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계속 상정합니다. 오늘은 평화민주당을 대표해서 동당 총재이신 김대중 의원으로부터 연설이 있겠읍니다. 김대중 의원 나오셔서 연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의장,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먼저 이 자리를 빌어서 6․25와 4․19 그리고 5․18의 희생을 위시하여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서 목숨 바친 모든 영령들의 명복을 비는 바입니다. 저는 1972년 유신쿠데타로 의사당을 물러난 지 16년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섰읍니다.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수차례에 걸친 죽음의 고비와 감옥생활, 해외망명, 연금 등의 시련과 수난 속에서 헤매던 이 사람을 다시 일으켜서 제1야당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서게 한 것은 역사의 정의와 우리 국민의 위대한 힘의 덕택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이를 생각할 때 무한한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가 지금 처한 정국의 복잡함과 험난함을 생각할 때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숨김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와 같이 상반된 두 가지의 심경을 안고 이 자리에 섰읍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를 빌어서 제가 우리 민족을 어떻게 보며 오늘의 세계사 방향을 어떻게 보는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고 앞으로 전진할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저의 소신을 역사와 국민 앞에 증거하는 엄숙한 심정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 민족은 어떠한 민족입니까? 한때 전 아시아대륙을 지배하던 몽고족은 그 대부분이 중국화되었읍니다. 300년 청나라를 중원천지에 세웠던 만주족도 모조리 중국화되었읍니다. 그러나 2000년 동안 중국의 막대한 영향을 모든 분야에 걸쳐 받아 온 우리 한민족만은 중국민족과 엄연히 다른 독자성을 가지고 세계에서 열두째의 큰 민족을 형성하면서 지금 이 땅에 살고 있읍니다. 기적 같은 자주성과 저력을 보인 민족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외세에 대한 저항과 타협을 적절히 구사하여 민족의 존립을 지켜 냈읍니다. 자랑스럽게도 우리 민족은 자주적인 동시에 평화적이고 도덕적이면서 교육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민족이었읍니다. 그리하여 20세기 후반의 오늘에는 민족역사상 가장 높은 상승에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읍니다. 세계사는 지금 400년에 걸친 유럽과 미국 중심의 대서양시대를 마치고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전개되는 아시아․태평양시대에 접어들고 있읍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그의 한 주역이 되도록 영예로운 초대를 받고 있읍니다. 이 초대에 응하여 역사의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현재 우리가 처하고 있는 국내 그리고 남북 간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에 성공할 수만 있다면 교육수준이 높고 성취동기와 실천능력에 찬 이 민족은 반드시 내일의 세계사의 한 주역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입니까? 20세기의 세계사는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자유와 정의의 한 묶음 실현’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자 꾸준한 전진을 하고 있읍니다. 산업혁명 이래 자유만을 금과옥조로 내세우다 강한 저항에 부딪친 서방세계는 20세기 초두 영국 노동당의 집권을 계기로 정의를 자유와 불가분의 하나로 실현시켜 왔읍니다. 러시아혁명 이후 정의를 최대의 무기로 하여 세계 공산화를 추진하던 소련 등 공산권도 자유 없는 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읍니다. 자유와 정의의 역사적 흐름은 제3세계에서도 뚜렷합니다. 2차 대전 이후 폭풍같이 휘몰아쳤던 식민지의 독립운동과 그들 신생독립국가들에 의한 ‘제3세계를 위한 정의’의 외침이 바로 그것입니다. 자유와 정의의 도도한 물결은 한국을 위시한 신생국가 내의 소외되고 고난받는 민중 사이에 일어난 각성에서도 역력히 보여집니다. 지금은 어떠한 독재정권도 국민의 자유와 정의에의 욕구를 거부할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 한국민이 할 일은 자유와 정의의 실현이라는 오늘의 세계정신을 받들고 대화해를 이룩하는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저는 여러분에게 이러한 대화해의 시대를 여는 데 적극 동참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대화해만이 국내적으로는 지금 갈등 속에 대립하고 있는 정파 간, 계층 간, 지역 간, 세대 간의 대립을 극복하는 길이며 남북 간에 있어서는 평화공존과 평화교류 속에 공동의 복리를 추구하고 장래의 민족통일에 대비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화해는 무원칙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유와 정의가 실현될 때만 진정한 화해가 있읍니다. 지금 우리 내부의 화해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양심수의 석방입니다. 민주화로 나간다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운 애국자들을 아직도 600명 이상이나 감옥에 두고 어찌 우리가 화해와 정치발전을 말할 수 있겠읍니까? 우리 당과 저는 이 자리를 빌어서 정부가 하루속히 양심수를 전원 석방하도록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사면복권과 수배자 해제도 아울러 단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오늘은 6․29 선언을 한 지 한 돐이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행했던 공약은 그 대부분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읍니다. 노태우 씨가 국민적 화해를 위해서 꼭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던 ‘공명정대한 선거의 실시, 국민적 화해와 단결,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시국 관련 사범의 석방, 기본적 인권의 최대한 신장, 지방의회의 구성, 대학의 자율화와 교육의 자치, 고질적인 사회적 비리와 모순의 과감한 시정, 지역감정의 종식’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읍니다.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당의 반성과 새로운 결심이 있기를 촉구합니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 국민이 자유를 누리려면 민주제도가 이 땅에 정착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우리는 군사쿠데타도 폭력혁명도 다 같이 반대합니다. 지난 선거에서 우리 국민이 여당에게 과반수를 주지 않은 것은 노태우 정권이 제2의 전두환 정권이 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지 즉 군사정권 반대를 위한 결단이었읍니다. 동시에 우리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과격주의에 대한 경계도 표시했읍니다. 그리고 여야 어느 정당에도 과반수 의석을 주지 않음으로써 우리에게 가장 결핍된 대화와 협상에 의한 대화해의 정치시대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읍니다. 지금 민주화를 지향하는 우리 앞에 가로놓인 문제 그리고 결코 회피할 수 없는 문제는 제5공화국의 유산청산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민주화로 나갈 수 있읍니다. 우리가 지금 수행해야 할 과제는 광주의거 진상규명, 전두환 씨 일가 부정축재 등 제5공화국 아래서의 권력형 비리의 척결, 양대 선거의 부정 조사, 제반 반민주 악법의 개폐 그리고 망국적인 지방색의 일소 등입니다. 이 중에서도 광주 문제와 비리척결 문제가 정국의 장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가장 예민하고 위험스러운 요소를 안고 있읍니다. 우리는 이 문제들을 되도록 빨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정치의 장래가 열립니다. 대화해가 이루어집니다. 정부․여당은 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십시오. 그러면 우리도 우리가 할 일을 하겠읍니다. 과연 정부․여당과 우리 야당은 각기 무엇을 해야 하겠읍니까? 첫째, 전두환 씨는 80년 광주의거 당시 실질적인 책임자였읍니다. 따라서 전두환 씨는 광주의거의 진상을 우리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히고 광주의거에 대한 부당한 탄압과 살상에 대해서 자기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것이 그래야만 신속하고 확실한 해결이 있다는 것을 저는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둘째, 전두환 씨 일가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그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만 확실하지 않을 뿐 이 부정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의 상식이 되었읍니다. 따라서 전두환 씨는 자신이 취득한 부정한 재산 국내외에 있는 재산을 공개하고 이를 국가에 반납해서 과오를 청산하는 것이 이 문제를 또한 순조롭게 해결하는 첩경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세째, 노태우 대통령은 광주의거와 권력형 부정축재의 진상을 공개해야 합니다. 정부는 백서를 발표하고 광주살상에 관계된 자들을 국민 앞에 사죄하도록 하고 부정하게 취득한 재산을 가진 자는 이것을 국가에 반납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광주 문제와 제5공화국 비리 문제가 순조롭고 신속하게 해결되고 우리 정국의 안정과 발전이 있읍니다. 이상의 세 가지 조치만이 문제를 빠르고 안전하게 해결하는 길일 뿐 아니라 전두환 씨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을 새로이 낳게 하고 구원받게 하는 길이 된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요? 그것은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당 여러분의 결심에 달렸읍니다. 지금 이 나라는 대부분의 권력기관은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박정희․전두환 양 정권에 복무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장악하고 있읍니다. 군사독재를 지탱하던 법률과 제도도 거의 그대로 있읍니다.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당 여러분의 결심과 결단 없이 야당의 힘만 갖고서는 특별위원회의 활동이나 제5공화국의 유산청산은 매우 힘듭니다. 만일 전두환 씨와 정부․여당이 제가 이상에서 권고한 바와 같이 과거에 대한 과감한 청산을 위한 결단을 해낸다면 대화해의 길은 열립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 평화민주당과 저는 당의 정강정책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어떠한 정치보복도 이를 확고히 반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할 뿐 그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막는 데 전력을 다하겠읍니다. 저는 이 일을 저의 모든 것을 걸고 관철하겠다는 것을 오늘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 여러분과 국민 앞에 엄숙히 약속하고 선언하는 바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가지고 제가 할 역할에 대해서 오랜 시일 동안 많은 마음의 갈등 속에 숙고해 왔읍니다. 저는 남북전쟁 당시의 링컨의 태도, 그의 목숨을 바친 화해의 정신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최근 프랑코 총통 이후의 스페인 정치가 이룩한 찬란한 화해의 성공에서도 배워야 한다고 믿고 있읍니다. 저는 우리 민족이 3․1 운동, 8․15 해방, 4․19, 10․26, 그 어느 때도 독립과 민주화의 목적만 추구했지 정치적 보복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큰 교훈과 용기를 얻고 있읍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저는 역대의 독재정권으로부터, 특히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가혹한 박해를 받아 왔읍니다. 그러나 저는 전두환 씨를 포함한 누구에 대해서도 증오를 품고 있지 않으며 보복을 꿈꾸고 있지 않다는 것을 제가 믿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고백하는 바입니다. 80년 제가 사형언도를 받았을 당시 저는 군법회의의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읍니다. ‘나는 이제 이 세상을 뜹니다. 그러나 80년대에는 반드시 민주주의가 될 것입니다. 그때에는 여기서 나와 같이 재판을 받고 있는 동지들 그 가족들은 내가 죽으면서 민주화가 되더라도 절대로 정치보복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나의 유언을 국민에게 전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이 저의 유언은 지금도 군법회의 기록에 있읍니다. 저는 5개 특별위원회의 활동을 통하여 부정과 죄악의 진상을 밝히고 잘못을 시정하는 데는 일 보도 후퇴하지 않겠읍니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처벌이나 정치보복은 저의 신앙 양심과 민주적 관용의 신념에서 끝까지 반대하겠읍니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안정 속에서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관용과 화해를 받아들이도록 우리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노력하겠읍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광주의거 문제와 제5공화국 비리 등 5개 특위가 맡은 임무의 원활한 해결 없이는 결코 정국의 안정이 없읍니다. 안정이 없이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도, 노태우 정권의 안전도, 우리 13대 국회의 건재도 있을 수 없읍니다. 정부도 우리 국회도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일대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저는 호소합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우리 국군에게 한마디 하고자 합니다. 평화민주당과 저는 우리 국군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담당하고 있는 국방의 임무를 매우 중요시하며 이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읍니다. 그러나 저는 군의 정치개입을 철저히 배격합니다. 30년에 걸친 군의 정치개입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아직도 유아상태에서 방황하게 하고 있읍니다. 군부정권은 경제성장의 성과를 소수의 계층과 지역에, 특정의 계층과 특정의 지역에 집중시킴으로써 지역 간, 계층 간의 격차와 대립을 심화시켰읍니다. 군부정권은 이 나라의 부패를 더욱 가중시켰읍니다. 그리고 국민의 정서와 도덕을 산산히 파괴시켰읍니다. 지난 27년 동안 만일 군부독재가 없이 그대로 민주주의체제를 유지했던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현실은 서독이나 일본에 못지않게 훌륭한 발전을 이룩했을 것입니다. 다시는 군사독재가 이 땅에 발붙여서는 안 됩니다. 국민이 이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이제는 총칼로써 국민을 다스리지 못합니다. 우리 국민은 이제 너무도 강해졌고 너무도 민주주의에 대한 결의에 차 있읍니다. 의원 여러분! 제가 또한 절실히 느낀 것은 군부독재의 가장 큰 희생자 가운데 하나가 우리 국군 그 자체였다는 사실입니다. 일선에서 국방을 위해 헌신하는 군인보다는 후방에서 정치에 개입하는 군인들이 더 출세하여 군 전체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킨 사실 하나만 보아도 우리는 군부정권이 군에게 미친 해독을 능히 알 수 있읍니다. 이제 우리는 국민과 군 모두에게 해독을 끼쳐 온 군의 정치개입을 종식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군은 가칭 ‘민주국군헌장’을 작성하여 발표하도록 저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강력히 권고합니다. 그리하면 군이 국민의 신뢰받고 사랑받는 ‘국민의 국군’으로서의 위치를 확립하도록 우리 모두가 격려하고 협력합시다. 평화민주당은 이러한 민주국군을 국민과 더불어 적극 지지하며 협력하겠읍니다. 과거에 대한 청산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지방자치의 전면적 실시, 경찰과 검찰의 중립화, 안기부와 보안사의 정치개입 단절, 경제의 민주화, 국민 각계를 대표하는 각종 이익단체의 자주성과 그 권익의 보장 그리고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등 민주주의를 튼튼히 뿌리내리는 작업을 적극 추진해야 하겠읍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제5공화국의 유산을 깨끗이 청산하여 국민의 한을 풀어 줍시다. 민주주의를 토착시켜서 국민에게 자유와 정의에의 희망을 줍시다. 그리하여 국민적 대화해 속에 우리 모두를 위한 희망찬 내일의 새 시대를 만들어 냅시다.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정의를 지향하지 않는 자유는 다수 국민의 편이 될 수 없읍니다. 국민의 자유를 억압한 정의도 소수의 횡포를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합니다. 인간의 행복에서 정의와 자유는 결코 떼 놓을 수가 없읍니다. 자유경제의 목적이 정의의 실현에 있을 때만 그 의미가 있읍니다. 그러지 못한 자유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민대중이 땀 흘리며 희생해야 할 이유가 없읍니다. 정의는 각자가 자기의 정당한 몫을 차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인은 기업인의 몫을, 노동자는 노동자의 몫을, 농민․어민․봉급자․지식인 모두가 자기의 정당한 몫을 차지할 때만 자유경제의 진가는 빛납니다. 이것이 자유경제하의 선진국들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입니다. 평화민주당과 저는 자유경제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정의 있는 자유경제만을 지지합니다. 정의 있는 자유경제는 성장․안정과 더불어 분배의 공정이 보장되는 3자 균형의 경제를 말합니다. 중소기업은 우리의 국가경제와 산업의 기반입니다. 중소기업은 사회 안정의 주축이며 고용증대의 역군입니다. 중소기업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정보화시대의 다양성에 기민하게 적응할 수 있는 경제의 선구자입니다. 우리는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합니다. 금융, 세제, 기업의 영역배분에 있어 중소기업을 대기업에 우선시켜야 합니다.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현재의 지배․피지배의 관계로부터 상호보완과 협력의 관계로 전환시키는 데 정부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를 지금까지의 일방적 군림의 관계로부터 탈피시켜 양자가 서로 동등한 동반자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주는 노동자와의 인격적인 대화 속에 그들의 정당한 권리와 임금을 보장하여 노동자들의의 자발적인 협력에 의한 기업의 안정과 성을을 가져오도록 해야 합니다. 의원 여러분! 13대 국회는 우리 의정사상 처음으로 입법부가 노동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정당한 권익을 보장해 줄 수 있도록 노동관계 법을 서구 선진사회의 수준에 버금가게 개정해 줍시다. 그리하여 2000만이나 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정치에 대한 기대와 이 땅에 대한 애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협력합시다. 우리는 또한 농촌을 오늘의 파멸로부터 구해야 합니다. 국토의 9할을 점하는 농촌이 망하면 국가의 안전은 파괴됩니다. 극도로 피폐한 농촌을 살리는 데는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합니다. 갚을 길 없는 농가부채는 전액 탕감되어야 합니다.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보장되어야 하고 재해에 대해서는 보상의 혜택이 주어져야 합니다. 농가경제에 파멸적 충격을 주어 온 외국의 농축산물 도입은 엄격히 규제되어야 합니다. 쇠고기가 모자라면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읍시다. 그러면 양계하는 농가도, 양돈하는 농가도, 소를 치는 농가도 다 이득을 보지 않겠읍니까? 저는 정부나 미국이 미국의 대한무역적자를 가져오는 데 책임이 있는 한국의 공산품 제조업자들보다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우리 농민에게 희생을 전가시키려는 정책을 강행한 데 대해서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읍니다.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나왔지만 여전히 삶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달동네에서 세상과 자기의 운명을 저주하면서 살고 있는 수백만의 불행한 동포들이 있읍니다. 8평짜리 오두막집에서 세 가구가 살고 있는 것이 그들의 보편적인 실정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주택 문제를 해결해 주고 교육과 의료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도 태양이 음지를 찾아가는 것과 같은 따스한 국가의 혜택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농가부채를 탕감하고 서민주택을 세우는 돈은 전 씨 일가 등 권력자들의 부정축재를 환수해서 충당합시다. 그래도 모자라면 20조에 달한다는 석유사업기금 등 각종 기금에서 충당하면 됩니다. 음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자유와 정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이 사천만 국민이 대화해의 광장으로 나가는 길이 됩니다.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등 소외된 계층의 참여가 없는 화해는 사상누각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주인으로 대접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그러한 시대이고 그래야 할 시대인 것입니다. 13대 국회는 시대의 흐름을 분명히 알고 거기에 우리를 바르게 적응시켜야 합니다. 그러할 때만 이 나라와 우리 모두의 앞날에는 안정과 발전이 있읍니다. 만인이 열망하는 자유 있는 정의사회를 구현합시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통일에 대해 우리는 불같은 민족적 정열과 얼음 같은 현실적 이성이 겸비된 자세 속에서 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통일 문제에 대한 시야는 명백해집니다. 그것은 지금 당장 통일은 어렵지만 남북 간에 평화공존의 체제를 실현시키고 각 분야의 교류를 진행시켜 통일에의 대로를 여는 것은 어려운 문제도 천연시킬 문제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인구가 이북의 배가 됩니다. 국민총생산은 6배가 됩니다. 우리 국민의 교육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공산주의를 바라지 않습니다. 왜 우리가 자신을 못 갖습니까? 왜 서독이나 대만이 하는 평화공존과 평화교류에의 길을 우리는 겁내고 두려워합니까? 북한공산정권이 세계에서 가장 비타협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북한공산정권이 세계에서 가장 개방에 자신이 없는 정권인 것도 사실입니다. 왜 학생들의 남북종단여행이나 체육대회를 겁내고 위험시합니까? 북한의 학생들이 와서 대한민국을 보면 그들은 그들이 받은 교육의 허구를 알게 될 것입니다. 남한의 학생들이 북한에 가면 공산북한의 실정을 알게 될 것입니다. 평화민주당은 학생들의 주장에 무조건 동조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지난번 6월 10일의 판문점행이 국민의 동의를 얻는 데 미흡했던 점에 비추어 이를 연기하도록 요구한 바 있읍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그들의 정치목적이 아닌 친선교류까지 봉쇄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믿습니다. 정부는 8월 15일로 예정된 학생들의 남북교류계획을 이번에는 막지 말고 주선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우리 정치인들은 6․25를 모르는 학생들이 제기한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 이를 회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수용하고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올림픽 문제도 그렇습니다. 저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북한의 태도는 무리한 점이 적지 않다고 믿고 있읍니다. 그러나 우리는 올림픽의 안전개최를 이룩해야 합니다. 학생과 재야 등 누가 보더라도 북한의 참가를 위해서 나무랄 데 없는 성의 있는 자세를 취했다는 확신을 그들에게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이 참가하든 안 하든 우리 국내의 범국민적 올림픽 지원태세가 갖추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는 국회가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실현시키기 위한 대표단을 각 정당의 고위간부급으로 구성하여 평양에 보낼 것을 결정하고 정부를 통하여 북한공산정권과 이를 교섭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해서 우리는 IOC가 인정할 수 있는 범위라면 어떠한 양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자는 현실적인 필요성에만 입각한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세계적인 우호와 평화의 대제전에 같은 민족의 북한만이 참가하지 않는 슬픔과 수치를 회피하고자 하는 모든 국민의 간절한 민족적 염원에 따라 이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끝으로 저는 다가오는 서울올림픽에 대한 평화민주당의 확고한 지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표명하는 바입니다. 남북의 평화정착을 위해서 남북한 및 관계국 사이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다시 남북한 사이에는 불가침조약을 맺어야 합니다. 동시에 미․일․중․소의 4대국과 유엔의 이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여 평화공존태세를 완벽하게 수립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정당․사회단체 등의 회담 제안이 올 때 과거와 같이 이를 묵살하거나 여러 조건을 내세우고 하던 미숙한 태도를 버리고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는 우리 쪽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정치인, 경제인, 문화인, 학자, 언론인 등 모든 분야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북한과의 교류를 추진하도록 고무해야 합니다. 정부는 교류를 위한 연락만 해 주면 됩니다. 남북의 민족은 서로 만나야 합니다. 만나야 상호이해가 생기고 협력이 생기고 민족적 동질성이 회복됩니다. 우리는 자신을 가집시다. 현재의 여건을 갖고서도 우리가 북한을 두려워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읍니다.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적 논의의 장을 제공하고 공동의 합의를 찾아내는 가칭 ‘민족통일범국민협의회’ 같은 국민적 기구를 창설해야 합니다. 이는 국회에 설치한 통일문제특별위원회와 병행하는 기구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각 정당과 사회단체, 학생운동단체 등 모든 분야의 대표가 참가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소리, 재야의 소리, 지식인과 근로자의 소리, 농민의 소리, 기업인과 재향군인의 소리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가 한군데서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듭시다. 정부는 현재의 관제 통일단체를 해체하고 민간주도단체의 출현을 지원하면서 그들과 같이 대화해서 통일 논의에 대한 오늘의 혼란상을 극복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적극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 간의 화해와 교류의 촉진을 위한 상징적이면서 실제적인 조치로써 비무장지대에 남북 양쪽의 국민과 학생들이 모여서 어울릴 수 있는 가칭 ‘민족공원’과 ‘통일운동장’ 같은 것을 남북의 정부가 협력해서 건설하고 관리하는 계획을 정부가 추진하도록 제안하는 바입니다. 통일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학생과 국민 사이에 일어나고 있읍니다. 거기다 미국이 과연 우리 민주주의의 벗인가, 왜 미국은 무고한 한국 농민의 희생만 강요하는 통상정책을 주장하는가 등의 회의와 비판도 일어나고 있읍니다. 저는 이러한 통일․민주․통상 그리고 핵무기와 한반도 평화 등 한미 간의 주요 관심사에 대해서 진지한 의견교환의 기회를 갖기 위해서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적당한 시기에 우리 평화민주당을 대표해서 방미의 길에 오를 계획을 가지고 있읍니다. 그리고 귀로에는 일본에도 들러 한일 양 국민 간의 진정한 우호관계의 수립에 대하여 일본의 각계 지도자들과 격의 없는 의견교환의 기회도 갖기를 희망하고 있읍니다. 우리에게는 미․일의 그릇된 대한정책을 비판할 권리가 당연히 있읍니다. 그러나 이 두 나라를 우리의 적으로 삼는 것은 우리의 국가이익에 어긋나며 다수의 국민이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또한 우리와의 통상관계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에도 많은 영향력이 있는 중국과의 관계발전을 위해서는 대만과의 현재의 외교관계를 수정할 시기가 왔다고 지적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지금 대만의 국민정부가 전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래 가지고서 어찌 중국정부와의 관계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읍니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저는 국민과 의원 여러분에게 자유와 정의의 실천을 통한 대화해의 실현을 제창하였읍니다. 국내적으로는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그리고 정파 간의 화해를 제안하였읍니다. 남북 간에도 평화공존과 평화교류를 통한 민족의 화해를 제창하였읍니다. 진정한 화해의 성취를 위하여 우리 국민과 13대 국회는 세 가지의 과제 즉 자유의 실현, 정의의 구현 그리고 통일지향적인 남북관계의 추진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읍니다. 평화민주당과 저는 만일 정부․여당이 이러한 3대 목표의 달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뜻에 따라 이에 협력하고 건전야당으로서 국정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같이 나눌 준비가 되어 있읍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저의 정치 참여의 목적은 오직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면서 사는 데 있읍니다.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저의 목적이올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번 죽음의 고비에서도 국민을 배신할 수가 없었읍니다. 저의 유일한 소원은 우리 국민의 고난과 한을 풀어 주는 데 있읍니다. 사랑하는 우리 국민이 자유가 만발하고 정의가 넘쳐흐르며 통일에의 희망이 솟아오르는 그러한 민주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저는 저의 모든 것을 희생해도 여한이 없겠읍니다. 제가 16년 만에 이 국회에 들어온 의미가 무엇이겠읍니까? 그것은 저를 핍박하고 미워하던 분과 화해하기 위해서 들어왔읍니다. 그들과도 협력해서 자유와 정의 그리고 통일로 전진하는 역사의 수레를 같이 밀고 나가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안고 이 의사당에 들어왔읍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 같이 합심해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이룩합시다. 경제성장의 기적만이 아닌 정치발전의 기적, 복지실현의 기적 그리고 대화해의 기적도 만들어 냅시다. 그리해서 13대 국회가 자손대대로 영광의 국회로 기록되게 합시다. 우리가 결심만 하면 할 수 있읍니다. 꼭 해내야 합니다. 하느님과 조상들과 모든 민주영령들이 우리를 도울 것입니다. 장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988년 6월 29일 평화민주당 총재 김대중

제12차 본회의는 내일 오후 2시에 개의하겠읍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써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