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2항 1972년도 예산안 시정방침에 대한 교섭단체대표의 연설을 상정합니다. 그러면 신민당 대표위원 김홍일 의원께서 연설하시겠읍니다. 나오세요.

의장 그리고 의원 동지 여러분! 오늘 우리는 제8대 국회의 선량으로서 국가의 존엄한 의정단상에 서게 되었읍니다. 이 전당이야말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상처투성이의 한국 민주정치를 지켜보아 온 곳입니다. 저돌적인 행정부가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의 권능을 말살하려고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읍니다. 오늘 나는 이 파란만장하였던 단상에 서서 나의 지난날의 조국을 회상하여 볼 때 실로 깊은 감회에 사로잡히게 됨을 금할 수가 없읍니다. 오늘 나는 여기에서 과거를 반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다만 앞날을 바라보면서 여야가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제8대 국회의 책임과 사명을 다시금 확인하여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국회가 걸어온 민주주의를 위한 눈물겨운 투쟁의 역사를 되새기면서 나는 이 제8대 국회야말로 우리 국민을 위하여 새로운 민족사의 금자탑을 쌓아 올려야 한다고 깊이 다짐하고 있읍니다. 우리는 지금 국내외로 일찌기 보지 못하였던 도전과 시련에 직면하고 있으며 국민의 총화적인 참여로서만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의 독선으로 앞으로 전개될 참신하고 명랑한 역사창조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이 시대의 선량으로서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시킬 수 없는 죄과를 범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이 엄숙한 자리에서 결코 누구를 비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한 신민당이 거듭 주장하여 온 여러 가지 정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실로 초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 현실사회에 나타난 가장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문제만을 중점적으로 밝히고 이에 대처할 새로운 자세의 정립을 촉구하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온갖 부조리가 횡행하여 선악의 구별조차 모호하여지는 상황 속에서 대중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놓여 있으며 세계사적 전환기에서 확실한 지표도 없이 방황하는 안보정책은 사회불안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읍니다. 정부의 허장성세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고는 국민의 최저생활마저 위협하고 경제정책의 실패는 외부내빈만을 초래하고 있읍니다. 이와 같이 절박한 시점에서 나의 고언과 제언은 오로지 평생을 조국에 바치고 풍찬노숙 조국광복만을 염원해 왔던 한국민의 피 끓는 충정에서 우러난 사심 없는 호소로 받아 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첫 번째의 도전과 시련은 바로 안보문제입니다. 전쟁이라는 민족적인 비극을 막고 우리의 영토와 주권을 수호하려는 안보문제야말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읍니다. 나의 예견하는 바로는 늦어도 70년대 후반에 이르기 전에 미국은 그들의 국내정치사정과 극동정책의 수정의 결과로 적어도 주한 미 지상군만은 철수할는지도 모를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한미상호방위협정의 정신에 입각하여 이를 보완하는 응분의 조치를 철저히 강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군현대화 계획을 효율적으로 완수하여 방위태세의 완벽을 기하여야겠읍니다. 그리고 현금 추진 중에 있는 남북가족찾기운동이 나아가서 민족통일의 성과를 거두기를 충심으로 바라는 바이나 북괴의 진실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북괴는 유격전의 신화에 도취되어 있으므로 월남형 게릴라전을 시도할 공산은 크다고 추측할 때 우리의 방위태세도 유격전에 대비하는 입체적 개선이 시급할 것이며 8․23난동사태는 허점투성이의 한심한 무방비상태를 노출시킨 것이라 아니 할 수 없읍니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게릴라전의 기본전략을 고려할 때 우리는 광주단지의 주민항의, 평화시장의 조세항거, 전태일 군의 인간선언 등 허다한 사건들이 보여 준 사회적인 제 모순과 반성할 줄 모르는 집권층의 엄청난 부정부패 그리고 사법 파동에서 보여 준 횡포 등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정보정치의 소산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가 없읍니다. 근래 미․중공 간의 관계정상화 모색이 바로 직선적으로 긴장완화의 길인 것처럼 성급하게 속단하여서는 안 됩니다. 구라파의 동서대립관계는 비교적 단순하나 아세아의 정치정세는 착잡하게 엉클어져 있읍니다. 그러므로 아세아에 있어서의 대중공관과 대미국관은 나라마다 다르며 새로운 상황변화에 적응하는 자세도 각각 판이합니다. 더우기 앞으로는 미소 이외의 일본과 중공이 새로운 세력균형의 형성에 참가할 것은 틀림없으므로 아세아의 정치판도는 더욱 복잡 다기화하여 갈 것입니다.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입장도 과거의 대미․일 일변도의 외교경험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어려운 고비를 겪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정부가 깊이 반성하고 재조정하여야 할 문제가 바로 대일본관계입니다. 얼마 전 박 대통령은 일본의 ‘반공대역’을 바라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으나 이런 류의 사고방식은 진실로 위험천만한 것임을 우리 민족의 역사가 입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한국이 사실상 일본세력권 내로 전락한다면 민족적인 수치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우리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에 함입하고 말 것입니다. 그것은 오히려 중공에게 큰 자극을 주게 되어 중공이 북괴를 더욱 지원하는 구실을 제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공은 ‘일본군국주의의 한반도 재침략 운운’을 끈질기게 주장해 오고 있읍니다. 나는 그것이 그들의 전략과 선전적인 의도에서 유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경험에 비추어 일본이 또다시 한반도를 거쳐 중국대륙에 재진출하지나 않을까 하는 경계심의 발로라고 판단하고 있읍니다. 나는 전번에 공식으로 초당적 안보협의기구 설치를 정부․여당에 제의한 바 있읍니다. 우리의 주변정세가 급격하고도 미묘하게 변화해 가고 있는 이때 우리의 안보통일문제를 국민과 유리된 상태에서 정부 여당만이 독선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읍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 안정책은 마땅히 국민의 총의를 집약한 것이라야 하며 이를 위한 지식 정보는 정부 여당만이 독점할 것이 아니라 이 초당적 안보협의기구에서 분석하고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여기에 정부 여당이 지금까지 취해 온 안보대책이 너무나 안이한 것이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읍니다. 우리가 당면한 내외의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하여는 국민적 총화가 달성되어야 한다고 말은 하여도 국민적 총화를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요인들을 수술하기는커녕 외면만을 가식하는 일로 일관하여 오고 있읍니다. 구호만의 서정쇄신이나 눈가림을 위한 시책은 다만 국민의 불신과 좌절과 절망을 한층 더 조장하여 폭발점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또한 정부 여당은 우리의 안보정책을 군사분야에만 치중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안보정책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내정 전반을 과감하게 그리고 국민들이 뜨거운 성원을 보낼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결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내외의 정세가 나날이 변하고 있는 이때 이미 10년 전에 제정한 현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으로는 다각적인 통일안보논의를 전개할 방도가 없읍니다. 그러므로 반공법은 우리나라가 새로운 국제정세에 기민하고도 완벽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합니다. 집권층에서는 과도한 의견이라도 말할 수 있고 국민들에게는 함구만을 강요하는 반공법은 하루속히 합리적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당은 국민총화를 위하여 지방자치제의 조속한 실현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또 이의 실현을 위한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민주정치의 골구 인 지방자치를 이 이상 천연시킬 아무런 이유와 명분도 없읍니다. 선진국의 경우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해마다 저하일로에 있읍니다. 그러나 관치행정만 있고 자치행정이 없는 국가가 어찌 민주국가로서의 긍지와 체통을 갖는다고 단언하겠읍니까? 공화당 정부는 지방자치가 자기들의 집권연장의 암적 제도이기 때문에 이를 천연한다는 역사적인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서라도 지방자치제를 72년도부터 기어이 실현할 것을 거듭 강조하는 바입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두 번째의 도전과 시련은 경제문제입니다. 우리는 경제성장이라는 미명하에 과중한 조세부담의 강요와 물가의 살인적 앙등에 신음하여 왔읍니다. 그러나 이제 조세부담능력은 이미 한계선을 넘고 물가고는 수습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하였읍니다. 정부는 아직도 안일과 태평의 무드 속에서 낙관적 견해로 시종하고 있으나 이는 참으로 무책임한 견해라 아니 할 수 없읍니다. 작금 일어나고 있는 물가앙등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는 바로 정부가 지난 양차 선거에서 홍수같이 산포한 막대한 정치자금으로 인한 인플레의 급격한 앙진과 정부에서 석유류 등 기간물자 및 각종 공공요금 관허요금의 인상조치 등 정부의 선도적인 역할이 물가앙등을 부채질하고 있읍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물가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행정부에 있읍니다. 이제 공화당 정부의 물가대책은 대책이 아니라 무책이며 동족방뇨의 효과도 없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 이상 더 물가고 수습을 못 하는 경우에는 국민 앞에 깨끗이 퇴진한다는 굳은 결의와 각오로서 물가억제를 위한 만전의 대책을 하루속히 국민 앞에 제시하기를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다음 우리의 조세부담이 과중함은 재언을 불요하거니와 최근 평화시장을 비롯한 각지 시장의 조세항거가 단순한 징세기술의 불비에서 연유된다고 가볍게 받아넘기는 정부 측의 변명은 소지천만입니다. 정부가 국민의 담세능력을 전연 무시한 증징 일변도 정책을 지양하지 않는 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체까지도 도산이 파급될 것은 필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내국세의 축년 증격의 정책에서 세원을 보존하는 범위 내에 징세한다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일대 영단을 내리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세원의 육성 없이 경제성장은 물론 제3차 5개년경제개발계획도 화중지병에 불과할 것을 냉철하게 인식하여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GNP의 확대가 곧 경제개발이며 또한 사회발전이란 그릇된 시도에 사로잡혀 왔읍니다. 그리하여 경제계획의 성과를 국내외에 크게 선전하여 왔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의 국민에게 환상적인 행복감만을 강요하였을 뿐 그 내용은 외채의 누적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제1차 5개년계획에서 식량의 자급자족을 달성하겠다는 중농정책을 내걸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완전 실패하였고 제2차 5개년계획에서도 똑같은 구호를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읍니다. 오늘날 우리는 식량 자급은 고사하고 오히려 외곡도입은 해마다 늘어나서 이로 인하여 농업경제는 완전히 파탄상태에 빠지고 만 것입니다. 이 무서운 책임은 누가 져야 하겠읍니까? 당국 발표의 통계에 따른다 해도 농가 실질소득은 비참할 만큼 그 성장이 미미하여 농촌의 파멸을 충분히 증명해 주고 있읍니다. 공화당 정권은 지난번 선거에서 앞으로 5년 내에 농가소득을 1969년의 2.2배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으므로 나는 이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자 합니다. 아직도 그 공약이 유효하다면 정부는 마땅히 그 연차별 소득증가액과 내용을 계수로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1976년의 국민 1인당 GNP는 1969년에 비하여 63.3% 증가할 것으로 공포하였읍니다. 정부는 전체의 부가 63.3%밖에 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푸대접받아 온 농촌의 소득을 그처럼 대폭 증가시킬 것으로 공약하였으니 그 경우 비농민의 1인당 소득은 얼마나 늘 것인지도 아울러 국민 앞에 밝혀 주어야 할 것입니다. 나의 소신으로는 농산물가격정책을 혁신하여 농민들에게 충분한 이윤을 보장하여 줌으로써 증산의욕을 고취하고 이를 근간으로 농업경제를 부흥시켜야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공업 부문에서도 많은 문젯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우리의 공업생산은 질적으로 허술할 뿐 아니라 허약한 재무구조와 원료의 과다한 해외의존도는 자립경제의 길과는 거리가 먼 것이 되게 하고 말았읍니다. 이러한 결과로 우리나라 공업경제는 일본경제가 재채기만 하여도 독감에 걸리고 만다는 정도로 극심한 대일의존 속에 몰아넣고 말았읍니다. 거기에 차관기업의 부실도산의 속출이야말로 공업화정책의 실패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지금까지의 공업정책은 차관 위주였고 그나마 기업채산성이나 원리금상환능력 또는 국제경쟁력을 무시한 채 정권과의 친소관계로 무모한 공장건설만 서둘러 온 것이었읍니다. 현정권의 정치자금을 포함하여 막대한 낭비지출 속에서 세워진 차관기업이 부실화되고 만 것도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며 황폐일로를 치닫고 있는 농촌이 공업제품의 시장 역할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차관기업의 부실화를 가속화했다고 나는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공업정책에 있어서는 정부 주도 방식을 지양하고 시장원리에 입각한 민간기업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불필요한 낭비와 손실을 막아야 하겠읍니다. 그리고 국제수지 개선이라는 목표 역시 1961년에 2억 7000여만 불이던 무역적자가 작년에는 놀랍게도 11억 4900여만 불로 급증하였읍니다. 나는 정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수출실적을 도외시하려 하지 않으나 이에 비하여 몇 배나 더 무서운 속도로 가중되고 있는 수입초과를 간과할 수 없읍니다. 국제수지의 개선책으로는 보다 강력한 수입억제에 주력해야 한다고 믿으며 무엇보다도 연간 2억 불을 초과하는 외곡도입량을 줄이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나는 믿습니다. 정부가 입으로는 국민들에게 소비절약을 부르짖으면서도 실제로는 소비창조용 상품의 수입 또는 제조나 조립시설을 도입하는 따위는 철저히 배격해야만 하겠읍니다. 국제수지적자가 지금까지의 추세로 계속 악화된다면 외채의 중압 때문에 국가경제는 머지않아 총파탄을 면할 길이 없을 것임을 크게 경고하는 바입니다. 또한 정부는 심화일로에 있는 계층 간 소득격차를 좁히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되며 조세제도 역시 이러한 견지에서 근본적으로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달러화 방위를 위한 긴급조처는 국제통상과 국제통화 면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고 있는바 정부는 이러한 비상사태와 나날이 변천하는 국제경제의 추이에 대비하는 정확한 측정과 민활한 적응 그리고 과감한 시책을 수립하여 그 때문에 입을 수도 있는 국민경제의 타격을 미연에 방지하고 이를 국민경제 강화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도록 하여야 하겠읍니다. 금반 제출된 72년도 정부 예산안을 검토하여 보면 종래의 팽창주의예산 그대로이며 재정팽창률은 현 년도에 대비해서 약 26%에 달하고 더군다나 그 예산안의 재정경직도는 80%에 해당하여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예산심의권을 실질적으로는 유린하고 있읍니다. 국민의 직접부담인 내국세만 하더라도 4520억 원으로 작년에 비하여 약 25%가 증가된 것이며 3년 전인 69년의 2099억 원에 비하면 무려 2배가 훨씬 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팽창률은 전시가 아닌 평상시의 정부 예산으로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또 그 예산의 성격이 정치예산이요 낭비예산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만 검약하고 낭비 억제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읍니다. 더우기 실질적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적자요인이 내포되어 있고 농어촌개발을 고창하면서 오히려 그 투자율이 감축되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읍니다. 따라서 금반 예산안은 전면적인 재검토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겠읍니다. 재정지출은 전시효과만을 노리는 겉치례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낭비를 막고 절약 위주의 운영을 하여 국민의 세금을 효과적으로 써야 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등한시했던 깨끗하고 능률적인 정부운영을 기하여 예산의 구조를 개선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예산은 적어도 국민에게 주는 부담을 가능한 한 줄이고 국민경제 실세의 적정선에서 재편성되어야 할 것을 강조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루바삐 허황된 외화내허의 국민경제를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하여 환율인상과 물가인상의 경쟁적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철저한 디스인플레정책을 실천하여야 하겠읍니다. 깨끗한 정부와 정치는 경제와 재정도에 가장 절실하고 소망스러운 것임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도전과 시련은 사회 부문에서 심각하게 대두되는 어마어마한 사실의 접종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단계에서는 약간의 부작용이 불가피의 현상이라고는 하나 오늘날 우리나라의 사회불안의 심도는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 속에서 불길한 동요를 내포하고 있읍니다. 자본의 극심한 편재적 축적은 무수한 이농과 도시극빈층의 대량화를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권력층의 부정은 이미 체계화되고 만성화되어 있읍니다. 그 결과로 서민층은 극도의 불만 불신 좌절감에 빠져 급기야는 광주단지사건과 같은 항쟁을 유발하고 말았읍니다. 이것은 단순한 항쟁이 아니라 공화당 정권의 무모한 행정에 반발하는 민요로서 서민대중의 누적된 울분이 드디어 표면화하기 시작하였음을 입증해 주는 것입니다. 정직하고 근면한 사람이 가난과 슬픔에 허덕이게 되고 인생의 보람조차 찾을 수 없는 부패, 혼탁한 사회에서는 상호 간의 신뢰와 협조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더우기 목숨을 내걸고 나라를 수호하려는 애국심이 생길 수도 없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대중은 정부가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이를 믿으려 하지 않으며 경제개발의 의의에 대하여서조차 마음속으로는 불신감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개발의 성과를 국민에게 고루 배분하고 건전한 사회윤리를 확립하지 않고서는 통일에 대비하는 국민의 정신적인 거점에 깊은 상처를 피할 길이 없읍니다. 공화당 정권 10여 년의 그 많은 죄과 가운데서도 돌이킬 수 없는 민족적 과오는 바로 국민도의를 타락시켜 버린 것이라 단정할 수 있읍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상황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사회기강은 무너지고 불성실한 행정이 판을 치고 있다고 말해야 하겠읍니다. 국민도의와 사회기강조차 바로잡지 못하는 정부에 어떻게 국민의 안정과 재산의 보호 그리고 국가운명을 총체적으로 맡길 수 있겠읍니까? 나는 지금 집권층의 통합능력과 그 성의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을 뼈아프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지나간 10여 년 동안 집권층은 이른바 근대화라는 미명 아래 실로 약육강식의 동물세계를 방불케 하는 생활원리를 우리 사회에 만연시켜 놓았으며 그 결과 국민정신은 우리 민족사상 가장 심한 퇴폐를 거듭하고 있읍니다. 우리 사회는 부정선거로 시종하여 민족과 정의를 위한 젊은이들의 외침을 무자비하게 거세하고 금력과 폭력이 언제나 우세한 염치없는 사회가 되어 버리고 말았읍니다. 아직도 이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온존하고 있는 서민대중의 양식과 도의심일 뿐 집권층의 성의 있는 노력의 소산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바른 사람이 바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근본적으로 도착된 체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우리는 순화된 사회기강과 진실한 윤리의식이 없는 한 어떠한 사회도 발전하지 못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깊이 되새겨야 하겠읍니다. 근간 집권층은 입으로는 부정부패 일소와 국민정신 진작을 내걸고 있으나 그것은 국민대중에게만 강요할 뿐으로 또 하나의 전시효력에 그치고 있읍니다. 자기반성 없이 남의 희생만 요구하면서 이것을 서정쇄신의 길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 아니 할 수 없읍니다. 나는 도처에서 들려오는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하는 국민의 눈물 어린 호소에 가슴 아픈 마음 금할 길 없읍니다. 집권층이 썩을 대로 썩고 사회가 퇴폐한 나머지 새로운 역사를 감당할 수 없어 국운을 비극으로 몰고 간 뼈아픈 경험을 우리는 이 시점에서 되새기면서 내일을 응시하고 새로운 결의를 가져야 하겠읍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동지 여러분!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도전과 시련은 고용과 교육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완전실업 내지 잠재실업의 만성화 경향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근대산업의 건설에는 기술노동자의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기술교육체계를 방치한 데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기술의 천시사상은 공화당 정권의 지각없는 교육정책의 소산이며 대학교육에 대한 분별없는 철거정책은 학원의 자주선언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게 하였읍니다. 단순노동자의 경우 역시 과중한 인구압박으로 고용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읍니다. 결국 오늘의 공업화가 창출한 고용량으로서는 도저히 과잉노동력을 흡수 소화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한편 우리의 임금사정은 유례없는 저수준으로 그야말로 기아적 급료에 불과하며 이와 같이 인도에 어긋나는 저임금이나마 물가변동에 적응하는 움직임은 매우 둔하여 양자의 간격은 그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읍니다. 이와 아울러 노동조건의 현황은 실로 목불인견으로 근로기준법은 완전히 사문화되고 있읍니다. 이와 같은 고용과 임금 부문의 모순을 과감하게 시정하기 위하여는 우선 최저임금제를 채택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사회보장제 도입으로 양로, 은퇴, 실업보험 등의 제도를 채택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제도의 실시도 요구하는 바입니다. 이와 아울러 나는 국민의 최저생활보장을 위하여 생활필수품의 기본품목을 지정하고 면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의장 그리고 의원 동지 여러분! 이제 나는 결론을 맺고자 합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부와 여당에게 국정 전반에 걸친 당면한 어려운 현실을 추호도 은폐하지 말고 수술하여야 할 문제의 초점이 무엇이며 우리 사회의 병폐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솔직 과감하게 국민 앞에 공표하여 주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나는 야당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결코 당리를 위하여 이러한 제안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구국일념으로써 살아온 내 평생의 신념을 걸고 이렇게 호소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나는 모진 바람이 휘몰아치는 시베리아의 광야에서 간악한 일제의 침략자들을 쫓던 대륙의 중원에서 그리고 민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언제나 나의 조국광복과 통일을 염원하여 왔읍니다. 나는 이제 경건한 마음으로 자세를 가다듬어 국민들의 처절한 비원과 절규에 귀를 기울이라고 호소합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오늘은 어떠한 정당이나 개인의 정치적인 이해를 위하여 문제를 제기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고 간청합니다. 국가의 현실을 사실대로 파악하고 조국의 내일을 계획하여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안겨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 나라의 모든 병폐와 독소를 철저히 구명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하여 민족의 총역량을 결집하여야 할 시기는 바로 이때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정략이나 당리를 초월하고 보다 높은 민족적 차원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 없이 어떻게 내우외환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겠읍니까? 정부 특히 박 대통령의 성실하고도 과감한 정치적 용단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오늘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병폐를 지체 없이 발본색원한다면 나와 우리 당은 국가적 장래를 위하여 그리고 조국통일의 대업을 위하여 그를 돕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인순고식과 독선독주로 이를 성취하지 못하는 경우 그 결과로 초래되는 사태에 대하여 무서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엄숙히 선언하여 두는 바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의와 결단입니다. 민족을 위한 성의와 결단이야말로 8대 국회가 민족사를 빛낼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또한 그것이 곧 민주정치요 대화정치의 초석이 된다고 나는 굳게 믿고 있읍니다. 감사합니다.

의사일정이 전부 처리되었으므로 산회를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