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상정합니다. 오늘부터 2월 21일까지 3일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겠습니다. 오늘은 신한국당 대표의원이신 이홍구 의원 나오셔서 연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국회의장, 국회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 우리의 땀과 눈물로 일구어 놓은 성장의 열매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국민의 열정과 희생으로 쟁취한 우리의 민주주의는 ‘붕당정치’의 볼모가 되어 그 형체가 일그러져 가고 있습니다. 반세기에 걸친 국민적 희생으로 다져 놓은 평화의 기반은 체제붕괴의 기로에 선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정치․사회․안보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오늘이 고달프고 내일이 불안합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선 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위기 그 자체가 아닙니다. 위기에 대한 우리 정치권의 부실한 관리능력과 대처능력입니다. 지금처럼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때도 없었을 것입니다. 노동관계법 개정을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될 때, 한보사태로 국민경제의 위기의식이 고조될 때, 황장엽 씨의 망명과 이한영 씨의 피습 소식이 전해질 때 우리 정치권은 과연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국가와 사회의 중심을 잡아 주기는커녕 오히려 당리당략만을 쫓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당면한 위기를 악화시켜 놓지는 않았습니까? 솔직히 고백한다면 이 자리에 선 여야 정치권 모두가 위기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조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법을 둘러싼 마찰과 갈등의 일차적인 원인은 성숙하지 못한 우리 국회에 있었습니다.

조용하세요.

한보사태는 말로만 정치개혁을 외쳐 온 우리 정치권의 허상을 여지없이 보여 주는 것입니다. 저 자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여야 의원 여러분! 우리는 분명 중대한 국가적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국민은 국회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국가적 위기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제 국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굳건한 안보의 기틀을 다지는 ‘안보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는 ‘정치개혁 국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우리가 내부갈등에 휩싸인 채 경제개혁의 결단을 지체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의 경쟁국들은 사회 및 경제구조의 재정비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질 높은 상품이 우리 시장에 범람하는가 하면, 후발개도국의 값싼 상품들이 무서운 기세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상품은 세계시장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전쟁의 각축장인 선진국 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점유율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나라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리 자신의 체질을 더 철저하게 바꾸어야 합니다. 작년 말의 노동법 개정은 그러한 피할 수 없는, 아니 피하면 안 되는 당면목표를 향한 우리의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노사관계의 안정만이 자동적으로 경제회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노사관계의 안정 없이는 경제회생이 불가능합니다. 노동법 개정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근로자의 기본권 신장’이라는 두 가지 숙원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 등 선진 노동관계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이 시점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거 유럽이 경험한 대량실업 사태를 수년 안에 겪게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정된 노동법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고 지적되어 오던 복수노조 금지, 노조 정치활동 금지, 3자 개입 금지 등 이른바 ‘3금 조항’들을 전면 허용하였습니다. 다만 복수노조의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고려하여 그 시행을 당분간 유보한 것입니다. 선진 노동법이 요구하는 국제적 규범을 수용하면서도 경제회생이라는 절대과제를 해결해야 할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법 개정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합의처리를 하지 못함으로써, 도리어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입니다.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조속히 야당이 개정안을 제출하여 여야 간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노동법 개정 문제를 원만히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노동관계법과 같이 국가의 장래가 걸린 문제는 결코 정치적 인기 위주로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최선만을 고집하다가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최선을 추구하되 차선을 위한 타협도 할 수 있는 것이 성숙된 민주주의적 자세입니다. 만약 이번 임시국회에서조차 여야가 노동법에 대한 합의에 실패한다면 우리 국회는 다가올 임금협상에 있어 갈등의 불신만 키워 놓은 주범으로 낙인찍힐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최근의 한보사태는 국가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위기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30여 년간에 걸쳐 고질화된 정경유착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계속된 개혁작업에도 불구하고 부정과 비리의 구조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입니다. 저는 일부 동료 의원이 이 사태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부패구조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깨끗한 정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깨끗한 정치 없이 튼튼한 경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진실을 백일하에 밝히라는 국민의 강렬한 요구와 뜨거운 열망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성역 없는 수사 지시와 검찰의 철저한 수사 다짐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국민들의 의혹의 눈길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은 국민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도록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를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 한보사태의 경위와 원인을 소상히 국민에게 밝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정책상 행정상 잘못한 것이 있다면 솔직히 그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우리 국회의 책임 또한 막중합니다. 동료 의원들이 구속된 아픔을 딛고 우리가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입니다. 정치권이 또다시 진실규명보다도 당리당략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일 때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는 완전히 상실될 수 있음을 확실히 자각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한보사태는 한 기업의 경영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표본입니다. 불법적 로비와 특혜에 의존하여 기업을 경영하는 전근대적인 경영방식, 정확한 실사와 합리적인 대출기준을 무시한 금융권의 낙후된 관행, 국가 기간산업이 부도사태에 몰릴 때까지 수수방관했던 정부의 감독 소홀, 이러한 잘못을 사전에 알고도 시정하기는커녕 이를 방치한 정치권의 무책임, 한보사태는 이 모든 것이 빚어낸 총체적 부실의 표본입니다. 우리는 이번 한보사태에 국가경제의 새로운 틀을 짠다는 각오로 대처해야 합니다. 그것은 곧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새 경제질서 확립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우리는 무엇보다 과감한 규제완화 조치로 경제적 부패구조의 고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입니다. 규제완화는 경제적 이슈일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이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규제, 과도한 규제는 검은 돈의 씨앗입니다. 규제가 난무하는 곳에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따라다니기 마련이며 기업의 에너지는 경영혁신에 집중될 수 없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가 과감히 철폐되지 않는 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따른 산업공동화와 대량실업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규제개혁이 더 이상 행정부의 몫으로만 남아서는 안 됩니다. 행정부의 몫으로 남아 있는 한 규제개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규제개혁의 책임을 행정부에만 돌릴 수 없습니다. 근원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국회에 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의원 여러분! 이번 사태로 금융개혁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금융개혁 없이 결코 부패구조가 척결될 수 없습니다. 금융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여 시장기능이 회복되도록 함으로써 금융기관을 금융산업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금융이 정치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한보사태에서도 책임경영체제가 도입된 은행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금융산업에도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우리의 어려움은 참으로 심각합니다. 경제회생이야말로 이 국가적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데 있어 최우선 과제라 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작년 한 해 237억 달러의 경상수지적자와 외채총액 세계 2위라는 기록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외국과의 거래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고 그 결과로 나라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금년 들어서는 파업사태의 악재까지 겹쳐 3조 원가량의 생산차질이 빚어졌으며 1월 한 달 동안의 무역적자만도 34억 달러로 치솟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보사태가 불거지면서 국민경제는 더욱 깊은 불황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부도율이 치솟고 기업인은 의욕을 잃어 가고 있으며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정부는 경제회생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들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240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수지적자를 축소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그 막대한 적자 중 60억 달러 이상이 해외로부터 값비싼 소비재 수입에 지출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저축을 증대해야만 합니다. 저축을 늘리기 위한 국가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근로자와 중산층의 저축을 늘리기 위해 가계저축 분리과세제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적절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근로자들의 비과세저축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국민의 저축을 늘리기 위해 금융종합과세 실시에 따른 적극적인 보완조치들이 필요합니다. 세율인하를 포함한 과감하고 광범위한 저축유인책 마련에 우리 당이 앞장서겠습니다. 정부도 적극적인 자세로 함께 임해 주기 바랍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불황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당면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근로자들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동안 우리 근로자들이 경제건설에 쏟아부은 땀과 눈물을 존중하고 그들을 산업의 진정한 동반자로서 껴안아야 합니다. 고용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고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의원 여러분! 기업의 경쟁력 회복과 함께 민생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근로자들과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의 생활향상과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복지향상을 위해서는 새로운 법이 제정될 것입니다. 소규모 자본을 가진 서민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소규모 가내공업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달동네 재개발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책도 마련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물가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민생의 현장을 찾는 현장정치를 강화하여 물가동향을 직접 살피고 관련대책을 신속히 수립해 나가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경제를 살리자는 한마음으로 다사 일어서야 합니다. 근면과 절약의 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과 모든 경제주체들이 마음을 모으고 뜻을 모아 당면한 국가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데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국가안보는 국가존립의 근간입니다. 국가안보 없이 민족의 생존권과 국민의 자유가 보장될 수 없으며 번영과 복지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안보는 중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분단 이후 최대의 체제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은 북한체제를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위기로 내몰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정기국희 개원연설에서 북한 지도부가 절망의 마지막 힘으로 저지를지 모를 위협에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식량난은 더욱 가중되고 주민들의 탈북사태도 확대일로에 있습니다. 여기에 황장엽의 망명은 북한 지도부를 더욱 깊은 절망 속에 몰아넣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공언해 온 ‘불바다’와 ‘1000배 100배 보복’ 위협은 이한영 씨에 대한 피격사건에서 보듯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한 내 고정간첩의 활동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임을 국민 모두가 실감하고 있습니다. 절망의 벼랑 끝에서 북한이 또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보복위협과 폭력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생명을 걸고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귀순인사들을 제2, 제3의 보복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들을 불안의 늪으로부터 구해 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시민적 의무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는 북한의 어떠한 모험에도 대처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의 안보의식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안보역량을 튼튼히 해야만 합니다. 우리 사회 내부의 친북세력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우리의 절박한 안보상황에 비추어 볼 때 안기부법 개정의 당위성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바로 이와 같은 냉엄한 현실인식과 처방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불행했던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오늘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에 적절히 대처해야 합니다. 오늘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대공일선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국민과 함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들의 능률과 사기를 높이기 위한 제도 및 예산상의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1994년 김일성의 사망으로 북한체제의 급격한 추락과 방황은 가속화되었습니다. 당시 통일원장관으로서 김일성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했던 저에게 김일성 사망이 가져온 북한체제의 엄청난 추락은 여러 가지 깊은 감회를 갖게 합니다. 오늘날 북한체제는 모든 면에서 한계상황에 봉착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복합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유독 군사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보유한 특수체제입니다. 이렇게 특수체제를 가진 상대를 어떻게 통일의 길로 이끌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어떤 정치학의 교과서에서도 그 해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오직 우리의 의지와 지혜로 풀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식 통일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북한의 급격한 궤도이탈과 추락을 감안할 때 우리의 통일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남북한은 ‘대등한 관계’라는 것을 전제로 한 대북 또는 통일정책은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1989년 제13대 국회에서 여야 4당의 지혜를 모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마련에 직접 책임을 졌던 저로서는 작금의 북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 방안의 전제가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북한을 보는 시각,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정책으로의 수정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우방과의 대북정책 협조도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발상과 정책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황장엽의 정치적 망명은 반드시 국제규범에 따라 처리되어야 합니다. 지금 황장엽은 북경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황장엽의 국내 송환 문제는 대단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여기에는 언론을 비롯한 국민 모두의 인내와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저도 여기서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자제하겠습니다. 황장엽의 망명을 보면서 우리는 중국 등지에서 한국으로의 망명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북한 탈출 동포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들에 대해 결코 눈을 감거나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민족 구성원 전체의 인권과 복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의 과제는 종국적으로 남쪽에만 국한시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대만 핵폐기물의 북한 반입 문제는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안보문제이며 민족 전체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저지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북한당국이 조금의 민족적 양심이라도 있다면 체제생존을 위해 민족의 생존권을 말살하려는 반민족적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우리에게 닥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고 중대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그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기력하게 보입니다. 짧은 경험을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우리 정치가 정말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의원 여러분! 지금 국민은 국회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과연 정치권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현 난국을 수습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치의 시대를 열어 갈 수 있을지 희망 반 회의 반의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이 소리 없는 질문에 대해서 우리 정치권이 명쾌한 대답을 들려주어야 합니다. 우리 정치권은 부패구조의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혁, 당내 민주화 실현, 국회운영의 선진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합니다. 첫째, 정경유착과 부패가 이 땅에 발붙일 수 없도록 전면적인 제도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이번 임시국회가 그러한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치자금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자금의 범위와 규모를 엄격히 제한하고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우리 당은 부정부패를 근원적으로 척결하기 위해 공직자재산공개법의 제도적 보완, 의원윤리규정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나아가서 돈 안 드는 선거, 돈 안 드는 정치를 위하여 선거법, 정당법의 개정도 신중하게 그러나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 정치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정당 내 민주화를 실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정치의 중심에 의회가 바로 서야 합니다. 한국정치의 여의도시대가 막을 올려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정치발전은 붕당정치에 의해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정당의 운영이 오로지 총재 1인과 몇몇 측근들에게 집중된 한국정당의 운영행태는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무력화시키면서 의회의 운영을 몇 사람의 지도자가 좌지우지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정당운영의 비민주성은 정치를 황폐화시키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민주주의의 유연성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권은 스스로 당내 민주화를 실현함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정상화해야 합니다. 우리 당이 그 모범이 되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셋째, 국회운영의 선진화를 이룩해야 합니다. 이 문제에 있어 무엇보다 먼저 작년 12월 우리 당이 노동관계법 등을 단독 처리한 데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국회의 의사진행 절차를 봉쇄하는 불법행위나 기습처리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없도록 우리 의원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고 노력을 다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다수의 강행처리도, 소수의 물리적 저지도 우리 국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또한 막후협상에 의존하는 닫힌 국회가 아니라 토론과 투표에 의한 열린 국회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법을 비롯한 국회운영제도가 종합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구태의연한 대권정치를 중단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정치는 국가가 당면한 위기극복과 민족의 장래를 위한 대승적 논의와 타협보다는 대안 없는 대결과 흠집 내기식 비방만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선에 몰두한 경쟁의식은 더욱 정치의 퇴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무관심은 확산되고 있고 국가적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는 한 세대의 정치를 마감하는 중요한 선거임에 틀림없습니다. 산업화, 민주화시대를 마감하고 다음 세대, 다음 세기의 한국인은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어떠한 나라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참으로 의미 깊은 선거입니다. 과거의 관행에 얽매인 대권정치를 이 중차대한 시기에 다시 한 번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여야의 정치지도자들이 해묵은 대권정치의 폐해를 예방하고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합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참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가 그 많은 일들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시대가 변했다는, 세상이 변했다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시대착오는 가장 큰 병입니다. 우리 국민은 이제 더 이상 지난 시대의 낡고 구태의연한 행동과 사고방식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성숙하고 세련되었습니다. 이제 소수에 의한 통치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새로운 국가경영능력이 필요합니다. 남북관계는 더 이상 냉전시대의 균형의 관계가 아닙니다. 이제 불균형을 전제로 한 새 틀을 짜야 합니다. 경제상황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우리 경제의 규모와 성숙도 그리고 국제적 여건으로 볼 때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수준의 고도성장이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저물가․저성장 구조라는 새로운 경제의 틀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에 국민 각자의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오늘의 난제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냉철히 인식하고 그러한 변화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자각하지 못하는 한 어떠한 처방도 백약이 무효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시대착오적 발상과 행태는 국가에 엄청난 해를 줄 뿐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우리는 오늘의 위기를 미래로 향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듭시다. 우리 국민 모두의 단합된 힘으로, 낡은 제도와 관행을 녹여 버릴 창조적 파괴의 용광로를 만듭시다. 우리 모두 새로운 각오로 이 용광로에 불을 지핍시다. 이 용광로에서 희망의 21세기 선진한국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게 합시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조용히 하세요! 오늘부터 3일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고 또 이어서 5일간 계속해서 정치, 통일․외교 그리고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 국정 전반에 걸쳐서 무려 48명의 여야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이 국희는 갑론과 을박이 있습니다. 그게 민주주의입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인식이 다른 전연 정반대되는 견해를 피력하는 바로 그 장소가 우리 국회입니다. 이런 서로 다른 의견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말씀이라도 이것을 경청하면서 우리가 여기에서 이론을 가지고 다시 발언을 통해서 반박을 하고 또 거기에 자기 의사를 밝히는 것이 바로 국회입니다. 만일 내일, 모레에 걸친 대표연설에 있어서, 또 이어지는 48명의 많은 여야 의원들의 대정부질문 과정을 통해서 자기 생각과 같지 않다고 해서 상대되는, 반대되는 정당에서 야유를 하고 소란이 발생되고 질서가 유지될 수 없다고 한다면 국회 그 자체가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의원 여러분, 거듭거듭 말씀드립니다마는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말씀까지도 감내하면서 경청하는 도량을, 성숙된 국회를 우리는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의사진행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들께서 협조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면서 제4차 본회의는 내일 오전 10시에 개의하겠습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