞부딪치는 시장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경상수지적자가 연말이면 무려 200억 불 선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예상한 60 내지 70억 불의 3배에 달하며 통제가능한 안전적자폭이라는 GNP 대비 2%의 배인 4%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이 같은 경상수지의 적자는 한계에 부딪친 수출 때문입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과 같은 선진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20 내지 30% 이상 증폭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마저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수입은 폭증해서 9월 말 현재 1000억 불을 넘겼습니다. 선진국에는 기술에 밀리고 개발도상국에는 임금에 밀려서 중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할 수 없는 진퇴유곡입니다. 수출을 늘리고 이에 못지않게 수입도 절제되어야 할 때입니다. 8월 말 외채가 970억 불로 1000억 불 돌파가 눈앞에 보입니다. 순 외채도 연말 400억 불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내년에는 500억 불이 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외채 때문에 나라가 흔들렸던 85년 당시, 총외채는 468억 불이었고 순 외채는 355억 불이었음을 생각할 때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업의 해외탈출이 심각합니다. 국경이 없는 지구촌경제에서 우리 기업이 광대한 해외시장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세계경영을 위한 발전적 형태라기보다는 국내 경영환경의 악화에 따른 현실도피라고 하는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한국기업은 해외로 급속히 빠져나갈 때 우리의 산업기반과 우리의 고용기반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참으로 전율을 느끼게 하는 일들입니다. 기업들의 감량경영과 감원바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대량해고와 같은 일은 아직 정책적으로 막아 내고 있으나 한계가 있습니다. 실업보험을 비롯한 사회적 안전장치마저 미비한 실정인데 실업이 주는 혼란과 충격은 아직 이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에게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 같은 사실 말고도 사회전반에 팽배해 있는 국민의 경제 불안심리가 더 큰 문제입니다. 오늘의 난국이 일시적이고 과도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본질적이며 그래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국민은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가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그것은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바로 이 정권의 잘못된 정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결정적인 결함은 경제를 정치논리로 함부로 다룬 것입니다. 개혁이다 사정이다 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도 없이 경제만 결딴냈습니다. 이만큼 버티는 것도 그동안 축적된 경제저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정권은 냉전 이후 새로운 질서를 다듬어 가는 세계적 변혁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고 통찰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투쟁 대상으로 삼아서 부수고 배척하는 것을 소위 변화와 개혁의 본질로 했습니다. 오만과 독단 속에 역사를 부정하고 과거를 모두 죄악으로 다루었습니다. 정치성 개혁조치와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시책을 남발했습니다. 능력 밖의 과욕을 부리면서 1만 불 소득에 3만 불 소비의 선진국병을 부추겼습니다. 심지어 제2의 건국이니 역사 바로 세우기니, 무슨 원년이니 하면서 나라의 바탕까지 흔들어 댔습니다. 결국 경제를 이렇게 만든 것은 정권의 파괴적 본성과 지도력의 한계입니다. 정권의 전횡으로 경제가 망가진 것입니다. 정권의 과욕으로 경제에 거품이 생기고 바람이 들어서 종국에는 위기적 상황으로 치달은 것입니다. 오늘의 심각한 상황은 전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아닙니다. 그 촉발은 급격한 교역조건의 악화에서 비롯되었으나 우리의 경쟁력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정권은 너무나 안일했습니다. 위기가 지적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연착륙 운운하며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엔화가 강세일 때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산업의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충고는 외면되었습니다. 그보다는 2000년대에 우리가 캐나다와 영국 같은 나라들을 제치고 G7, 선진국 그룹에 진출한다는 정권치장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7월 8월, 두 달 동안에 국민들이 해외여행에서 뿌린 돈이 무려 15억 5000만 불, 우리 돈으로 치면 1조 2000억 원이 넘습니다. 이 망국적인 낭비, 그 과소비를 부추긴 것은 누구입니까. 해외여행 자유화다, 해외 부동산 투자 자유화다, 선진국 진입이다 하며 덤벙댄 정권의 허영과 과신이 이를 조장한 것입니다. 소위 국제화다, 세계화다 하는 것은 경제적 강자들이 약자들을 침탈할 때 흔히 쓰는 편리한 구호이자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장 문을 무차별 열어 놓고 허세를 부렸습니다. 그 결과 중소기업 그리고 영세상인 그리고 농촌과 어촌은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대미무역적자가 9월 말 현재 83억 불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우리 무역적자 총액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입니다. 미국 압력에 일본은 기술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중국은 특유의 타협력으로 이겨 내고 있고, 유럽연합은 상호주의원칙하에서 주고받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증권시장도 경제의 위기적 단면을 말해 주고 있는데 제 기능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경제적 실패가 이처럼 극명함에도 불구하고 관변의 연구기관을 동원하여 낙관론이나 펴면서 청와대가 이에 앞장섰습니다. 이번 정부의 시정연설이나 여당의 대표연설에서도 경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결연한 극복의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위기의식이 없고 솔직하지 못한 정권을 국민은 믿을래야 믿을 수 없고 오직 불신과 배신감만이 커질 뿐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지속적인 성장, 물가의 안정, 완전고용, 실질임금의 증가, 금융의 안정일 것입니다. 그것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기본적인 힘은 무엇이며, 또 그것들은 어떻게 엉켜 있는가, 승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총체적 경제구조, 경제영위에 대한 의식구조, 그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검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쟁력 10%를 제고한다며 늦게나마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구호성 호도책으로 적당히 때워 넘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국제경영연구소, IMD가 지적한 대로 정부경쟁력이 세계에서 서른세 번째 가는 한심한 수준입니다. 이것부터 먼저 해결한 뒤에 민간부문이 따라오게 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더 잘못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을 남기게 됩니다. 역사의 교훈에서 경륜을 찾고, 국민의 질책에서 지혜를 배우고, 야당의 충고에서 대안을 깨닫는 겸손함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정부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기업의 경쟁력을 혁신시키고 소비건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이 경제할 마음을 갖고 경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입니다. 기업이 자기책임원칙과 기업윤리 속에 자유롭게 활동하며 선진사회 건설에 참여함으로써 성취의 보람을 갖게 해야 합니다. 근로자들이 기회균등이 확보되고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보람 있는 사회에서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이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시민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사회연대 속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게 해야 합니다. 저는 이제 경제 재도약을 위한 몇 가지 절실한 말씀을 드리면서 정부의 깊은 성찰과 성실한 실천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시대적 변혁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기위치에서의 최선의 노력들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첫째, 기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마음 놓고 기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기업을 괴롭히지 말아야 합니다. 기업들이 왜 해외로 탈출하려 합니까. 산업공동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업들의 애국심에 호소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축적과정의 잘못은 시정되어야 합니다마는 소유 자체를 죄악시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부가 곧 고통이 되는 그런 사회에서 경제가 잘될 수 없습니다. 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시장이고 시장뿐입니다. 경제가 자유시장 체제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굴러가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발상을 버리고 정부의 규제․간섭을 확실하게 없애야 합니다. 규제를 풀었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제약, 새로운 참견으로 규제는 오히려 더 늘고 더 강화되었습니다. 불공정거래의 규제와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 이외에는 모든 규제를 철폐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작은 정부를 실현해야 합니다. 경제 부서를 위시하여 내무부, 공보처, 정무장관실처럼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 있는 조직, 인력, 기능을 모두 재편성해야 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행정과 재정의 일대 개혁을 단행하지 않고는 경제, 다시 일으킬 수 없을 것입니다. 경제를 정치적으로 마구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경제의 최일선에 서 있는 유수기업인들을 무더기로 법정에 세워 죄인으로 만들어 놓고 바로 그 당사자들을 오라 가라 하며 경제를 당부하고 독려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원칙에도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들입니다. 비자금 문제의 원천은 절대 권력입니다. 권력을 단죄하는 것으로 문제의 해결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재벌기업도 자기 개혁을 해야 합니다. 열두 번째 무역대국을 자랑하면서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이렇다 할 물건이 없습니다. 그래서 수출이 막히고 경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뼈아픈 자책감을 가져야 합니다. 소유주의 경영독단, 무분별한 기업 확대, 경제력 집중은 모두 심각한 상태입니다.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자성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특성 있고 전문성 있는 세계일류의 기업으로서 세계적인 대기업들과 당당히 맞서 경쟁할 수 있는 진정한 대기업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노사문제를 결론 내야 합니다. 대립과 갈등은 공멸이고 협조와 협력은 공생입니다. 길을 노사가 같이 찾아야 하겠습니다. 노사문제는 이상에 치우쳐서도 안 됩니다. 오늘의 현실을 감안하고 우리 고유문화에 바탕을 두는 슬기가 발휘되어야 하겠습니다.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 있어야 하고 해결의지도 분명해야 합니다. 노사개혁위원회에 모든 것을 맡겨 둔 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정부의 태도는 책임 회피입니다. 설득도, 선택도, 결단도 없이 이리저리 눈치나 살피는 정부 자세를 바꾸고 강한 법 의지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정부가 중심을 잡아서 책임감 있고 신뢰감 있게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금융실명제를 획기적으로 시정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당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실명제가 끼친 경제, 사회적 심각한 폐단을 누차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금융실명제는 금융자산의 실명화와 그 비밀보장이 본질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실명제는 이와는 전혀 달리 처음부터 정치논리, 사정차원에서 출발했고 실제에 있어서도 정치적 탄압과 보복의 수단으로 자의적 운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왜 투자의욕을 상실했습니까. 저축률 30% 선이 무너지고 한 푼을 아끼면서 모았던 근검절약 정신이 왜 허물어지고 해외 낭비풍조는 왜 생겼습니까. 힘든 일은 외국근로자에게 맡기고 편안과 안일만을 찾는 나태하고 해이된 사회세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입니까. 현금이 묻히고 돈이 돌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중소기업이 한계상황에 허덕이고 도산사태가 벌어지면서 국민경제의 밑바탕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하경제가 더 늘어나고 차명거래가 성행하는 까닭은 또 어디에 있습니까. 잘못된 금융실명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금과 적금이 노출되고 제재․처벌되는 환경에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저축할 사람이 어디 있을 수 있겠습니까. 금융실명제에 대한 근본적인 조처 없이 경제,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소위 돈 있는 2만 명 남짓한 사람들의 문제라고들 하는데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부족한 생각입니다. 금융실명제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서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맨 먼저 전가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실명화된 자금에 대해서 과거를 문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실명 거래를 하게 하고 소득이 생기면 과세하면 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쥐어짜는지 모르겠습니다. 실명으로 거래하는 한 자금의 출처 조사와 같은 일체의 제약이나 제재를 없애야 합니다. 금융거래를 자유롭게 터놓고 거리낌 없이 저축할 수 있도록 유도해서 이 돈을 산업자금화하는 현명함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일본과 독일이 우리보다 못해서 금융실명제를 안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부동산실명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토지거래를 자유스럽게 해서 땅에 묻힌 돈을 풀어 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토지거래허가제와 부동산거래에 대한 세무조사와 같은 규제를 없애야 하겠습니다. 부동산 투기의 방지는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산업구조를 바꾸고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환경 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형의 첨단지식 산업으로 구조를 혁신해야 합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서 경제 체질을 쇄신해야 합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정부정책의 부재, 정부정책의 오류가 가져다 준 정부 실패 비용의 총합입니다. 잘못된 노동정책은 임금의 급상승을 유발했고 공급규제 일변도의 토지정책은 땅값을 부채질했습니다. 그릇된 금융정책은 고금리로 귀착되었고 투자순위에서 밀린 사회기반시설 정책은 고물류 비용을 가중시켰습니다. 정부기관이 땅장사 그만하고 값싼 공장용지를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민간기업의 공단개발을 활성화하여 토지공급을 확대해야 합니다. 재정긴축과 물가안정을 통해서 임금인상을 자제시키고 경영쇄신과 기술개발로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신규 사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미 시작한 사회간접시설을 조기 완공시키고 특히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도로 혼잡으로 길바닥에 뿌린 돈이 93년 현재 연간 9조 원에 달했고 지금은 13조여 원의 국방예산에 버금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울-부산 간의 육상 운임이 부산-싱가폴 간의 해상 운임보다 33%나 더 비싸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낭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입니까. 지상, 지하, 해상의 모든 운송체계를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합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특히 대도시 시장들이 교통문제를 1차적으로 시정 목표로 삼아서 해결해 주기 바랍니다. 두 자리 수 금리를 한 자리 수로 끌어내리지 않고는 경제, 되살아날 수 없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12%가 넘는 고금리 때문에 한계상황에 있습니다. 특히 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은 17% 이상의 높은 금리를 이겨 내야 하고 사채는 30%를 넘고 있습니다. 금융 산업의 구조개혁을 시급히 단행해야 합니다. 청와대 말 한마디로 금리 1 내지 2%를 내리게 하는 관치금융을 갖고는 고금리의 근본 해결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금융을 틀어쥐고 좌지우지하는 정치권력과 정부의 간섭을 차단시켜서 금융운영의 독립과 자율을 완전 보장해야 합니다. 은행의 경영이 민간의 창의와 책임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바탕을 확실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3%가 넘는 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를 선진국이나 경쟁국들과 같이 1% 이내로 내려야 하며 그 해결 없이는 금융 산업의 경쟁력 제고나 고금리의 인하, 모두 불가능한 일들입니다. 세계는 공업으로부터 두뇌산업 시대로 대변모를 이룩해 내고 있습니다. 국가가 기술과 지식에 집중 투자해야 할 절박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투자를 게을리했을 때 국민은 높은 임금과 높은 생활수준을 결코 향유할 수 없습니다. 국가의 기술정책이 그대로 산업정책이 되고 나라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과학기술특별법의 제정을 통해 연구개발비를 매년 확충해서 늦어도 2000년대 초까지는 GNP 5% 수준으로 늘려야 합니다. 기술 입국의 근간은 인적자원이며 이것이 곧 성장잠재력의 개발이고 21세기를 대비하는 국가적 자산일 것입니다. 교육 전반을 근본적으로 쇄신하여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체제와 내용을 제대로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이 파탄상태입니다. 기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버릴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한다는 어느 중소기업인의 비탄을 들은 바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중소기업의 적나라한 현실입니다. 중소기업청을 만들었습니다만 도움은커녕 오히려 또 하나의 상전으로서 부담이 될 뿐입니다. 자금 핍박, 금융기관의 꺾기, 대기업의 영역 침범이나 납품대금의 횡포, 어느 것 하나 나아진 것이 없지를 않습니까. 확실한 정책의지를 갖고 인력, 자금, 기술, 정보를 비롯한 모든 자원을 집중 투입해서 중소기업을 명실공히 국가전략부문으로 키워야 합니다. 대기업이 경쟁적 차원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중소기업을 껴안고 상호보완적 공생관계로 같이 발전해야 하겠습니다. 대기업들은 이것저것 모두 독식하는 수퍼마켓형 경영을 지양하고 중소기업의 시장과 영역을 침범하지 말고 그들의 입지를 확보해 주어야 합니다. 농어촌을 살리고 쌀을 자급자족해야 합니다. 80년대 중반, 농축산물에 대한 미국의 수입 개방 압력이 시작된 이후 우리의 농업정책은 사실상 포기되었습니다. 농어촌 경제가 몰락하고 주식인 쌀까지 수입해다가 먹어야 하는 현실은 바로 그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식량문제가 세계적 현안이 되고 있는 불안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통일을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 안보적 차원에서나 민족적 차원에서나 쌀은 확실히 확보해야 됩니다. 수출해서 번 돈으로 값싼 외국 농산물을 사다 먹으면 된다는 식의 반농업적인 사고와 인식을 버리지 못하는 한 농업은 살아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쌀을 포함한 식량의 자급기반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는 장․단기 농업생산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쌀 자급을 위해서는 쌀농사의 수익성을 확실하게 보장함으로써 농민의 벼농사 의욕을 되살리는 것이 선결 문제가 되겠습니다. 넷째, 물가를 잡고 실업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그 정권은 실패한 정권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가를 부추기는 공공요금의 무절제한 인상이 없어야 합니다. 공공요금 자체는 자유화 방향으로 이끌되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일대 쇄신해서 공공요금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특히 정부의 효율을 높이고 민간 기업을 진입하도록 해서 공기업의 경쟁체제를 갖추어 물가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내야 합니다. 총통화량을 연간 15% 이상 늘려 가면서 물가 안정을 바랄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국은행을 독립시켜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통화정책을 주도해서 돈의 양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저성장과 고실업이 현실로 다가오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여기에 맞추어 재구성되어야 하겠습니다.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는 고용창출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전직훈련의 강화, 창업기회의 확대, 고용정보의 확충 등 고용안정 대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서 집행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사회보장보험과 실업급여도 확대해야 합니다. 경제적 고통을 실업이라는 희생으로 국민들에게만 그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국가가 책임을 함께 지고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세율을 전면적으로 인하하고 특히 근로자와 봉급생활자의 세금을 경감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세율이 전반적으로 높습니다. 탈세를 전제로 해서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높은 세율 때문에 국민은 수탈당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들 있습니다. 특혜적 감면 조치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조세 저항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무시로 자행하는 정치목적의 세무사찰 때문에 국세청이 공포의 대상이 되어 있고 밉보여 한번 결리면 죽는 줄로들 알고 있습니다. 일상화되다시피 한 세금비리 등 세무행정 또한 극도의 국민 불신을 사고 있습니다. 고세율 구조를 전면 인하 조정하고 조세행정을 일신하여 세금의 경감과 그 형평성, 그리고 공정성을 이룩해야 합니다. 특히 정적 탄압을 위한 표적 세무사찰을 철폐해야 합니다. 내년 조세부담률이 21.6%로 높아지고 1인당 부담도 200만 원을 넘게 되는데 근로자와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이 매우 걱정됩니다. 근로소득세를 종합 과세에서 분리하거나 공제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근로자와 봉급생활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여섯째, 정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솔직히 밝히고 국민의 이해와 협력을 구해야 하며 또한 앞장서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정부가 정말 정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닙니다. 다만 국민소득 1만 불의 나라로서 선진국에의 진입을 바라볼 수 있는 수준에 와 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잘못된 국정운영에 대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책임을 질 것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부의 재정, 기업의 경영, 근로자의 임금, 가계의 소비를 합리화하면서 우리 모두가 근검절약해야 합니다. 정부는 예산을 동결 수준으로 초긴축해서 근검절약을 호소하는 도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고통을 분담하자면서도 정부는 13.7%나 예산을 팽창시켜 국민의 부담만을 강요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도외시하는 일입니다. 총사업비의 겨우 1 내지 2%의 예산을 갖고 5 내지 6년의 대형 신규 사업을 무더기로 시작한 것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기공식 예산으로밖에 달리 볼 수 없지 않습니까. 예산책정의 근거로 삼은 경상성장률 11.3%나 실질성장률 7%는 경기 추세로 보아 거의 불가능하며 이것을 달성하려면 엄청난 국제수지 적자와 외채 증가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설사 정부의 전망대로 경기가 좋아 세금이 잘 걷힌다 하더라도 세출을 줄여서 재정잉여금을 만들고 여기에서 얻어지는 여유를 바탕으로 생산금융을 대폭 늘려 민간 투자를 높이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현명한 처사로 믿습니다. OECD 이사회로부터 한국 가입이 결정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를 앞세운 것으로서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자본, 금리, 환경, 노동을 비롯한 모든 여건이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그대로 강행했을 때 엄청난 부담을 강요받을 뿐만 아니라 부익부 빈익빈, 경쟁력 약화, 금융 산업의 파탄과 같은 그 충격은 명약관화합니다. 우리 당은 가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갖추어지고 부담을 소화해 낼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 유보하자는 것입니다. 자동차 누진세를 폐지하라, 과소비 자제운동을 중단하라, 벌써부터 무불간섭인데 앞으로 개방 홍수를 어떻게 감당할 것입니까. 우리 당 주장대로 가입을 연기해 주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세기적 변천 속에 무한경쟁시대, 고도정보화시대, 자연과 함께하는 생명존중, 인간 안보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조국의 통일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숙명적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민족의 비젼이 없고 지도자의 통치 철학이 없어 방황하고 표류하는 일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가 건설해야 할 내일의 조국, 곧 번영되고 복지화되고 통일된 선진․문화 국가의 실현을 위해 총력을 경주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위기적 상황은 우리를 정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좌절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극난의 경제발전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도전과 성취의 위대한 역사적 자산이 있습니다. 국민과 명운을 같이할 확고한 지도력이 올바로 서서 자유 시장경제의 신념에 찬 기업가 정신과 미래를 준비하는 긴 안목의 국민 의식을 제대로 결집하여 상승시켜 나간다면 경제는 틀림없이 살아날 것이고 풍요롭고 질 높은 삶이 보장되는 선진경제는 반드시 이룩될 것입니다. 우리 다 함께 경제 의지를 갖고 경제를 살려 냅시다. 우리 모두가 나라 안에서는 경제인이 되고 나라 밖에서는 세일즈맨이 됩시다. 그리하여 늦어도 2000년대 초까지는 국민소득 3만 불의 선진국에 반드시 들어서도록 합시다. 그래야만 번영과 복지와 통일을 향유하고 인류의 평화와 행복에 기여하려는 21세기 위대한 민족의 비젼은 실현될 수 있습니다. 지난번 한총련 사태는 시대착오적인 좌경세력들의 폭거였습니다. 이번 북한 잠수함의 동해안 침투사건은 국가 안보의 허점이 드러난 현장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정권은 과거 청산 운운의 억지를 부리며 보수 세력들을 배척했고 운동권 세력들을 무분별하게 사회에 참여시켰습니다. 또한 통일이 금방 될 것 같은 환상 속에 민족을 앞세운 유화정책에 매달렸고 경제 실패 때문에 북한정권이 곧 붕괴될 것같이 국민을 오도하면서 대북정책을 펴 왔습니다. 이 같은 오류와 오도가 좌경세력들이 날뛰고 북한 잠수함이 들락거릴 수 있는 가공스러운 일을 자초한 것입니다. 체제 해이에 안보 불안까지 중첩시켜 국가에 크나큰 위해를 끼친 정권에 대해 국민은 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입니다.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의 본질은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에 하등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며 이 정권의 대북정책이 완전 실패했음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제 안보와 평화와 통일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대책을 확실하게 강구해야 합니다. 첫째, 안보체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1차적 책임은 국가보위에 있습니다. 안보태세를 확고하게 재정비해서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좌경운동권 세력들을 이용하는 회색주의적 정치행태를 시정해서 그들이 더는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번 청와대회담에서 제가 요구한 바 있습니다만 김영삼 대통령도 원리 원칙이 있는 대북정책으로 바꾸겠다고 했고 또한 초안이 마련되면 야당 지도자와 상의를 한 뒤 국회 동의를 받아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그대로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경찰의 대공기능도 여건을 개선하고 사기를 진작시키고 전문 인력을 키우고 충원해서 획기적으로 강화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검경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입니다. 한시적 정권에 예속된 사적 기관이 아닙니다. 검찰과 경찰을 권력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서 국민 불신의 고통 없이 명예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안전기획부는 국가정보를 다루는 국가기관으로서 이 역시 한 정권에 종속된 사사로운 기관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기능은 고급정보를 수집, 평가, 작성, 배포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야당 지도자에게도 필요한 정보는 배포해 주어야 합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야당 지도자도 알 것은 알아야 합니다. 이것도 제가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입니다만 그대로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대북정책이 본질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교류와 협력은 꾸준히 추진해야 합니다. 북한의 미․일 등 대서방 관계개선 노력에 대해서도 유연성 있게 대처하여 통일을 위한 주변 환경을 굳건히 다져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민족에 대한 감상에 치우쳐서도 안 됩니다. 이 정권의 대북정책이 신뢰를 잃은 이유는 이 같은 허구적 통일관과 낭만적 민족관이었습니다. 우리가 선량하고 유화적이라고 해서 그들도 그렇게 나올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와 상관없이 그들은 대남적화통일이라고 하는 그들의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조건반사적으로 강온의 극단을 걸으며 허둥대는 무원칙한 대북정책을 시정하고 분명한 우리의 입장을 세워서 일관성 있게 대처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모든 일에 때가 있듯이 통일에도 때가 있습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며 인내와 성실을 갖고 한 발 한 발 접근하는 방식이 소망스럽습니다. 남북 간의 모든 기회는 일실함이 없이 성실하게 접촉하면서 상호신뢰를 축적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분단국들에서 세 가지 통일 사례를 보았습니다. 하나는 무력으로 적화 통일을 이룩한 월맹의 경우입니다. 김일성도 이와 같은 무력 적화통일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우리가 절대 배격해야 할 통일방법입니다. 또 하나는 남북 예맨이 통일지상주의에 입각한 관념적 통일을 했다가 4년 후 결국 북예맨이 남예맨을 무력으로 강점해서 무력 통일을 해 버렸습니다. 환상만 갖고 통일을 꾀한다면 이런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사례입니다. 이것도 우리는 배격합니다. 끝으로 독일식 평화적 통일입니다. 동독이 때가 되니까 함께 살자고 장벽을 뚫었습니다. 그리고 서독이 이를 끌어안아 통일을 이룩해서 막강한 경제력으로 통일 후 여러 문제들을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독일 통일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통일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이 바로 이것이 아니겠습니까. 통일에는 공식이 없다고 했듯이 단계론과 같은 관념적 통일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독일통일이 보여 주듯이 통일을 뒷받침하는 것은 경제력입니다. 어떠한 상황이 들이닥치더라도 이를 소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져야만 이런 국력을 가져야만 평화통일이 보장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통일이 될 때까지 반드시 남북이 평화공존을 해야만 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없어야 하고 또 저지되어야 합니다. 튼튼한 국력과 튼튼한 안보만이 평화의 유일한 보장 수단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안보와 국방은 그래서 더욱 철두철미하게 다져져야 하겠습니다. 셋째, 통일 한국의 내일을 내다보며 정부 형태에 대한 깊은 연구와 검토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남북한 어느 한쪽이 국가권력을 독차지하는 대통령제보다는 그 권력을 함께 가질 수 있는 내각책임제가 훨씬 현실적입니다. 남북 간의 신뢰가 축적되고 동질성이 회복될 때 내각책임제적 통일 정부의 구성이라는 틀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방법과 절차를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이를 대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 그리고 국무위원 여러분! 인격화된 권력을 쥔 집권자 한 사람의 처사에 의존하는 식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민주주의일 수가 없습니다. 국회가 견제할 수 있는 권력, 곧 제도화된 권력으로 바꾸어질 때 참된 의회민주정치는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그 길은 내각책임제에서 찾아야 합니다. 한국정치의 당면문제라고 하는 이른바 지역주의문제도 우리가 풀어야 합니다. 지역분할은 내 고장에서 대통령을 내자고 하는 그러한 욕심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참여와 통합의 정치가 해결의 길이고 내각책임제가 바로 바람직한 그 길입니다. 우리나라의 부정부패의 근원은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대통령 직선제입니다. 전직 대통령들이 영어의 몸이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같은 악순환,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으며 내각책임제를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집권여당 여러분, 내년 대통령선거, 돈 안 쓰고 한다고 주장하실 수 있겠습니까.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 돈은 어디서 조달하시겠습니까. 그 결과 야기될 엄청난 불행은 누가 책임을 지시겠습니까. 국회의원 선거를 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내각책임제를 통해 정말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합시다. 악순환을 여기에서 끝냅시다. 절대 권력을 재생산하려는 집권세력의 의도가 집요하고 정파 간 이해도 같지 않아서 내각책임제의 장벽은 크기만 합니다. 그러나 가능한 것만으로가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인간 의지로 하여 역사는 더욱 값있고 위대합니다. 내각책임제를 하면 잦은 정권교체로 정국이 불안하고, 정부가 허약하여 남북대치상황에서 맞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내각책임제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데나워 수상은 14년간 집권하며 의회민주주의를 견고하게 뿌리를 박았습니다. 브란트 수상은 5년간 정부를 맡아서 통일의 큰 길을 열었습니다. 슈미트 수상은 8년간 정국의 안정 속에 국력을 다졌습니다. 지금 콜 수상은 14년간 재임하면서 독일 통일을 실현해 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내각책임제의 참모습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절대 권력자 한 사람에게 4500만 국민이 매달려 사는 그러한 과정은 아마 우리나라에는 지났습니다. 국민 각자가 자율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스스로의 생활을 엮어 갈 수 있게 된 지금, 명실상부한 의회민주정치를 할 단계에 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중단할 수 없는 시대의 소명에 부응하고자 확신을 갖고 꾸준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내각책임제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할 경우 다각적인 협력 방안이 강구될 수 있고 연대 수단이 모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권력자 모두가 허망한 종말을 맞은 불행한 역사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이 나라에 없어야 하고 또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 어떠한 결과도 원인이 있고 그것을 인과라고 합니다. 오늘의 결과가 내일의 다른 원인이 되어 되돌아오는 것에 사유하고 고뇌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조국을 사랑하고 현실을 걱정하는 충정에서 격의 없는 고언을 여러분에게 드렸습니다. 깊은 성찰을 바랍니다. 내각책임제 개헌은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좋습니다. 시간을 알고 아끼는 것은 곧 지혜입니다. 장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o 위문금 갹출의 건

한 가지 의결사항이 있습니다. 매년 연말이면 우리 국회가 국군장병 그리고 전경대원들의 노고를 위로 격려하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위로금을 모금해 왔습니다. 관례대로 금년에도 의원 여러분들의 11월분 수당에서 0.5% 상당액을 위문금으로 갹출하고자 합니다. 여러 의원님들께서 이의가 없으십니까? 없으시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제9차 본회의는 내일 오전 10시에 개의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