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2항 1973년도 예산안 시정방침에 대한 신민당대표의 연설을 상정합니다. 그러면 신민당 김홍일 대표위원께서 연설하시겠읍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동지 여러분! 국무총리 국무위원 여러분! 작년 이맘때 내가 바로 이 자리에서 파란만장의 우리나라의 정사를 회고하면서 비교적 균형의석을 이룬 제8대 국회가 그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여러분과 더불어 정부의 협조와 반성을 요구한 바 있읍니다. 그것이 벌써 만 1년이 지났읍니다. 나는 그때 국내외 정세의 심각성과 우리 사회에 충만하고 있는 비리를 일일이 지적하여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였읍니다. 그런데 내 발언의 여운도 가시기 전인 지난 연말 비상사태의 선포와 보위법 변칙강행이라는 불상사가 연출되었으며 해가 바뀌자 반세에 걸친 여당의 국회 불참전술에 의한 국회기능 압살이라는 전대미문의 반민주적 폭행이 자행되었고 또 통일정책은 인도주의적 가족찾기에서 시작해서 문화․경제교류를 거친 후 정치해결을 시도한다고 이 자리에서 총리와 외무부장관이 언명하여 놓고 적십자예비회담이 진행 도중인 7월에 들어서자 국민을 당혹케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방적이고 굴욕적인 7․4 남북공동성명을 대한민국의 유일 절대한 진로라 규정하였으며 연이어 8․3 긴급명령이라는 폭거를 강행하여 자유경제체제의 숨통까지 막아 버리는 망발이 터지고 말지 않았읍니까? 나는 유일야당의 총책임자라는 직책상 이 자리에 나오기는 하였으나 나는 진정 이러한 사태하에서 이러한 정부에 대하여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구할 수 있는지 스스로 고뇌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입니다. 비밀의 장막 속에 어른거리는 수삼 인에 의하여 국가의 기본정책이 변동되고 전 국민의 재산권의 중요 부분이 일방적으로 유린되어도 이것을 자유민주주의사회라고 태연할 수가 있겠읍니까? 또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제도와 사상을 초월하여 민족단결 운운한 용공통일 로선의 명시인 중앙정보부장의 7․4 성명과 그 며칠 후부터 이 의사당 내에서 계속 울려 퍼진 국무총리의 믿을 수 없는 북한과의 시험적 접근의 시초에 불과하며 대내외적으로 하등의 변동이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종전의 반공고수주의와의 그 어느 쪽을 우리 국민은 믿고 따라야 할 것입니까? 나는 여러분과 더불어 지극히 비통한 회의와 고뇌 속에 잠겨 있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치졸과 독단만을 골자로 하는 조변석개 전후모순의 정부시책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무조건 동조시키기 위해서 언론과 야당의 정상적 기능을 강압 마비시키는 것이 과연 국민총화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인가? 당해 각급 책임자들의 심각한 반성과 재고를 나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동지 여러분! 격변하는 국내외정세 속에서 우리 국민은 지금 미증유의 경제위기와 걸핏하면 비상이다 긴급이다 해서 조작된 위기의식 가운데 전전긍긍하며 실질상은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한 지 오래인 이 국회를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관심 깊게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주시하고 있읍니다. 우리는 이러한 국민의 여망을 저버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젯점 가운데 몇 가지만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먼저 정치행정 분야에서 볼 때 첫째로 국민의 총화를 해치는 요인들을 시급히 제거하라는 것입니다. 도대체 정부는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인가 종잡을 수가 없읍니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걸핏하면 비상이다, 긴급이다 해서 전후좌우조차 불분명한 위급용어를 상용하다 보니 가뜩이나 여윈 국민의 가슴을 놀라게 하고 혼란만 더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이래서야 어떻게 국민의 총화를 기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위헌적이고 부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보위법을 변칙처리 실시하며 8․3 긴급명령을 발하여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함은 물론 대다수 영세국민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으니 과연 이 나라는 모 종교지도자가 저번에 지적한 바와 같이 우경인지 좌경인지도 알 수 없으며 이 나라가 민주사회인지 통제사회인지 분간키 어렵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읍니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 귀와 입을 봉하고 국민정신을 위축시켜 정부 스스로가 국민총화를 해치며 헌정질서를 사실상 말살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사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비상사태의 선언과 국가보위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재삼 요구하는 바입니다. 정부 자신은 불법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만 준법을 요구하고 사회의 정화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말입니다. 또한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8․3 긴급명령의 병폐를 최대한으로 시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둘째로 북괴 연래의 주장을 감수 타결한 것이라 보이는 소위 7․3 공동성명이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예상하고 이루어졌는지 국민은 당혹과 회의를 금할 수 없는 것입니다. 도대체 인류역사 어디에서 어느 민족이 사상과 이념과 제도를 초월해서 공산당과 자유평화 민주통일을 이룩한 사례가 있는지 정부가 명시하지 않는 한 국공합작으로 전 국토를 적화시키고 대만으로 이전케 된 장개석 총통의 혈루의 경고를 국민과 더불어 경청할 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금반 적십자 평양행에서 완전히 입증된 그쪽의 혁명엄마라는 표현의 공산당원 표시가 선행되지 않는 한 연상부녀에게 안기기조차 거부하는 4, 5세 탁아소 아동에서 시작해서 서울에 온 북적대표단 일행의 언행 특히 80세 노모가 애절하게 원하는 데에도 복잡하다는 당치 않은 말로써 이를 거절하는 것으로 보아 김일성 유일주의 지침을 일탈하여서는 말도 행동도 울지도 웃지도 못하도록 변질 고정된 북한동포의 본질을 어떻게 규정 파악하기에 안가한 센티멘털리즘으로 민족이니 통일이니 하는 구호남발과 북한영합으로 저들의 국제적 지위향상과 우방 반공친우와 이반만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또 이 성명은 사실당 민족의 양단을 영구히 고정화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권연장을 위한 권력정치의 술수인지 우리 국민들은 수많은 의혹을 갖고 있어 그 진의를 알고자 하는 것이며 정부가 이러한 의혹을 불식하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정보정치적 비밀의 장막을 거두고 허심탄회한 심정에서 솔직하게 국민 앞에 모든 것을 털어놓고 여론을 청취하고 또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국론의 통일과 국민의 총화를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세계만방에 이 나라가 독재국가가 아니라 자유민주국가임을 입증하는 길이기도 한 것입니다. 정부가 우리 국민에게 우리만 믿고 무조건 따르라고 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을 지나칠 만큼 소외시켜 왔고 실망을 주었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와 신망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된 것입니다. 국민의 귀와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 놓고 일사불란하게 복종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권리만 알았지 의무와 책임을 모르는 봉건전제주의적 우민정치와 그 무엇이 다르겠읍니까? 세째는 자유민주주의 소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정부는 마치 공산주의사회체제가 조직화되고 체계화되고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와 대적하기엔 자유민주주의체제로서는 불가능한 것처럼 착각하고 공산주의체제와 방법을 모방하려고 하는 듯하나 그실 공산주의의 강점은 바로 그들의 결정적인 약점도 되는 것을 알아야 하겠읍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강압적인 사상이나 이념은 그 자체 인간의 깊은 이념이 될 수 없고 인간을 정치적 경제적 실천의 한낱 도구나 기계부분품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강점은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국가통치에의 참여에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아는 사실입니다.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국민의 협조와 신뢰를 받는 국가는 무적의 국가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국민이 개인적으로나 단체적으로나 국가생활과 국가통합에 참여할 수 있게끔 그 기본인권과 자유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비롯해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될 때 국민총화는 물론 남북의 대결장에서 항상 승리할 수 있는 담보임을 확신하면서 위정자 여러분에게 말살되어 가는 자유민주주의의 소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를 부활시키고 정권유지나 선거거점 확보로서의 새마을운동 작전을 즉각 지양하고 이 시각 현재로 과거에 유야무야하게 얼버무렸던 악질부정축재자의 조사 처단을 위시해서 실미도군인난동사건, 대연각화재사건, 8․3 기밀누설사건 등 대소사의 진상을 소상하게 밝히고 이를 사죄함으로써 유족에게는 물론 국민들에게서 의혹을 씻고 신뢰를 받는 새 출발을 기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속된 말로 불공보다 젯밥에 더 마음이 있다는 격으로 참된 국가와 민족의 복리나 장래는 생각지 않고 일신의 영화만을 생각하여 허례허식적인 쇼우행정만을 자행한 이 정부로서는 10년 국토건설을 자랑한 위치에서 지난 8․18 폭우에 막대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가져온 것은 원천적인 책임을 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여기 여러분의 귀중한 자녀가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 정부의 부실공사나 쇼우행정 때문에 생명을 잃고 재산을 잃었을 때 이것을 단순히 천재다 사고다라고 이런 식으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 말입니다. 네째로는 지방자치제의 조속한 실현입니다. 이는 국민총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 남북대결에 있어서 제도적 체제상의 우위성을 감안해 볼 때 그 실현의 의의는 크다고 아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민주정치의 기본골격인 지방자치를 이 이상 천연시킬 아무런 이유도 이제는 없다고 봅니다. 관치행정만 있고 자치행정이 없는 국가가 어떻게 민주국가라 할 수 있겠으며 북을 향하여 그 우위성을 주장할 수 있겠읍니까? 공화당 정부는 지방자치제를 천연함으로써 정권연장만을 꾀했다는 역사의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경제적 측면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첫째 정부는 미증유의 경제파탄에 대해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전 국민에게 사죄하여야 되겠읍니다. 무지 졸속한 경제성장의 미명하에 담세능력을 초과한 살인적 조세의 부담과 물가의 파국적 앙등, 무역의 역조현상과 차관업체의 도산, 중소기업의 파탄과 외자도입의 연년 증가현상 그리고 중농정책의 실패 등 일련의 사태에 궁여지책으로 발한 8․3 긴급명령은 경제의 관권예속의 극치를 이루었으니 정부는 경제의 순리를 모르고 그러는 것인지 통제만을 모색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병 주고 약 주고 약 주고 또 병 주는 식의 경제정책을 즉각 시정하고 누년 실정의 호도와 정치자금염출 위주의 얄팍한 책략을 즉시 중지해 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둘째 금반 정부예산안 역시 허울 좋게 긴축이라 해 놓고 여전히 팽창된 정치예산이요 낭비예산을 편성해 놓았는바 연년히 누진적으로 초팽창주의로 편성해 왔던 정부의 과거행정을 감안해 볼 때 73년도 예산액이 금년 예산액에 비해 7.8%로 증가 팽창편성한 사실은 살인적 혈세에 바닥이 난 국민의 부담능력을 전연 고려치 않고 경제현실을 무시한 예산이라 아니 할 수 없으며 과도한 의욕으로 실현 불가능한 목표설정인 연 3%의 물가상승률 견지와 400 대 1의 환율유지 등을 대전제로 한 예산편성이야말로 극히 불합리한 예산이라 아니 할 수 없으며 불요불급의 새마을운동예산과 전용 가능한 예산의 확장 등은 후일의 선거포석이 명백하여 심히 우려되는바 어떻게 감히 긴축이라 명명하여 철면피하게 이러한 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겠으며 세금테러에 시달리는 국민이 불쌍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정부는 능률적인 정부운용을 위하여 예산의 구조적 개선을 기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 국민경제실세의 적정선에서 재편성되어야 하겠기에 전면적인 재검토와 조정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세째로 범람하는 실업자군을 하루속히 감소시켜야 할 줄 압니다. 건설은 정치자금과 직결되고 이농현상은 더욱 노골화하여 도시인구의 급증현상은 잠재적 실업군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무릇 한 국가의 안정은 노동력 있는 젊은 층에 있다 할 수 있는바 유휴된 이 나라의 젊은이로 하여금 사회의 악풍과 병폐에 감염되지 않도록 경제건설과 정치의 분리라는 대원칙 아래 고용을 최대한으로 증대하여 사회의 정화를 동시에 기할 수 있도록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네째로 오늘날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사회보장제도로서 양로․실업보험 등의 제도를 채택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제도의 실시도 아울러 요구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사회보장제도가 있음으로 해서 지난번에 있었던 의사의 환자진료거부와 같은 사회적 물의도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 하겠읍니다. 끝으로 교육 분야를 돌아보건대 이는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 나라에는 교육의 자주성이나 그 자치가 보장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들이 얼마나 많았읍니까?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학문과 학원의 본질적 자유를 소생시켜 창의적이고 발랄한 우리의 제2세 국민들을 길러 두어야겠읍니다. 학원의 사찰이나 교육자에 대한 직접․간접의 위협적 개입이나 철권정책은 즉시 중지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학문의 전당이 되도록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동지 여러분! 이제 나는 여기서 결론을 맺고자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다시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정권유지와 사리사욕의 사심을 떠나서 이 나라 이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이 중대한 시기에 현실을 추호도 은폐함이 없이 자유민주주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국민을 부모형제를 대하듯이 한다면 좌절감과 체념 속에 허덕이는 이 국민은 다시금 희망을 품고 살아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는 분명히 여러분에게 말씀드릴 수 있읍니다. 나는 야당의 당리를 위해서 이러한 비원과 절규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의 현실처럼 국민의 총화를 기해야 되고 자유민주주의의 실을 거두어야 할 때가 또 있겠읍니까? 나는 내 나름대로 국민총화를 기하고자 대화의 길도 모색해 보았고 이 노구를 끌고 단식으로 호소도 해 보았지만 그때마다 나의 충고는 묵살되고 말았읍니다. 그러나 오늘의 절규만은 도로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이 자리에 다시 섰읍니다. 아무쪼록 이 땅 위에 자유민주주의의 물결이 넘쳐흐르도록 최대한의 성의로써 노력해 준다면 반드시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가 염원하는 민주조국의 통일은 성취될 수 있는 것임을 확신하면서 내 질의연설을 마치겠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