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2항 정치․통일․외교․안보에 관한 질문을 상정합니다. o 비교섭단체 대표발언

의원 여러분들께 한 가지 안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대정부질문에 들어가기 전에 교섭단체 간 합의에 따라 먼저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비교섭단체 민주노동당 대표발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이신 천영세 의원 나오셔서 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국회 실감이 납니다. 자리가 많이 비었네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 여러분! 국회의장을 비롯한 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오늘은 우리 정치사에 매우 부끄럽고 슬픈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몇 시간 후면 이회창 씨가 대선 출마를 선언합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착잡합니다. 대선에 출마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개인적 의지에 따라 정당정치도 민주주의도 마음대로 무시할 수 있다는 발상은 독재자의 정치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회창 씨야말로 이번 대선에서 가장 엄중하게 심판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단지 부패정치, 구정치의 상징이어서가 아닙니다. 저와 정당이 다르고 입장이 달라서만도 아닙니다. 그는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가치와 원칙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철저히 모욕했기 때문입니다. 이회창 씨가 성공한다면 우리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는 크게 상처받게 될 것입니다. 비단 이회창 씨만이 아닙니다. 개인의 정략적 이해에 따라 명멸을 거듭하는 작금의 선거용 정당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부평초 같은 정치가 지속된다면 결코 정당정치는 뿌리 내리지 못할 것이며 정치발전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 정기 국회를 끝으로 사실상 17대 국회는 막을 내립니다. 17대 국회는 출범하면서 민생과 개혁을 국민에게 굳게 약속했습니다. 이 자리의 우리는 과연 국민에게 떳떳한지 우리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의 피맺힌 절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양극화와 빈곤이 서민을 옥죄고 있습니다. 한미 FTA로 대변되는 시장만능주의, 승자독식의 냉혹한 신자유주의가 농민을 비롯한 다수 서민을 사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남북정상이 만나 평화체제를 열어가는 이 시점에도 낡은 냉전시대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민생과 개혁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원내에 진출한 우리 민주노동당에게 17대 국회는 무척 험난한 기간이었습니다. 10석으로 시작한 소수정당이었고 비교섭단체라는 비민주적 관행으로 국회운영에 참여할 수도 없었습니다. 막막했지만 서민의 정치, 희망의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다짐으로 17대 국회에 임했습니다. 원내에 처음 들어섰을 땐 소수정당의 한계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고 단 한 개의 법안도 처리 못할 거라는 냉소도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던 게 사실입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 서민의 힘과 바람을 기반으로 해서 난관을 헤치며 진보정치의 초석을 원내에서 차곡차곡 쌓아 왔습니다. 해방 이래 최초로 노동자, 농민 그리고 서민의 목소리가 국회의 문턱을 넘어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보수독점의 60년 정치체제가 남겨 놓은 권위와 특권에 맞서 국회 개혁의 서막을 열기도 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소수의석의 한계를 넘어서 입법의 성과 역시 차곡차곡 쌓아 왔습니다. 아울러 삼성 재벌을 비롯한 재벌특권세력에 당당하게 맞섰습니다. 금산분리와 외국 투기자본의 규제를 통해서 경제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해 왔습니다. 물론 힘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질 때도 있었습니다. 거대 정당에 맞서서 비정규직법, 쌀협상 국회 비준 등 사회양극화를 심화하는 악법을 막기 위해 의원들 10명이, 9명이 온몸을 던져야만 하기도 했습니다. 수의 정치 앞에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개혁 등 개혁과제가 좌절되는 가슴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지난 4년은 만족스럽거나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서민정치의 주춧돌을 놓아가며 우리 정치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책임있게 결단하고 실천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농민․서민 정당의 지향을 분명히 하고 진성당원제를 기반으로 한 정당 민주주의의 모범이 되어 왔습니다. 민주노동당이야말로 한국 정당정치의 교과서입니다. 한국정치 희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보수정치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지난 총선을 통해서 국민은 열린우리당에게 과반의석을 주었습니다. 개혁과 민생을 위해 확실하게 일해 보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원내 과반을 얻고도 개혁과 민생을 실현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일관성없이 우왕좌왕했습니다. 책임 있는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매번 고개 숙이고 사죄했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마땅히 실정을 바로잡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구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사이비 개혁세력은 열린우리당을 해체했습니다. 그리고 몇 차례 이합집산을 거쳐 통합신당이란 이름으로 또다시 정권을 달라 하고 있습니다. 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범여권은 그래도 한나라당보다는 낫지 않느냐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에겐 범여권 역시 극복 대상일 뿐입니다. 한편 한나라당은 높은 지지율에 취해서 한동안 정권을 다 잡은 것 같이 행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반사이익에 불과한 지지율은 국민의 선택이 아니라 거품입니다. 부자와 재벌 등 기득권만을 옹호하는 편협한 정책, 대운하로 상징되는 70년대식 토목건설이 이명박 후보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습니까? 많은 비리 의혹에 마땅한 해명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러하기에 50%대가 넘는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전 총재가 뛰쳐나가게 되고 당내 분란은 심화된 것입니다. 모든 것이 이명박 후보의 허약한 처지를 반증합니다. 당 내부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정당이 비리 의혹에,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후보가 국정을 책임지고 국민의 미래를 열어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평화가 시대의 대세임에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시대착오적 냉전 시각으로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민주노동당이 대한민국의 근본을 다시 세우겠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서 60년 보수통치의 근간을 이뤄 온 특권체제가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당체제로부터 재벌, 권력기관 그리고 학계 등 광범위하게 구체제의 추한 몸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이회창 씨 출마와 선거용 정당의 난립에서 보듯 정당정치와 책임정치는 철저희 무너지고 있습니다. 자기 이름에 책임을 져 온 정당은 감히 민주노동당이 유일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나라 60년 보수독점 정치의 남루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재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최근 삼성 이건희 일족의 비자금 비리에서도 드러나듯 재벌 문제가 우리 사회의 빅브라더로 군림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상아탑도 다르지 않습니다. 교육평준화를 비웃으며 근엄한 체하던 대학은 뒷문으론 대학총장까지 연루된 부정입학 비리를 스스럼없이 저질렀습니다. 단순 학력위조를 넘어서 학문까지 사고파는 행위가 주류 기득권 내부에 팽배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조세정의를 지켜야 할 현직 국세청장이 뇌물수뢰로 인신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청와대 전 정책실장의 권력형 비리 사건, 청와대 전 비서관이 연루된 수뢰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습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주류 기득권층의 관행과 신념은 사회 곳곳에서 추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위선의 가면이 벗겨지고 있습니다. 과거 정권 말기에 정권 레임덕이 있었다면 오늘 한국 사회의 모습은 보수 독점의 특권체제 자체가 흔들리고 허물어지는 체제 레임덕입니다. 60년 보수 지배 특권체제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제 보수 특권체제를 넘어서 서민 중심의, 일하는 사람들 중심의 새로운 체제를 건설해야만 합니다. 정직한 서민들의 가치, 소박한 서민들의 원칙이 나라의 기본이 되도록 해야만 합니다. 역사는 묻고 있습니다. 희망의 시대를 힘차게 열어젖힐 것인가, 아니면 절망의 끝자락을 붙잡고 구시대와 함께 침몰할 것인가, 실패한 보수가 망친 나라를 진보의 정책과 정치로 다시 세울 것을 국민 여러분에게 다짐합니다. 낡고 부패한 정치, 신자유주의 그리고 양극화 확대에 맞서 정직한 서민정치의 시대를 열어 나가는 데 민주노동당이 서민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17대 국회의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정치는 후보 쪽에 가 있고 국회 안에 정치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국회가 중요합니다. 특히 비정규직과 한미 FTA, 한반도 평화와 삼성 비자금 특검의 과제는 해를 넘길 수 없는 대선과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저는 긴급하게 다음 네 가지 사항의 해결을 촉구합니다. 삼성 비자금 비리 의혹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검찰 역시 삼성 뇌물을 정기적으로 수수해 왔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삼성 재벌에 대한 봐주기 수사로 지탄을 받아 왔습니다. 이런 검찰이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습니다. 즉각 특검을 도입해서 국민의 의혹과 삼성 재벌의 비자금 실체를 낱낱이 규명해야만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제 도입을 위해서 5당 원내대표회담을 즉각 소집할 것을 정중하게, 간절하게 제안합니다. 비정규직 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촉구합니다. 비정규 노동자의 벼랑 끝 외침이 갈수록 처절합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세 분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분은 타계하셨습니다.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모든 정당의 대선 후보가 비정규직 법안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실태조사와 해결 방안 마련을 대선 이후로 결코 미룰 일이 아닙니다. 애초 명실상부한 비정규직 보호법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 17대 국회의 책임이 너무도 큽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각 정당이 나서야만 합니다. 면밀한 실태조사와 함께 비정규직법 재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만 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핑계 댈 일이 아닙니다. 한미 FTA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재차 요구합니다. 이미 국회에는 여야 국회의원 82명의 서명을 받아 한미 FTA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되어 있습니다. 한미 FTA에 대한 국정조사는 한미 FTA 찬반이나 당리당략에 걸린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본 책무입니다.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만 합니다. 2007 남북정상공동선언의 포괄적 국회 비준을 제안합니다. 통합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지지결의안을 제안하였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좋은 방안입니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으로 국회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2007 남북정상공동선언에 대한 포괄적 비준을 제안합니다. 아울러서 2000년 6․15공동선언을 비롯해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등 남북의 약속에 대해서 일괄 비준을 추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고 국회가 이를 능동적으로 보증해 준다면 한반도 평화는 한층 안정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또한 대선 이전에 이라크 파병 연장안을 부결할 것을 요청합니다. 통합신당과 정동영 후보가 파병 연장에 반대한 것은 잘한 일이며 옳은 일입니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 연장안을 처리하자는 것은 통과시켜 주자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진정성을 실천으로 보여 줘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철군되지 않는다면 대선 결과에 따라서 철군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 이전 파병 연장안을 압도적 다수의 합의로 부결함으로써 평화의 일관성과 정치의 신뢰성을 회복해야만 합니다. 아울러 한나라당에게도 파병 연장안 부결에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촉구드립니다. 학살과 전쟁의 현장에 우리 젊은이의 생명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것은 천박한 정글 논리입니다. 더욱이 전문가들조차 파병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극히 회의적이지 않습니까?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에 우리 국민이 동원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노동자․농민․서민 여러분! 이 나라는 이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옛날 체제로 퇴보할 것인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것인가를 이제 결정해야만 합니다. 양극화의 고통과 보수 독점의 특권체제를 종식해야만 합니다. 신자유주의를 막아 내고 민주주의의 새로운 단계로 힘차게 나아가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희망의 새 장을 열겠습니다. 못사는 서러움, 차별과 절망을 확실하게 걷어 내겠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열정과 지혜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노동자․농민․서민들과 함께 진보의 새 시대를 확실하게 만들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영세 대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