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계속 상정합니다. 그러면 자유민주연합의 총재이신 박태준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하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 년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역사의 분수령에서 새 시대를 위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냉철한 판단력으로 가리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세기에 우리 민족이 일찍이 겪어 보지 못했던 많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우선 왕조시대가 민주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쇄국주의가 ‘세계 속의 한국’을 자랑하는 오늘로 변했습니다. 보릿고개와 초근목피의 찌든 가난이 사라졌습니다.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이행되고 복장과 주거, 교통, 통신, 언어생활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지역감정의 농도는 종전의 범상한 수준에서 지금은 국가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영향 끼칠 정도로 두드러졌습니다. 사람에게 성씨와 본관을 묻던 세태도 출신지와 출신교를 묻는 세태로 되었습니다. 도리와 청백을 존중하던 기풍이 쇠퇴하고 능률중심과 황금만능주의가 세인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부패와 과소비를 걱정하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일, 국토분단과 동족상잔이라는 시련을 반세기 넘어 앓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변화 중에는 우리에게 바람직한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물론 바람직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도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역사의 고비인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저는 오늘 이런 감상을 뇌리에 새기면서 국정에 대한 몇 가지의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통일안보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먼저 베를린 합의, 페리보고서 등 최근에 관심을 불러일으킨 일련의 사태진전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의 대남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음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바로 얼마 전 북한은 우리가 내민 대화의 손길에 무장간첩선 남파와 서해도발로 응했으며 우리가 보낸 비료지원에 금강산 관광객 억류로 답했습니다. 미국과 협상하되 남북한 당국자 간 대화를 기피하는 그들의 기존 자세에도 여전히 변화가 아직 없습니다. 미사일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발사를 중단한 것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북한이 미사일의 개발과 배치 및 수출을 중단할 때 비로소 한반도 평화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게 될 것이며, 전 세계적 미사일 확산 도미노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질 것입니다. 페리보고서를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페리 조정관 본인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밝혔듯이 페리보고서는 무조건적인 유화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이고 상호주의적인 접근을 통하여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당연히 북한이 거부할 때에 대비하는 대응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여 국가안보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때문에 저와 자민련은 북한이 하루빨리 소모적인 대결정책을 버리고 공동번영의 길로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가안보를 확인하고 또 확인함으로써 안보정당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남북화해를 적극 지지하되 국가의 안전장치를 포기하거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대북정책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합니다. 다음은 정치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반세기 전 국권을 회복하고 정부를 수립하면서 민주정치를 대원칙으로 선택했습니다. 국민들의 기대도 대단했고 또 국민들의 열성적인 성원도 있었습니다. 그 후 50년, 이제 난숙기에 접어들어야 할 우리의 민주정치는 그러나 매우 안타까운 현실에 당도해 있습니다. 민주정치 자체에 대한 국민의 성원과 기대는 여전히 뜨겁지만 그것을 실행해야 하는 우리 정치인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증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현실일 것입니다. 국민이 정치를 잘못 이해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국민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주장하겠습니까? 저는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한 정당의 대표자로서 국민 여러분에 대해 참으로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 그리고 그 정치인들의 모임인 여러 정당은 필연적으로 상호경쟁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직분이고 또 목표도 같으므로 그 경쟁은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이어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국리민복이라는 같은 방향을 향해 나란히 뛰는 같은 달리기 선수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는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쓰러지는 로마제국식 격투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정치인 모두는 지난 일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과연 공동목표를 향해 선의의 경쟁을 해 왔는가? 앞을 보고 열심히 뛴 것이 아니라 옆 선수의 발을 걸어 쓰러뜨리는 데 오히려 더 열중하지 않았던가? 이런 점을 겸허하게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국민 여러분께도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 정치인 개개인의 심성과 자질 자체가 처음부터 국민 여러분의 불신을 받을 만큼 잘못돼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도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은 분들이 많고 또 국민 여러분의 손에 의해 검증도 거친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정치는 왜 이러한가? 이 반문에 대하여 저는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겠습니다. 정치인들의 사람됨을 탓하기보다는 제도보완을 통하여 문제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더 능률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인의 잘못된 책임을 다른 데에 전가하자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제도를 정하는 것도 정치인의 책임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정치인이 져야 하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오늘날 정치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에 대해 소리 높여 강조하시는 것도 같은 취지라고 저는 믿습니다.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을 포함한 오늘의 정치관련 제도는 국민 여러분이 우려하시는 정치의 어두운 측면과 밀접한 인과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지금의 정치제도가 그대로 있는 한, 정당과 정치인이 아무리 바뀌어도 현재의 정치행태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국민의 질책과 탄식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한국 정치의 보스체제를 비판하고 공격하는 소리들이 정치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있을 수 있는 비판이고 있을 수 있는 공격입니다. 그러나 보스체제는 지역주의에 뿌리박고 있으며,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보스체제가 청산된다는 이치를 우리 국민은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보스체제만을 문제 삼는 주장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보스체제의 토양인 지역주의의 청산을 함께 외쳐야만 설득력이 생깁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보스체제는 청산되지 않습니다. 보스의 성씨만 바뀔 뿐이지요. 한국 정치의 고질인 지역주의를 수술할 의사, 한국 정치의 고비용 저효율을 수술할 의사는 바로 우리 국회의원 자신들입니다. 공동여당이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전환하고 완전무결한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한 정치개혁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소명을 다하자는 것입니다. 현재의 선거제도가 파생시키고 있는 폐해는 국민 여러분께서도 너무나 잘 아실 것입니다. 좁은 지역에서 한 사람만을 뽑는 선거는 어떤 불법과 금력과 무리를 다 동원해서라도 우선 당선되어 놓고 보자라는 절박감을 모든 후보자에게 심어 주었습니다. 생사를 건 이러한 선거는 전국의 모든 선거구를 엄청난 타락현상으로 물들게 했습니다. 정견발표․정책대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음해와 인신공격, 금품살포가 선거운동의 주류를 이루어 왔지 않습니까? 이런 경향은 최근 와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선거법상 금지된 금품제공으로 인해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국회의원의 수가 14대 총선 이전까지는 1명도 없었습니다. 15대 국회에 들어와서 무려 7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이를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폐해가 선거현장에 국한되지 않고 중앙정치무대로 직결, 증폭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화정치 실종과 사생결단식 극한대결, 흑백논리와 중상모략이 판치는 각종 발언과 성명, 지역감정을 촉발해서라도 특정지역의 당선자를 독점하겠다는 정략적 발상 등은 이러한 선거풍토가 낳은 산물의 일례일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슴 아픈 것은 국민께서 귀중하게 던지신 표의 50% 이상이 쓸모없는 사표가 되어 국정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속에서 유능한 신진인재들이 2, 3위권으로 밀려나가 정계입문이 좌절되는 애석한 현상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점을 생각해서 이제 우리는 백년, 아니 천년을 내다보는 선택을 해야 하겠습니다. 고통스러울지 모르나 그것은 우리 정치, 우리 국민을 위한 고통입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않는 정치를 할 것인가 진지하게 숙의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부패척결에 있어서도 정치권의 선구적인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무슨 진리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현상입니다. 이 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부패의 공범자로 규정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 말을 부끄러워하는 사회로 가야 합니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분들의 삶에 끊임없이 배신감을 안겨 준 시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우리 정치가 그 일에 솔선수범을 실천해야 합니다. 다시는 정경유착이 없어야 하고, 정당과 정치인은 반드시 합법적 범위 안에서 깨끗한 비용으로 정치를 해야 합니다. 부패의 온상이 되어 온 돈 많이 쓰는 선거, 그리고 또 돈 많이 드는 정치, 이 낡은 구조를 깨뜨리는 일에 우리가 과감히 나서야 한다는 간곡한 호소를 드리는 바입니다. 20세기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기필코 정치개혁을 완수해 냅시다. 다음은 경제문제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경제는 위기를 벗어나 경기가 회복되어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탄한 선진 산업경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도처에 산적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실물경기의 호전과는 달리 대우사태와 투신사의 부실에서 야기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그것이 실물경제 쪽으로 옮겨 와서 상황이 다시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모든 문제에 관해 투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금융부실을 정리함에 있어서 선의의 일반국민들에게 피해가 미치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특별히 유념하셔야 하겠습니다. 재벌의 구조조정은 경제 재도약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새로운 세기의 한국 경제가 희망의 출구로 나가는 통로인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재벌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대우사태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듯이 국민과 약속한 지침에 따라 재벌 스스로가 사업의 전문화, 부채의 축소,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을 더욱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최근의 재벌의 내무거래와 세무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아직도 법과 규범을 지키지 않는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금년 들어 소비가 늘어나서 실물경기를 부추기고 있으나 소득증가율을 앞지른 소비증가, 소득불균형이 심화된 상태에서 일부계층의 지나친 소비행태도 지양되어야 합니다. 고용 면에서도 경기상승을 반영해서 실업률이 5.6%로 낮아지긴 했습니다만 구직을 포기하여 실업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사람이 약 6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직장에서 상용근로자는 줄고 임시 및 일용근로자는 늘어나는 등 고용불안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따라서 일자리창출과 실업구제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물가는 전체 지수 면에서 금년 들어 1% 미만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서민이 자주 소비하는 품목만 골라서 통계를 내면 생활물가는 3% 이상 올랐습니다. 더구나 소비자가 월 1회 이상 구입하는 품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5% 이상 상승하고 있어 중산층과 서민의 고통을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원유와 기초원자재의 국제가격 상승 등 불안요인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경상수지 면에서도 금년 들어 수입이 급증하고 수출은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서 경상수지의 흑자 폭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돈의 흐름이 크게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주시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시절 정부는 재벌들에게 투신사를 허가해서 사실상 재벌의 금융장악을 허용했습니다. 24개나 되는 종합금융사들을 신규 인가했으며 그들이 외환업무까지 관장하게 만들어 엄청난 부실을 국민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금융실명제의 여파로 돈의 흐름은 더욱 왜곡되었습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약 120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가 있습니다. 돈의 흐름이 왜곡되면 경제혼란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사회의 풍속을 크게 해칩니다. 그렇지 않아도 IMF사태의 후유증으로 인해서 시중자금들이 불건전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런 왜곡된 돈의 흐름은 투기를 부추기고 건강한 정신을 허탈감에 빠뜨립니다. 국가 채무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국가 채무는 44% 늘어나서 금년 말에 정부가 갚아야 할 직접채무와 보증채무가 약 2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GDP 대비 약 37%의 수준이며 국민 1인당 부담액이 430만 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물론 근본원인은 외환위기에 있습니다. 그 이후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에 들어간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국가 채무는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심각하게 보아야 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채무요인이 더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대우사태 수습, 투신사의 정상화 등에도 막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이 불가피하게 보입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국무위원 여러분! 우리 경제는 일단 위기를 넘어섰지만 순항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재벌개혁의 완수, 돈이 흐르는 질서의 확립, 국가 채무의 GDP 대비 30%선 인하, 이것은 앞날의 파도를 다스리기 위한 최소한의 기상조건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올바르게 인식하고 지혜를 모아야 하며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더 많은 부의 창출을 위한 국제경쟁력 있는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반기업적인 분위기, 그리고 기업인의 사업의욕을 위축시키고 있는 경제현실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신바람 나는 창업과 경영환경을 조성해 주도록 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여러 선진국들은 정보와 지식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세기의 새로운 무대에서 우리는 반드시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광케이블망, 인터넷 등 정보인프라의 구축을 서둘러야 합니다. 경부고속도로의 조기건설이 우리 경제의 압축성장에서 대동맥이 되었던 것처럼 정보고속도로망을 조기에 완성하는 것은 21세기의 우리에게 정보지식산업의 고속성장을 보장하는 대동맥이 될 것입니다. 그런 반면 지난 시절에 유독 이동통신사업에 과잉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정책적 보완이 조속히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공직사회의 사기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공무원사회는 IMF 이후 연쇄적인 퇴직사태, 보수의 삭감 등으로 국민과 함께 고통을 감수하고 있습니다마는 그 영향으로 심각한 동요를 보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특히 계약직공무원제도의 도입으로 신분의 장래에 대한 기대가 허물어져 가고 있는 점을 감안, 이 제도는 최소한의 특수전문직에 제한적으로 신중히 운용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무원들이 참된 봉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정한 인사를 확립하고 처우를 공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겠습니다. 연금제도의 보완과 기금의 효율적 운용으로 퇴직 후의 생활이 보장되도록 하는 등 공직사회를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겠습니다. 교직사회도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단을 지켜 온 많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 앞에 선 교사들의 권위는 빛바랜 박제가 된 지 오래되어 교실이 붕괴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많지만 그 가운데 가장 우선 되어야 할 일은 우리의 내일을 가꾸고 있는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정신적 위로와 물질적 보상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더 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교직으로 모이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문화분야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문화예산 규모가 내년 총예산의 1%를 넘었습니다. 뜻 깊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서 주의할 것은 지나치게 문화산업에 얽매이는 경향입니다. 스필버그의 영화 한 편이 몇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수입을 올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둔감한 문화의식을 깨우는 데는 적절한 비유이지만 여기에는 문화를 상업주의에 빠뜨릴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는 문화를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이해하고 기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는 삶의 체제이며 사물을 보는 가치관입니다. 문화는 미적 가치를 옹호합니다. 부정, 부패, 부실, 흑백논리…… 우리를 괴롭히는 이 야만을 길들이는 부드러운 채찍이 바로 문화입니다. 문화는 토양이 중요합니다. 토양이 가꾸어져야 그 위에서 자생적 문화산업도 활발해집니다. 이렇게 보면 문화예산은 문화산업보다 문화의 토양 가꾸기에 더 많이 투자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시성 1회용 행사들이 문화예산의 대부분을 깎아 먹었던 과거의 문화행정은 과감히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야말로 지방자치가 소중합니다. 지역별 고유문화를 세련되게 정비하는 작업이 제대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전국의 모든 지역을 국제적 관광자원으로 격상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지역별 문화활동도 적극 장려되어야 합니다. 이 일에는 기업들의 자발적 후원도 소중합니다. 정경유착으로부터 해방된 기업의 여유가 ‘메세나 정신’으로 발전된다면 보람찬 문화적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근래에 들어와서 기능을 경시하는 풍토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되어도 인간은 물건을 만들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물건을 만드는 재주와 능력 이것이 바로 기능입니다. 기능올림픽에서 우리는 독일과 일본을 앞지른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다시 기능인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천부적 소질을 계승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제도적 보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걸어온 반세기의 발자취는 비록 부분적으로 개선할 점이 몇몇 있다 하더라도 큰 물줄기로 본다면 정도와 성취의 역정이었습니다. 길게 설명을 드릴 것도 없습니다. 나라의 지위는 확고해졌고 국민의 삶의 질도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그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광복 직후 앞이 안 보이는 이념적 혼돈과 국제정세의 혼미 속에서도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삶의 방식으로 용감히 선택했고 이후 6․25를 비롯한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이를 안전하게 수호하면서 근대화와 산업화에 매진하여 왔습니다. 우리가 흘린 피와 땀, 바로 이것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비결입니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의 진실입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치들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우리 모두가 체험하고 목격한 진실은 흔들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우리 민족사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훼손하는 주장들이 최근 일부에서 등장하고 있음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역사를 왜곡시킬 위험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민족적 긍지에 대한 중대한 자해행위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다른 길을 걸었다면, 그리고 자신을 굳건히 지켜 내지 못했다면 오늘 우리의 삶이 어떠했겠는가 상상할 때 실로 가슴이 섬짓해 옴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와 자유민주연합 동지들은 피땀 어린 고난의 발걸음에 참여했던 시대의 증언자로서 역사수호의 막중한 책무가 두 어깨에 걸려 있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건전보수세력의 대변자임을 다짐해 온 저희 자유민주연합은 더욱 눈을 크게 부릅뜨고 맡겨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리고 공동정권인 ‘국민의 정부’의 한 축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입니다. 나라의 부름에 심신을 아낌없이 바쳐 오신 국민 여러분! 경제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오신 국민 여러분! 그리고 시국이 염려스러워 애를 태우시는 많은 국민 여러분! 여러분 곁에 바로 우리 자민련이 있음을 말씀드리면서 여러분의 배전의 성원과 격려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제8차 본회의는 내일 오전 10시 정각에 개의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