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으로부터 제84회 국회 정기회 개회식을 거행하겠읍니다. 먼저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있겠읍니다. 단상에 있는 국기를 향하여 일동 기립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애국가 제창이 있겠읍니다. 애국가 제창은 녹음전주에 따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순국선열 및 전몰호국용사를 위한 묵념이 있겠읍니다. 일동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의장님의 개회사가 있겠읍니다.

오늘 8대 국회 개원 이래 두 번째로 맞는 정기국회에 즈음하여 이 자리를 빛내 주신 민복기 대법원장 각하! 존경하는 김종필 총리를 비롯한 각료 제위, 그리고 친애하는 의원 여러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제84회 국회는 연중 가장 중요한 과제를 다루어야 할 예산국회입니다. 본인은 국회에 부여된 3대 권한 가운데 국정감사권과 예산심의 및 승인권을 행사하게 될 이번 정기국회의 첫머리에서 소신의 일단을 밝히게 된 것을 뜻깊으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오늘날 당면한 우리나라의 최대 목표는 안전보장 확립과 경제안정이란 2대 지주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에의 접근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가 수행하여야 할 과업 가운데에서 안보와 경제를 더욱 튼튼히 한다는 것은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꾸준히 추구하여야 할 우리의 노선일 것입니다. 특히 금년은 이를 위한 매우 중요한 일련의 조치와 함께 분발을 다짐하는 시발점을 기록하였다고 봅니다. 7․4 성명과 8․3 조치가 의미하는 국가적 현실 앞에 우리의 대열은 더욱 숨 가쁜 구보의 단계로 접어들었읍니다. 낙관과 비관을 동시에 거부하여야 할 새로운 원점에서 우리는 진군을 시작하여야 할 판입니다. 역사적인 남북대화의 현실화를 통해 변화된 대결양식에 적응하는 태세의 정비강화가 요청되고 있읍니다. 우리의 내실화가 더욱 긴급합니다. 우리가 쌓아 올린 보람진 일도 많습니다. 또 뉘우쳐야 할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금부터의 우리의 분발 다시 말씀해서 반성을 토대로 하는 행동이야말로 알찬 내실화에의 길일 것입니다. 그것은 막연한 감상적인 반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반성을 뜻하는 것이어야 하며 새로운 다짐은 실천에 의해 승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싯점에서 국민의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정치인에게 맡겨진 사명은 한결 무겁지 않을 수 없읍니다.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는 사실은 논설이 아니라 행동이며 장황한 비판보다는 실속 있는 대안의 제시일 것입니다. 본인은 비록 나 개인의 생각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을 포함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하리라고 믿습니다마는 그것은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주부들은 시장의 찬값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정의에 관해 관심을 드러내고 있으며 봉급자들의 사고는 지붕의 수리에서부터 국제정세의 흐름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읍니다. 이러한 고무적인 현상은 우리의 교육투자의 소산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언어와 행동을 채점하는 국민들의 평가기준도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주권자들은 자신들의 의식구조가 개혁되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에 의해 선출 구성된 국회 주변에서는 무엇인가 크게 변모된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는 불만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만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솔직해야 합니다. 그들의 요구에 대한 우리의 해답은 성실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기회는 우리가 망설이고 있는 동안에 사라져 갑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회는 우리 주변에 머무르고 있읍니다. 이번 정기국회도 그러한 의미에서 훌륭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국정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그 허실을 규명할 감사기간이 주어질 것입니다.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살펴 잘못이 드러나면 이를 꾸짖어 교정하도록 채찍질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여러분! 본인은 이번 회기를 충실히 다루기 위해 우리의 경제실정과 주변정세에 관해 다시 한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경제는 6․25 동란 이후 많은 측면에서 타율적인 제동을 받아 왔읍니다. 50년대의 한국경제의 특징은 외국원조에 의지한 파동형 따라서 관급경제였읍니다. 당시의 국민총생산은 15억 불 정도로 추정되었으나 지금은 70억 불을 초과하게 되어 그 규모 면에서는 확대재생산의 경지를 이루고 있다고 하겠읍니다. 화폐가치의 척도를 측정하는 물가와 환율은 만성적인 인플레 관계로 수십 차의 변동을 겪었읍니다. 과거에 정부는 고정환율을 결정함에 있어 이를 불변 지속하겠다고 다짐하였으나 그 결과는 그렇지 못했읍니다. 우리가 체험한 환율의 이력은 바로 한국경제의 기복을 집약적으로 설명하고 있읍니다. 1964년 5월 유동환율제도를 처음으로 채택하고 65년 9월에 고금리정책을 실시하여 심지어는 금융기관에 수신 여신의 역마진현상을 빚기도 했읍니다. 지난날의 정책이 경제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취약점의 제거에 역점을 두기보다는 수치의 적립표시에 집착한 나머지 제도적인 모순을 비롯 경영합리화의 부진, 기술빈곤의 극복 등에 소홀했음을 솔직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내재된 약점이 안정노력을 무너뜨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금년에 IMF가 우리의 부동환율을 상향조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외형보다는 내재된 모순을 시정하는 데 과감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로서 본인은 이러한 노력이 결실되기를 여러분과 함께 갈망하는 바입니다. 경제안정과 성장을 위한 대통령긴급명령 제15호는 명령 자체가 안정 및 성장을 달성하는 방법의 전부가 아닐 것이며 그 명령이 주축이 되어 경제 각 분야에 걸친 효율적인 종합시책을 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긴급명령의 보완책으로 물가상승률을 연간 3% 선으로 묶을 수 있다면 저금리정책의 유지전망도 밝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행정관계 각 부처가 가일층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문젯점으로 제시되고 있는 사채권자의 이익옹호를 위해서는 통화가치의 안전보장이 절대적인 선행조건입니다. 세칭 위장사채와 고액사채는 그 자금조성의 배경은 막론하고 기업에의 참여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민간주도형 경제의 소지 확대를 이룩하여 보다 분명한 책임하에 기업의 사회적 공익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정부의 기도가 질과 양적인 면에서 성취될 때 농민․근로대중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8․3 조치에 대한 우리의 찬반토론이 진지하고 활발한 까닭은 그 정책적 의도가 다원적인 중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안인 공정거래법안은 독과점사업의 원가구성요소를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므로 소비자의 부당한 지출을 저지하는 효과를 지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아 조속한 성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비자보호정책이야말로 복지사회 형성의 단계적 절차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일면 과거의 통화팽창으로 인한 물가앙등은 필연적으로 금리인상을 자극하였으며 또한 물가억제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기업의 이윤을 잠식시켰던 것만도 사실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물가의 안정을 기하지 못했고 동시에 기업의 이윤도 확보할 수 없었던 것으로 금후의 기업이 원가구성요소인 금리의 조작만으로 성립되어 나갈 것인지 어느 정도의 가격조작이 아울러 필요할 것인지 얼마간의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측도 없지 않습니다. 하여튼 경제안정과 건전기업을 위해 과거의 고리사채를 총결산하여 지급을 유예한 것은 만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믿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의원 여러분! 한편으로 국제정세의 가속적인 변동에 대한 우리들의 주의는 과거 어느 때에 비해서도 예민하여야 할 것입니다. 미․소․중공을 잇는 삼각형 속의 새 질서모색으로 대변되는 세계정세는 겉으로는 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안으로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서구에서는 나토와 와르샤와조약의 상호 견제로써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북방의 공산강대세력은 지중해와 중근동에 깊이 침투하면서 구주로부터의 미국의 퇴조를 결과할 이른바 구주안보회의를 제의하고 있읍니다. 회의제창의 저의는 나토와 와르샤와기구의 해체를 통해 미국을 고립주의로 몰아넣으려는 데 있음은 의심할 나위 없읍니다. 이러한 결과는 기어이 소련군의 병력 재배치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며 아세아지역에 대한 소련의 물리적인 압력은 가중될 것이 거의 틀림없을 것입니다. 닉슨 미대통령의 초청 이후 중공정권의 미국에 대한 정치투자는 중․소 국경지대에서 발생하는 군사적인 압력을 배제하려는 노력으로 간주됩니다마는 우리로서는 중공이나 소련이 모두 우리를 괴롭히는 북방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동서 양대 세력 간의 해빙기운만으로 한반도 주변의 오랜 숙제가 완전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는 크나큰 과오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국제정치의 냉엄한 전개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본질적인 변함이 없읍니다. 실리추구만이 국제정치의 나상이요 정체입니다. 이념과 사상을 초월한 편의주의가 난무하고 있읍니다. 본인의 뼈저린 경험 가운데서 한 토막의 회고를 펴 볼까 합니다. 1953년 한국휴전을 에워싸고 한미관계가 미묘하였을 때 정부에 몸을 담고 있던 본인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바 있었읍니다. 본인은 백악관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휴전문제에 관한 양국 간의 이견조정을 위해 70분간에 걸쳐 회담하였읍니다. 본인은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유발되었다 할지라도 이 시기야말로 남북통일의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스타린 사망 이후의 소련의 정정과 정권수립 4년이 채 못 되는 중공의 전쟁수행능력 등에 비추어 전선의 북상만이 장래에 도래할 보다 무거운 부담을 덜고 우리의 통일을 실현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하였던 것입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백 총리 당신은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를 위해 세계대전의 모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차디차게 반문하였읍니다. 한국전선에서 한미 두 나라의 젊은이들이 함께 선혈을 뿌리고 있는 당시에도 혈맹관계를 다짐한 우리의 동맹국은 그들의 보다 큰 이익만을 위해 우리의 절실한 호소를 거절하였던 것입니다. 그때와 오늘의 세계사정은 많이 달라졌읍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국세정치력학의 생리는 추호의 변동도 없읍니다. 정부의 외교감각은 더욱 날카로워져야 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는 요 며칠 사이에 눈부신 감격적인 장면을 대하였읍니다. 27년간 단절 동결됐던 민족의 혈맥이 천륜을 쫓아 다시 이어지는 현장을 보았읍니다. 오는 13일에는 평양에 이어 서울에서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릴 것입니다. 이렇듯 극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냉철한 안목으로 사태진전을 꿰뚫어 보는 슬기로운 지혜와 탄력성을 확보하여야만 할 것입니다. 남북대화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린 7․4 공동성명은 높이 평가되어 마땅합니다. 세계의 양식이 이를 격려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본래의 가치는 문서상의 설득력에서가 아니라 진실한 실천에서만 발산되는 법입니다. 7․4 성명 이후 북한이 대외적으로 선전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한국군 현대화를 방해 지연시키고 유엔이 한국에 공약 실천하고 있는 모든 기구를 축출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파괴하려는 데 그 속셈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평양의 공산주의자들이 바로 이웃에 지지세력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하여 우리는 8000mile 먼 곳의 친구들과 협의하여야 한다는 대조적인 사실입니다. 곁들여 우리의 남북대화무드에 편승한 일본의 대북한접근정책의 양성화와 질주하듯 서두르는 중공접근정책 등 일련의 바람직하지 못한 움직임이 우리의 안보 면에 투영되는 결과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의원 여러분! 노파심에서 다시 중언하고자 합니다. 우리 한적대표가 평양으로 단숨에 달려가던 날 그리고 그곳에서 악수하던 날 우리는 온통 매스콤의 숲에 휩싸여 감격을 만끽했읍니다. 남하할 때 새파란 젊음이 반백의 주름 잡힌 얼굴 되어 잃어버린 핏줄의 안녕을 비는 모습이 우리를 뭉클하게 하였읍니다. 두고 온 산하와 거리가 우리 목전에 실현되었읍니다. 온 누리가 감동의 물결에 잠겼읍니다. 오늘 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우리 가운데 그와 같이 대서특필된 보도를 과거에 경험한 분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 생애에 가장 화려하게 장식된 보도의 연속이었읍니다. 금시라도 통일이 손에 잡힐 듯한 격정의 소용돌이었읍니다. 그런데 북쪽의 보도자세는 어떠하였읍니까? 그들은 어처구니없이 냉담하게 취급하였읍니다. 그들의 TV는 북한과 중공의 친선경기시합 소식에 이어 한적대표단의 입북을 끝 순서로 돌렸을 정도였읍니다. 새삼 폐쇄사회와 개방사회의 차잇점과 자유의 고귀함을 자각케 하였읍니다. 북한동포들은 거의 감격부재상태에서 역사적인 그날을 덧없이 맞이한 셈입니다. 여러분! 이렇게도 엄청난 감격밀도의 차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겠읍니까? 우리는 1천만 이산가족의 원한을 풀어 주기 위한 남북회담의 성공을 경건하게 기도합니다. 그러나 북녘과의 대화의 장래에 대해 일방적인 낙관은 금물일 것입니다. 대화 있는 대결로 옮겨진 남북관계의 엄숙한 전개에 호응하여 우리의 대결체제는 대단한 재점검이 필요할 것입니다. 버리고 싶은 것은 과감히 몰아내고 간직하고 싶은 것은 더욱 힘차게 부등켜안아야 하겠읍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창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덩어리로 모아 북쪽을 겨냥하여야 하겠읍니다. 의원 여러분! 지금이야말로 여야 간의 대화도 더욱 발랄하고 알찬 모습으로 탈바꿈되어야 할 때라고 굳게 믿는 바입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우리의 진면목을 단청하여야 하겠읍니다. 상식은 법률보다 우위합니다. 모든 것을 상식적 수준에서 소화 처리하는 새로운 원의 질서를 확립하는 데 결속하십시다. 여야가 공동운명의식 속에서 명예로운 공존을 확인할 때 우리의 의정은 한결 빛날 것입니다. 장시간 귀를 기울여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건투를 빕니다.
이상으로써 제84회 국회 정기회 개회식을 전부 끝마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