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계속 상정합니다. 오늘은 통일민주당을 대표하여 동당 총재이신 김영삼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김영삼 의원 나오셔서 연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렇게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어서 우리 농민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이 시간에 제가 대표연설을 하게 되어서 정말 마음이 무겁습니다. 존경하는 의장, 동료의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함께한 국무총리 그 외 여러 국무위원 여러분! 지난 10년간의 저의 정치 발자취를 되돌아볼 때 여기 이 자리에서 소신의 일단을 밝히게 된 자체가 만감이 교차하는 벅찬 감회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것은 바로 이 의사당에서 유신군사정권에 의해 의원직을 박탈당하여 추방된 일을 어제 일처럼 회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새삼스럽게 저 개인의 정치역정과 한국의 거친 정치역사가 겹쳐지는 그 고통을 가슴속에 묻으며 저의 소신을 역사와 국민과 여러분 앞에 새롭게 밝히고자 합니다. 오늘의 우리가 이렇게 13대 국회를 열어 국론을 나누는 이 시간 이 활동이 세계사와 우리 민족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우리가 이 의사당을 중심으로 마땅히 이룩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한 정치인으로 한 민주정당의 총재로 그리고 한 민족구성원으로서 차분히 성찰해 보고 싶은 것뿐입니다. 지금 이 시대는 역사의 흐름이 가파르게 굽이치는 전환기라 하겠읍니다. 나라 안이나 나라 밖이나 모두가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진통을 겪고 있읍니다. 국내외의 급격한 변동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더욱 거칠게 일고 있읍니다. 눈을 밖으로 돌려 보면 자유진영에서는 최근 수년간 민주화로 향해 가는 역사의 흐름이 뚜렷해졌읍니다. 공산주의란 도대체 그것이 원리에서나 전략에서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마치 잠에서 일깨우려는 듯 정치 경제의 변화가 소련과 유럽 사회주의국가에서도 일고 있읍니다. 중국정부의 고위층도 최근 사회주의정책을 제3세계에 권장하지 않을 정도로 체제 안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와 같이 온 세계가 탈냉전조류 속에서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시민의 정치적 참여를 확대시키며 민중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는 민주체제로 나아가고 있읍니다. 저는 이 세계사적 물결을 막을 국가와 인물은 마침내 역사의 휴지통 속에 버려질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이러한 때 눈을 안으로 돌려 보면 우리 사회도 일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읍니다. 민주화는 우리의 과제이자 시대의 흐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면 6․29 이래 민주화로 나아가는 듯하면서도 군사정치 문화의 토양은 아직도 온존해 있읍니다. 앞 시대의 유산들이 여전히 엄청난 역사적 부담으로 남아 있읍니다. 우리의 현실은 분명 민주화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온갖 구조적 모순과 갈등으로 찢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첫째로 나라의 분단이 만들어 낸 민족 간의 단절과 대치가 이른바 민족갈등을 심화시켜 왔읍니다. 둘째로 6․29 선언 후 노동쟁의가 폭발함으로써 계층갈등이 악화되고 있읍니다. 세째로 지역 간의 갈등이 양대 선거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났읍니다. 네째로 세대 문제는 단순히 나이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이념과 맞물려 있음을 우리는 지난 6․10 남북학생회담 때 실감할 수 있었읍니다. 이런 네 가지 구조적 갈등이 한꺼번에 분출했던 일은 우리 역사에서 일찌기 보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 시대를 저는 역사의 총체적 진통기로 보고 있읍니다. 민족갈등 지역갈등 계층갈등 그리고 세대갈등이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읍니다. 이러한 불안을 치유하는 방법은 전 시대의 비민주적 유산을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시대를 여는 길뿐입니다. 저는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는 정국안정을 위해서도 이 같은 비민주적 유산을 말끔히 청산하는 것이 선결과제임을 다시금 언명해 두는 바입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우리 민주당은 독재권력의 유산을 청산하고 민주질서를 정착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임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 당은 국내에서 반민주적 역진세력들을 민주적으로 제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읍니다. 무엇보다도 전 시대의 악법과 제도를 해체하는 일에 우리의 지혜를 모을 것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극우든 극좌든 그 어떠한 세력도 제도의 옷을 입고 있든 길거리에서 일어나든 그 어떠한 폭력도 우리의 민주혁신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 둡니다. 이제 우리의 정치현안에 잠시 주목합시다. 13대 국회는 한국정치사에 있어 분수령적인 업적을 남겨야 할 책임을 국민으로부터 수임받고 있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3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첫째 과제는 전 시대의 모든 비민주적 제도와 장치를 해체하는 일이며 나아가 새로운 민주정치 구조와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이 일을 위해 먼저 7개 특별위원회를 활발하게 운영해야 합니다. 7개 특위는 여야 모두의 공통된 과제이며 특위의 원활하고 성실한 운영이 13대 국회의 민주화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많은 문제들 중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특히 중요한 문제는 제5공화국 비리 문제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첫째, 그 비리 부정부패를 자행한 범죄의 주체가 공권력 자체였거나 공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법과 제도의 옷을 입고 자행했던 비리요 범죄이므로 그 내막을 가려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 비리와 범죄를 더욱 철저하게 규명해야 합니다. 둘째, 이 같은 부정과 비리가 통치권의 이름 밑에 저질러졌다는 사실입니다. 어찌하여 그 막강한 통치권 행사를 개인과 사사로운 친․인척들의 더러운 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었다는 말입니까? 우리는 이 나라를 정치적 야만국가로 전락시킨 국가위신의 손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그 손상의 원천인 통치권 행사의 실태를 정확히 밝혀내어야만 합니다. 저는 국회특별위원회가 전두환 정권의 비리 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먼저 전두환 씨 자신이 자신과 가족은 물론 친․인척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밝히고 부정한 재산 모두를 국민에게 되돌려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입니다. 전 씨와 그의 가족이 치부한 국내외에 산재해 있는 모든 재산을 국가에 내어놓는다면 이것으로 우리 국민 가운데 내 집 마련을 못 한 많은 영세민들의 주택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만일 전 씨가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데 대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한다면 아마도 많은 국민들은 전직대통령에 대한 처벌을 유보하자고 주장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 씨가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전직대통령이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노태우 대통령이 비호하려 든다면 그것은 민의에 대한 배반이요 도전임을 경고해 두는 바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전두환 씨와 그 일가가 부정축재 한 재산을 국가에 반납하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것만이 정국을 안정시키는 유일한 길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광주민주항쟁의 진상은 지체 없이 밝혀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민주발전 그리고 역사의 전진을 위해 광주 문제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읍니다. 이 문제의 진상조사를 위한 특위구성안이 국회에 제기된 이래 우리는 이 사안의 본질 문제는 실체적 진상규명에 있다고 강조해 왔읍니다. 또한 우리는 80년 5월의 광주항쟁은 그 진실이 밝혀지면 이 사건이 당시 일부 정치군인의 정권탈취 기도에 항거하여 일어난 민주항쟁이라는 일치된 시각이 정립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온 것입니다. 나아가 광주민주항쟁은 4․19 그리고 79년의 부마항쟁과 함께 역사 속에 큰 교훈으로 남게 될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역설해 온 바와 같이 저는 이 모든 문제를 결코 정치보복적 차원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의 차원에서 다룰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 둡니다. 친애하는 의원 여러분! 국회의 또 하나의 기본적 과제는 민주적 법질서를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민주화를 위한 첫걸음은 권력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된 각종 반민주법률을 개폐하고 공권력의 중립성을 확립하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읍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과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사회안전법 등에 내포되어 있는 독소조항이 우리들 민주시민을 억눌러 온 사실을 아픈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읍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를 ‘전투와 공작의 차원’에서 해방시켜 ‘대화와 참여의 차원’으로 이끌어 올리는 일입니다. 비민주적 통치권의 반민주적 행사가 상당부분 현재의 안기부와 보안사의 조직과 운영에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때 저는 안기부의 명칭과 그 조직과 운영의 근본적 변경이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합니다. 보안사의 공작적 활동도 선량한 절대다수의 군인들에게 불명예를 안겨 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읍니다. 군의 만능적 정치개입이 주로 보안사의 활동과 직결되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읍니다. 두 기관은 이렇듯 구조악의 본산이었을 뿐 아니라 지난 양대 선거에서는 선거부정을 지휘 총괄하는 일까지 수행한 무소불위의 권부였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안기부는 대외 대북한정보의 수집과 분석에만 전념해야 하며 일부 잘못된 정치군인들에 의한 정치개입의 통로를 영원히 차단하기 위해 보안사의 구조와 기능은 원래의 수준으로 되돌려져야 한다고 굳게 믿는 바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아직도 군의 정치적 중립을 깰 수도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환상을 갖거나 이런 환상을 정치적 위협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극단세력이 있다면 이것은 국군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상실시키는 반역임을 엄숙히 경고해 두는 바입니다. 최근 우리는 사법부의 자각을 보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희망을 새롭게 했읍니다. 독제권력의 완성은 언론과 사법부의 장악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역사는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읍니다. 우리는 사법부의 진정한 권위가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자유언론을 넓혀 나갈 책임이 우리에게 있읍니다. 아직도 TV는 그 공공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기보다는 언제든지 정부통제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회는 방송이 국민의 것이 되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만 합니다. 존경하는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전환의 시기입니다. 통일 문제는 더욱더 대전환이 요구되는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통일은 민족의 비원이며 민족의 통일 없이는 진정한 민족공동체의 완성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의 구축도 있을 수 없읍니다. 우리는 80년대 후반에 닥치고 있는 전환의 물결 속에서 통일의 전기를 능동적으로 포착하는 슬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통일논의의 민주적 개방을 주장하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충만해 있는 현상입니다. 젊은 학생층도 북한의 올림픽 참가 문제를 계기로 통일논의의 전면에 나섰고 마침내 대북접촉에도 일익을 맡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데까지 이르렀읍니다. 학생들의 6․10 남북학생회담 제의는 오랜 금기로 되어 왔던 통일논의의 장벽을 허물고 통일 문제를 국민적 관심사의 전면에 부상시킨 것이 사실입니다. 학생들이 제기하고 있는 남북학생회담에 대해 우리 민주당은 학생을 포함한 각계각층과의 대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모색할 것이며 그런 합의의 바탕 위에서 남북 간의 학생교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학생들도 그들의 동료 학생들과 활발한 토론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통일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기본임을 인식하고 현실성 있는 통일운동 곧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운동으로 창조적 전환을 하도록 당부하는 바입니다. 의원 여러분! 저는 79년 6월 야당의 총재로서 외신기자회견에서 통일의 기본방침을 밝힌 바 있읍니다. 첫째, 통일의 주체세력은 민주세력이어야 한다. 둘째, 통일의 과정도 민주적 과정이어야 한다. 세째, 통일조국의 체제도 진정한 민주체제여야 한다는 3원칙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3원칙은 지금에도 적절하다고 믿습니다. 최근 당국은 통일논의는 개방하되 대북한 접촉 창구는 정부로 단일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읍니다. 바로 이러한 자세가 그전에 견주어 진일보한 것으로 봅니다마는 저의 통일 3원칙에서 보면 이것을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오직 민주세력만이 민주통일을 추진할 수 있읍니다. 이것은 오직 민주정부만이 조국통일의 주체세력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 정권은 이를 깊이 인식하여 진정한 민주화 실천으로 민주통일의 초석을 마련해야만 할 것입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앞으로 2개월이 지나면 이 시대가 맞고 있는 최대의 행사인 올림픽이 개최됩니다. 저는 국민의 지지가 한마음으로 모아져 올림픽이 평화의 축제 세계인의 제전이 될 것으로 믿는 바입니다. 우리 민주당은 올림픽이 단순한 체육행사로 끝나지 않고 공산권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그것이 이 땅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한반도 지도를 펼쳐 놓고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태평양 건너 저 멀리 떨어진 미국은 마치 바로 옆에 있는 나라처럼 생각해 왔읍니다. 동시에 소련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요 중국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로 우리들은 믿어 왔읍니다. 우리의 이념의 지도에서는 미국은 곁에 있고 소련과 중국은 너무 멀리 있다고 생각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과 일본 등 우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함은 물론 소련 중국과도 새로운 시각에서 관계를 모색해야 할 역사적 요청 앞에 우리는 서 있읍니다. 바로 이 두 나라는 앞으로 2개월 지나면 올림픽 관계로 우리 땅을 밟게 됩니다. 이제야말로 북방외교를 새로운 시각에서 재정리하여야 할 그러한 입장에 우리는 처해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각은 외교에 있어서 냉전문화의 창조적 극복을 뜻합니다. 외교적 차원을 떠나서도 냉전문화는 온갖 정치․문화적 억압 경제적 편중의 이념적 구실로 작용해 왔기에 이것은 극복해야 할 부끄러운 유산입니다. 우리 외교활동의 주체가 세계적으로 보아 비민주적 정권이라고 알려졌을 때 그 활동은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성공해도 일시적일 뿐입니다. 그러기에 외교는 내정의 연장입니다. 민주화된 정권만이 정당하고 효율적인 외교정책을 입안할 수 있고 또 성공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민주정부는 결코 외교통로를 독점하지 않습니다. 저는 민주당의 총재로서 대북외교의 한 돌파구를 마련할 용의가 있읍니다. 먼저 남북관계의 충실한 개선을 위해 책임 있는 인사와는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라도 만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해 둡니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외교지평의 확장을 추진하기 위해 북경과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책임 있는 실세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일에 나설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해 둡니다. 이와 더불어 민주통일과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교류에 보탬이 된다면 평양을 직접 방문하여 진정한 민족화합의 새 장을 열고자 합니다. 바로 저의 이러한 뜻을 당국은 구태의연한 냉전의 논리로 보지 말고 세계사의 새 흐름의 시각에서 보아야 할 것임을 말해 두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지난 1년간 계속되고 있는 노사갈등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읍니다. 오랫동안 부당한 노동통제정책으로 생존권적 기본권을 유린당해 온 노동자들이 기존의 어용노조를 불신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노조를 형성하여 그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투쟁하는 상황을 우리 민주당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읍니다. 이제 경제적 중진국 수준을 뛰어넘으려고 하는 이때 노사관계도 보다 민주화되고 선진화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사용자 측은 구사대나 어용노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해 온 그 원시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히려 대표성을 지닌 강력한 민주노조의 존재가 노사 간의 협의를 용의하게 하고 비생산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또한 정부도 공평한 중재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데 적극 나서야만 합니다. 저는 강력하고 건전한 자율적 민주노조와 사용자 간의 공생공존의 관계가 하루속히 정착되기를 진심으로 촉구합니다. 의원 여러분! 정치의 안정은 경제안정을 바탕으로 이룩되는 것입니다. 저는 최근 지난 양대 선거의 후유증이 물가고로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며 물가불안이 올림픽 후에 사회불안 정치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읍니다. 정부는 전체 물가기조를 바로잡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을 특별히 부탁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지금 정치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경제민주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사람을 경제발전의 수단이나 도구로 생각하는 경제제일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의 도구화가 아니라 보편적 삶의 질을 고르게 향상시키는 인간의 자유화 및 평등화가 되어야만 합니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인, 기업인 등 모든 주체들은 그들의 능력과 노력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만 합니다. 경제개발의 이름으로 자행되어 온 독점과 특혜 정경유착과 부패구조는 이제 완전히 청산되어야만 합니다. 대기업과 힘 있는 자에게만 유리한 현행 조세제도는 개혁되어야만 합니다. 독점의 규제와 왜곡된 분배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도 조세개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혜와 비리의 온상이 되어 온 금융구조도 개편되어야 합니다. 온갖 금융부정과 부실기업파동을 초래한 장본이 다름 아닌 관치금융입니다. 때문에 금융의 자율화는 반드시 필요하여 경제민주화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독립이 되어야 하고 배급금융은 자율금융으로 전환되어야만 합니다. 특히 우리 민주당은 역대 정권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최근에는 외국의 농축산물 도입으로 최대의 피해를 입고 있는 1000만 농민들의 권익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독과점의 횡포가 적절히 견제되고 개발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중소기업과 농민 성장과실의 분배에서 차별받았던 노동자와 도시 영세민들이 조세와 금융복지의 혜택에서 보다 고른 기회균등을 보장받을 때 우리의 경제민주화는 비로소 의미 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 민주당은 이 같은 경제민주화를 통하여 전 국민의 중산층화를 이룩하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이제 교육에 대한 저의 소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을 사람다운 존재로 가르치고 길러 내는 일입니다. 사람다운 존재란 혼자 잘 살려는 이기적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잘 살려고 노력하는 도덕적 존재입니다. 경쟁에 이겨 혼자 좋아하는 존재보다도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공동체적 인간을 길러 내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인간관이 모든 가치관의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슴 아프게도 한국의 교육은 경쟁에 이기는 데만 매달리게 만들었으며 격심한 경쟁에서 패배하거나 탈락할까 염려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나게 만들고 말았읍니다. 어느 나라나 강압적 비민주정부는 교육을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교사와 교수의 권위를 박탈하고 맙니다. 이 땅에 인간교육과 인격교육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 첫걸음으로 모든 교육기관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며 학원 내의 학문적 활동은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의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13대 국회는 한국정치사에 있어 잃었던 정치인의 권위를 회복하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 땅에 오래전부터 정치불신의 풍토가 조성되어 왔읍니다. 특히 구정치인의 부패를 추방하겠다고 국민과 세계 앞에 당당히 약속했던 군부세력이 오히려 부패와 부정을 확대 재생산하여 왔읍니다. 그 군부정치세력이 더욱 추악하게 부패해 왔고 국민들을 더욱 악랄하게 탄압해 왔기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정당에 대한 경멸은 더욱 깊어졌읍니다. 더우기 공작과 전투식으로 정치게임을 펼치면서 공포와 폭력을 제도화하여 국민을 통치해 갔을 때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감증과 냉소주의는 더욱 깊어 갔읍니다. 국민은 침묵으로 순종하는 듯했읍니다. 그런데 이 침묵을 집권세력은 조용한 다수의 동조와 동의와 지지로 착각하고 마음 놓고 부정과 비리 그리고 인권탄압을 감행해 왔읍니다. 국민의 전폭적 불신과 냉소주의가 그 침묵 뒤에 있음을 보지 못한 채 안심하고 온갖 부끄러운 비민주적 횡포를 자행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침묵하지만은 않았읍니다. 국민은 수세의 자리에서 벗어나 공세의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마침내 6월 항쟁을 통해 6․29 항복 선언을 쟁취해 낸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과거의 악법으로 감옥에 갇혀 있는 양심수 확신범들이 허다하며 오늘 정부가 행한 구속자 석방도 극히 일부에 그쳐 국민을 또다시 실망시키고 있읍니다. 저는 새로운 역사 새로운 정치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정부의 반민주적 관행에 의한 부분 석방이 아니라 양심수를 전원 석방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입니다. 이 일은 정국의 진정한 안정을 위해서도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됩니다. 저는 오랜 정치생애를 지나오면서 무릇 정치의 요체란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고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것이라고 믿어 왔읍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국을 안정시키고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면 어떠한 희생도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입니다. 정부도 무엇보다도 이를 위해 진실된 자세로 민의에 승복하여 참된 민주화의 길을 걸어가기를 부탁합니다. 의원 여러분! 저는 새 역사로 향해 열려 있는 문을 막 통과했지만 새 역사의 지평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 서 있다는 느낌을 숨길 수가 없읍니다. 우리가 여기에 모여 있는 것도 지난 사반세기에 걸친 군사문화와 제도를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질서를 확립하여 새롭게 열린 시대의 문을 통해 불투명하게 보이는 새 역사의 지평을 보다 선명하게 전환시키도록 민족과 국민과 역사로부터 초대받았기 때문입니다. 의회는 민주화의 주역이며 이 의사당이 국정의 중심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정치적 신뢰를 회복해야 할 책임을 함께 나누고 있읍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국민들이 우러러볼 존경의 대상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읍니다. 이제 우리는 이 같은 권위의 공백이 지난 사반세기 동안의 군부권위주의에 의해 확대되어 왔음을 통감하고 진정한 권위를 훼손해 온 권위주의통치를 이 의사당에서 새롭게 말끔히 추방하는 운동에 앞장서야만 할 것입니다. 이 시대의 국민과 특히 젊은 세대들은 민족적 지도자의 품위를 지니고 있는 정치지도자들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밖으로 민족동질성을 회복시켜 통일의 문을 열고 안으로 국민공동체를 형성하여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의 불신과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민족적 민주적 정치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은 이렇게 신뢰받고 존경받고 사랑받는 정치인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13대 국회가 역사와 민족과 국민으로부터 수임받은 사명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영욕이 점철된 이 거대한 역사적 의사당 안에서 우리 모두는 민주정치의 유산을 우리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남겨 줄 수 있는 새로운 민주국회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이제 세계의 눈과 우리 민족의 귀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날카롭게 지켜보고 듣고 있음을 잊지 말고 그리고 역사의 입이 우리의 행적을 반드시 증언할 것임을 엄숙하게 기억합시다. 긴 시간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13차 본회의는 내일 오후 2시에 개의하겠읍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써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