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일정 제1항 통일․외교․안보에 관한 질문을 상정합니다. o 비교섭단체 대표발언

오늘은 질문에 앞서 비교섭단체 민주노동당 대표 발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이신 천영세 의원 나오셔서 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 나라의 기틀인 노동자, 농민, 서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과 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독재의 암흑시대를 넘어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데 꼭 50년이 걸렸습니다. 원내 정당임에도 기득권으로 굳어진 국회 관행을 헤치고 이 자리에 서는 데 역시 1년 반이 걸렸습니다. 비록 반쪽짜리 정당대표연설이지만 독재와 기득권을 넘어 쟁취한 소중한 발언권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노동자, 농민, 서민이 토해 내는 고통과 절망을 증언하려 합니다.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우리 정치에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흔한 말이 민생정치, 서민정치입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양극화 해소하겠다고 말합니다. 서민을 위하겠다고 거듭거듭 다짐합니다. 그러나 민생 현장과 서민의 삶이 개선되었습니까? 빈부격차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습니까?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 정치의 실패를 보고 있습니다. 극소수의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절대다수의 서민은 나날이 더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남북분단보다 더한 화해할 수 없는 빈부분단이 나라를 동강내고 있습니다. 통합과 상생을 말하던 그 많은 정치적 제안들은 서민의 삶을 한 치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민과 민생이라는 공허한 구호만 남아 있습니다. 도대체 서민이 누구입니까? 민생이 무엇입니까? 요란한 민생 투어와 사진 찍기 정치의 소품입니까? 부자 정책을 포장하는 포장지입니까? 1500만 노동자 가운데 820만이 비정규직입니다. 월평균 110만 원에 불과한 극심한 저임금과 고용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지도 못합니다. 퇴직금도 받을 수 없고, 4대 보험 혜택도 없습니다. 미래가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들이 바로 서민입니다. 대한민국으로부터 강요만 받아 온 농민의 처지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평균 농가부채는 3000만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농가부채의 전체 규모가 33조 원에 이릅니다. 등골이 휘는 부채와 대책 없는 수입 개방으로 집단 파산 위기에 와 있는 이들이 바로 350만 농민입니다. 이들이 또한 이 나라의 서민입니다.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350만 신용불량자, 평생을 모아도 내 집 가까이에도 갈 수 없는 841만 세대에 이르는 무주택 가구가 바로 서민입니다. 간신히 숨줄을 이어가는 138만 명의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263만 명에 달하는 차상위계층 등 800만이 넘는 빈곤층 이들이 바로 절박한 서민의 실체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 민주노동당은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국민을 향해 감히 이 질문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난으로 절망적인 서민들에게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사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위소득 10%와 하위소득 10%의 소득격차는 무려 18배에 달합니다. 정상적인 방책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산층은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빈곤층은 끼니조차 때우기 어려운 비참한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우리 사회의 지반 전체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90%의 국민이 빈부격차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살기 힘들고 낳아 기르기조차 힘든 서민의 고통을 그대로 웅변하고 있습니다. 17대 국회야말로 빈부격차 해소, 복지 확대를 최고의 목표로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내세워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내에 ‘빈부격차 해소-복지 확대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정중하게 제안합니다. 특별위원회는 심각한 빈부격차의 실태와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해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빈곤층 긴급 구호를 위한 한시적 특별회계와 특별법이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민주노동당의 생각입니다. 나아가 교육, 주택, 의료 등 보다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대안도 제시해 나가야만 합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도 늦게나마 사회 양극화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빈부격차 해소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두 당이 진심으로 서민의 빈곤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고 희망의 농촌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내놓은 정책이 국민연금 줄이기와 쌀시장 개방입니다. 한나라당은 획기적 서민 지원책이라며 감세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감세정책은 서민을 구실로 소득이 큰 부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부자를 위한 정책입니다. 서민이 없는 서민정책입니다. 빈곤 해소를 위한 서민정책은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바로 앞에서 적시했듯이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영세 상공인, 신용불량자 그리고 노인과 아동이 편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온전한 국민으로 살게 해야만 합니다. 제자리에 이제는 올려놔 주어야만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법률안을 이미 오래 전에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비정규직을 비롯한 절대다수 서민의 삶이 나아져야 비로소 소비도 늘어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하고 경제를 살리려 한다면 민주노동당의 법률안에 동의하지 못할 이유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쌀 개방 비준 일방처리를 중지해야 합니다. 정부 여당이 제출한 비준안은 밀실협상의 결과이고, 국익에도 맞지 않으며, 위헌적 요인도 안고 있습니다. 지금 농촌 현장에는 쌀 대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방처리를 중단하고 즉시 정부, 국회, 농민대표 간 협상기구를 마련하여 대책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이와 함께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범위 확대, 개인파산자의 취업과 자격제한 해제 등 중소상인․신용불량자 회생 정책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서민의 집 걱정을 없애야 합니다. 토지․주택 공개념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 등 부동산과 주택정책의 과감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몇몇 질병에 무상의료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이를 더욱 넓혀서 우선 7세 미만 아동과 노인성 질환 등에 대한 무상의료를 추진할 수 있도록 여야 정당이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9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정부는 민주노동당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WTO 규정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WTO 규정 때문에 아이들에게 납 김치, 기생충 김치를 먹여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길을 찾아봅시다.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부모의 마음이 되어서, 아이들의 처지로 돌아가서 길을 찾아야만 합니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WTO 규정과 상관없이. 대통령은 며칠 전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제안했습니다. 여당도 통합을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 쌀 비준 문제 등 사회 양극화와 직결된 민생 현안에 대해 온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안보다는 해묵은 과제부터 풀어야만 합니다.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등 개혁 과제 해결에 정부 여당이 진정성을 보여야만 합니다. 어찌하여 김우중 씨나 이건희 씨 같은 재벌 총수들은 법 앞에만 서면 꼭 지병이 도지고 외국으로 나가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법률은 부자에게는 관대하고 서민에게는 혹독한 중세시대의 법입니까? 대한민국에 경찰, 검찰이 있다면 국법을 어긴 사람들을 불러들여 조사할 건 조사하고 처벌할 건 처벌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삼성그룹의 뇌물 공여와 탈세 의혹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겠습니다. 안기부 X파일의 내용 공개와 철저한 수사를 위해 이미 발의해 놓은 특별법과 특검법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색깔론과 지역주의는 독재로 점철된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학문, 사상의 자유가 존중되는 포용력 있는 정치 체제입니다. 다양성을 억압하고 획일주의를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지역주의 타파는 17대 국회의 숙명입니다. 지역주의를 확산시켜 온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정치권의 몫입니다. 지역주의 해소의 매듭 역시 정치권이 풀어야만 합니다. 특히 선거제도 개혁은 지역주의 타파의 핵심 고리입니다. 열린우리당이 늦게나마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선거구제 개혁 등 정치개혁을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수용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지역주의라는 후진적 유산에 기댈 요량이 아니라면 한나라당도 마다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의석에 제대로 반영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제안합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많은 국민과 학계와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다수 전문가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올 여름 방북을 통해 북측의 조선사회민주당과 남북 정당 간 최초의 교류를 성사시켰습니다. 남북국회회담 여건 조성을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남겼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제안한 조선노동당과의 교류, 한나라당의 통일경제특구 제안은 의미 있고 환영할 만합니다. 민주노동당은 남북 모든 정당에게 남북정당대표자연석회의를 통해 정치 교류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남북정당대표자연석회의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도정에서 남과 북의 정당,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을 함께 논의하면서 남북국회회담을 성사시키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노동자, 농민, 그리고 서민 여러분! 내일은 재선거의 날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날 부족하지만 배제되고 탄압받던 서민의 희망을 한국 정치 한복판에 심어 가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 민주노동당은 약육강식의 경쟁을 극복하고 함께 누리고 함께 살아가는 공존과 연대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길은 탄탄대로가 아닙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반대자들의 도전과 공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9월 30일 편견에 가득찬 기득권층과 사법부에 의해 조승수 의원을 잃었습니다. 저는 이번 재선거, 특히 울산에서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기득권층의 오만을 국민 여러분이 심판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 민주노동당에 힘을 실어 주십시오. 살맛나는 세상,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그런 나라로 보답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