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정치에 관한 질문을 상정합니다. 질문에 앞에 한 가지 안내 말씀 드리면 교섭단체 간 합의에 따라서 오늘부터 3일간 대정부질문에 앞서 비교섭단체대표발언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o 비교섭단체 대표발언

오늘은 먼저 비교섭단체 민주당 대표의원의 발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민주당 대표이신 한화갑 의원 나오셔서 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최첨단이라고 뽐내는 물건들도 어느새 구식으로 변합니다. 우리들 생각도 그렇습니다. 어제까지는 그토록 소중했던 것들이 오늘 갑자기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부귀영화나 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집권 여당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정권 재창출에도 성공했습니다. 경제 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고 국민연금을 시작해서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을 제도적으로 정착시켰습니다. 세계 최강 정보통신국가의 토대도 만들었습니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있는 한류의 기반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섭단체도 만들지 못하는 소수정당에 불과합니다. 저 역시 얼마 전까지는 집권 여당의 대표였습니다. 어떤 행사에 가든 상석에 앉아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딜 가나 말석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기다려 주지도 않고 언론들은 저에게 주목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외롭다고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민주당 동지들도 결코 낙담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국민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노선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민주당이 머지않아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수권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 자신은 민주당의 부활과 한국 정치발전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노력할 따름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해도 변치 않는 도덕률이 있습니다. 황금률이라고 합니다.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남에게 대접 받고 싶으면 남을 먼저 대접하라”는 것입니다. 인류 성현들의 말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이 한마디로 통한다고 봅니다. 남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역지사지의 정신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무척이나 시끄럽습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고,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뉘고,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으로 나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었습니다. 서로 반목하고 질시합니다. 저마다 목소리를 크게 냅니다. 왜 목소리가 클까요? 왜 분열과 대립이 심해질까요? 그것은 정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기주장이 옳다고 믿습니다. 저마다 자기 이해가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란 이런 다양한 생각과 이해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청와대와 정치권이 오히려 특정 이념과 이해의 대변자가 되어서 국민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우리 사회가 나만 옳고 내 이익만 소중하다는 편협한 사고,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정치가 추구하는 가치도 그러합니다. 보수니 진보니, 좌니 우니 하는 이념이나 제도들은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입니다. 세계는 이미 이데올로기 시대에서 벗어나 ‘실용의 시대’를 향해 저만큼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만 아직도 소모적인 논쟁에 매달려 있습니다.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한 채 이념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낳은 결과라고 저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의 요체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치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진실한 정치가라면 한때의 유행에 따르기보다는 실용주의 정신에 입각해 민생을 위한 정치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서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민주당은 지금 뼈아픈 반성을 토대로 거듭나고자 노력 중입니다. 반독재 민주화투쟁이라는 자랑스러운 전통도, 국민의 정부 시절의 찬란했던 업적도 잠시 잊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신에 중도 실용 노선에 따라 민생을 위한 개혁에 매진하려는 모든 정치 세력, 개인과 정당, 사회단체들과 힘을 합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저와 민주당은 앞으로 한국 정치의 창조적 파괴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질책과 성원을 바랍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제적 고립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이제 미국과의 관계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친미냐 반미냐의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가 미국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논쟁을 하게 되면 끝도 없이 에너지만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초강대국인 미국은 지금도 미일동맹이나 NATO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 관계가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소중하게 지켜 나가는 것이 국익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핵 문제는 앞으로도 6자회담 틀 속에서 논의되어야 합니다. 북한이 보다 완전한 형태로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미국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해서 국제사회에 빨리 복귀하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한민족 전체를 위해서 북한 지도부가 ‘통 큰 결단’을 내려 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입니다. 남북한 교류 협력은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서 꾸준하게 확대되어야 합니다. 특히 빨리 민간 상거래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남북교류협력기금과는 별도로 ‘남북경제협력기금’을 창설하는 것도 검토해야 합니다. 또 민간 기업들이 북한에 보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대북 투자펀드’를 만들 필요도 있습니다. 국내에는 지금 450조 원에 달하는 유동자금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약 100조 원이 장기투자가 가능하다고 추정됩니다. 영국에서는 5000만 달러 규모의 북한투자 전문펀드가 조성됐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제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대북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설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가칭 ‘남북 통일사업단’ 창설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남북이 동시에 군축을 진행하면서 남는 인력과 물자를 고스란히 통일사업단에 귀속시켜 북한의 인프라 건설에 투입하자는 것입니다. 이 구상이 실현된다면 추가 재원 없이도 북한 경제를 크게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는 물론이고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과 투자를 획득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민생경제가 말이 아닙니다. 여기저기서 IMF 경제 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연정이다, 개헌이다, 선거구제 개편이다 하면서 끊임없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선거가 아직 이삼 년이나 남았습니다.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같은 문제들은 시급한 것이 아닙니다.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국회 안에 연구모임을 만들어도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잠시라도 지난 대선 때 자신을 지지해 준 국민들의 사정을 살펴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대다수 서민들은 당시보다 생활 형편이 훨씬 나빠졌다고 합니다. 정부조직만 커지고 서민들 일자리는 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서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세금 부담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민들의 경제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 대통령이 지난 3년간 추구한 개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이었는지 서민들로서는 허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국민의 정부는 공공, 금융, 기업, 노동 분야의 4대 개혁을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경제 위기를 재빨리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가 놀랐습니다. 그런데 참여정부로 바뀌면서 이런 개혁 과제들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불합리한 규제를 풀고 서민들 세금 부담을 낮추어야 합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다 철저히 환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토지, 특히 농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농민들은 농산물 개방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민들의 유일한 재산인 토지마저 규제로 꽁꽁 묶어 놓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농지규제를 대폭 완화해서 농민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합니다. 정부조직이 마구 커지고 예산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관료가 흥하면 나라가 쇠락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정부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하고, 그 재원을 사회안전망 확충에 돌려야 합니다. 탈세와 탈루를 막아서 세원을 확대하고, 재산세와 자본이득세를 강화하는 대신 유류세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세금은 인하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은 대체입법을 마련한 후에 폐지해야 합니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학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되 사학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되어야 합니다. 쌀개방 문제는 지금이라도 농민들 주장을 최대한 반영하고 충분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와 민주당은 앞으로 이 땅의 중도 실용주의 세력들을 규합해 한국정치의 새판을 짜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민주당은 해공 신익희, 유석 조병옥, 운석 장면 선생을 비롯해서 박순천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 등으로 이어지는 50년 전통의 정당입니다. 민주당 당원들은 대단한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표라는 직분은 저 개인에게 있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민주당 동지들은 이 땅의 주인 된 국민들이 원하는 국민통합과 사회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긍지와 영광마저도 아낌없이 내놓을 각오로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동료 의원 여러분! 민주당이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나거든 가차 없이 꾸짖어 주시기 바랍니다. 민주당은 한국정치의 틀을 바로잡고 민생을 돌보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서 국민 여러분들께 새로운 희망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과 나눌 희망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